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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무제
작가 : 시예랑
작품등록일 : 2017.11.19

가뜩이나 힘든 세상, 오지랖까지 넓어 사람들에게 이리저리 치이며 고생하는 수호. 서로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세상, 사람과 깊게 엮이는 것 자체가 질색인 재인. 완전 반대성향인 이 둘의 유쾌한 로맨스.

 
1화 - 혼란의 시작
작성일 : 17-11-19 23:45     조회 : 356     추천 : 0     분량 : 3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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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헤어지자."

 

 "..뭐?"

 

 "헤어지자고."

 

 마른하늘의 날벼락이라고.. 그 날벼락이 수호에게 떨어졌다. 요즘들어 남자친구와 연락을 하면 답변이 서서히 늦어지고 만나는 것도 소원해지고 있었다. 같은 또래의 선생님들에게 고민을 상담했더니 마음이 식은 것 아니냐는 대답들뿐이어서 왠지 불안해지기 시작했는데 마침 그때 남자친구에게 오늘 꼭 만나자는 연락을 받았다. 오늘 꼭 봐야 한다는 말에 문득 달력을 확인했더니 혹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3.1

 

 작년 3월1일, 3.1절이라서 기억하고 있었다. 남자친구와 사귀게 된 날이었다. 그 후 1년이 지나 남자친구가 보자고 한 날도 3월 1일. 휴일이라 수호의 자취방에 놀러 온 절친 선생님도 이 이야기를 듣자 그 동안 연락 없던 것도 1주년 이벤트 해주려고 그런 거 아니냐며 옆에서 분위기를 띄웠다. 남자친구가 그런 걸 준비할 성격은 아니지만 혹시하는 마음이 생긴 건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벤트는 고사하고 결별통보라니..

 

 

 "하..왜? 이유가 뭐야?"

 

 "....나 좋아하는 사람 생겼어."

 

 

 어쩐지.. 연락도 뜸하고 이상하다 싶더니 바람이 났던 거였다.

 

 

 "좋아하는 사람? ...어떤 사람이길래?"

 

 "뭘 그런 걸 물어? ..일단 멋있는 사람이야. 그리고 능력도 좋아. 당연히 너보다 돈도 많겠고.. 몸매나 얼굴만 봤을 때도.. 너보다 더 좋아서 나도 모르게 끌린 것 같아."

 

 

 비교하지 못해서 죽은 귀신이 붙었나. 너보다..너보다..! 도대체 몇 번을 반복하는 건가.

 

 

 "그래? 그런 사람이 너를 좋아한대? 나 참, 어이가 없어서.."

 

 "어쨌든 이 말 하려고 불렀어. 아무튼 서로 연락하는 일 없었으면 좋겠다."

 

 

 평소에도 그리 살가운 성격은 아니었지만 한동안 안 봤다고 이렇게 냉담해질 수 있나? 수호는 자존심 상하고 분한 마음에 눈물이 고였지만 흘리지 않도록 눈이 찌푸려질 정도로 힘을 줬다.

 

 

 "야... 이거 하나만 묻자... 너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고 있냐?"

 

 "오늘?"

 

 

 테이블에 놓인 핸드폰은 힐끔 보더니 태평하게 답한다.

 

 

 "3월 1일..3.1절이네. 그게 왜?"

 

 

 역시 모르고 있다. 후우.. 그래. 이것도 일종의 이벤트라고 생각하자. 그것도 최악의 이벤트! 오늘이 무슨 날인지도 모르는 놈 때문에 울 필요도.. 마음 상할 필요도 없다. 어지간하면 참는 수호지만, 이때만큼은 그냥 이 자리에서 속 시원히 풀어버리고 끝내자 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폭발했다..

 

 

 "3.1절...잘 알고 있네. 이 개새끼야.."

 

 "......뭐? 이 개새끼? 너…너 말 다했어?!"

 

 "그래 말 다했다. 3.1절.. 좋은 날이지.. 앞으로 이 날은 내가 너 같은 새끼한테 해방되서 만세를 부른 역사적인 날이다!! 알아들어?! 너랑 끝나서 내 속이 다 시원하네!!"

 

 "와... 진짜 막말 장난 아니네.. 너 원래 이런 성격이었어? 그래도 예의상 직접 만나서 얘기해준 건데.. 이런 내 배려는 알고 지금 막말 하는 거야 너?!“

 

 

 알긴..전혀 모른다. 저렇게 뻔뻔한 성격이었나? 어처구니가 없어 반박하려고 입을 여는 순간 테이블 위의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린다. 수신자를 확인하던 전 남자친구, 김경복은 놀란 눈으로 수신이 꺼질까 급하게 통화를 누르고 전화를 받았다. 결국 무안해진 건 반박하려던 수호 자신이었다.

 

 

 "네! 재인씨. 통화 가능하세요? 아까 연락 드렸는데 바쁘셨나 봐요.. 네네.. 왜긴요 재인씨 얼굴 보고 싶어서 전화한 거죠. 드릴 것도 있고..."

 

 

 재인씨? 아까 말한 사람인가? 나보다 능력 있고 멋있고 돈 많고 몸매 좋다는 그...

 

 

 "마침 제가 재인씨 회사 근처 커피숍에 있었거든요. 네네.. 지금 볼일 끝나서 시간 괜찮으면 볼까 하는데.. 네네.. 그럼 제가 당장 갈게요."

 

 

 하아.. 아주 설설 기고 있다. 완전 푹 빠졌나 보네 이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몇 분전에 구 여친이 된 수호 앞에서 저렇게 행동하는 것은 마지막까지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통화를 끝내고 수호를 힐끔 보더니 가방을 챙겨 나갈 채비를 한다.

 

 

 "….재인씨? 그 사람이 네가 좋아한다는 사람이야?"

 

 "...알면서 뭘 물어?"

 

 "하...! 알면서?..."

 

 "아무튼 난 할 말 다했다. 그럼…. 잘 지내라."

 

 

 진짜 끝까지 더러운 꼴 보여주는구나.. 차라리 날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았을 것이다. 얼굴도 알지 못하는 여자와 내 능력, 돈, 외모, 몸매까지 비교당하며 자존심이 넝마가 될 바엔.. 최소한의 예의조차 지키지 못한 남자와 1년을 사귀었다는 사실이 어처구니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쯤 방금 통화 내용이 머릿속에서 재생되었다.

 

 

 "방금.. 그 여자 회사 근처라고 했지?..."

 

 

 얼마나 잘났는지 얼굴이나 한번 보자 하는 마음으로 김경복 뒤를 따라 나섰다. 10분도 안 되는 가까운 거리.. 경복이 들어간 건물 빌딩을 올려다보니 무의식적으로 입이 벌어졌다.

 

 

 "GIO그룹 다니는 여자야..?"

 

 

 회사 자체만 봤을 때, 능력과 돈에서는 수호가 충분히 꿇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타깝게도... 안쪽으로 들어가니 로비라운지 소파에 앉아있는 남자 한 명이 보였다. 그 외에 다른 여자는 보이지 않는데.. 아직 안 온 건가 하는 생각에 몸을 숨기고 주변을 살피고 있을 때 경복의 목소리가 들린다.

 

 

 "재인씨~!"

 

 

 재인씨? 어디 있어. 그 여자?! 하지만 주변을 아무리 돌아봐도 재인이라는 여자는 보이지 않았다.

 

 

 "금방 오셨군요."

 

 

 경복의 부름에 답하는 사람은 예상보다..아니 상당한 저음의 목소리를 갖고 있었다.

 

 

 ".......저 사람이...재인씨야?"

 

 

 김경복이 좋아한다는...사람이?.............근데 여자가 아니라 남자인데?!!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하루에 두 번 맞을 수도 있는 건가.. 예상치도 못한 인물이었다. 근데 좋아하는 사람이 아닐 수도 있잖아? 그냥 업무상 볼 일로 온 걸 수도.. 근데 분명 재인씨라고 불렀고 아까 전화상으로도 금방 간다고 했으니까 그 재인이 이 남자가 맞는 것 같은데.. 무엇보다 아까 재인이라는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이 맞냐 물었을 때 맞다고 했었다.

 

 …………….그럼 김경복이 좋아하는 사람이 남자란 말인가?!!!!!

 

 

 "하...말도 안돼... 1년을 사귀었던 사람이 알고 보니 동성애자였다고? ...난 다른 여자도 아니고 남자한테 밀린 거고.."

 

 

 충격이 너무 커서 더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 여자 얼굴을 보고 기분이 상하면 창피함을 무릅쓰고 김경복이 양다리를 걸쳤다고 깽판을 놓을까 했지만 함부로 나서기도 부끄러운 입장이 되었다.

 

 '일단 멋있는 사람이야. 그리고 능력도 좋아. 당연히 너보다 돈도 많겠고.. 몸매나 얼굴만 봤을 때도.. 너보다 더 좋아서 나도 모르게 끌린 것 같아.'

 

 Shut up!! 비교할 걸 비교해야지!!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네? 참나.. 그래.. 능력이나 돈은 그렇다 쳐. 저 입은 양복을 보니 딱 그래 보이네.. 근데 몸매나 얼굴만 봤을 때도 나보다 좋다고? 어디 비교당할 게 없어서 남자얼굴이랑 몸매에 비교 당한 거냐? 어처구니가 없어서...

 

 경복의 등에 가려진 재인이란 남자의 얼굴을 멀리서 보아도 잘난 얼굴임을 짐작케하였다. 그래도 그렇지.. 나보다 멋있는 사람이라고 ? 남성의 멋과 비교하면 어쩌자는 거야.. 충격이 커서 그런가 할 말이 없네...

 

 

 "하아... 나... 지금껏 누구랑 사귀었던 거니.."

 

 

 큰 충격이었는지 한동안 멍한 표정으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것도 잠시, 소파에서 일어서는 두 사람의 움직임에 수호는 이내 번뜩 정신을 차리고 얼른 몸을 숨겼다. 정문으로 나가는 경복의 반대쪽으로 나와 등을 돌려 몸을 숨기는데 곁눈질로 완전 나가는 것까지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좀도둑같이 꼴이 이게 뭐냐…

 

 

 “아악!!”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던 순간, 수호는 오른쪽 어깨에 묵직한 충격을 받으며 무언가와 부딪치고 말았다. 짧은 비명소리와 함께 몸이 대리석 바닥으로 무너져 내렸고 부딪친 상대방이 떨어트린 건지 서류 종이들은 바닥에 흩날리고 있었다. 상대의 놀란듯한 목소리에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었는데….. 망할! 하필 지금 가장 마주치고 싶지 않은 그 남자였다.

 

 
작가의 말
 

 혼돈의 일상 시작했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셨다면 부디!!추천과 코멘트 부탁드려요♥♥ 즐거운 하루되시길 바랍니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해리포터soon 17-12-05 22:33
 
처음 봤는데 신선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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