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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가장 사랑스러운 해시태그
작가 : 정서유
작품등록일 : 2017.11.16

소문난 SNS 중독자, 백설희!

비싸서 사지도 못 할 가방을
SNS에 올려 제 가방인 척 하거나,
매 끼니 마다 핫한 맛집을 찾아다니며
맛있는 음식 사진을 업데이트 하는 게
바로 설희의 일상이다.

그녀의 앞에 SNS 극혐자, 성진욱이 나타나고
설희는 서서히 진욱과 사랑에 빠지며
SNS 밖 세계의 소중함을 깨닫기 시작하는데

 
1화, SNS 스타가 되는 법
작성일 : 17-11-16 20:11     조회 : 377     추천 : 0     분량 : 7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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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창한 대낮, 백화점 안.

 쇼핑을 위해 즐거운 표정으로

 백화점을 누비는 사람들 사이,

 설희도 한 명픔 브랜드 패션 매장에서

 기품 있는 표정으로 옷을 고르고 있었다.

 

 햇빛 하나 안 들어오는 실내임에도

 선글라스를 낀 설희가 난감한 표정으로

 자신의 옆을 쫓아다니는 매장 직원, 민지에게

 아무 옷이나 무심하게 골라

 끊임없이 던져주며 말했다.

 

 “이거, 이거, 이것도.”

 

 “잠깐….”

 

 “따라와.”

 

 민지가 설희가 던져준 옷을

 버거운 표정으로 받으며 말하지만,

 설희는 그런 민지의 말을 끊으며

 도도하게 탈의실 쪽으로 걸어갔다.

 

 민지도 그런 설희의 뒷모습을 대책 없이 보다가

 피곤한 표정으로 설희를 따라갔다.

 

 민지가 탈의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설희가 자신이 고른 옷들을

 차례대로 입고 나왔다.

 

 설희는 영화 ‘프리티 우먼’의 줄리아 로버츠처럼

 민지의 앞에서 패션쇼를 하듯 포즈를 잡고,

 민지가 성가신 표정으로 그런 설희의 모습을

 포토그래퍼처럼 열심히 핸드폰으로 찍어줬다.

 

 파파라치에게 찍힌 것처럼 벽에 등을 기대고

 다른 곳에 시선처리를 하던 설희가

 포즈를 풀고 민지에게

 자신 쪽으로 오라고 손짓했다.

 

 설희의 손짓에 지쳐있던 민지가

 한숨을 내뱉고 다가가,

 설희에게 핸드폰을 건네곤 애써

 상냥한 직원 말투로 말했다.

 

 “어떻게….

 마음에 드십니까, 손님?”

 

 하지만 민지의 물음에도 설희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지기만 했다.

 

 “뭐야, 죄다 가분수처럼 나왔잖아!

 내 머리가 이렇게 커?”

 

 설희의 투덜거림에 결국

 발끈한 민지가 소리쳤다.

 

 “네 말대로 밑에서 올려 찍었잖아!

 길어보이게! 뭘 더 어쩌라고!”

 

 “옛날엔 진짜 성심성의껏 찍어주더니….

 변했어!”

 

 “그 때야 내가 의류 쇼핑몰 사장,

 네가 그 쇼핑몰 모델이어서 그랬던 거고!

 지금은 같이 백화점 천민 신센데,

 뭘 바라?”

 

 민지의 핀잔해도 설희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씩씩대며 혼잣말했다.

 

 “별스타(* 작품 안에서 ‘인스타그램’을 의미) 업뎃 해야 되는데….”

 

 민지가 그런 설희를

 밉지 않게 흘겨보다가 말했다.

 

 “좀 있다 또 찍어줄게, 얼른 가!

 우리 매니저님 오실라.”

 

 “오, 진짜?

 또 찍어 줄 거야?”

 

 민지의 말에 설희가

 눈을 반짝이며 대답하다가 문득

 자신도 정신이 든 듯 핸드폰 시간을 확인했다.

 

 “헐, 나도 점심시간 끝났다!

 그럼 좀 있다 봐, 알았지?”

 

 설희가 매장의 옷을 입은 그대로

 밖으로 뛰어나가며 말했다.

 

 “좀 있다 또 찍어주는 거 잊지 말고?”

 

 “야! 옷 갈아입고 가야지!”

 

 민지의 말에 매장 밖으로 나가려던 설희가

 황급히 돌아와 탈의실로 향했다.

 

 “맞다, 내 유니폼!”

 

 민지가 그런 설희를 보며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못 살아, 백설희….”

 

 

 *

 

 설희는 어느새 자신이 일하는

 명품 백 브랜드 매장에 돌아와

 20대 여자 손님을 응대하고 있었다.

 

 “손님한테는 이 백이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이 백은 요즘 20대 여성분들에게

 제일 인기 많은 악어가죽 백으로….”

 

 “아뇨, 전 이 백 할래요.”

 

 손님이 가리킨 건 설희가 든 백이 아닌

 설희 뒤 쪽에 놓여있던 빨간색 미니 백이었다.

 

 설희가 그 미니 백을 가리킨 손님에 당황해

 얼른 자신의 등으로 미니 백을 가리며 말했다.

 

 “저 백은 한 물 가서 잘 안 나가요.

 제 생각엔 이 백의 흰색이

 손님의 청순함을 더 살려서….”

 

 “아니, 전 이게 좋다니까요.”

 

 손님이 그런 설희의 뒤쪽으로 다가가

 빨간 미니 백을 잽싸게 들며 말했다.

 

 하지만 설희도 무의식적으로

 손님이 잡아 든 미니백의 끈 한쪽을 잡아 힘을 줬다.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손님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물으면,

 설희가 미니 백의 끈을 놓지 않은 채

 어색하게 미소 짓곤 말했다.

 

 “아니….

 아무리 생각해도 제 생각엔

 손님한테 이 흰색 백이….”

 

 “저는 이 빨간 백이 좋다구요!”

 

 “백설희 씨!”

 

 커지는 둘의 목소리를 듣고 있던 매장 매니저 주란이

 설희 쪽으로 또각또각 걸어오며 말했다.

 

 “네?”

 

 설희가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 들어 반문하면,

 주란이 미니 백을 잡고 있는 설희의 손을 보며 말했다.

 

 “당장 그 손 안 놔요?”

 

 주란의 일갈에 설희가

 어쩔 수 없이 미니 백에서 손을 뗐다.

 

 그러자 손님은 미니 백이 원래 제 것이었던 양

 자신의 품에 꼭 안은 채 설희를 못마땅하게 째려봤다.

 

 주란이 엉거주춤 서있는 설희를 밀고

 손님의 앞에 섰다.

 

 “이 백으로 하시겠어요?

 제가 구매 도와 드릴게요.”

 

 손님이 백을 들고 카운터 쪽으로 걸어가면,

 주란이 그런 손님을 뒤따라가다가

 설희에게만 들릴 법한 조용한 말투로 경고했다.

 

 “백설희 씬, 좀 있다 봐요.”

 

 하지만 설희는 주란의 말에도

 손님이 카운터로 가져간 빨간 미니 백만

 내 새끼를 내준 어미 같은 표정으로

 안타깝게 쳐다볼 뿐이었다.

 

 

 *

 

 “아니, 지금 손님이랑 뭐하는 짓이야?

 두 제품 다 안 사고 나가셨으면

 어쩔 뻔 했어?”

 

 주란이 매장 안 스태프실에서 설희를 혼내고,

 설희가 그 앞에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죄송하다고 될 게 아냐,

 설희 씨 저번에도 몰래 백 하나 숨겨놓고.

 우리 샵 망하게 하려고 작정했어?”

 

 허리에 손까지 올린 채 소리치는 주란의 기세에

 설희의 고개가 더 땅 쪽으로 내려갔다.

 

 “아니, 그게 아니라….

 어차피 금방 제가 살 거라….”

 

 “언제? 한 달 뒤에?

 두 달 뒤에?”

 

 주란의 묻는 말에 설희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설희 씨는 지금 본인이

 여기에 팔자 좋게 쇼핑하러 온 금수저 집

 외동딸인 줄 착각하나 본데,

 착각 하지 마.

 여기 설희 씨 직장이야,

 설희 씨가 돈 받고 일하는 직장이라고!”

 

 주란이 설희의 고개 숙인 정수리를 보며

 말을 이었다.

 

 “제발 주제파악하고 매순간

 매출 향상에 기여 좀 해요! 

 우리 매장 망해서 없어지면

 한 달 뒤 기약할 것도 없이

 설희 씨는 이 자리에서 아웃이니까.

 알았어요?”

 

 주란의 거침없는 말에 설희도

 속이 상해 자기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표정과는 달리 고분고분 힘없는 목소리가

 설희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네, 죄송합니다….”

 

 “일을 하러 왔으면

 일을 잘 할 생각을 해야지….”

 

 주란이 그런 설희를 째려보곤 혼잣말하며

 신경질적으로 스태프실 밖으로 나갔다.

 

 설희가 나간 주란을 보고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곤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듯

 울컥하는 표정이 되다가 서서히 입을 뗐다.

 

 “내 미니 백….”

 

 설희는 다시금 놓친 백 생각에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었다.

 

 “이번 달 월급만 타면 지를 거였는데….

 아, 내 미니 백….

 내 귀요미!”

 

 설희가 머리까지 쥐어뜯으며 절망하다가

 뭔가 생각난 듯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스태프실 의자 밑에 숨겨놨던

 아까의 흰색 백을 꺼내들었다.

 

 “꿩 대신 닭이라고

 너라도 내 별스타에 올리자.”

 

 설희는 그 말과 함께 흰색 백을 의자 위에 올려

 벽을 배경으로 핸드폰 사진을 찍었다.

 

 “오케이, 구도 좋고!”

 

 맘에 든 사진을 찍은 설희는

 자신의 별스타그램에 그 백 사진을 올리기 시작했다.

 

 ‘새 장만한 루이비찌 백! 

 심플하면서도 여성스러워

 데일리로 좋을 듯?’

 

 설희는 사진과 함께 올릴 문구를 작성한 후

 이번엔 해시태그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명품백 #daily #일상 #소통 #맞팔’

 

 “해시태그는 쿨하게 몇 개만!”

 

 해시태그까지 작성하고 뿌듯한 얼굴이 된 설희가

 ‘게시물 올리기’를 누름과 동시에

 밖에서 주란이 스태프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 소리쳤다.

 

 “일 안 할 거야? 정말?”

 

 “아, 네! 지금 나가요!”

 

 주란의 외침과 동시에 설희가

 황급히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흰색 백을 숨기며 스태프실을 나갔다.

 

 

 *

 

 퇴근한 설희는 강남역 근처 카페 테라스에

 민지와 마주 앉아있었다.

 

 하지만 설희는 민지는 안중에도 없이 핸드폰을 보며

 아까 별스타에 올린 백 사진의 댓글들을 확인 중이었다.

 

 “오늘도 아주 흥했구만?”

 

 민지가 뿌듯한 얼굴로 핸드폰을 보는 설희를

 한심하게 보다가 더 이상 못 참겠는 듯

 설희의 핸드폰을 뺏었다.

 

 “나 집에 가?”

 

 민지의 말에 설희가

 민지의 손에서 다시 핸드폰을 가져오며

 애교스럽게 말했다.

 

 “미안해, 집중할게.”

 

 민지가 그런 설희를 보며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게 혼나고도 아직 정신이 안 나?”

 

 “정신이 왜 나야 돼?

 이건 내 건전한 취미인데.

 가끔 광고까지 하면 돈벌이도 쏠쏠하고.”

 

 “그니까 취미가 너무,

 과하지 않느냐고.

 취미 때문에 일상생활이 안 되잖아.”

 

 민지가 답답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지만

 설희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민지의 말에 반박했다.

 

 “에이, 그건 오바다!

 오히려 일상생활이

 풍성해지면 풍성해졌지.”

 

 “별스타에 올린다고 사지도 않은 백을

 네 것처럼 찍어 올려!

 또 별스타에 올린다고 매 끼니,

 뜨는 맛집을 찾아다녀!

 오늘도 봐! 배부르다는 사람을 끌고

 홍시빙수를 먹자며 기어코 데려왔잖아?

 아니, 가만 보니 네 일상생활만 아니라

 내 생활도 같이 안 되고 있네.

 너한테 끌려 다니느라….

 너는 네 인생이라 쳐!

 근데 나는 무슨 죄냐?

 정신 차려 보니 백설희 전용

 포토그래퍼나 돼있고!”

 

 민지가 흥분해 말하면,

 설희가 밉지 않게 민지의 손을 잡으며

 애교를 떨었다.

 

 “아잉, 친구 좋다는 게 뭐야.

 그래서 광고비로 내가

 맛난 거 많이 사주잖아.”

 

 “덕분에 살까지 3kg까지 쪘다니까?”

 

 민지가 설희의 손을 뿌리치며 말하면,

 마침 난감해진 설희를 구해주듯

 카페의 진동기가 울렸다.

 

 “그래서 오늘은 빙수 집으로 정한 거야.

 민지, 너. 빙수는 살 안 찌는 거 알지?

 잠깐만 기다려! 금방 갖고 올게.”

 

 민지에게 달래듯 말한 설희가

 진동기를 든 채 황급히 일어나

 픽업대로 향했다.

 

 그 때, 홍시빙수가 놓여 있는 쟁반을 들고

 다시 테이블로 돌아오던 설희가

 실수로 픽업대로 향하던 진욱의 어깨를 쳤다.

 

 “죄송합니다.”

 

 하나도 안 죄송한 표정으로 말한 채

 자리로 가버리는 설희를

 진욱이 불쾌해진 표정으로 쳐다봤다.

 

 “자, 내 사랑 민지 씨.

 드디어 빙수가 나왔어요!”

 

 설희가 쟁반을 자신의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오버스럽게 업 돼서 민지에게 말했다.

 

 하지만 민지는 팔짱을 풀지 않고

 익숙하단 표정으로 설희에게 말했다.

 

 “빨리 찍어라, 나

 속 타 죽기 일보 직전이니까.”

 

 “알았어, 알았어. 내가 누구냐?

 이래봬도 별스타 유명스타라니까?

 단 세 컷이면 인생샷 나온다!”

 

 설희가 황급히 핸드폰을 들어 홍시 빙수 사진을 찍으면

 커피를 들고 온 진욱이 설희의 뒤 테이블에 앉았다.

 

 친구인 동호와 마주 보고 않은 진욱은

 커피 한 잔을 들고 여유롭게

 의자에 등을 기댔다.

 

 그런 진욱을 알 리 없는 설희가

 사진을 만족스럽게 보며 민지에게 말했다.

 

 “자, 먹어. 먹어.

 이제 내 사진 찍을 거야.”

 

 민지에게 스푼을 쥐어준 설희가

 이번엔 스푼으로 홍시 빙수를 크게 떠

 빙수를 먹기 일보 직전인 자신의 사진을 찍었다.

 

 찍은 사진을 확인한 설희의 입에서

 흡족한 탄성이 흘러나왔다.

 

 “오! 대박!

 여기 조명 짱 좋아!”

 

 설희가 사진을 보곤 신나서

 민지에게 방정맞게 사진을 보여줬다.

 

 빙수를 떠먹던 민지도 사진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말했다.

 

 “인생샷 하나 건졌는데?”

 

 “그치, 그치! 얼른 올려야겠다.”

 

 민지가 호들갑스럽게 웃으며

 말하는 설희를 보다가

 살짝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근데 네 뒷사람 얼굴

 가려야 되는 거 아니야?

 너무 제대로 나왔는데.”

 

 “응?”

 

 민지의 말에 설희가 다시 사진을 보면,

 빙수를 입에 넣고 있는 자신의 뒤로

 진욱이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펴고 있었다.

 

 사진에 생생히 잡힌 그 얼굴은 마치

 애초에 진욱을 찍은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설희도 사진 속 진욱의 모습을 잠시 애매한 표정으로 보다가

 슬쩍 뒤돌아 동호와 대화중인 진욱의 실물을 확인했다.

 

 “에이, 괜찮아.

 어차피 모르는 사람인데.”

 

 “근데 너무 눈에 띄잖아,

 모자이크라도….”

 

 설희가 그런 민지의 말을 끊으며

 훈계하듯 말했다.

 

 “민지야, 너 SNS 스타 중에

 사진에 모자이크 한 사람 봤니?”

 

 설희의 물음에 민지가

 잠시 곰곰이 생각하다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거 봐! 모자이크 그게 되게,

 성가시고 안 쿨한 거라니까?”

 

 설희의 그럴싸한 말에 민지가

 ‘그런가?’ 싶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아무리 내가 별스타 유명 스타라도,

 저 남자가 내 별스타에 들어올 확률이

 몇이나 되겠어.

 딱 봐도 얼굴만 번지르르,

 공부만 할 것 같은 고리타분 범생인데.”

 

 민지가 그런 설희의 말을 듣다가

 생각하기 귀찮아진 듯 대충 대답했다.

 

 “그래, 뭐….

 네 알아서 해라.”

 

 민지의 허락에 내심 마음이 편해진 설희가

 실실 웃으며 별스타를 켜기 시작했다.

 

 “좋았어, 지금 제

 인생샷 올라갑니다!”

 

 이 사실을 알 리 없는 진욱은

 들뜬 설희의 음성에 잠시 힐끗

 설희의 테이블에 눈길을 주다가

 동호와 계속 대화를 이어갈 뿐이었다.

 

 

 *

 

 민지와 헤어진 설희가 골목을 걸어와

 집 앞 대문 앞에 섰다.

 

 설희가 집 앞에 서자마자 오늘도 어김없이

 알코올중독 아빠 동팔과 새엄마 지숙의 싸움소리가 들려왔다.

 

 “오늘은 또 어느 여편네랑 마시고 왔어?

 준혁이 엄마? 고은이네?”

 

 “내가 누구랑 마시는 지까지

 다 보고하고 다녀야 돼?

 너 이거 집착이야, 집착!”

 

 동팔의 말에 지숙이

 발끈해서 반발했다.

 

 “아니, 마누라가 지 남편

 누구랑 술 마시는 지 묻는 게 집착이야?

 어이구, 그럼 세상에

 집착 아닌 사람 없겠네.”

 

 설희는 계속 들리는 싸움 소리가 일상인 듯

 민지와 있을 때와는 다른 무뚝뚝한 표정으로

 반 지하 집의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다.

 

 하지만 문을 연 설희를 반기는 건

 좁은 거실에 떡하니 차려진 술 상.

 

 상 위에는 언제나 그랬듯

 술병들과 밑반찬 서 너 개가 놓여있었다.

 

 설희는 술 상 앞에서

 풀린 눈빛으로 자신을 보는 동팔에게

 고개 한번 까딱 않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방문을 닫았다.

 

 지친 표정으로 철퍼덕 침대에 누운 설희의 귀에

 거친 동팔의 음성이 들려왔다.

 

 “너 진짜 인사 제대로 안 해?

 싸가지 어디서 배워먹었어?”

 

 동팔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설거지를 하고 있던 지숙도

 설희를 비꼬듯이 대답했다.

 

 “쟤 엄마가 그랬나보지.

 보고 배운 건 없어도

 그 유전자는 어디 안 갈 거 아냐.”

 

 내내 무표정이던 설희가

 그 말에 미간을 확 찌푸리다가

 듣기 싫은 듯 가방에서 이어폰을 꺼내

 핸드폰에 꽂아 노래를 듣기 시작했다.

 

 하지만 동팔은 그런 설희를 가만 놔두지 않고

 설희의 방문을 벌컥 열었다.

 

 설희가 그런 동팔을 쳐다보면,

 동팔이 손바닥을 내밀며 말했다.

 

 “내 놔.”

 

 설희는 동팔이 말하는 게 무엇인지 알면서

 일부러 모르는 척 반문했다.

 

 “뭘?”

 

 동팔이 그런 설희를 어이없이 보다가

 설희의 가방으로 달려들며 말했다.

 

 “모르는 척 해?”

 

 설희가 자신의 가방을 뒤지기 시작하는 동팔에 발끈해 일어나

 동팔에게서 가방을 뺏으려 달려들었다.

 

 “뭐하는 거야, 지금!”

 

 하지만 동팔은 그런 설희를 아랑곳 않고

 기어코 설희의 가방에서 지갑을 찾아내

 현금 5만 원 짜리 한 장을 꺼내들었다.

 

 “어제 월급날인 거,

 내가 몰랐을까 봐?”

 

 설희가 자신의 5만 원을 들고

 뻔뻔한 얼굴로 자신을 보는 동팔을

 씩씩대며 노려봤다.

 

 “당신이 나한테 해준 게 뭐 있다고

 허구 헌 날 내 돈을 뺏어가!”

 

 “해준 게 왜 없어!

 나는 너 때문에 내 마누라를 잃었어!

 5만 원이 뭐야,

 50만 원은 헌납해야지!”

 

 설희가 그런 동팔을 눈이 빠질 듯 거칠게 째려보다가

 뻔뻔하게 서있는 동팔을 확 밀치고

 밖으로 나가며 소리쳤다.

 

 “그래, 다 가져가. 다!

 있는 거, 없는 거

 다 뽑아가라고.”

 

 현관문을 열고 뛰어나오는 설희의 눈에서

 문득 눈물 한 방울이 반짝거렸다.

 

 

 *

 

 늦은 밤, 설희는 동네 놀이터 그네에 홀로 앉아

 자신의 별스타그램을 보고 있었다.

 

 맛있는 음식 사진들과 날씬하고 예쁜 자신의 셀프 사진들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써준 예쁘다거나

 부럽다는 댓글들이 달려 있었다.

 

 설희는 그들의 댓글들을 실실거리며 읽다가

 문득 느껴지는 냉기에 추워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곤

 손으로 제 몸을 감쌌다.

 

 그러자 조용한 놀이터 안에는

 설희의 그네가 끼익끼익,

 움직이는 소리만 들려 왔다.

 

 갑자기 인식된 적막에

 점점 표정이 어두워진 설희가 불현 듯

 서글퍼진 듯 깜깜한 밤하늘을 쳐다봤다.

 

 “보고 싶어, 엄마….”

 

 이렇게 외로운 밤이면

 ‘저를 낳다가 죽었다는 엄마가 살아있었다면 어땠을까.’

 설희는 가끔 생각하게 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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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화, 딜의 조건 2017 / 11 / 19 216 0 5825   
2 2화, 홍시가 문제로다 2017 / 11 / 17 229 0 6624   
1 1화, SNS 스타가 되는 법 2017 / 11 / 16 378 0 7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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