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신월이 뜨던 밤
작가 : 달리아
작품등록일 : 2017.11.13

신월이 뜨던 밤, 죽은 중전이 되살아났다. 그리고 그 시각, 서울에서 의문의 사고를 당한 소월. 눈을 떠보니 내가 중전? 소월의 좌충우돌 중전 적응기.

 
신월#1
작성일 : 17-11-14 00:10     조회 : 368     추천 : 2     분량 : 2732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마마, 소셋물을 대령하였나이다."

 

 지밀상궁, 연심의 조마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인은 고개를 들었다.

 

 "들이거라."

 

 여느 때와 다름없이 힘없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내 고개를 수그린 연심이 소셋물이 든 대야를 쟁반에 받쳐 들고 종종걸음으로 들어왔다. 여인은 조심스러운 동작으로 쟁반을 내려놓는 연심에게 무심한 듯 말했다.

 

 "또 네가 들고 온 것이냐."

 "예, 마마…."

 "이런 하찮은 일들은 아랫것들을 시키래도."

 "아니옵니다. 소녀가 직접 모시는 것이 편하여 그렇사옵니다. 염려 마시옵소서."

 

 나지막한 한숨을 내쉰 여인이 고개를 돌렸다. 궁에 들어온 지 불과 10년도 안된 자그마한 아이가 이름뿐인 상궁 감투를 뒤집어쓰고 홀로 남아 저를 모시느라 어떤 고초를 겪고 있는지, 자신이 모를 리가 없지 않은가.

 여인의 심유한 눈길이 경대를 향했다. 반질반질한 거울 표면에 비친 낯빛은 초췌하다 못해 창백했다. 중궁전에 모셔진 귀인이라기에는 너무나도 초라한 몰골, 이것은 정녕 왕의 총애를 잃은 중전의 말로.

 여인은 이 나라의 국모, 중전이었다.

 

 

 

 ***

 

 

 

 사악…사악…

 

 빗질 소리가 고요한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잔뜩 푸석해진 왕후의 머리칼이 시도 때도 없이 빗에 걸리는 바람에 연심은 진땀을 흘려야만 했다. 이따끔씩 뚝하고 끊어지는 소리가 날 때면,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앉았다. 다행스럽게도 마음씨 넓은 제 주인은 그럴 때마다 아픈 내색 한 번 않고서는 괜찮다며 제게 살풋 웃어줄 뿐이었다. 풍성한 머리칼이 점차 정돈되어 윤기를 되찾아갈수록 연심은 내심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그것도 잠시, 넓은 방 안과 대조되는 여인의 지나치게 가녀린 체구에 선뜻 마음이 아파왔다. 빛을 잃은 꽃은 서서히 그러나 꾸준히 시들어가고 있었다. 핑 하고 눈물이 돌았다. 연심은 주인에게 들킬세라 서둘러 눈가를 매만졌다. 연심의 손이 멈추자 정적이 맴돌았다.

 

 '가엾은 우리 마마.'

 

 툭. 투툭.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정적을 깼다. 여인의 앙상한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이 앞섶을 적셨다. 하얀 소복에 점점이 번져가는 눈물자욱을 발견한 연심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마, 마마?"

 

 중전은 조용히 흐느낌만 되뇌일 뿐,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연신 안절부절 못 하고 몸을 옴짝달싹 거리던 연심이 급히 경대 앞 서랍을 열고 제 주인의 손수건을 꺼내왔다. 역시나 한 나라의 왕후가 쓰는 물건이라기에는 너무나 낡고 초라한 손수건이다. 그럼에도 여인은 개의치 않는 것인지 그 낡은 손수건으로 제 눈물을 찍어냈다. 연심은 그 가냘픈 모습에 순간 끌어안고 달래주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고는 흠칫했다. 연심은 제 머리를 콩콩 쥐어박으며 잠깐이나마 웃어른께 불손한 생각을 품은 스스로를 벌주었다. 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연심이 조심스레 입술을 뗐다.

 

 "이제 괜찮으시옵니까?"

 "미안하구나. 기껏 연심이 네가 가꿔준 얼굴이 이리 망가졌으니…."

 

 여인이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연심은 당치도 않다는 듯이 손사래를 쳤다.

 

 "아니옵니다. 그런 말씀 마시옵소서."

 "그래. 연심아 이것이 궁금하더냐?"

 

 중전이 손에 쥔 손수건을 내려다보며 자조적인 목소리로 물었다. 연심은 낭패감에 입술을 깨물었다. 아무래도 제 노골적인 시선이 문제가 된 모양이었다. 여인은 그런 연심의 불안감을 눈치챘는지 이내 부드러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렇게 불안해할 필요 없느니라."

 "송구하옵니다."

 "되었다. 그것보다도 오늘 밤은 옛이야기를 하고 싶구나. 말동무가 되어 주겠느냐."

 "들려주시옵소서."

 

 여인의 긴 이야기가 이어졌다. 궁에 처음 들어오게 된 날부터, 당시 세자였던 왕을 처음 만났던 날, 세자빈으로 간택되던 날, 함께 후원을 거닐었던 날, 그리고 그와 몰래 궁을 빠져나가 저잣거리를 돌아다녔던 날 등 여인의 조막만 한 입에선 끊임없이 추억이 흘러나왔다. 연심은 넋을 놓고 그녀의 이야기를 들었다. 어린 날의 추억은 그녀를 닮아 아름다웠으며, 더 이상 가질 수 없는 행복이었기에 아련했다. 여인의 입은 웃고 있었으나, 속은 틀림없이 울고 있으리라고 연심은 생각했다.

 

 "이 손수건은 전하께서 그날 처음으로 내게 사주신 선물이란다."

 

 그리고 마지막 선물이었다는 말은 끝내 삼킨 여인이 희게 웃었다. 그런 여인의 눈앞으로 수놓인 소년의 모습이 자신을 닮았으니, 늘 보고 저를 생각하라며 자상한 웃음을 짓던 세자의 모습이 떠올랐다. 부질없는 추억이었다. 이미 저를 향한 그의 마음은 낡을 대로 낡아 형체조차 희미해진 이 자수처럼 다 닳아버렸을 터이니.

 기나긴 이야기가 끝나고 아직도 넋을 빼고 있는 연심을 흔들어 깨운 중전이 말했다.

 

 "오늘은 방 안이 유독 답답하구나. 잠시 바깥 구경이 하고 싶으니 나갈 채비를 해주련?"

 

 예? 하고 되물은 연심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몸이 무척이나 허약해 여간해서는 바깥 걸음을 않던 왕후를 늘 걱정하던 연심은 내심 그녀의 부탁을 환영했으나, 문제는 이야기를 듣는 사이 너무 늦어버린 시간이었다.

 

 "아니 되는 말씀이시옵니다 마마. 벌써 침소에 드실 시간이 한 시진은 족히 지났사온데… 어서 자리에 누우소서."

 "잠깐만, 아주 잠깐만이라도 좋으니 나갔다 오면 안 되겠느냐? 내 오늘은 꼭 달이 보고 싶어 그러느니."

 

 휴우. 작게 한숨을 내쉰 연심이 곧 못 이기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제게는 주인의 고집을 이길 도리가 없기도 하였다.

 

 "대신 일 각 뿐이옵니다. 일 각이 지난 후에는 꼭 침소에 드셔야 하옵니다."

 "약속하마.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연심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여인에게 옷을 입히기 시작했다. 연심은 중전의 옷깃을 여미우고 또 여미었다. 근래 들어 부쩍 쌀쌀해진 바깥바람이 행여나 제 주인의 건강을 해치기라도 할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었다.

 

 

 

 
작가의 말
 

 인사를 드리기에 앞서, 이 글은 역사적 사실이 아닌 픽션을 다룬 것입니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5 가위바위보 2017 / 12 / 18 231 0 10981   
14 자격지심 2017 / 12 / 16 218 0 9149   
13 빌어먹을 몸뚱이 2017 / 12 / 14 224 0 9098   
12 밥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린다. 2017 / 12 / 14 223 0 9327   
11 이름이 뭐예요? 2017 / 12 / 14 209 0 8219   
10 누구…세요? 2017 / 12 / 3 234 0 7894   
9 대체 왜 이러세요… 2017 / 12 / 1 240 0 8172   
8 주, 중전 마마께서…살아나셨다…! 2017 / 11 / 29 237 0 4926   
7 낙화#5 2017 / 11 / 25 234 0 6200   
6 낙화#4 2017 / 11 / 19 248 0 6493   
5 낙화#3 2017 / 11 / 18 218 0 3946   
4 낙화#2 2017 / 11 / 15 226 0 5667   
3 낙화#1 2017 / 11 / 14 223 0 4413   
2 신월#2 2017 / 11 / 14 242 1 4363   
1 신월#1 2017 / 11 / 14 369 2 273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