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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달과 미치광이 ( Luna, Lunatic. )
작가 : 홍블리
작품등록일 : 2017.11.26

그 밤, 그 달이 나를 미치광이에게로 이끌었다.
중전을 잃고 미쳐가는 왕과 영문도 모른 채 다른 세계로 이끌려간 여고생의 시공초월 로맨스!

 
01. 내가 시키는대로
작성일 : 17-11-26 21:50     조회 : 400     추천 : 0     분량 : 5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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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una, Lunatic. ( 달과 미치광이 )

 

 

 2017, 초겨울,

 

 그 날, 집에 돌아오는 길은 유독 신비로웠다.

 네 시간 동안 미술 학원에 박혀 있었다고 티라도 내는 듯 눌려있는 세 번째 손가락 첫째 마디의 살 같은, 다소 사소한 것들마저 크게 느껴지는 밤이었다.

 

 나는 그런 것이 좋았다. 밤의 찬 공기, 안개의 습도, 새벽의 외로움.

 꾸물거리며 집에 들어가는 것을 미루는 것도 바로 그 이유였다.

 그렇지만 이 밤의 분위기가 어떻고 간에 집에 들어가면 완전히 다른 세상이겠지.

 나로 인해 균열이 가버린, 차갑고 위태로운 세상.

 

 우리 집은 꽤 화목한 집안이다, 내가 학원을 가는 일주일에 이틀을 제외하면.

 나는 디자인이 하고 싶었다. 옷을 만드는 것으로 내 정체성을 표현하는 것이 좋았고, 그 옷을 다른 누군가가 입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뱃속이 간지러울 만큼 좋았다.

 하지만 그것은 나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디자인 학원을 다니기에는 우리 집이 그리 여유롭지 못했다.

 그래서 늘 내가 학원에 간 날이면, 내 꿈을 지지해주고 싶은 엄마와 현실을 직시하는 아빠가 싸우셨다.

 나는 물론 아빠도 이해했다.

 외동딸도 아닌 내가 돈 많이 드는 예체능을 선택한 것도 이기적인 것이었다.

 그렇지만, 철이 덜 든 나는 아직 이기적이고 싶었다.

 

 집에 들어가면 잠부터 잘 거야, 이 밤의 평화로움을 최대한 간직하고.

 아무리 집을 들어가는 것이 두려워 꾸물거린다 해도 많이는 지체할 수 없겠지, 미룬다고 부딪치지 않을 일이 아니니.

 나는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지금까지 꾸물거린 것이 무색할 만큼 빠르게 걸었다.

 

 걷다가 걷다가 착잡한 마음에 하늘을 올려다보니 초승달이 떴다.

 난 이름의 영향인지 어릴 적부터 달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걸 좋아했다.

 달님, 저 지금 집 들어가는데 제발 조용히 자게 해주세요. 제 이름도 달님인데 우리 같은 달님끼리 상부상조합시다. 나는 머리에 달 모양 핀까지 달고 다니잖아요.

 심지어 초승달 모양인데, 정말 달에게 소원을 빌어서 이루어진다면 오늘은 내 소원 제일 먼저 이뤄줘요. 집에 들어가면 조용히 잘 수 있게. 응?

 

 -

 

 그러나 집 문을 열자마자, 아니 집 앞에 도착하자마자 직시한 세상은 내 마음과 달랐다.

 내가 집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도 싸움을 멈추시지 않았다. 나 들으라고 일부러 더 싸우시는 건가.

 나는 조용히 내 방으로 들어왔다.

 문 밖에선 우리 애, 빚, 꿈, 학원비 따위의 말들이 방문을 두드렸다.

 내 꿈은 그런 것이었다. 현실에 가로막혀 허리를 펴지 못하는, 그런 어린아이.

 아-, 조용히 자고 싶었는데.

 달님을 원망스레 그저 노려보았다.

 내 방의 좋은 점이다. 창문이 크다는 것. 달님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

 

 “ 오늘도 조용히 자긴 틀린 것 같네요. 너무 소원이 소박해서 그런가? 책에서 보면 달님한테는 죽은 엄마가 살아 돌아오게 해주세요- 수준의 소원만 빌던데.

 그럼 난 뭘 빌지, 뭐... 여기서 사라지게 해주세요? “

 

 바로 그 순간, 무언가 깨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깨진 건 뭘까, 접시? 화분? 아니면... 평화?

 

 “ 조용히 자긴 진짜로 글렀군. ”

 

 한숨 섞인 말을 뱉고는 돌아서 침대로 오는 내 머리에 달린 핀은 대답이라도 하듯 반짝였다.

 이불 속으로 몸을 숨겼다. 제발- 눈 뜨면 다 사라지기를.

 

 -

 

 생각보다 너무 빨리 잠이 든 것 같다.

 너무 더웠다. 분명히 보일러는 틀지 않은 것 같은데. 아닌가?

 참고 자보려 해봐도 참을 수 없는 답답함에 난 이불을 홱 걷어찼다.

 누운 자세도 왠지 불편해 옆으로 돌아누웠더니, 웬 남자가 나와 마주보고 누워있었다.

 너무 놀란 나는 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그 순간 마치 순정만화처럼 이 남자도 눈을 떴다. 아무 표정이 없다.

 뭐야 이건, 웬 모르는 여자가 자기 옆에 누웠는데 놀라지도 않는건가?

 

 그 남자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뭐야, 꿈인가? 하긴 그렇겠지, 이게 말이 돼? 딱 보니 사극 컨셉인 것 같고.

 그 남자를 찬찬히 뜯어보았다.

 정말- 너무너무 잘생겼다. 듬직한 이마, 짙은 눈썹, 뚜렷한 눈, 깎아내린 듯한 코, 붉은 입술과 대조되는 흰 피부. 으, 너무 밝혔나.

 이렇게 잘생기신 분이 왜 내 꿈에 행차하신 걸까?

 하기야, 꿈이니까 행차하셨겠지.

 꿈속의 남자는 긴 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 하…. 또 보는구나, 도대체 하루에도 몇 번씩 너의 환영을 보고, 너의 꿈을 꾸는 것인지.

 오늘은 또 무슨 연유로 날 찾아왔느냐, 나를 유혹하려고? 나를 질책하려고? “

 

 뭐지. 왜 말하지? 내 꿈속의 인물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말을 한다.

 이게 자기 꿈속이란다. 이건 분명히 내 꿈인데,

 아 혹시 이게 그건가? 자각몽, 무의식의 반영? 평소에 사극 한 번 보지도 않는 내가 사극 꿈을 꾸고 싶어 했다는 건가

 

 “ 목소리를 들려주어라, 예전처럼 다정해 달라는 말은 않을 테니, 질책이라도 좋다. 원망이라도 좋아. 목소리를 좀... 들려 주거라. ”

 

 하고는 그 남자가 이불 속에서 손을 꺼내 내 얼굴을 쓰다듬었다.

 뭐야 이거, 이상해.

 그 남자도 나만큼이나 이상한 것을 느꼈는지 눈이 동그래졌다.

 

 “ 너... 너... 이젠 잡히기까지 하는 것이냐. 또 언제, 언제 사라지려고 이리 애를 태우느냐, ”

 “ ...어...어...음... 지금? ”

 

 목소리 좀 들려달라고 그렇게 애원을 하기에 들려준 것뿐인데 이 남자는 말을 잃었다.

 그리고는 허탈하게 웃었다.

 

 “ 아무리 네가 그립기로서니 이젠 환영도 모자라 환청까지 듣는구나.

 지금 사라지겠다고? 그럴 수는 없지. 어떻게 잡은 너를 이대로, 그럴 수는 없어. “

 

 아주 분명한 사극 컨셉을 가진 이 남자는 내 얼굴을 쓰다듬던 손을 뒤로 넘기고 내 뒷목을 잡아당겼다.

 그리곤 자신의 머리를 들어 올려 내게 천천히 다가왔다.

 그리고 입술이 천천히 닿았을 때,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뭐야 이거, 느낌이 완전 진짜 같은데? 물론 내가 아직 해본 적은 없지만, 그, 사람의 원초적 본능에 의지해서 봤을 때, 완전 진짜 같은데?

 

 혼란스러운 내 입술에 입술보다도 달달한 것이 와 닿았다.

 뭐야, 설마 지금 뽀뽀가 아니고 키스를 하는 거야?

 달달한 것은 윗입술과 아랫입술 사이를 거닐다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어 공간을 만들고는 그 사이로 무단 침입하더니 나를 막 놀려댔다.

 딱 그 표현이 맞는 것 같았다. 무단 침입, 놀려댔다.

 아 무슨 꿈이 이래, 욕구 불만인가? 으, 내 첫 키스.

 

 그런데도 이상하게 정말 내가 이 남자가 보는 환영인 것처럼 저항을 할 수가 없었다.

 겨우 들어 올린 팔은 그 남자의 어깨를 아주 힘없이 밀쳐내는 정도밖에 하질 못 했고, 그건 오히려 열심히 하라는 듯 어깨를 다독이는 쪽에 더 가까운 것 같았다.

 그러나 그마저도 그의 손에 잡혀 힘없이 깍지가 끼워지고 말았다.

 나는 어느새 아랫배가 간질간질 해지는 것을 느꼈다.

 어제 달 볼 때 느꼈던 기분인데, 손끝까지 간지러워지는 것 같았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눈을 감았다. 꿈인데 좀 즐기면 어때-.

 

 무슨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다급한 것 같기도 하고.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오로지 지금 이 좋은 기분을 조금 더 느끼고 싶었다.

 그런데 갑자기 목이 따끔거리고 아팠다. 그러다 점점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화들짝 놀라 입을 다물었다. 방금까지 나와 입을 맞추던 이 남자 또한 눈을 뜨더니 나를 확 끌어당겨 안았다.

 눈 깜짝할 새 그 남자의 품에 안긴 나는 시야가 가로막혀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 왕 앞에서 칼을 겨누다니, 이 무슨 경을 쳐도 모자랄 짓들이냐! ”

 

 칼, 칼이래. 와, 나 지금 칼 맞은 거야?

 

 “ 송구하오나 전하, 저희는 전하께서 이 여인의 형상을 한 부적에게 홀리실까 저어되어... ”

 

 세상에, 내가 부적이라니.

 

 “ 그게 무슨 소리냐. ”

 “ 예? ”

 “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 물었다. ”

 “ 송구하오나 전하, 저희는 전하께서... ”

 “ 그러니까, 너희 눈에도 황후가 보인단 말이냐? ”

 

 이번엔 황후라니, 환영이었다가, 부적이었다가, 이젠 황후라니.

 정말 예측 불가한 꿈인데?

 

 “ 예 전하, 하지만 전하께서도 아시다시피 폐비 윤씨는 이미 작년에 역적으로 몰려 자결하지 않았습니까. 더구나 요즘 민숙빈께서 전하께 부적을 쓴다는 소문이 파다하여... 정체가 밝혀질 때까지는 잠시라도 이 요물을 옥에 가둬두심이 안전하기로 아뢰옵나이다, 전하. ”

 

 응 그러니까, 내가 조선시대, 아니 고려시대 일지도 몰라. 어쨌든 옛날 옥에 갇힌다는 거지?

 처음 보는 남자랑 키스하고, 그러다가 칼 맞고, 그러다가 옥에 갇힌다고?

 빌어먹을 꿈, 왜 안 깨는 거야.

 

 왕이라고 불리운 이 남자는 나를 자기 품에서 놓아주었다.

 그러자 다른 큰 손이 내 옷 뒤를 잡고 확 당겼다. 아 이거 잘 늘어나는데...

 내가 이불 밖으로 나와 일어서자 내 주변 모든 사람들이 눈을 가렸다.

 심지어 아까 내 눈을 뚫어지게 보던 왕이라는 남자마저도 눈을 돌렸다.

 뭐야, 다들 내가 무슨 메두사라도 되는 것처럼 느껴지나.

 

 “ 보, 보, 보, 보십시오 전하. 여, 여인이 조신치 못하고 이리도 짧은 옷을 입는 것은 분명히 전하를 미, 미, 미혹하기 위함이 틀림없사옵니다. ”

 

 아… 맞다. 이거 사극 꿈이었지? 지금 다들 짧은 거 입었다고 부끄러워하는 건가?

 그럼 자기 전이었는데 뭘 어떡해. 나라고 내가 이런 꿈 꿀 줄 알았겠냐고.

 참 디테일한 꿈일세.

 

 “ 그, 그래 물론. 원이 네 말도 일리가 있긴 하지만, 황후의 말도 들어봐야 하지 않겠느냐. ”

 “ 전하, 이 자는 황후마마가 아니라고 제가... ”

 “ 쉿. ”

 

 왕이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내자마자 수군거리던 사람들은 모두 쥐 죽은 듯 조용해지고, 다들 나를 쳐다보았다.

 말하라는 건가?

 나는 천천히 상황을 되짚어 보았다.

 여긴 내 꿈속이다. 그것도 사극 컨셉, 여기 모인 내 꿈의 배우들은 내게 상황극을 함께 하자고 꼬드기고 있다. 맞춰주지 못 할 게 뭐가 있겠는가.

 

 “ 음, 나는 미래에서 왔어. 적어도... 150년은 지난, 그런 시대에서. ”

 

 사실 정확하지 않았다. 난 원래부터 한국사를 싫어했고, 이 곳이 삼국시대인지, 고려인지, 조선인지 알 수가 없었다. 물론 이 곳이 어디인지 알았어도 몇 년 쯤 전이었는지는 몰랐겠지만.

 내 충격적인 발언을 들은 왕과, 복장으로 봐서 호위무사, 내시들 정도로 보이는 남자들은 다들 입을 딱 벌렸다.

 그래, 너희도 충격이겠지.

 하지만 사춘기도 다 지난 나이에 열다섯 남자 애들처럼 몽정을 경험하고 있는 것 같은 나는 오죽하겠니? 아무리 외롭다고 해도 저런 잘생긴 남자를 꿈에 초대해 대뜸 키스를 하다니,

 그것도 첫 키스를, 무려 왕이라는 작자에게.

 아주 엄청난 외모지상주의+욕구불만+권력 욕심이지, 이건.

 

 멍하니 있던 왕은 말했다.

 

 “ ... 내가 시키는 대로 해라. ”

 

 그러자 갑자기 내 등을 움켜쥔 손이 목 뒤로 오더니 날 끌고 나가려고 했다.

 

 “ 어, 어, 어, 잠깐 잠깐. 왕인가 뭔가 아직 아무것도 안 시켰잖아. 왜 끌고 가! ”

 

 내 말에 또 다들 당황한 듯 보였다.

 유일하게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내 목 뒤를 잡은 호위무사가 말했다.

 

 “ 죽을 준비나 해라. 네가 부적이라면 갈기갈기 찢어놓을 것이고, 인간이라면 그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입을 찢을 테니까. ”

 

 와우... 말 한 번 살벌하게 하시는군요!

 그리곤 덧붙였다.

 

 “ 전하께선 눈빛으로 시키셨다. 널 옥으로 처넣으라고. ”

 

 엥? 저 남자가 언제? 난 전혀 모르겠던데? 이봐, 그렇게 막 네 맘대로 해석해도 되는 거야?

 내가 아무리 속으로 의문을 가져봐야 들릴 리 없었고, 눈 깜짝할 새 나는 옥에 가둬졌다.

 
작가의 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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