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여 세상을 구하소서

　프롤로그 - 마왕의 등장

　대통령의 목이 잘렸다.

　그날은 대한민국 역사에 길이 남을 날이었다. 역사상 한 번도 일어난 적 없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 날이었기 때문이다.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가 잊을 수 없는 날이기도 했다. 그날은 여느 때와 같은 평범한 하루로 시작됐고, 어느 누구도 그날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하물며 상상조차도 할 수 없었다. 그날은 그런 날이었다.

　그날의 충격적인 사건은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일어났다. 당연하게도 대다수의 국민들은 그 회견에 관심이 없었다. 어차피 알아듣지도 못할 기자회견이었다. 대통령의 불통에 강한 불만을 지니고 있던 사람들에게 기자회견은 아무 의미가 없는 일이었다.

　대통령은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이해하기 힘든 말, 의도만이 가득한 말이 이어졌다. 또 한 번 비웃음거리가 되기에 충분한 말이었지만 어째서인지 자신은 전혀 의식하고 있지 않은 듯 해 보였다.

　“경제가 많이 어렵습니다. 국민이 더욱 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함께 나아가서 이러한 어려움을 지키기 위해 애쓰고 간절히 바란다면 이것이 우리를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되는 것을 생각해서 우주에 우리를 도우려는 그런 기운이 느껴집,”

　‘썩.’

　대통령의 목이 잘렸나갔다.

　그때 그 소리는 분명히 저랬다.

　‘썩.’

　날카로운 칼에 잘리기라도 한 듯, 찰나에 대통령의 목이 떨어졌다.

　충격과 정적.

　그때 그 자리에 있었던 모든 사람들이 얼어붙었다.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발생할 때, 그것은 괴리가 되어 사람들을 마비시킨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를 생각할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방송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즉각 비명을 질렀다. TV에서 보는 이 말도 안 되는 장면이 드라마나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라는 사실에 사람들은 바로 반응했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서울역이나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일대 소란이 일어났다.

　기자회견장에서도 마침내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목이 떨어져 나간 지 한 1초에서 2초 정도 지난 후였지만,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던 것처럼 느끼고 있었다. 총소리가 들렸다. 용감한 경호원 하나가 총을 쏜 모양이었다.

　“이거 방송 중이야?”

　그것이 그의 첫마디였다.

　대통령의 목을 자른 자.

　그를 향해 경호원들이 총을 겨눴다. 처음 발사 된 총알은 그의 얼굴에 맞고 튕겨 나간 후였다. 경호원들은 섣불리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고 있었다. 카메라 감독이 고개를 끄덕여 방송 중임을 알렸다.

　“나 마왕이야.”

　마왕의 첫 인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