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의 눈물이 그리고 나를 향한 눈빛들이 모두 나의 목을 조르는 기분이다. 그래서 밖으로 나왔다. 조금은 시원한 공기를 마실 수 있길 기대하며 나왔지만 후덥지근한 여름 날씨는 안과 별다를 게 없었다. 그래도 사람들의 눈빛보다는 커다란 보름달과 별의 빛이 더 나으리라 생각되었다.
그때 의자에 앉아서 하늘을 바라보는 한 아이가 보였다. 나와 비슷한 나이일까? 아니다 나보다 어린 게 틀림없다. 만약 서 있다면 나보다 한 뼘이나 작을 것 같았다. 나는 조용히 다가가서 아이를 바라보았다. 아이의 커다란 눈동자에 달이 보이는 것 같았다. 까만 밤하늘에 유독 빛나는 달을 보고 있는 아이는 마치 울고 있는 것 같았다. 눈물이 흐르지 않았지만 분명 울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 모습이 너무 가엽게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흐리지도 않는 아이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아이는 깜짝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 커다란 눈에 이제는 달이 아닌 내가 보인다. 순간 정말 그 순간 가슴이 조이는 감각을 느꼈다. 이건 뭐지? 그때 그 아이의 입에서 말이 흘러 나왔다.
“오빠도 누가 하늘나라갔어?”
그렇다. 오늘은 나의 어머니의 장례식이다. 그리고 내 앞에 있는 이 아이는 나와 같은 까만옷을 입고 있었다. 이 아이도 나와 같이 가까운 누군가를 보내는 중인가 보다. 아이는 나의 대답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
“아가씨.”
그 부름에 아이는 뒤를 돌아보고 다시 나를 바라 보았다. 그리고는 아무 말도 없이 그를 향해서 걸어갔다. 서 있는 모습을 보니 더 확신했다. 분명 나보다 더 어린 아이일 것이라고.
10년이나 지난 지금도 나는 가끔 그 아이가 생각이 났다.
날 바라보던 그 까아만 눈동자. 지금도 그 생각에 난 가슴이 조이는 기분이다.
누군가는 비웃을지 몰라도 그 아이는 나의 첫 사랑일 것이다. 우습게도 그 짧은 순간 그 아이는 강태하를 사로 잡았음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