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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어느 날 천사가 떨어졌다
작가 : 솜솜
작품등록일 : 2017.12.7

[빙의물]
의료봉사 중 갑자기 사고를 당해, 이상한 세상에서 눈을 뜬 세진.
다짜고짜 자신을 덮치려는 남자에게서 무작정 도망쳐 나와 숲 속에서 길을 잃는다.
그러는 도중 수상한 사람들에게 쫓기던 남자를 구해주게 되는데.......
점차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는 어딘가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낯선 세상
작성일 : 17-12-07 17:58     조회 : 533     추천 : 1     분량 : 4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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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라일라가 아니다.

  그래. 라일라일 리가 없지 않아? 난 이세진인데.

  정신이 멍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들이 연달아 일어나니 머릿속이 뒤죽박죽, 온 세상이 뒤죽박죽 혼란스러웠다.

  땅에서 올라오는 밤기운에 바닥에 닿아있는 엉덩이가 차가웠다. 코로 스며들어오는 흙냄새가 생생하다. 서늘하고 축축한 밤의 냄새다.

  주저앉은 그대로 양 주먹을 쥐었다.

  콰득하고 손가락이 땅에 움푹 들어가 파인 흙이 주먹 속으로 딸려 잡혔다.

  감촉 역시 생생했다.

  번쩍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봤다.

  눈이 시릴 정도로 푸른빛을 내뿜고 있는 보름달이 떠있었다. 달빛 아래로 검게만 보이는 나무들이 을씨년스럽게 윤곽을 드러낸다.

  바람 한 점 불지 않아 숲은 더욱더 고요 속으로 침잠했다.

 -짝!!

  손바닥과 뺨이 마찰하는 소리가 어둡게 가라앉은 숲속을 울렸다.

  “악!”

  뺨이 화끈거린다. 눈물이 찔끔 날만큼 얼얼했다.

  “지, 진짜 꿈이 아니잖아?”

  얼마나 세게 때렸는지 손에 묻어 있던 흙이 뺨에 생채기를 내 따갑기까지 하다.

  멍해있던 정신이 천천히 현실감각을 되찾았다.

  “아, 아니 이게 말이 돼?”

  정말로 말도 안 되는 현실에 벌떡 일어나 외쳤다.

  대답은 돌아오지 않고 내 목소리만이 메아리칠 뿐이었다.

  “자 차근차근 생각해보자.”

  대관절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말이야.

  초조함에 그 자리를 뱅뱅 맴돌며 중얼거렸다.

 *

  오늘 아침만 해도 난, 의료봉사 중이었다.

  일기예보가 심상치 않았는데도 우리는 통통배를 타고 두 시간을 걸려 섬으로 들어갔다.

  필리핀의 빈부격차는 극과 극이어서 외진 섬에 사는 사람들은 의료 서비스는 물론이고 식수 공급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나를 포함한 봉사단 회원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 그들을 위해 사명감을 갖고 슬슬 바람이 세게 불고 비가 오기 시작하는데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우리는 섬에 도착하자마자 바닷가 근처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집들을 방문했다.

  여러 팀으로 나뉘어 집을 방문하던 중, 거동이 불편하신 할머니 한 분이 집 밖으로 힘겹게 걸어 나오시며 소리를 질렀다. 할머니가 가리키는 방향에는 장난기가 가득해 보이는 열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소년이 바닷가 쪽으로 마구 달려가고 있었다.

  일행 중에 있던 통역관 분이 할머니께서 바다는 위험하다는 말을 반복하고 계시는 거라고 해석해 주었다.

  “제가 다녀올게요.”

  선뜻 내가 소년을 데려오겠다고 나섰다.

  재빨리 소년을 쫓아가며 돌아오라고 영어로 외쳐봤지만 아이는 영어를 알아듣지 못하는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무작정 바다로 뛰어들었다.

  아무리 바닷가에 살아서 수영을 잘 한다 해도 몸집이 작은 어린아이였고, 파도는 겉보기에도 거칠고 위험했다.

  하늘은 잿빛 구름으로 뒤덮여 있었고 비바람에 머리칼이 마구 날렸다. 날씨가 심상치 않았다.

  그러나 아이는 이 날씨를 즐기는 건지 신나게 팔을 휘저으며 해변에서 점점 멀어져 가기만 했다. 어쩔 수 없이 신발을 벗고 나도 곧바로 물속으로 뛰어들어 아이를 뒤쫓았다.

  어느 정도 해변에서 벗어나니 파도가 칠 때마다 밀려오는 물 양이 어마어마해서 발이 바닥에 닿았다 안 닿았다 했다. 수영을 하려 해도 물살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는 게 매우 힘들었다. 한참을 수영한 끝에 겨우 아이를 붙잡아서 다시 돌아가려고 하는데, 아이가 갑자기 뭐라고 마구 비명을 질러댔다.

  아이가 버둥거리는 바람에 자꾸 입으로 물이 들어왔다. 짜증스러움에 대체 뭐 때문에 그러는 건지 싶어 아이가 손가락질 하는 방향으로 뒤를 홱 돌아봤는데 그대로 온몸이 굳었다.

  사람 키 세 명은 합쳐놓은 것 같은 높이의 파도가 아주 서서히, 뱀이 기어오듯 다가오고 있었다. 파도의 수준이 아니라, 저건 해일이었다.

  눈앞에서 자연이 주는 공포를 맞닥뜨렸을 때의 그 느낌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모른다.

  겁이 없는 편이었는데도 몸이 덜덜 떨렸다.

  곧바로 아이를 꽉 붙잡은 채 온 힘을 다해 헤엄쳤다. 그러나 바닷물의 흐름은 그 괴물 같은 거대한 파도에 점령 되어 내 몸을 서서히 뒤쪽으로 끌어당겼다.

  아무리 팔을 휘젓고 발악을 해도 소용이 없었다. 마침내 파도에게 삼켜졌을 때의 그 순간을 난 기억하지 못한다.

  온몸을 압박해 오는 엄청난 물결, 사정없이 눈, 귀, 코, 입으로 들어오는 물. 죽는 순간에는 파노라마처럼 기억들이 스쳐지나간다던데, 나는 이조차 경험해보지 못하고 순식간에 정신을 놓았다.

  분명 그렇게 되면 당연히 죽은 거 아닌가?

  질겁하여 눈을 번쩍 떴는데 어떤 남자가 홀딱 벗은 채로 침을 질질 흘리며 내 옷을 벗기고 있었다.

  이건 뭐, 천국이라고 생각할 틈도, 내가 죽은 거 아닌가, 여긴 어디지? 하고 생각할 틈도 없었다.

  남자를 발로 차고 그대로 문을 열고 도망쳐 나오는데 밖에 있는 이상한 복장을 한 사람들이 라일라님! 외쳐대며 날 쫓아왔다. 떨그렁 하고 뭔가가 내 몸에서 떨어져 내려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잠시 귀를 자극했지만, 그딴 거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집이 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건지 아무리 달려도 문이 보이지 않아서 아무 방문을 열고 들어가서 문을 잠갔다. 내가 이 방으로 들어 온지는 모르는지 복도는 나를 찾는 소리로 계속해서 시끄러웠다.

  한숨을 돌리며 주위를 둘러봤다.

  ‘무슨 컨셉 호텔인가?’

  가구들의 양식이나 방의 분위기가 중세시대라도 온 것처럼 꾸며져 있었다.

  화장대 앞에 놓여 있는 의자에 다가가 털썩 앉았다.

  여긴 어디지, 난 살아났나봐. 아까 그 남자는 누구지. 등등 여러 고민을 하다가 문득 거울이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

  벌떡 일어나 거울을 붙잡았다.

  혹시나 다른 사람일까 싶어 주위를 휙휙 둘러봤지만 나 외엔 아무도 없었다.

  그러니까 지금, 저 거울에 비치는 백인 여자는 나라는 뜻이었다.

  충격에 몸이 절로 뒷걸음질 쳐졌다. 그러다 다리가 꼬여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내가 주저앉은 주위로 기다란 보랏빛 머리칼이 바닥에 펼쳐졌다.

  “.......이, 이게 대체.......?”

  믿을 수가 없었다. 거울 속에 비친 여자는 분명 내가 맞지만 28년간 익숙하게 봐왔던 ‘이세진’은 아니었다. 어딜 봐도 이전의 나와 닮은 구석이라곤 단 한 군데도 없었다.

  그때 갑자기 문을 미친 듯이 쾅쾅 두드려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은 시끄럽게 외쳐댔다.

  “문 여세요! 라일라님!!”

  “누가 열쇠 좀 가져와!”

  그들의 말소리를 듣고 있으려니 정신이 아찔해졌다.

  ‘저건 대체 어디 언어야?!’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더 날 혼란스럽게 만든 것은 저 말들이 다 이해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심지어 정확한 발음으로 따라할 수도 있었다. 어떤 말을 하고 싶다고 떠올리면 곧바로 번역기를 돌리는 것처럼 어떤 글자를 사용해야 하는 지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허.”

 -쾅쾅쾅!!!

  문이 거의 부셔질 듯이 덜컹거리고 손잡이가 덜컥덜컥 움직였다.

  멍하니 상황을 이해하고 있을 시간이 없는 것이다. 아무래도 아까 날 덮치려 했던 남자와 이 집에 있는 사람들은 다 한패 같았다.

  미친 듯이 흔들리는 출입문에 잠시 시선을 주었다.

  ‘저 문으로 나가는 건 불가능할 것 같고.’

  판단을 내리자마자 얼른 반대쪽으로 달려가 창밖을 확인했다. 멀리로 어두컴컴한 숲이 펼쳐져 있었다.

  주위를 홱홱 둘러보다 큰 꽃병을 발견했다.

  더 생각할 것도 없이 꽃병을 집어 들고 창문으로 던졌다. 유리가 꽤 약한 거였는지 다행히도 쉽게 깨졌다.

  창문을 휙 뛰어 넘었다. 차가운 흙이 맨발에 닿았지만 그대로 달렸다. 뒤쪽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부서진 문 뒤로 내가 도망치는 걸 본 모양이었다.

  정문 같은 것을 벗어나 사람들이 더 이상 쫓아오지 않을 때까지 미친 듯이 달렸다. 그렇게 많이 달린 것 같지도 않은데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게 원래의 몸보다 현저하게 근력이 딸린다는 사실이 체감되었다.

  그리고 털썩 주저앉아 주변을 살피니 이 사방이 고요한 숲속이었던 것이다.

  제자리를 뱅뱅 맴돌며 고심해본 결과 내가 내린 결론은 두 가지였다.

  이 모든 게 꿈이거나 내 영혼이 이 낯선 얼굴의 여자에게 들어왔다는 것.

  하지만 뺨을 때려보니 아프고, 아까 달렸을 때 숨도 찼고. 서늘한 밤의 기운까지 지나치게 생생했다.

  꿈은 아니다.

  그렇다면 난 그 해일에서 죽었고, 영혼의 상태로 이 여자의 몸에 들어와 이 여자가 되었다는 게 기정사실이 된다.

  “후.”

  정신을 차리기 위해 양 뺨을 톡톡 두드렸다.

  ‘일단 살아남아 보자.’

  난 머리가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고 성격도 급해서 단점만 수두룩한 사람이지만 유일하게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게 하나 있다.

  현실을 잘 받아들인다는 점.

  스물이 넘은 나이에 선수생활을 접고 전문대를 가기로 결심했을 때도, 난 현실을 인정하고 적응했다.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살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거니까.

  ‘그래. 더 이상 다른 건 생각하지 말고, 지금에 충실하자.’

  마음을 굳게 먹고 나니 주변이 달리 보였다.

  성급한 판단으로 무작정 그 집을 뛰쳐나왔는데, 주변이라도 좀 보고 달릴 걸. 내가 어느 쪽으로 왔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꼼짝 없이 이 을씨년스러운 숲 속에서 길을 잃은 것이다.

  감을 의지하여 일단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나 걸었을까, 한참을 걸어도 여전히 숲이었다.

  어쩌면 같은 곳을 맴돌고 있는 걸지도 몰랐다. 방향감각을 잃은 지는 이미 오래 됐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같은 곳에 그대로 있을 수는 없었다. 언제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고. 불안하니까.

  “으으.......”

  점점 몸이 싸늘해졌다.

  그 변태 놈이 옷을 거의 다 벗겨놔서 걸치고 있는 거라곤 슬립 같은 거 한 장뿐이었다.

  계속 이렇게 무작정 걸어 다닐 순 없는데.

  진짜 무인도에서 살아남기에 나온 것처럼 나무를 마찰시켜서 불이라도 피워야 되는 건가.

  ‘구덩이를 판 다음에 흙이랑 나뭇잎을 이불처럼 덮어볼까.’

  열심히 텔레비전에서 봤던 생존 법칙들을 떠올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자꾸만 불길한 생각이 들려고 하는 걸 애써 즐겁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채웠다.

  그런데 내가 한참을 숲을 헤매고 있을 때였다.

  ‘여긴 또 어디야?’

  조금은 경관이 달라진 또 다른 장소가 나타났다. 아까까지만 해도 사방천지가 나무였는데 눈앞에 펼쳐진 건 상당히 높은 경사의 폭이 넓은 계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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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월 17-12-13 16:07
 
신비로운 글의 시작! 음미하면서 볼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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