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재능이라곤 살인 뿐.
[프롤로그]
이미 초등학교 때 알았다. 나는 타고난 살인자였다. 이건 싸이코 패스와는 조금 다른 것이다. 나는 죽이는 사람이 아니라, 죽일 줄 아는 사람이었다.
개미를 보면 어떻게 죽일 수 있는지가 보였다.
개를 보면 어떻게 죽일 수 있는지가 보였다.
사람을 봐도 어떻게 죽일 수 있는지가 보였다.
나는 유명한 연쇄 살인마들의 기록을 찾아 뒤졌고, 그 중 몇몇에게서 나와 같은 재능이 있음을 눈치 챘다. 그들도 사람을 죽일 줄 알았다. 그래서일까 내 머릿속에 떠오른 방법과 그들의 행동방식은 때론 완벽하게 똑같았다.
나는 내 재능을 시험해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 인생을 끝낼 멍청한 방식으로는 아니었다. 죽여도 되는 것들을 죽여야 했다.
모기부터 잡았다. 모기라고 비웃으면 안 된다. 남들처럼 그냥 손바닥으로 딱 잡는 것이 아니니까. 날아가는 모기를 잡아채 생포했다. 그리고는 모기의 목을 꺾었다. 말도 안 된다고? 말이 된다. 난 타고난 살인자니까.
온갖 벌레는 다 죽였다. 그게 부족하자, 마장동으로 들어갔다. 도축은 합법이다. 알바비도 받지 않고 일을 돕기 시작했다. 필요한 자격증도 취득했다. 마장동으로 들어 간지 2년 정도 지나서 나는 실제 도축을 하게 됐다. 이미 기절해 있는 소를 잡는 일이었다. 피를 빼내고 머리를 잘라내고 다리를 절단했다. 내 작업 모습을 본 모두가 놀라워했다. 조금의 주저함도 없었고,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으며, 칼놀림은 자유로웠다. 빠르고 정확했다. 내 재능은 분명했고, 인정받았다.
그렇게 나는 정육점 주인이 됐다.
그리고 15년이 지난 지금 나는 어디에 있는 거지?
여기 어디여? 씨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