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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접근의 의도
작가 : 햐뉴
작품등록일 : 2017.11.29

막장집안에서 태어난 외동아들 제경수
전생에 무슨 업보를 지었길래, 집안에는 온통 외면하고 싶은 가족 뿐
그러던 어느 날 경수에게 완벽한 남친이 생기게 된다
그러나 환경이 환경인지라 불쑥 의심부터 먼저... 너 나한테 접근한 의도가 뭐야?
너무 완벽한 남친 선우와 그런 남친이 못내 의심스러운 경수의 이야기

 
1. 가족 (1)
작성일 : 17-12-02 16:20     조회 : 349     추천 : 0     분량 : 5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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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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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부터 들려줄 이야기는 쪽팔리지만 우리 가족사다. 굳이 '쪽팔리지만'이라는 전제를 넣는 이유는, 내가 사춘기여서도 아니고(나이상으론 맞지만, 매우 성숙한 정신을 소유한 내게 사춘기는 가당치 않다.) 우리 집안이 야쿠자 집단이나 서민들의 등골을 빼먹는 고리 대금업에 대대적으로 종사해왔기 때문도 아니다. 그럼에도 저런 전제를 깐 것은, 진짜 '쪽팔려서'다.

 

  우리 집안의 염치없는 쪽팔림의 시초는 과연 어디서부터 였을까? 그 피가 징하게도 바뀌지 않는 걸로 보아, 처음 '제'라는 성을 쓰기 시작한 까마득한 조상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고 추정하지만, 그러면 이야기가 너무 길어지니 우리 할아버지부터 시초를 끊도록 하겠다.

 

  할아버지의 성함은 '제우스'다.'우스'라는 우스운 이름을 가졌지만 할아버지의 삶은 사실 그렇게 우습지만은 않았다. 아무것도 없었던 집안의 대들보를 일으킨 사람이 바로 할아버지였기 때문이다. 문지방을 바르던 할아버지는 전쟁 이후 자본주의와 기술발전에 대한 깊은 깨달음을 얻었고 밑바닥부터 시작해 돈을 모았다. 여기저기 몸으로 부딪히며 기른 직감으로 큰 사업을 벌인 결과 잘 나가는 벽돌 회사의 사장이 되었다. 그리고 그 벽돌 회사는 우리 아빠 대에 이르러 잘 나가는 건설회사가 되었다.

 

  그 때문인지 할아버지는 가끔 나를 보며 '그러니 경수 네 대에는 우리 회사가 우주선 제조회사가 될지도 모르겠구나.' 하면서 허허 웃으시곤 하는데, 안타깝게도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나는 경영에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으니까.

 

  아무튼 할아버지는 상당히 능력 있는 회장이었다. 그런 면에선 아무도 할아버지를 비웃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 말은 즉, '다른 면에서'는 가능하다는 얘기가 된다. 할아버지가 한 평생 '우스'운 그의 이름대로 충실히 산 분야가 있었으니... 바로 '여자'다.

 

  할아버지한테 무슨 여자? 하겠지만, 우리 할아버지는 사실 젊었을 적부터 둘째가라면 서러운, 끝내주는 바람둥이였다. 그리고 일흔이 넘은 지금까지도 주변에 여자가 끊이질 않는다.

 

  내가 여섯 살 때였나, 일곱 살 때였나.

 

  크리스마스였다. 당시 우리 집 남자어른들은 이날 번갈아가며 산타복장을 입고 밤 12시에 내 방에 몰래 들어와 선물을 놓고 가는 풍습이 있었다. 혹여나 자던 척 하던 내가 일어나 급습할 위험을 대비해서 말이다. 그런 치밀함 덕분에 나는 당시 산타가 실존한다고 믿고 있었고, 식탁 아래에 몰래 숨어 산타를 기다렸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심장이 주체할 수 없이 뛰었다. 나는 산타 할아버지에게 안길 요량으로 식탁 밑에서 튀어나갔다. 그리고... 상의가 찢긴 채 비틀거리며 들어오는 고주망태 할아버지를 볼 수 있었다. 할아버지는 상당히 취해있었고, 눈은 게게 풀려있었지만 행복해 보였다. 코가 너무 빨개서, 인간 루돌프라고 해도 믿음이 갈 것 같았다.

 

  그리고 어디다 버리고 오셨는지 산타클로스의 상징인 수염이 없었기 때문에 나는 단박에 산타클로스의 정체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당시 나는 순수했기 때문에, 늘 인자하게 웃던 할아버지의 충격적인 몰골보다 '산타클로스=할아버지'라는 공식에 더 쇼크를 받았다. 충격에 휩싸여 동작을 멈춰버린 나를 본 할아버지는 평소 내게 지어주던 너그러운 미소를 지으시며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건네셨다. 입에서는 술 냄새가 잔뜩 풍겼다.

 

  '선물이다.'

  '...?'

 

  선물은 전혀 익숙하지 않은 것이었다. 얇은 비닐 포장을 뜯자, 이상하게 생긴 풍선이 나왔다. 입으로 불었지만 쉽게 불어지지 않길래 이게 뭐냐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할아버지를 올려보자, 할아버지는 허허 웃으며 내 머리를 톡톡 두들기셨다. 그리곤 아리송한 한 마디를 남긴 채 방으로 비틀거리며 들어가셨다.

 

  '어른이 다 되었구나.'

 

  나중에서야 알았지만, 그것은 풍선이 아니라 콘돔이었다.

 

  그리고 할아버지의 산타 복장이 그렇게 뜯겨져 있던 이유도 알게되었는데... 알고 보니 할아버지는 일 년에 단 하루뿐인 크리스마스 날을 위해 산타 코스튬 한 채 자신의 비밀 연인과 '산타 플레이'를 실컷 즐기다 오신 거였다.

 

  뭐... 물론 처음 목적은 사랑하는 손주에게 멋진 크리스마스를 만들어주고 싶은 의도였겠지만... 음... 정말 그런진 모르겠지만 일단 그런다고 치자. 어쨌든 상당히 거침없고 호전적인 루돌프를 만난 덕에 할아버지는 그날 최고로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내셨다. 비록 옷은 사슴이 아니라 늑대한테 뜯긴 듯 너덜너덜한 넝마가 되어있었지만, 그렇게 행복해하는 얼굴은 처음 보았으니까.

 

  아무튼 이건 할아버지의 수많은 에피소드 중 하나일 뿐이고, 지금 역시 나이가 무색할 만큼 왕성하게 활동 중이시다.

 

  할아버지 이야기가 나왔으니 할머니 이야기가 안 나올 수가 없다. 당연히 저런 넝마 같은(?) 할아버지 때문에 할머니는 속을 끓이느라 젊음을 다 보내셨다. 할머니는 그래도 결혼 초반에는 할아버지가 언젠가 제정신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할아버지의 인생은 배신의 연속이었고, 참다못한 할머니는 여러 번 이혼을 결심했다.

 

  하지만 나쁜 남자보다 더 나쁜 남자가 무엇인가. 바로 '구질구질한' 남자다.

 

  할아버지는 할머니께 매달렸다. 세상에서 제일 애처로운 눈을 하고, 그보다 더 애절할 수 없는 오르세우스가 되어 매달렸다. 할머니는 알면서도 속았다. 도대체 왜 그러고 사냐는 주변인들의 말에 할머니는 당신들이 할아버지의 그 눈을 봐야 한다며(음... 봐도 딱히 모르겠던데?)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할아버지가 만약 사업을 하지 않았다면 필히 사기꾼이 되거나 천만 배우가 되었을 것이다.

 

  아무튼 사기꾼 같은 할아버지 때문에 할머니는 20년은 속아살았다가, 아빠가 성인이 되던 해에 도저히 못 참고 할아버지 면전에 이혼청구서를 던지셨다.

 

  할아버지는 그때도 할머니에게 매달렸지만, 할머니는 매몰차게 '걷어찼다.' 빈말이 아니라, 할머니의 다리를 붙잡고 늘어지는 할아버지를 진짜 걷어차셨는데 하필 바로 뒤가 2층 계단이었다. 할아버지는 신나게 구르신 뒤 전치 4주 진단을 받으셨고 할머니하고도 완전히 이별하게 되었다. 하긴 속아 산 세월을 생각하면 그 정도쯤은 매몰찬 것도 아니었다.

 

  이쯤 되면 눈치챘겠지만, 나는 할머니를 사랑한다. 할머니는 내게 있어 누구보다 중요한 분이시다. 할머니 역시 나를 사랑하셨고, 할머니는 당신의 자식들보다 손주인 내게 더 아낌없는 애정을 퍼부으셨다.

 

  부모님의 냉전으로 집 안 분위기가 말이 아닐 때마다 나는 할머니 집에 맡겨졌다. 냉전은 꽤 길었고 자주 반복되었는데 덕분에 나는 할머니와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할머니는 주름진 손으로 내 얼굴을 쓰다듬으며 '우리 새끼'란 말을 자주 하시곤 했는데, 그 말은 아직까지도 <내 인생에서 제일 듣기 좋은 말> 1순위 자리에서 밀려나지 않고 있다.

 

  현재 할머니는 조용한 전원에서 혼자 평화롭게 살고 계신다. 어쨌든 할머니는 '정말 한심하고 좋아할 수 없는 사람들'로 구성된 우리 집안사람들 중, 내가 유일하게 좋아하고 따르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다음은

 

 

 

 

  똑똑똑.

 

  나는 황급히 종이를 책상 서랍에 욱여넣었다. 등 너머에서 벌컥- 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간발의 차이로 들렸다. 벌어진 문 틈새로, 어정쩡하게 들이민 아빠의 얼굴이 보였다.

 

  "경수야..."

 

  아빠는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나를 불렀지만, 쉽게 다음 말을 내뱉지는 못했다. 우물쭈물 거리는 모양새를 보고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무슨 일이에요?"

  "그게 말야... 곧 있으면 네 생일이잖아?"

 

  아빠는 최대한 웃음을 감추려고 하는 모양이지만 그 때문에 움찔거리는 입가는 너무도 눈에 튀는 것이었다. 또 그 얘기 군... 나는 지겹다는 얼굴을 해 보였다.

 

  "아빠- 도대체 몇 번째에요? 내 생일은 아직 한 달이나 남았다ㄱ..."

  "한 달이면 눈 깜짝이지! 하나 밖에 없는 우리 아들의 생일인데. 아빠가 얼마나 고대하고 있다고."

  "..."

  "세계 최고로 멋진 생일파티를 치르게 해줄게."

 

  내 생일이 아니라 엄마를 고대하는 거겠지. 아빠는 들떠 보였다. 아빠의 기분이 좋은 건 뭐 나에게도 나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장소는 어디로 예약할까? 선상파티는 어때?"

  "지난 번에 예약했잖아요. 그리고 엄마랑 나랑 아빠 셋 밖에 없을 텐데 무슨 선상파티에요?"

  "저번 달에 예약한 건 '1차'야. 2차도 가야지? 그리고 셋이면 선상파티 하지 말란 법 있어? 오히려 더 멋질 거야. 아예 크루즈 여행처럼 1주일 여행은 어때?"

  "아니, 무슨 미친 소리에요. 생일은 겨우 단 하루라고요. 그리고 학교랑 회사는 어쩌고요?"

  "연가 내면 돼. 너도 체험학습 내라."

  "미친... 우리 둘이서 배를 타고 1주일이나 여행을 하자고요? 대서양이라도 가게요?"

  "둘이라니. 네 엄마까지 셋이지."

 

  아빠는 꿈을 꾸는 듯한 얼굴이었다. 두 눈 가득 낭만이 피어올랐다.

 

  "까만 밤하늘에 폭죽을 터트리는 거야. 케이크도 먹고, 맛있는 음식들도 먹고, 갑판 위에서 캠프파이어를 할 수도 있고. 그러다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초를 치고 싶진 않았지만, 아빠의 망상이 더 커지기 전에 현실을 깨닫게 해드리는 것도 자식 된 도리 중 하나일 것이다.

 

  "엄마가 '우리 가족의 일주일 여행'을 위해 연가를 낼 것 같아요?"

 

  아빠는 성인인데, 왜 아이보다도 더 감정 파악하기가 쉬운 것일까. 내 말이 끝나자마자 두 어깨가 축 처지고 시무룩하게 변한 아빠를 보니 어쨌든 현실로 데려오는데 성공한 것 같았다. 아빠는 누가 봐도 '나 실망스러워요...'를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아빠가 힘없는 목소리로 자조하듯 중얼거렸다.

 

  "... 그렇...겠지...?"

  "당연하죠. 어쩌다 그런 망ㅅ... 아니. 후. 어쨌든 선상파티는 진짜 말도 안 되는 계획이고요. 우리는 그냥 좋은 레스토랑에 가서 조용하게 밥이나 먹으며 생일을 치를 거예요. 지극히 보편적으로요."

  "... 그래, 그렇지..."

 

  아빠의 목소리가 기어들어가고 있었다. 자괴감으로 바닥을 기는 모습을 보니, 이제는 정신을 차려도 또 너무 차린 모양이었다. 후... 어째 당최 중간이 없어, 중간이.

 

  "그치만 그날은 엄마가 오잖아요."

 

  아빠의 얼굴에 다시 희망이 피어올랐다. 절대 아빠를 복 돋으려고 한 말이 아니다. 절대. 난 그냥 아빠의 짜증 나게 시무룩한 얼굴이 꼴 보기 싫었을 뿐이고, 또 내가 말한 것은 그저 객관적 예측일 뿐이다.

 

  "암튼 저 숙제해야 되니까 빨리 나가요."

  "그래, 알겠다... 아, 네 생일 파티 때 내가 입을 옷은,"

  "아, 아빠 옷은 아빠가 좀 골라요!"

 

  아들 생일파티인데 무슨 신경을 저리 써. 내가 인상을 쓰자, 아빠가 그제야 못이긴 척 "그럼 나중에 물어보러 올게."라고 하며 나가셨다. 나중에 다시 온다는 말보다, 나는 아빠의 얼굴에 떠올랐던 해맑은 웃음이 더 마음에 걸렸다.

 

  시끄럽게 굴던 아빠가 없어지자 방 안에는 다시 평안이 찾아왔다. 나는 의자 등받이가 거의 120도로 꺾이도록 등을 푹 기대었다. 의자가 꺾어지며 찌걱이는 소리를 냈고, 내 눈에는 내 방의 천장이 보였다. 아무 무늬도 없는 말간 천장.

 

  "... 하아... 씨발..."

 

  두 눈을 그냥 덮어버렸다.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햐뉴입니다 :)

 심사위원님들... 끝까지 봐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저는 제 글이 웹툰이나 웹드라마의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bl로 느끼실 수도 있지만 사실 bl을 첨가한 <성장물>입니다. <성장하지 않는 성장물>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제발 끝까지 봐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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