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저승에서 왔소이다
작가 : 앤시
작품등록일 : 2017.12.5

저승 최고의 가십지인 '저승일보'의 인간출신 파파라치 기자 이은라.
그리고 염라대왕이 수명에 얽힌 저승사자들의 비리를 척결하기 위해 이승으로 보낸 암행어사 박씨가문의 현도.
거기다 차기 염라대왕으로 낙점당해 언제 저승에 끌려갈지 모르는 비운의 인간 소년 강씨가문의 진성까지.
어찌된 일인지 자꾸 꼬이고 꼬이는 세 사람의 이야기!

 
1. 사망사유 : 동명이인
작성일 : 17-12-05 20:41     조회 : 424     추천 : 0     분량 : 8292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1. 사망사유 : 동명이인

 

  띵동.

  “다음 분 오세요.”

  콰앙.

  “제가 왜 죽은 거죠!”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 있는 힘껏 접수대를 내리찍으며 도착하는 영혼 하나. 자기 이름은 밝히지도 않고, 이름이며 생년월일, 사망날짜, 그동안의 선행이며 악행 등이 쫘르륵 적힌 서류조차 안 내밀고 불쑥 왜 죽었냐고 물어보는 꼴이 가당치도 않아 접수하던 저승 공무원1이 눈을 치켜뜬다.

  “다 죽을 이유가 있어서, 죽을 때가 돼서 그런 거니까 닥치고 서류 내놔요.”

  그리고 다짜고짜 항의하다가 단칼에 거절당하는 영혼1.

  “저, 제가 유언을 못 남기고 왔는데요. 이거 어떻게 안 될까요?”

  그리고 걱정하는 기색으로 발을 동동 구르며 접수대에서 애원중인 영혼2.

  “그건 저희가 못 해드려요. 사실 이게 저승법으로 정해져있는 게 아니고 각 저승사자들이 인도적 차원에서 각자 아량에 따라서 정각에 데려가야 하는 거 유언 몇 마디 더 하라고 한 5분 더 주고 그러는 거라.”

  “저 데리고 온 저승사자는 이쪽에 민원 넣으라고 하던데요?”

  그 말에 흰자를 보이며 목 뒤를 잡는 저승 공무원2.

  “아, 그 양반 누구래? 하여간 그 때 목숨 거두러 온 저승사자랑 딜을 보셨어야지, 지금 와서 이러심 어떡해요. 지금 가도 그쪽 영혼 분 몸은 장례식 중이거나 화장 중일텐데. 소용없어요.”

  “그래도, 한 마디라도 어떻게 안 될까요?”

  “안 돼요. 움직이는 시체 만들 일 있어요? 영혼님, 좀비 알죠, 좀비? 좀비 되고 싶어요?”

  “아, 아니요.”

  “지금 살려달라는 건 나 좀비 만들어달란 거에요. 어쨌건 그런 이유로 염라대왕님이 오셔도 절대 안 됩니다. 포기하세요. 정 하고 싶으시면 나중에 꿈에라도 나타나보시던가.”

  “그, 그럼 그건 어떻게 해요?”

  “음...... . 그건 서류 처리되고...... .”

  저승 공무원 2, 설명을 해주려다 손목시계를 본다. 5, 4, 3, 2, 1. 땡. 바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공무원2. 그리고 그 앞에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벙찐 얼굴로 있는 영혼2. 사태파악이 안 되는 듯하다. 그래, 저승물 먹은지 얼마 안 된 초짜니까. 퇴근이라 기분이 좋아져서 공무원2가 추가설명을 해준다.

  “저 이제 퇴근하거든요. 다른 안내원한테 물어보시든지, 아님 여기서 서류 통과 여부에 따라 배정받는 곳 생길건데 거기 가서 물어보세요.”

  “저, 저기요, 잠깐만.....!”

  그리고 쿨하게 가방을 챙겨 자리를 떠나버리는 공무원2.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는지 바람이 일어서 무협지에 나오는 고수들처럼 지나간 자리에서 종이가 펄럭거린다. 그리고 부리나케 들어오며 공무원2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나선 조금이라도 더 조금 일하고 싶은 듯 최대한 느릿느릿 걸어서 공무원2의 자리에 앉는 공무원 3. 바톤 터치를 하고 그 자리에 앉기까지 5분은 족히 걸린 것 같다. 그러고서도 괜히 바람에 날려간 서류들을 정리하며 한 5분 더 법석을 떤다. 그 앞에 앉은 영혼2는 언제쯤 말을 해도 될까, 하고 노심초사하며 앉아있다. 그리고 드디어 모든 세팅을 끝낸 공무원3이 묻는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그러니까요, 제가 유언을 못 남겨서..... .”

  “아~ 유언 못 남기셨구나. 일단 서류 좀 주시고. 그래, 그래서 뭘 어떻게 해달라구요?”

  “유언을 못 남긴 게 한이 될 거 같아서 다시 살아나서 유언만 남기고 싶은데..... .”

  “안 됩니다.”

  “네, 그런데 아까 있던 분이 꿈에 나와서 유언하는 걸 추천해주셔서..... .”

  “아, 꿈에서 나타나시겠다. 그러려면 먼저 그 전에...... .”

  그렇게 다시 처음부터 시작되는 상담에 땀을 뻘뻘 흘리는 영혼2. 그리고 한쪽 구석에서는 바닥에 누워서는 도로 살려달라며 버티고 서 있는 영혼3이 보인다.

  “나 돌아갈래애!! 나 안 살려주면 다 죽여버릴꺼야!”

  저승에서 죽인다는 협박이라니. 바보인가봐, 하고 숙덕거리는 영혼들. 어쨌건 밑져야 본전이라며 바닥에 드러누워 시위부터 하고 있는 그 영혼을 보곤 한창 ‘살아있을 때 못한 말, 꿈에서 하자! 저승복지부 국비지원 프로그램 산 사람 꿈에 나타나기 프로젝트’ 팜플렛을 챙겨들며 저승 공무원3이 외친다.

  “여기 난동부리는 영혼 하나 있으니까 얼른 저승사자들 불러서 데려가라 해요!”

  히익. 이제 안 볼 줄 알았는데 그 무서운 저승사자 영감들을 또 봐야 한다고? 영혼들이 순식간에 뒤로 확 물러나 얌전히 대기한다. 그리고 이내 달려온 저승사자들이 그 난동부리던 영혼을 양쪽에서 붙잡고서 순식간에 사라진다. 잘못했어요! 라는 영혼3의 뒤늦은 메아리도 함께.

  그리고 온통 검은머리 한국인들 뿐인 이곳, 저승 한국지부에 난데없이 홀로 있는 금발에 파란 눈의 서양 외국인 영혼4. 대충 낌새를 보곤 한국 은행 스타일이란 걸 파악했는지 바디랭귀지에 능한 건지 용케 번호표를 뽑고 대기하다가 안내원 앞에 서게 되었다. 싱긋 미소를 보여주는 저승 공무원4의 미소에 용기를 얻은 걸까? 영혼4가 두툼한 서류 뭉치를 내려놓으며 말한다. 슬쩍 보니 그 서류도 온통 영어다.

  “Can..... Can you speak English?”

  “아, 누가 한국지부에다 외국 영혼 보냈대? 외국 영혼 담당자들보고 빨리 데려가라 해!”

  그리고 어렵게 꺼낸 말 한마디. 바로 아웃. 그리고 바로 “안녕하쎄요우!” 라고 인사하며 유쾌하게 들어온 서양 저승사자들이 영혼4와 영혼4의 서류까지 꼼꼼히 싹 챙겨서는 나간다. 그 영혼은 영어가 통하는 저승인은 처음 만났던지 감동과 환희에 젖어 마구 수다를 떨며 행복하게 떠났다.

  “참 스펙타클하네.”

  그리고 한쪽 구석에서 이 풍경을 감상중인 나. 여긴 저승이다. 아직 상황파악이 잘 안 되긴 하지만, 여태까지의 정황과 여기의 상황을 보면 확실히 난 죽은 것 같다. 그리고 지금 ‘심사’를 위해 내 구역 담당 저승사자가 들려준 서류 봉투를 들고 앉아서 기다리는 중이다. 서류는 사람들마다 크기며 두께며 재질까지 다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우체국에서 파는 갈색 서류봉투에 에이포 용지가 꽉꽉 눌려 들어간 스타일이다. 특히 내 건 꼭 연말정산 때 냈던 서류같이 두툼하다. 게다가 이 풍경이라니. 저승이 아니라 은행에 대출 상담하러 온 거 같다.

  “2011211065번 사망자 들어오세요.”

  2011211065! 내 번호다!

  도도도도. 은행마냥 들어온 차례대로 선착순으로 뽑아 쥐고서 내내 들고 있던 번호표. 대체 언제 불릴까 싶더니 드디어 그 차례가 됐다 싶어 냅다 부리나케 뛰었다. 워낙에 대기하는 영혼 수가 많다보니 10초 안에 영혼이 안 나타나면 다음 숫자로 넘어가 버리더라. 그걸 보곤 전속력을 다했다. 드디어 안내원 앞에 앉으니 아이고 좋아라. 노인공경 하느라 어르신들에게 의자를 양보했더니 종일 서있어야 했다. 영혼이 되어도 다리는 아프더라. 거기다 맨날 똑같은 풍경만 보다보니 질렸다. 가끔 저렇게 난동부리며 쫓겨가고 끌려가는 소수의 영혼들을 제외하곤 대부분 고분고분, 얌전히 번호표에 따라 움직이고 심사에 따라 어디론가 가곤 했다. 그리고 사라지는 만큼 또 새로운 영혼들이 밀려와 번호표를 받고 기약없이 기다리곤 했다. 그러다 이제 드디어 본인도 심사라는 걸 받게 되다니 감격스러웠다. 이제 이 심사라는 게 끝나면 죽든지 살든지 뭔가 판가름이 나겠지, 모. 라고 생각하자 기분이 좋아졌다.

  “여기 서류요.”

  그래서 냅다 품에 소중히 모시고 있던 서류봉투부터 내밀었다. 공무원이 서류를 받아선 스캐너에 올려둔다. 빨간 레이저같은 선이 봉투를 위에서 아래로 쭉 스캔한다. 봉인이 멀쩡하다는 게 확인되자 또 스캐너에서 어떤 버튼을 누른다. 이번엔 파란 레이저가 나와서는 봉인 부분에 몇 초간 겹쳐져 있다. 슈웅- 하고 전원이 나가는 듯한 소리가 나더니 새빨갛던 봉인이 파란색으로 변했다. 그제야 공무원이 하얀 장갑을 끼고서 봉투를 꺼내 안을 연다. 공무원은 봉투 안에 차곡차곡 포개져 있던 서류들을 한꺼번에 꺼내놓고, 서류 봉투에 있던 바코드를 스캐너에 읽히더니 컴퓨터 모니터에 띄워져 나오는 정보와 대조하기 시작했다. 그걸 보며 이래서 오래 걸리는구나- 하고 생각하며 멍하니 구경을 하던 중이었다. 나는 어떤 지옥에 떨어지려나? 무슨 죄를 지었지? 뭐 크게 잘못하거나 원한 살 일은 안 했던 거 같은데, 하고 머리를 굴리던 중이었다.

  “어이쿠야.”

  “네?”

  갑자기 저승 공무원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한참동안 내 앞에서 내가 갖고 온 서류를 팔락팔락 넘겨보고, 내 지문을 스캔하고 나선 뜨는 내역을 한참 마우스 딸깍 거리며 보다가 나온 소리치곤 굉장히 수상하다. 가뜩이나 저승사람 티내는 건지 유달리 얼굴이 하얀 아저씨가 저 말을 하니 또 한 번 저승사자를 만나는 느낌이란 말이다. 대체 뭐지? 차근차근 머리를 굴려본다. 저 서류봉투, 받을 때부터 ‘당사자 개봉 금지’라고 해선 단단히 밀봉에 낙인까지 딱 찍혀 있어서 열어볼 엄두도 못 냈던 건데. 사실은 다른 영혼들이 침 발라가며 봉투 열려다가 그대로 화르륵 붙은 열기에 데여서 그대로 따로 퇴출당해서 다른 데로 소환되는 거 보고 얼른 포기했었다. 무엇보다 아까 통과판정 받았는데. 다른 영혼들은 솔직히 그거 통과되면 몇분 얘기하다가 서류 챙겨주는 거 받아서 또 어디로 가던데. 이상하다. 난 왜 그렇게 술술 풀리지가 않을 거 같지?

  “이거 죄송하게 됐습니다. 동명이인이네요.”

  “네?!”

  “죄송한데, 잘못 죽으신 거 같아요. 이름이 똑같은 이은라라는 분이 죽으셔야 되는데..... . 하필 동명이인이 같은 버스를 타서, 저승사자가 잘못 데려온 거 같습니다. 하하, 이걸 어쩌지. 이게 진짜 자주 있는 일이 아닌데 말이죠. 하하.”

  “뭐라구요!!!?”

  이게 뭔 소리야. 동명이인? 어안이 벙벙하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대학 합격자 발표도 아니요, 취업 합격자 발표도 아닌데. 막 저승길 가려는 무렵도 아니고 저승에서 지낸 지 며칠이 지났는데, 지금에 와서 내가 동명이인 때문에 잘못 죽었다고라?

  어쩐지. 나도 내가 왜 죽었나 했다. 고속도로에서 난 4중 추돌 사고에서 가장 맨 뒤에서 박았던 고속버스 맨 뒷자리에 있던 내가 사고사로 죽은 것도 황당한데, 냅다 저승사자 오랏줄에 묶여서 굴비마냥 다른 영혼들이랑 나란히 발맞춰 저승문턱 넘고 삼일밤낮을 쭉 서서 기다린 끝에 겨우 이제야 입국심사라고 할 수 있는 신분조회 타이밍인데. 이제야 죽었구나, 하고 실감나던 참인데. 내가 죽지 않아도 될 운명이었는데 하필 같은 버스를 탄 동명이인 때문에 대신 저승에 왔다라. 어이가 없다. 이승이나 저승이나 공무원들 일처리하고는!

  ‘한 동네에서는 같은 이름을 짓지 말아라. 눈 먼 저승사자가 이름을 잘못 알고 데려갈지도 모르니.’

  어릴 적에 할머니가 해주셨던 말이 생각난다. 그래서 일부러 성이 흔한 만큼 이름은 안 흔한 걸로 짓느라 고심했다며, 길게 살으라고 이름에도 실을 넣고 귀하다고 은을 넣어 은라, 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하셨었는데. 할머니가 정성들여 지어준 이름이 이름값 하나 못하게 됐다. 방년 23세, 이은라. 동명이인 탓에 사고사로 사망했으니 말이다.

  ‘세상에. 걸려도 하필.’

  은라는 뒷골이 땡겨오는 걸 느꼈다. 머리가 아득해져 온다. 엄마도 아빠도 오래 전에 돌아가시고 할머니가 홀로 은라를 키워주셨다. 그러다 할머니도 은라가 대학에 들어간 뒤 돌아가시고 은라는 철저히 혼자였다. 딱히 자기가 죽어도 슬퍼할 사람도 없기에 차라리 죽었다는 거에 잘 됐단 생각도 했다. 다만 꿈이었던 언론사 기자가 못 된 게 한이 되긴 했다. 나름 고등학교 때부터 언론홍보학과를 지망하고 입학 후에도 쭉 열심히 언론고시를 준비해왔는데 말이다. 시험 한 번 못해보고, 내 이름으로 기사 한 번 못 내보고 죽다니. 그래도 혹시 할머니나 아빠, 엄마까지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기도 했었는데. 모든 노력과 기대를 부질없이 만든다니. 그놈의 동명이인! 대체 누구냐!

  “그 동명이인이 누군데요?!”

  대체 누구길래 나랑 헷갈려서 날 죽게 만든 거야! 어디 남의 목숨 빼앗고 산 사람이 누군지 보자. 나랑 이름 똑같다는 그 동명이인!

  “원래 이게, 남의 수명 조회해달라는 거나 마찬가지라서 불법이지만.”

  슬쩍 은라의 눈치를 보곤 공무원이 키보드를 두드린다. 사실 눈에 힘을 부릅 주고 노려봤다. 안 해주면 나 가만 안 있을 거야, 라는 기를 팍팍 담아서. 그 눈빛 덕분이었을까?

  “워낙 은라씨는 특이한 경우시니. 해드리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잠시 찾아보던 공무원이 동명이인인, 원래 죽었어야 할 ‘이은라’를 찾아냈다.

  “원래 죽었어야 하는 이은라씨, 찾았어요.”

  “대체 누구에요, 그 사람?”

  “이은라. 여자고요. 6개월입니다. 허허.”

  “6개월이라뇨?”

  시한부를 선고받은 사람이었던 건가? 라는 생각에 은라가 다시 물어보려는 찰나. 공무원이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나이가요.”

  “네?

  “태어난지 6개월 된 여자 아기입니다, 이 이은라씨는.”

  “아기라고요?”

  “네. 원래의 사망예정지를 보면. 고속도로에서 4중추돌 사고 중 맨 뒷자리에 있던 고속버스의 맨 앞자리에 있었던 탓에. 같이 있던 부모와 함께 일가족 사망하는 걸로 예정되어 있었네요.”

  “이, 일가족이요? 그럼 그 아기 엄마아빠는요?”

  “원래 셋이 다같이 죽을 운명이었는데, 동명이인인 은라씨가 대신 죽게 됐잖아요? 이은라씨의 부모님은 이미 사망한 상태고. 그래서 그냥 이은라씨만 죽게 된 셈 되면서.”

  “그러면서?”

  “이 동명이인인 이은라씨도, 그 부모님도 모두 살게 됐네요. 맨 앞자리인데 용케 살았어요. 대신 맨 뒷자리에 있던 이은라씨가 심장마비로 사망하게 됐고요.”

  “헐.”

  “쯧. 좀 안타깝긴 하지만 죽음이란 건 누구에게나 공평한 거니까요. 이 경우는 저희측의 명백한 실수이기 때문에 아마 조치될겁니다. 시일이 얼마나 걸릴지는 장담 못 드리겠지만 아마 다시 살아나실 수도 있어요. 아, 물론 원래 가지고 있던 그 육체는 아니고요. 이미 썩었든 화장됐든 처리가 되었을 테니까 말이죠.”

  “...... 그럼, 원래대로 처리되면. 제가 살아나면. 그 아기랑 그 부모님은 죽는다는 거에요?”

  서류를 정리하며 대수롭지 않게 공무원이 말한다.

  “그렇죠. 원래대로 진행되어야 하니까요.”

  “...... 그건 너무 불쌍하잖아요. 그 아기도, 그 부모도.”

  “그러긴 하지만, 뭐 어쩌겠어요. 죽음이란 건 누구에게나 공평해야죠. 오는 데는 순서 있어도 가는 데는 순서없다는 말 아시죠? 이게 정해진 운명인 걸요? 어쩔 수 없는 거에요. 누가 대신 죽어줄 것도 아니고. 은라씨도 살고 싶을 거 아닙니까.”

  탁탁. 서류를 정리해서 다시 봉투에 넣은 뒤 공무원이 또 컴퓨터를 만지작거리며 말한다.

  “동명이인으로 잘못 죽게 된 거에 대한 사실 확인 됐고, 이에 대한 보상과 대처를 요구하는 진정서 넣고. 또 실제 죽어야할 이은라씨와 그 가족들에 대한 사망명부 다시 발급하고. 좀 순서랑 진행이 복잡하긴 하겠지만 최대한 빨리 해드리겠습니다.”

  타닥타닥. 키보드를 두드려가며 저승 공무원이 대답했다. 이윽고 슥슥 출력되어 나오는 서류들. 그 서류들을 한데 모아 정리한 뒤 집게로 집은 후 공무원이 은라의 서류 봉투에 넣는다. 그리고 그걸 은라에게 내민다.

  “받으세요. 서류 접수하고 처리될 때까지 여기서 기다리시구요.”

  “오래 걸리나요?”

  “좀 걸릴 거에요. 일단 가장 먼저. 저승사자가 동명이인을 잘못 잡아왔다는 거에 대해서 신고가 들어가고 접수된 후 일을 집행했던 저승사자들 측에서 한 번 더 확인이 끝나야 하거든요. 그 다음에 어디서 잘못됐나 조사도 하고, 은라씨를 위한 보상도 의논되어야 하고. 여튼, 그 신고가 일단 접수 완료 되어야 다른 절차들이 실행되기 때문에-”

  도중에 은라가 공무원의 말을 끊고 묻는다.

  “그거. 그 제 동명이인 잡아오는 거. 그것도 신고가 끝난 다음에 실행된다는 거죠?”

  “네. 그래서 정말 한참 걸릴 거에요. 아마, 그렇기 때문에 이은라씨 본래의 육체로 다시 돌아가시는 건 무리일 겁니다.”

  “...... 네.”

  “네. 그럼 차분히 기다려주세요. 다음분!”

  공무원이 버튼을 누르자 쨍, 하고 공무원 머리 위에 있던 숫자 전광판이 바뀐다. 은라가 자리에서 일어나기도 전에 부리나케 달려와 서는 다음 영혼. 은라는 뭔가 더 물어보고 싶은 게 있지만, 다음 영혼이 벌써 와서 기다리고 있자 어쩔 수 없이 그냥 나온다. 터덜터덜. 은라는 공무원이 준 서류 봉투의 무게를 느낀다. 안 그래도 두툼한데 한껏 더 두툼해진 봉투.

  “찝찝해. 내가 잘못한 건 하나도 없는데..... 너무너무 찝찝하다.”

  봉투를 한껏 끌어안으며, 늘어난 봉투의 무게만큼 은라는 한층 마음이 무거워진다는 생각을 한다.

 어쨌거나 별 도리가 없기에 은라는 또 다시 봉투를 껴안고 구석자리로 가 주저앉는다.

 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거야? 하는 짜증보다는 또 다른 '이은라'의 운명이 제 손 안에 있다는 사실에 맘이 좋지 않다.

 "어떡하지."

 손톱 끝을 박박 문지르며 울상인 은라. 이를 어쩌나. 이 이은라, 죽어서야 일생일대의 고민에 빠지고 만 것이다.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8 8. 식사 후엔 목욕! 그런데...2 2017 / 12 / 5 277 0 6908   
7 7. 식사 후엔 목욕! 그런데...1 2017 / 12 / 5 275 0 4106   
6 6. 저승의 10첩반상 2017 / 12 / 5 261 0 5577   
5 5. 선택의 시간2 2017 / 12 / 5 228 0 4694   
4 4. 선택의 시간 2017 / 12 / 5 259 0 4025   
3 3.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2017 / 12 / 5 264 0 3531   
2 2. 예기치 못한 만남 2017 / 12 / 5 252 0 6830   
1 1. 사망사유 : 동명이인 2017 / 12 / 5 425 0 829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