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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계약자
작가 : 잔디공원
작품등록일 : 2017.11.30

태평양 한 가운데 신기루처럼 고대성이 떠올랐다. 이계의 문명은 파괴적이면서 유혹적이었다. 세계는 고대문명을 중심으로 다각도로 변해갔다. 그리고 이계의 파괴자들이 나타났다.

 
희생의례
작성일 : 17-11-30 01:58     조회 : 376     추천 : 0     분량 :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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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태평양 주위를 멤돌던 비행기가 치첸이트섬에 내려 앉았다. 약 10년전만해도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섬, 치첸이트섬의 등장은 인류문명의 지각변동을 의미했다.

 

 한 남성이 불안한 눈동자를 하고 비행기에서 내렸다. 그의 심정을 대변하 듯 그의 가방 또한 잔뜩 구겨져 있었다. 짙은 안개로 한치 앞도 안보였지만 그는 알 수 있었다. 이곳 넘어 푸른 바다가 넘실거리고 있다는 것을. 이곳은 그에게 있어 마지막 희망이었다. 그리고 그 때 희망의 문이 그 앞으로 한 발자국 더 다가왔다.

 

 "먼 길 오시느랴 고생많으셨습니다. 저는 엘카스티요 성 집사 라르헬이라고 합니다. 편하게 라르라고 부르셔도 좋습니다. 참고로 라루라는 요리사가 있으니 발음은 정확히 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농담이야 뭐야.'

 

 남성은 라르헬이란 자의 가벼운 농담에 오히려 기분이 언짢았다. 여기 있는 사람들 혹은 적어도 자신은 관광차 온 것도 호기심에 발품을 판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이쪽은 이곳에 목숨을 걸었다고!'

 

 "그럼 여정으로 지치셨을텐데 우선 녹을 풀러 가시죠."

 

 집사 라르헬은 품격있는 자태를 유지하며 여행자들은 성내부로 안내하였다. 짙은 안개로 엘카스티요성 전체를 들여다볼 수 없었지만 드높은

  성문을 지나치는 것만으로도 성체의 크기를 짐작해볼 수 있었다.

 

 "이곳은 저희가 마련한 여행자님들을 위한 개별 방입니다. 이름이 걸려있으니 어렵지 않게 방을 찾을 수 있으실겁니다. 짐을 푸시고 아까 소개시켜드린 중앙계단 앞에서 15분까지 오시면 되겠습니다. 아, 참고로 성이 넓습니다. 단독행동하시다가 길을 잃으시면 곤란하실겁니다."

 

 집사가 사라지고 남성은 자신의 이름을 찾아 나섰다. 이중헌...이중헌... 흔한 이름이었지만 낯선 땅에서 보니 제법 운치가 있었다. 끼익. 객실 내부에 들어서자 이곳이 성(Castle)이라는 걸 실감했다. 고대 양식이 이런 모습일까? 상상력이 빈약한 자신으로서는 알 수 없으나 전에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 형태임은 분명했다.

 

 "이곳이 자는 곳이겠지."

 

 딱딱한 석제로 된 둥근 양식의 틀이 방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냥 봐서는 시멘트인지 아닌지 구별이 안되네.'

 

 확실한 건 온기를 전혀 느낄 수 없는 천연 돌이라는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화려하기 그지 없는 색감과 색체, 형태를 종잡을 수 없는 기하학적 무늬들이 그 주위를 애워싸고 있었다. 주인장 취미라면 존중해줘야 할 것 같았기에 그 옆에 짐을 내려놓고 방을 나섰다.

 

 이미 중앙계단 앞에는 방에서 나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너무나도 기괴한 방구조에 다들 한마디씩 거두며 자신들이 정말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있음을 실감했다.

 약속한 시간이 되자 집사 라르헬의 모습이 나타났다.

 

 "다들 모이셨습니까? 그럼, 중앙식당으로 자리를 옮기겠습니다."

 

 중앙계단을 기점으로 오른쪽 통로를 따라 걷자, 곧 중앙식당의 모습이 들어났다. 각 나라별 산해진미가 가득했다. 엘카스티요 요리사가 직접 배우고 익혔다는데 맛이 썩 괜찮았다. 그 후 진행된 일정에 남성은 자신이 이곳을 관광하러 온 건지 계약하러 온 건지 헷갈릴정도였다.

 

 "그럼 오늘 일정은 여기까지로 하겠습니다. 내일은 하루가 아주 길겁니다. 채비를 단단히 해주시기 바랍니다."

 

 라르헬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남성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내일 자신의 운명이 어떻게 소용돌이칠까 생각하며 차가운 석조침대 위에 몸을 눕혔다. 그리고 곧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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