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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21세기 조선스캔들
작가 : 달빛별
작품등록일 : 2017.12.4

헬조선을 살아가는 21세기 취업준비생 여자와 연산군 시대에 태어난 사림파 가문의 남자가 만나다!

난세시대 출신의 은오와 삼포세대 출신의 지민은 시대를 뛰어넘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만나게 된다. 그들은 시간이 흘러 함께 지낼수록 점차 서로의 상처를 돌아보고, 스스로의 못난 모습도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두 청춘 남녀의 시대를 넘어선 로맨스 판타지.

 
제 1화, 21세기 삼포세대 구 양과 난세시대 김 군
작성일 : 17-12-04 19:20     조회 : 424     추천 : 0     분량 : 6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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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 1화, 21세기 삼포세대 구 양과 난세시대 김 군.>

 

 

 이를 악문 채 달렸다.

 

 “역적의 자식이 저기로 향했다!”

 

 숨이 턱밑까지 차올랐다. 칼이 스쳐 지나간 등자락이 뜨거웠다.

 

 다친 어깨를 붙잡았다. 벌어진 상처에서 묻어나온 진득한 피가 손을 적셨다. 이 정도 상처면 지나온 자리 역시 붉은 핏자국으로 수놓아 있을 게 뻔했다.

 

 “죄인 김은오를 잡아라!”

 

 멀지 않은 곳에서 바싹 뒤쫓아 온 자들의 음성이 들렸다. 평소 단정하게 차려입었던 비단 옷자락이 걸음을 디딜 때마다 구겨지고, 찢겨졌다. 그렇지만 이를 신경 쓸 겨를조차 없었다.

 

 ‘혜오와 어머니는 무사히 달아났을까.’

 

 여동생과 어머니가 반대 방향으로 달아나는 것까진 확인된 사실이었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두 사람의 도주로를 열어주느라 은오 본인이 미끼가 되었기에, 그는 더 이상 모녀의 생사를 알 길이 없었다.

 

 ‘그래, 무사하실 거다.’

 

 은오가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걱정은 잠시 밀어둬야 할 때였다. 진정 도움이 되고자 한다면 악바리처럼 달려 관군으로부터 멀어지는 게 먼저였다.

 

 어머니와 동생이 달아날 시간을 최대한까지 벌어주는 것. 은오에게 있어, 그보다 중요한 일은 존재하지 않았다.

 

 ‘조금만 더, 부디.’

 

 그는 속으로 기도했다. 그러나 일평생 문예에만 몰두해 온 은오가, 검을 잡으며 자라온 자들을 따돌리는 것이 쉬울 리 없었다.

 

 더 달려야 하건만, 체력은 바닥까지 고갈되어 있었다. 걸음이 차츰 느려졌다. 은오는 가빠진 숨을 토하며 멈춰 섰다.

 

 “헉, 허억….”

 

 힘 풀린 그의 다리가 휘청거렸다. 꽤 멀리까지 도망쳐왔다 생각했는데, 관군들은 벌써 코앞까지 다다라 있었다.

 

 “상처를 입었으니 멀리 가진 못했을 것이다.”

 

 부스럭거리며 풀숲을 헤집는 소리가 근처에서 들려왔다. 더는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은오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진정하려 애썼지만 헐떡이는 숨은 본래 호흡을 되찾지 못한 상태였다.

 

 ‘이제 나도….’

 

 고개를 젖히자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것이 목덜미를 타고 비 오듯 흘러내렸다.

 

 ‘아버지를 따라가겠구나.’

 

 횃불이 어른거렸다. 일어서기 위해 바닥을 디뎠지만, 몸은 이미 은오의 통제권에서 벗어난 후였다. 그는 종잇장처럼 일어났다 쓰러지기를 반복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누적된 피로가 덮쳐왔다. 사흘 밤낮을 걱정스레 뜬 눈으로 지새웠던 탓이었다. 눈꺼풀이 자꾸만 스르르 감겨 내려갔다.

 

 ‘아냐, 버티자.’

 

 은오가 이를 악물고 바닥을 짚었다. 조금만 더, 살기 위해 조금만이라도 악착같이 버텨야 했다

 

 그는 마지막 힘을 다해 풀숲을 짚고 몸을 움직였다. 손에 가시가 박혀 따끔거렸다. 그러나 여기서 굴할 순 없었다. 은오는 기어가면서 관군의 포위망으로부터 달아나기 시작했다.

 

 어두운 시야 탓에 몇 걸음 떼지도 않았는데 나뭇가지가 사납게 얼굴이 찔러왔다. 생채기가 남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참 이상한 일이었다. 은오는 이상할 정도로 스스로가 꼭 살아남을 것 같았다. '그랬으면 좋겠다'는 바람 따위가 아니었다. 이것은 확신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그때였다.

 

 ‘저건 뭐지?’

 

 난데없이 화려한 등불이 눈앞에서 아른거리며 몽롱한 정신을 깨웠다.

 

 눈부셨다. 어둠 속에서 그것은 유일한 빛처럼 찬란했다. 불꽃도 아닌 것이 난생 처음 접하는 희한한 불빛 색을 냈다.

 

 은오가 혹 잘못본 건가 싶어 두 눈을 깜박였다. 그러나 그것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그의 근처에 머물러 있었다.

 

 호화로운 나비 문양이 새겨진 그것이 눈이 시리도록 휘황찬란한 빛을 비추었다. 바람에 휘날리듯 빛은 좌우로 흔들렸다.

 

 ‘도깨비불인가?’

 

 언젠가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산 속 깊은 곳에 나타나는 도깨비불을 보면 단번에 달아나야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홀려 죽게 될 것이라며.

 

 ‘어디로 가건, 죽을 목숨이라면.’

 

 그는 손쉽게 결정을 내렸다. 고민 같은 건 목숨을 부지할 만큼의 여유 있는 자들에게나 주어지는 거다.

 

 진정 생사의 갈림길에 선 이가 내릴 수 있는 결정은 단 하나뿐이었다.

 

 은오는 마지막 힘을 다해 빛을 향해 몸을 움직였다. 모순되게도 가깝지만 멀게 느껴졌다. 그가 큼직한 손을 뻗었다.

 

 “아….”

 

 탄성이 터져나왔다.

 

 맞닿는 순간, 상상 이상의 따스함이 그의 손바닥을 타고 느껴졌다. 그것의 정체를 제대로 확인도 하기 전에, 제대로 눈을 뜨지 못할 정도의 환한 빛이 일었다. 눈가가 따갑게 죄여왔다.

 

 은오는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 * *

 

 「때는 1498년, 연산군 즉위 4년째였다.

 

 “전하! 사림을 내치십시오!”

 

 평탄할 날이 없던 조선에 첫 번째 피바람이 몰아쳤다.

 

 훈구파와 사림파가 대립하던 시기, 유자광 중심의 훈구파가 연산군에게 ‘사초’를 아뢴 것이 바로 그 시작이었다.

 

 아뢴 내용은 이렇다.

 

 김일손이 사초에 삽입한 김종직의 조의제문(弔義帝文).

 

 이는 ‘세조가 단종으로부터 왕위를 빼앗은 일’을 비방한 것이며, 그 속에는 세조의 비행(非行)과 관련된, 왕실의 입장에서는 민감한 문제이자 또 불손한 내용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원체 선비들을 싫어하던 연산군은 이를 계기로 김일손 등 사림파를 심문한다.

 또한, 김종직이 선동한 것이라 여겨, 이미 죽은 김종직의 시신을 관에서 꺼내 목을 베기까지 하니….

 

 이 사건이 바로 '무오사화'이다.」

 

 지민은 탁, 소리를 내며 굳이 바깥까지 끼고 나왔던 한국사 책을 덮었다.

 

 “무오사화? 뭔 놈의 사건이 이렇게 많아. 암기하기 헷갈리게.”

 

 쉴 새 없이 불평을 토로하며 지민은 눈을 감았다 떴다. 작은 글씨를 읽다 보니 눈이 금방 피로했다.

 

 “외울 건 또 왜 이렇게 많아서….”

 

 도르륵 눈동자를 굴리며 눈 운동을 하고 있자니 익숙한 현수막이 지민의 시야에 들어왔다.

 

 하얀 바탕의 현수막 위로 검고 붉은 글씨가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었다.

 

 <무엇을 잘못했던가요. 대체! 우리 청년들이 무엇을 잘못했기에!>

 <그거 아십니까? 우리는 세 가지를 포기했습니다.>

 <연애 포기, 결혼 포기, 출산 포기!>

 

 누군가가 그랬다. 요즘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너희들이 복 받은 거라고.

 

 참신한 개소리였다. 지민은 그런 말을 지껄이던 사람들이 그렇게 한심스러울 수가 없었다.

 

 노력만 하면 다 되는 세상? 웃기고 있네.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향해 한 가지만큼은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다.

 

 그래서 요즘 청년 실업률이 얼만지는 아세요?

 자그마치 11.1%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며, 우리 사이에서는 신조어도 탄생했어요.

 그게 뭘 의미하는 진 아세요?

 

 “헬조선!”

 

 지민이 테이블을 박차고 일어나 소리쳤다.

 

 순간 지나가던 모든 이들의 시선이 지민을 향했다.

 

 민망할 법도 한데 지민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 헬조선이라 불린다고!”

 “… 언니는 매번 그런 식으로 열 내면 안 지쳐?”

 “아니, 얼마나 살기 끔찍하면 지옥 조선이라고 불려? 어? 내가 이렇게는 못 산다. 그냥 확!”

 

 그러면서 팔을 휙휙 걷어 올리자 수정이 기겁하며, 열이 바짝 오른 지민을 말렸다.

 

 “아, 언니! 진정 좀 해!”

 “네가 취준생의 슬픔을 알아? 응?”

 

 울컥 소리치는 지민의 입에 수정이 급하게 음료 빨대를 물렸다.

 

 달콤한 생과일주스가 지민의 목구멍을 타고 넘어갔다.

 

 “동생아.”

 

 다시 앉아 불퉁하게 턱을 괸 지민이, 맞은편에 앉은 수정을 응시했다.

 

 “내가 어쩌다가 이 꼴이 됐을까?”

 

 신세를 한탄하며 지민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뱉었다.

 

 “취업이 어렵다, 어렵다 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 누가 알았겠냐.”

 

 스물여섯 먹은 취업준비생이 되기 전까진 까마득하게 몰랐던 이야기들이었다.

 

 취업률이나 자기소개서 따위의 골치 아픔은, 청춘들이 살벌하게 벌이는 취업 전선에 뛰어든 후에야 실감하기 시작한 것들이었다.

 

 자그마치 3년째였다. 작가라는 꿈도 이루지 못하고, 그렇다고 취업 자리를 구한 것도 아닌 상태로 공부와 알바에만 주야장천 매달린 지가.

 

 졸업 시즌 때만 해도 지민은 기대하고 있었다. 높은 학점과 다양한 활동 경험, 어학 능력 등이 그녀를 단단하게 지탱해주리라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민이 채 고려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지민만 그리 준비한 것이 아니었다. 모두가 그 정도는 거뜬하게 쥐고 있던 이력서의 한 줄이었던 거다.

 

 그러니 잘 될 턱이 있나. 취업은 개뿔. 모든 게 헛꿈이었다.

 

 현재 제 꼴은, 아는 동생 알바 대타를 뛰게 된 3년산 백수일 뿐이었다.

 

 “언니도 참, 이 좋은 날에 왜 이러셔?”

 

 수정이 지민의 손에 음료를 쥐어주며 거듭 달랬다.

 

 “그래서 이 좋은 날에 백수인 언니를 불러내서 굳이 이런 부탁을 하고 싶어?”

 

 음료가 탄산인 것을 확인한 지민이 캔 뚜껑을 따며 말했다.

 

 “에이,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것보단 이렇게 바깥 공기 쐬는 게 낫잖아?”

 

 수정의 말이 맞았다. 오늘 수정의 연락이 없었다면, 2주째 집에만 틀어박혔을 거다.

 

 “그래, 그럼 줘.”

 

 웬일로 지민이 군말 없이 손을 내밀었다.

 

 이 언니가 무슨 바람이 불었데?

 

 수정의 입이 둥그렇게 말렸다.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지민은 재촉하듯 손을 휙휙 흔들었다.

 

 “여기.”

 

 수정은 종이 가방에 담아뒀던 아르바이트용 성균관 유생 복을 꺼내 지민에게 내밀었다.

 

 그러나 알바 대타를 뛰어준다던 지민은 유생 복은 받질 않고 손바닥만 보이며 팔랑거렸다.

 

 “선불이다?”

 

 그럼 그렇지. 요 며칠 새 돈에 쪼들린다고 한탄하던 지민이 어쩐지 군말 없이 부탁을 들어준다 싶었다.

 

 수정이 입을 비죽이더니 지갑에서 7만 원을 꺼내 지민의 손 위에 탁, 소리 나게 얹어주었다. 그제야 지민이 씩 웃음 지었다.

 

 “오케이. 접수.”

 

 하고 말하며, 돈을 주머니에 구겨 넣은 지민이 유생 복을 받아 들었다.

 

 * * *

 

 지민은 성균관 유생모를 머리 위에 얹으며, 다시 한 번 옷깃을 다듬었다. 하얀 바탕에 새파란 비단을 걸친 차림이 생각보다 깔끔하고 예뻤다.

 

 “꽤 예쁘네.”

 

 유생 복장으로 행사를 돕는 것이 오늘 하루 지민에게 주어진 역할이었다. 돈 때문에 떠밀려서 오긴 했지만 나름대로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단 예감이 들었다.

 

 지민은 마지막 점검 차, 거울 속 본인의 모습을 꼼꼼하게 살폈다.

 

 “행사 도우미분들 모두 앞으로 모여주세요!”

 

 알바생들을 부르는 안내자의 음성이 들려왔다.

 

 ‘늦으면 혼날라.’

 

 지민은 서둘러 거울에서 시선을 뗀 후, 탈의실 밖을 나서기 위해 문고리를 잡았다.

 

 전혀 이상함을 감지하지 못한 채 문고리를 돌려 당기려는 찰나, 무언가 지민의 발목을 덥석 붙잡아왔다.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이라 예상하지 못한 채 방심하고 있던 지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지? 뭐야?

 

 잔뜩 놀란 그녀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눈을 감으며 냅다 비명을 내지르는 게 전부였다.

 

 “으아아악!”

 

 순간 서늘한 밤바람이 솜털이 솟은 볼을 따끔하게 스쳐가는 착각이 일었다. 늦가을의 쌀쌀함을 맞은 것 마냥 몸이 으슬으슬 떨렸다.

 

 지민은 감았던 눈을 번쩍 떴다. 빛 몇 점이 왔다 갔다 하는 걸 제외하곤 주변은 완전하게 캄캄했다.

 

 분명, 금방까지 탈의실 출입구 앞에 서 있었는데 이게 어찌 무슨 일이지?

 

 눈앞에 펼쳐진 낯선 풍경에 지민이 고개를 좌우로 두리번거렸다. 탈의실 시멘트벽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울창한 나무가 우거진 숲 한복판이 서 있었다.

 

 환시(幻視)인가 싶어 제 눈을 비볐다.

 

 “나 어디 아픈가…?”

 

 갑자기 쓰러져서 잠이라도 든 걸까?

 

 지민은 제 볼을 더듬거리다가 꼬집었다. 꿈이라는 생각에 제법 세게 당겼기에 아픔을 동반한 신음이 절로 터져 나왔다.

 

 “도와….”

 

 눈물을 찔끔 흘리는데, 발치에서 난데없는 음성이 들려왔다. 뒤늦게 발목을 붙들고 있는 손길을 의식한 지민이 천천히 시선을 떨어뜨렸다.

 

 “읏, 살려 주시오….”

 

 지민은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제 입을 틀어막았다. 피범벅이 된 남자가 핏줄이 바짝 선 손으로 지민의 옷자락을 붙들고 있었다.

 

 ‘이, 이게 무슨?’

 

 지민은 말을 잇지 못했다. 난생처음 보는 풍경이고 말고를 떠나, 눈앞에서 사람이 죽어간다는 것 자체가 충격이었다.

 

 남자는 말을 더 이어가지 못하고, 시뻘건 핏덩어리를 토했다.

 

 창백하게 질린 낯의 그는 그녀가 마주한 상황만큼이나 낯선 옷차림이었다. 어두워서 자세히 보이진 않지만 조선시대 복식과 닮아있었다.

 

 “꿈?”

 

 상황 자체가 믿기지 않아, 지민은 두 눈을 비볐다. 눈앞이 흐릿해졌다.

 

 “아, 그럼 그렇지. 꿈이지.”

 

 지민이 주문을 외듯 중얼거렸다.

 

 두어 차례 눈꺼풀을 느릿하게 깜박였을 땐 낯선 숲 속도, 서늘한 밤공기도 모든 것이 환상이라는 양,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지민은 변함없이 단 한 발자국도 옴짝 않은 채 탈의실 출입구 앞에 서 있었다. 퀴퀴한 냄새가 풍겼고, 높다란 창문 틈에서 오후의 환한 빛줄기가 정수리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 발목에선 여전히 온기가 느껴지는 거지…?

 

 “꾸, 꿈이 아니야?”

 

 지민이 발목에서 느껴지는 손길에 학을 떼며 경악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꿈이 아니라고?!”

 

 급하게 내리깐 시선 아래로 남자가 보였다.

 

 지민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남자는 눈을 씻고 봐도 환상이라도 믿었던 현장에서 마주 했던 자였다.

 

 피에 젖은 것도, 괴상한 옷차림도 그대로였던 그는 지민을 흐리멍덩하게 올려다 보다, 곧 까무룩 정신을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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