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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MONTERO
작가 : bean
작품등록일 : 2017.11.19

누가 내 작품을 훔쳤다!
남들은 모르는, 우리만 아는 시기와 욕망이 발등에 불을 붙였다.
과연 그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1. 발화
작성일 : 17-11-21 23:56     조회 : 384     추천 : 1     분량 : 5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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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sta.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시커먼 거리는 스산하기 짝이 없었다. 공사장에서 트럭을 운전한지 벌써 10년째인 김씨는 연신 하품을 하다 편의점을 보고는 차를 새웠다. 똑 떨어져버린 담배와 잠을 깰 커피라도 살 요량이었다. 편의점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요즘 젊은 사람들이 듣는 유행가가 흥겹게 흘러나와서 과연 사람 사는 곳에 온 것 같았다. 창밖으로 보이는 텅 빈 거리는 짙은 안개에 파묻혀 가로등 불마저 뿌옇게 흐렸다. 꼭 심해에 갇힌 것 같은 모습이 괴기스러워 김씨는 눈을 떼지 못했다.

 

 

 정말, 얼마 만에 보는 짙은 안개인지. 이런 날은 위험해서 운전을 쉬는 게 나았다. 김씨는 편의점에서 나와 도로의 반대편을 좀 더 바라보다 차 안에서 더 쉴 속셈으로 걸음을 뗐다. 그때, 안개 너머에서 휘파람 소리가 들렸다. 결코 잘 부는 것이 아닌, 음이 하나도 맞지 않는 소리와 찰박대는 슬리퍼 끄는 소리가 귀에 거슬렸다. 그 소리를 따라 심박수가 높아졌다.

 

 

 찰팍,

 

 

 보도블록에 닿는 슬리퍼의 묵직한 소리가 가까워졌다고 느꼈을 무렵. 가로등 불이 모두 꺼졌다. 그 어둠의 안개를 뚫고 인영人影이 나타났다. 계절을 잊은 것 같은 얇은 파자마 차림의 사람은 편의점의 모퉁이쯤에 있는 우체통에 멈춰 섰다. 김씨는 그 모습을 홀린 것처럼 바라봤다. 허술한 그의 차림새나 알듯 말듯한 휘파람 소리 때문도 아니었다.

 

 

 남자는 그 자리에 김씨가 있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우체통에서 몸을 건들거리더니 손에 들려있던 묵직한 서류봉투를 밀어 넣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가 웃기 시작했다.

 

 

 쇳소리가 섞인 기괴한 웃음소리가 거리에 울리자 김씨는 골을 파고드는 소름에 몸서리치며 당장 자신의 차에 올라타 몸을 움츠렸다. 핸들에 머리를 박고 덜덜 떨던 김씨가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남자는 인사하듯 손을 흔들며 반대 방향으로 휘적휘적 걷고 있었다.

 

 

 막 동이 튼 다음이었다.

 

 

 

 

 

 

 

 Cero.

 

 

 출판사 레옹의 강태영 편집장은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리던 것을 그만두더니, 이내 손톱을 물어뜯었다. 반대쪽 손에는 두껍게 철한 A4 뭉치가 들려 있었고, 시선은 그곳에 머물러 떠날 줄을 몰랐다. 그의 앞에 서 있던 정민철 실장도 태영의 시선이 머무는 A4 뭉치를 연신 째려보고 있었다.

 

 

 태영의 책상에는 누런 종이로 만든 서류봉투가 삐죽이 자리하고 있었다. 매직으로 눌러 쓴 출판사의 주소가 단정해서, 자꾸 눈에 들어왔다. 민철은 서류철과 봉투를 번갈아 쳐다보다 태영의 헛기침에 자세를 바로잡았다. 태영은 흐트러졌던 자세를 바로 하며 책상에 A4 뭉치를 던졌다. 탁, 소리와 함께 만년필 하나가 굴러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가 물어뜯고 있던 손가락은 어느새 턱을 쓰다듬고 있었다.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 태영의 얼굴은 잔뜩 굳어있었다.

 

 

 "저, 편집장님."

 

 

 "연락처가 없다고?"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은 민철의 맥없는 부름이 단호한 태영의 질문에 묻혔다. 민철은 대답하기 위해 마른침을 삼켰다. 민철은 벌써 보름 전에 받아 놓고는 책상 한 쪽 구석에 던져놨던 이 원고가 이렇게 자신을 긴장시킬 줄, 상상도 해본 적이 없었다. 이런 걸 대어라고 해야 하나, 대물이라고 해야 하나.

 

 

 "네, 원고 말미에 써진 이메일 주소가 답니다."

 

 

 "뭐해?"

 

 

 "네?"

 

 

 "멍청한 소리 내지 말고 당장 계약 따와요. 우리 출판사 말고 다른 데도 투고했으면 어떡할 거야?"

 

 

 태영의 호통에 민철은 위협받은 자라처럼 목을 움츠렸다. 아무리 성격이 급한 태영이라고 해도 이렇게 목소리를 높인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민철은 다시 한 번 마른침을 삼키며 태영의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놓인 A4 뭉치, 그러니까 원고를 챙겨들고 뛰다시피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화면 보호기가 돌아가는 컴퓨터를 깨웠다.

 

 

 아무래도 입맛이 썼다. 어쨌거나 이 작가는 어떻게 자신의 이름을 알고 출판사 레옹의 정민철 실장 앞으로 원고를 보낸 것인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마치 수수께끼 같은 것은 작가의 이력사항도 마찬가지였다. 앞장에 조그맣게 적힌 'montero'라는 단어가 아마도 필명인 모양이었다. 민철은 메일의 첫머리를 쓰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montero 작가님. 출판사 레옹의 정실장입니다. 원고 잘 읽었습니다.'

 

 

 통상적으로 쓰던 문장이었는데도 민철은 여기서 숨을 크게 들이켰다가 뱉으며 파르르 떨리는 손가락에 힘을 줬다. 전에 없이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Uno. 발화

 

 

 

 

 태혁은 기지개를 켜며 잘 떠지지 않는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회색의 벽면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해가 뜬지 한참이 지난 것인지, 빛이 들어오는 방향이 달라져 있었다. 시계를 보니 벌써 오전 11시였다. 얼른 몸을 일으키고는 욕실로 들어갔다. 세수를 하고 거울을 바라보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태혁은 손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만져봤다. 묘하게 낯선 촉감에 소름이 돋았다.

 

 

 아니, 자신의 얼굴을 만지면서 낯설 수가 있는 건가. 태혁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봤다. 그러다 손을 뻗어 거울을 만지며 얼마 전 자료 조사할 때 읽었던 흥미로운 정신질환이 떠올랐다. 카그라스 증후군―거기까지 생각했더니 자신이 얼마나 바보 같은지 헛웃음이 났다. 아마 자료 조사를 너무 많이 한 탓이지 않을까. 태혁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욕실을 빠져나왔다.

 

 

 옷장을 여니 늘어서 있는 클리닝 비닐에 담긴 옷들이 보였다. 옷에 좋지 않다고 하지만, 먼지가 달라 붙을까봐 섣불리 뜯지 못했다. 태혁은 익숙하게 비닐을 뜯어내고 셔츠를 걸쳤다. 이제 카디건은 걸치지 않아도 될 날씨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여름의 초입에 들어선 덕분에 집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따가울 정도였다. 그래서 언제나처럼 카디건을 고집할 수 없었다.

 

 

 태혁은 여름을 좋아하지 않았다. 피부를 찌르는 햇빛 아래를 걷는 것도, 흐르는 땀을 닦는 것도, 그리고 묵직한 장마도. 어느 것 하나 좋아할 수 있는 부분이 없었다. 분명 'M'이 없었다면 노상 집에 틀어박혀 은둔형 외톨이처럼  살고 있었을지도 몰랐다.

 

 

 'M'은 태혁이 운영하는 글방 겸 작업실로, 자신을 유명하게 만든 장르인 미스터리에서 따온 글자였다. 처음 오픈했을 때는 사람들이 북적거렸지만, 지금은 고작 3명이 이용하는 작업실일 뿐이다. 그가 살고 있는 오피스텔에서 약 30분 떨어진 거리라서 산책하기에는 딱이었다.

 

 

 근래 들어서 계속 늦잠이다. 태혁은 그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물론 늦게 잠들기도 했지만, 꼭 밤을 며칠씩 샌 사람처럼 눈 밑에는 다크서클이 생기고 몸을 가누기가 힘들었다. 혹시 몸이 허해져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해서 밥과 비타민제를 열심히 챙겨 먹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나이를 먹더니 아침잠이 많아진 모양이라고 멋대로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큰 위안이 되지는 못했다.

 

 

 어쨌거나 화창한 날이었다. 구름마저 옅은 하늘은 모처럼 제 빛을 뽐내고 있었다. 태혁은 오피스텔 입구에 서서 그것을 바라보다가 전날 했던 메모를 떠올리고는 길을 걷기 시작했다. 지그재그로 놓인 보도블록의 모양이 어느 순간 뒤엉켜 엉망이 되어있다. 늘 보는 장면이지만 태혁은 때로 발밑의 보도블록이 사라진 것처럼 느끼기도 했다. 그럴 때면 스텝이 꼬이면서 걷는 것이 무서워졌다. 그 생각을 하자, 태혁은 눈을 감아버렸다. 조금만 버티고 지나가면 될 일이었다. 대신 메모를 떠올렸다.

 

 

 '원고 출력하기'

 

 

 태혁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글방의 문을 열었다. 하지만 자신보다 먼저 온 손님이 있었던 모양인지 문을 열면 보이는 커다란 회의용 테이블이 어질러져 있었다. 지도와 책 여러 권, 그리고 출력된 A4용지가 여러 장. 태혁은 지도를 접어 흩어져있는 A4 용지를 차곡차곡 꽂아 테이블 위를 정리했다. 그리고 수면실인 작은방의 문을 열어봤다. 고3인 임나완이었다. 고3인 주제에, 무슨 공모전을 준비한다고 했다. 태혁은 좁은 접이식 침대에 몸을 한껏 웅크린 나완을 쳐다보다 조용히 문을 닫고 나왔다.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조그만 화초가 하나씩 놓여 있었는데, 이것은 건물 주인인 현래인의 취미였다. 그녀를 떠올리자, 태혁은 조금 입꼬리가 올라갔다. 복슬한 그녀의 머리카락이 떠오른 탓이었다.

 

 

 "왔어?"

 

 

 "응."

 

 

 래인은 손을 더듬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태혁은 얼른 다가가서 래인의 허리와 손을 쥐어 휘청이지 않게 도와줬다. 맑게 태혁이 비치는 그녀의 눈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언제였는지 정확하게 기억했다. 5년 전 뜨거웠던 여름의 밤이었다. 래인은 그때 한창 잘 나가는 소설가이자 공모전 사냥꾼이었다. 무엇이 원인인지는 모른다고 했다. 그녀는 갑자기 보이지 않는 눈 때문에 거의 모든 것을 잃을 뻔했다. 실제로 그녀의 컴퓨터는 박살이 났고, 데이터는 영영 복구되지 않았다.

 

 

 사실, 그 덕분에 태혁은 안심했다. 그 해의 대상은 태혁이었다.

 

 

 "차 마실 거지?

 

 

 "당연하지. 누나가 끓여주는 차 마시려고 오는 거잖아, 나."

 

 

 유독 살갑게 너스레를 떠는 태혁의 목소리에 래인이 가볍게 웃었다. 태혁은 그녀가 익숙한 손놀림으로 물을 끓이고 찻잎이 담긴 유리병을 여는 것을 보며 살짝 옆으로 비껴섰다. 그리고 그녀는 무엇인가 생각난 듯 눈을 깜박이다 입을 열었다. 

 

 

 "다 썼댔던가?"

 

 

 "뭐야. 벌써 한 달 전에 끝냈다니까. 큰일이네, 자꾸 깜빡거리고."

 

 

 "참, 그렇댔지."

 

 

 차 잎을 티포트에 담고 잠시 기다리더니, 능숙하게 끓는 물을 담아냈다. 태혁은 그 모습을 유심히보다 고개를 돌렸다. 거실 한 가운데는 온실이 자리하고 있었고, 기묘한 모양의 화초가 자랐다. 온전히 햇빛을 받고 있는 모습이 꼭 새가 날아오를 것 같아서 태혁은 기분나쁘다고 생각했다.

 

 

 "천하의 남작가 소설이 또 세상에 빛을 보겠네."

 

 

 "어휴, 또 왜이러실까."

 

 

 "왜, 요즘 너 뜸 했잖아. "

 

 

 한, 5년 됐나. 초점 없는 그녀의 중얼거림이 귀에 닿자, 태혁은 몸을 돌려 반대편을 바라봤다. 이번에는 벽면을 메우고 있는 책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 중에는 래인이 쓴 책도 몇 권 있었다. 그녀의 활동은 5년 전을 기점으로 단절된 상태였다. 태혁도 마찬가지였다.

 

 

 대상을 받아 유명해지고 나니, 모 대학에서 교수를 해달라고 부탁이 들어왔다. 그때 태혁은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교수를 포기하고 래인의 건물에 자신의 글방을 차렸다. 태혁의 명성에 사람들은 하이에나처럼 몰려들었다. 사람이 가득한 글방에서 작업하며 우월감을 느꼈다. 저 사람들보다 자신이 더 나은 사람이라는, 그런 우월감.

 

 

 하지만 그 우월감은 생각보다 오래가지 않았다.

 

 

 "이제 투고해볼까 하고."

 

 

 "잘 생각했어. 이래 봬도 나, 기대하고 있다고."

 

 

 상냥한 래인의 말에 태혁의 입꼬리가 들썩였다. 차를 따르는 소리가 또륵, 하고 울렸다. 그 울림이 꽤 듣기에 좋아서 가만히 잔에 담기는 맑은 물을 바라봤다.

 

 

 5년.

 

 

 성취와 우월감에 취해 안주하고 있는 사이, 다른 젊은 녀석들이 자신을 앞서가기 시작했다. 태혁은 패배자였다. 다시 승리자가 되고 싶어하는. 그리고 래인은 그런 낙오된 패배자 중 하나였다. 영원히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딱한 그녀는 이제 이렇게 차 한 잔 타는 것도 손가락의 감각에 의지하지 않는가.

 

 

 태혁은 이상한 도취감에 빠져 손에 들린 따뜻한 차를 한모금 넘겼다.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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