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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청천무가: 푸른 하늘에 노랫소리 들리지 아니하고,
작가 : TeamVariation
작품등록일 : 2017.11.30

靑天無歌
Present by Variation

방대한 발타 연대기의 시작에 어울리는 동목 대륙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인물간의 첨예한 대립과 갈등.
Variation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여러분께 명품 판타지를 제공해드립니다.

 
제 1 장: 염방 (1)
작성일 : 17-11-30 07:12     조회 : 623     추천 : 4     분량 : 5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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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이 맘 때의 고천은 북방 특유의 차가운 성질이 온 곳에 가득하다. 한낮에는 공기가 가벼워 옷 사이를 헤집으며 살을 할퀴어 뼈를 아리게 하고, 밤이 되면 무겁게 내려앉은 하늘에 소리가 멀리 가지 못해 새벽이 쉬이 오지 못한다.

 

  그러나 객들이 말하기를 고천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서라면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겨울에 방문해야 한다고 한다. 멀리 고천산맥 능선으로 소복이 쌓인 눈이며, 절벽 가로 아랑곳하지 않는 고천송(松)이며, 미려하게 자리 잡은 천검성의 진미는 오직 겨울에만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초동의 끝 무렵, 밖에서 실례를 하는 어린아이의 오줌보를 얼리는 추위가 찾아 오는 새벽에 천검성은 그 특유의 고고함을 잃고 때 아닌 분주함으로 가득했다.

 

  염방은 벌게진 눈으로 가주 곁에서 며칠 밤을 새우고 있다. 우직하게 뜬 눈으로 버티는 그가 부쩍 수척해 보인다. 그가 안쓰러운 것인지 천율방이 어깨를 짚으며 고생이 많다 다독인다.

 

  천율기는 그 꼴이 눈꼴 시기만 하다. 가모의 방에서 간간히 찢어지는 소리가 들려올 때면, 앞에서 몸을 부들부들 떠는 게 볼썽 사나워 조용히 혀를 찼다. 사뭇 여유로워 보이는 그녀는 이미 몇번의 출산 경험이 있었고, 애초에 참석하기 싫은 자리에 정천회 회주의 의무감과 사사로이는 가주의 사촌 누이라는 관계로 인해 와 있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제 아무리 가모라 하더라도 어디 근본 없는 민가의 여식이 출산한다는 소식에 무거운 발을 옮기지 않았을 터였다.

 

  내심 대견하다는 생각도 했다. 들어보니 어느 촌로 밑에서 배움없이 자란 듯한데, 나름 안주인으로 자각도 하고 있는 것도 같고, 뒷말도 없었다. 오라비인 염방이란 놈도 가진 거 하나없이 온갖 암투가 난무하는 천부에서 어떻게 장로회를 견제하는 세력을 만들어낸 걸 보면 범상치 않기는 한 가 싶다. 그래도 눈에 거슬리는 건 염방 놈이나, 동생 년이나 사사건건 치고 따지는 꼴이 복창을 긁기 때문이다. 염방을 중용하는 가주의 의도를 모르는 것은 아니나, 그녀로서는 같잖아 보이기만 하다.

 

  “별 걱정하지 마오. 본인도 그러했고, 초산인 여인네들은 진통이 길어지면 이틀이고 가는 사람도 있다고 하니.”

 

  그래도 가주의 옆인지라 혀만이라도 굴려, 맘에 없는 말을 뱉는다. 천율방이 퍽이나 믿음직스럽다는 듯 이리 자리를 지켜 주어 고맙다 이죽거렸다. 비릿하게 씰룩거리는 입꼬리가 무얼 뜻 하는지 명확하여, 마냥 귀엽다 하기에도 배알이 꼴렸다.

 

  천율방이 등을 보이며 염방에게로 다가가 '그러하다니 일정도 있을 터인데 들어가 쉬는 것이 어떻겠냐' 물었다. 강아지 마냥 끼고 도는 것은 제 보라고 하는 짓임이 분명하다.

 

  염방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염방에게는 지옥 같은 기다림이다. 당장 산모의 부군이 옆에 자리하고 있지마는 유독 손에 땀이 차는 이유는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의 첫 출산이라는 감상적인 이유 가 아니라 뒤에서도 느껴지는 천율기 저 작자 때문이다. 야심한 밤 귀한 발로 상천당까지 납신 이유가 어린 가모의 첫 산고가 걱정되어서 이겠는가? 자그마한 문젯거리 하나 없을까 하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하기사, 눈엣가시 같을 거다. 그러나 어떻게 이곳까지 왔는지 생각하면 양보하고 싶은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다. 버텨내고, 오르고 올라 저 독한 년의 표정이 끝에서는 무너지고, 발 아래 무릎 꿇은 모습을 보고야 말 것이라. 염방은 그런 마음으로 버티고 있었다.

 

  하진은 산모가 아니었으나, 그보다 땀은 더 많이 흘린 듯이 얼굴만 노랗게 떠 있다. 벌써 하루, 이틀을 넘어가는 진통에 곁을 지키는 맹노라는 시녀나, 자신이나 진이 다 빠졌다. 달이 머리 위에 있을 때에는 산모가 까무러쳐 강제로 깨우기도 하였다. 중음에는 강제로 출산을 시행하는 의술이 있다고 하던데, 이번 일만 끝나면 무슨 수라도 내어 배워오고 싶을 정도로 그는 지쳐 있었다.

 

  이제는 산모의 건강보다 자신의 건강이 더 걱정이다. 산모야 진통이 잦아지면 휴식이라도 취하지. 귀한 가모님이시라, 감히 밑 사람들에게는 맡길 수 없고, 노구로 사투를 벌이고 있다. 그러니 모든 것들이 거슬리고, 혀끝이 아리다. 특히 꼭 제 딸이라도 되는 양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안절부절. 진통이 너무 길다는 둥, 위험한 것 아니냐는 둥 뭣도 아는 바 없이 되묻는 시비는 목을 졸라 틀어 치우고 싶었다.

 

  그러나 가모를 어린 시절부터 키운 사람이라고 하니 윽박지르면 뒷구녕이 간질거릴 것이다. 수건 하나를 들고 알맹이 같은 땀을 닦는 모습이 얼마나 지극 정성인지, 허나 하진은 그것이 또 불만스럽다.

 

  듣자하니, 어디 구석진 곳에 평범한 여식이었다고 하던데 오라비를 잘 만났다고도 하고, 미색이 극히 뛰어나 가주의 눈에 든 운 좋은 여인이라고 하기도 하고. 소문만 무성했지 무엇 하나 분명한 건 없었다. 그나마 가까이에서 가모를 봐온 하진이 판단하기에 뛰어난 미색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오라비를 잘 만난 평범한 인사라고 하기에도 그녀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분위기나 신비로움이 그냥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하진은 잠시 숨을 돌리며 처소를 둘러본다. 수수한 장식들은 얼마 없어도, 생전 보지못한 귀한 것들이다. 한편으로는 박탈감 비슷한 감정이 솟아 오르기도 한다. 자신은 뻔질나게 고생하며, 윗사람 눈치보고. 또 의원이라는 직책이 제 뜻대로 할 수 있는 것이던가? 까딱 잘못하단 환자보다 목이 먼저 떨어지기도 하는데. 이 여자는 뭔 복이 이리도 많은지. 제 처량한 신세에 한숨이 나왔다.

 

  맹노는 하진이 썩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었다. 어쩔 수 없다는 눈을 하고서, 한숨만 푹푹 쉬며, 가끔은 멍하게 방 구석구석을 살피는 눈초리가 믿음직하지는 않았다. 다만, 아가씨가 이제는 가모님의 신분을 가지고 있고, 신분이라는 것은 때때로 어떤 강제적인 효력을 발휘하게 되는 법이니, 저 의원도 아마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을 할 뿐이었다.

 

  맹노의 시선 끝에 숨만 억지로 이어가는 여자의 모습이 있다. 맹노는 감히 딸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비명에 간 부모님 대신하여 제 손으로 키워낸 자식이다. 아직 눈에 선하다. 겨우 발걸음 땐 아이가 처참한 몰골의 오라비 손을 잡고 대문을 두드리던 모습. 오라비는 소연이라는 이름만 남겨두고 어디로 가버렸다. 아이를 갖지 못한 보상이라 생각도 들어 내 핏줄인양 잘 보살폈다.

 

  어떤 날, 훌쩍 큰 오라비가 찾아와 그간 고맙다 이야기하며 금자며, 은자며 한 아름을 안겨주었다. 그 독기만 가득했던 눈이 이리 훌륭하게 큰 것이 대견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맹노는 보물을 받지 않았다. 욕심이 있다면, 아가씨가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는 게 다였다.

 

  수많은 이해관계들이 얽혀 있는 천부에서는 제 뜻으로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없다. 가모라는 신분이 생긴 이래로 그 좋아하던 풍광을 보러 불현듯 떠날 수도 없는 일이었고, 가끔 흥얼거리던 콧노래도 막혔다. 그나마 밤 중에야 아무도 찾지 않으면 종이와 필을 꺼내어 그림도 그려보고, 되도 않는 시도 써보고 하는 것이다. 나중에는 한 손으로는 잡을 수 없을 만큼 두껍게 쌓여 맹노에게 태우라 건네었다. 맹노는 그게 뭔 귀한 것이라고 장안에 곱게 여며 놓은 것 같긴 하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연이 이런 굴레를 뒤집어 쓴 이유는 부귀영화 때문은 아니었다. 어느날 문득 찾아와 결혼을 하라며 청혼서를 건넨 오라비 때문도 아니었고, 야망으로 가득 찬 지아비의 눈빛 때문도 아니었다. 그러고 보면 과연 그녀가 바라던 것이 있었나 생각이 들었다. 지금 고통이 엄습해 오는 이 순간도 그녀가 바라던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아직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고작 세번의 환절은 책임감을 갖기에는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다.

 

  땀과 눈물로 얼룩져 뒤얽힌 머리카락, 뒤집힌 흰자위 사이에 붉게 곤두선 실핏줄, 이가 나갈까 걱정되어 질끈 문 천. 생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몰골은 생을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며칠전이야 수치스러움에 다리를 벌리는 것이 꺼려졌다지만 진통에 버틸 수가 있어야지.

 

  의원에 말에 따라 숨을 내쉬고 들이시는 가운데 무엇인가에 순종한채 살아가는 것이 제 삶의 이유이고 목적인가 생각이 든다. 어쩌면 자신의 삶은 그 어떤 가치도 지니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닌가? 그녀는 언제나 타의에 의하여 좌우되는 지독한 운명의 소용돌이 중앙에 놓여져 언제고 전복될 것만 같은 작은 배와 다르지 않았다.

 

  그런 불안한 운명은 고통으로도 환원되지 못했다. 하지만 순간 산고를 이기지 못한 몸은 의지와는 다르게 아랫배로 모든 힘을 내보내는 듯 하다. 머리 끝으로 몰려오는 아찔한 쾌감 속에서, 소연은 밝은 빛과 마주했다.

 

  흐릿한 형태의 덩어리는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시야를 모두 집어 삼킨다. 덩어리는 때때로 그 모습을 달리하며, 원 과도 같았다가, 꽃 과도 같았다가, 바늘 같기도 하다. 아찔한 광경에 마땅히 쥘 것이 없던 소연은 닥치는 대로 무언가를 움켜쥔다.

 

  그리고 찾아오는 것은 말로 다할 수 없는 어떠한 해방감. 얼핏 먼 것만 같은 귀로 미세하게 아기 울음소리가 비집고 들어왔다. 소연은 아무런 준비 없이 한 생명의 어머니가 되어버렸다.

 

  아기의 울음 소리를 들은 염방은 눈을 질끈 감은 채 꽉 쥔 주먹을 스르르 풀었다.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그는 복도 한 켠에 기대어 있던 천율기의 반응이 사뭇 궁금하였다. 곁눈으로 바라본 율기의 표정이 참으로 볼만하여, 입꼬리가 말리는 것은 차마 막지를 못했다.

 

  천율방이 염방 가까이로 다가와 어깨를 꽉 움켜쥔다. 그의 심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것으로 자신은 염방에게 조금 더 힘을 실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저 유난 맞은 ‘고천의 재녀’는 쪽 도 못 쓴 채 뒷방에서 늙은 가슴만 축축 처질 것이다. 율방이 바라마지않을 광경이었다.

 

  그 모습을 한치 앞도 보지 못하는 어린 애의 기쁨이라 보면서도, 천율기는 불쑥 드는 불안감을 없애려 노력하고 있었다. 좋다. 후계가 태어났다. 그래서 저들이 천부에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를 근간이 생겼는가 하면, 그것은 아니다.

 

  자신은 여전히 정천회의 수장으로써 여론을 좌지우지할수 있었고, 별 되도 않는 인사들이야 쥐도 새도 모르게 묻어버릴 수도 있었다. 우애 좋은 형제 마냥 꼭 붙어있는 둘이 어떤 수작을 부려도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렇기에 아무렇지 않은 척 기뻐해줄 수 있었다. 마지막에 웃는 자가 승리하는 것이라는 걸 몸소 깨닫게 해줄 요량으로.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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