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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에디온
작가 : 염적
작품등록일 : 2017.11.7

과거 중간계를 휩쓸었던 원인모를 악마들의 습격이 일단락 된지도 어느새 20년, 전쟁을 종식시키는데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세 명의 인간영웅 에디온 중 가장 강력한 자인 에르세데스 메데스의 아들인 에르세데스 이안은 평화속에서 평범한 삶을 살며 20살의 성인으로 거듭난다. 처음으로 맞는 방학에 떠난 첫번째 여행. 하지만 여행도중 대륙 곳곳에서 이상현상들이 발견되고, 이안과 일행의 앞에 다시 한 번 악마들의 위협이 모습을 드러낸다.

 
제 1장 : 온실 속의 영웅 (1)
작성일 : 17-12-04 22:09     조회 : 377     추천 : 0     분량 : 5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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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저귀는 새들의 울음소리는 오늘도 딱 알맞은 시간에 내 귀를 파고들었다. , 나는 매일 그렇듯이 아름다운 선율을 아침 자명종삼아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들은 시끄러운 기숙사 알람소리에 인상을 찌푸리며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아침을 맞이하는 것이 일상이었지만, 나는 꽤나 아침을 멀쩡한 상태로 맞는 편이었다.

 양아버지인 밀레는 이런 타고난 체력이 나의 친아버지의 권능덕분이라고 말하곤 했다. 악마들과의 전쟁이 끝난 지도 벌써 2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고, 아무리 큰 사건이었다지만 태어나기도 전에 일어났던 일에 큰 감흥을 느낄 수 없는 것이 어찌보면 내게는 당연한 일이었다. 아버지가 세상을 구한 영웅이라는 것도, 역사상 가장 강력한 존재였다는 사실도 나에게는 그다지 특별하게 받아들일 만한 일이 아니었다. 지금 세상은 너무 평화롭고, 나는 그저 평범한 학생일 뿐이니까.

 평범한 생활은 내가 아주 오래전부터 꿈꾸어 오던 것이었다. 지금 다니는 학교에 다니기 전만해도 나는 저 멀리 위치한 대륙, 테라룸에 위치한 아누스들의 도시 아브스쿰에서 자랐으니까. 긴 평화가 흐르고 세상이 안정되자 나는 그제야 평범한 인간들이 다니는 교육기관인 학교라는 것을 다닐 수 있었다. 기초교육조차 받지 못했지만 밀레와 수호의회가 뭘 어떻게 했는지 나는 이질감 없이 아주 편하게 학교에 다닐 수 있었다. 정체를 숨기기 위해 이름까지 개명하고 다녀야 했지만, 나에게는 평범하게 공부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아니, ‘했었다’라고 해야 옳겠다.

 

 “그래 그것도 다 옛날 얘기지... 이젠 지겨워 죽겠다고.”

 

 기숙사의 아침은 고요했다. 여전히 주변에서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 걸 보아 기상시간까지는 한참 남은 모양이었다. 나는 간단한 스트레칭 후 의자에 걸터앉았다. 가만히 앉아 있다 보니 까먹고 있던 중요한 사실이 하나 떠올랐다.

 

 ‘시험!’

 

 이 망할 학교 는 학사일정만큼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방학까지 얼마 남지 않은 이 시점까지 시험을 미루어놓다니. 아차, 망할 학교라니, 이젠 이렇게 불평을 늘어놓는게 너무 익숙해졌나보다.

 나는 펜을 집어 들었다. 방학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지금 가장 중요한 역사학 시험이 기다리고 있다니. 전공 책은 팔꿈치가 저릴 정도로 두껍고 무거웠다. 처음 학교에 들어왔을 때만 하더라도 학구열에 불탔었는데, 이젠 전공 책만 보면 머리가 지끈거린다.

 나는 계속 툴툴 거리며 묵직한 표지를 넘겼다. 세계의 형성부터 현대 까지 전 세계의 모든 역사가 자세히 서술되어 있는 책이었다. 다사다난한 일들을 겪어온 중간계의 역사서답게, 쉬지 않고 페이지를 넘겨도 반조차 넘기지 못했다.

 

 “선악의... 선악의 분쟁...”

 

 나는 책을 넘기는 걸 그만두고 대신 미리 꽂아 둔 책갈피를 찾았다. 곧 두꺼운 종잇장 무더기에 덮여있느라 잘 보이지도 않던 책갈피의 모서리를 잡아들어 올리자 찾고 있던 대목이 눈에 들어왔다.

 

 ‘선악의 분쟁 – 마그레브 최종전투’

 “여기까지 읽었고... 다섯 대목만 더 읽으면 끝이네.”

 

 나는 남은 장수를 건성으로 세며 혼자 중얼거렸다. 아직 족히 100페이지는 넘는 양이 남아있었지만, 그 정도는 나에게는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태어나고 자라며 한 일이 훈련하기, 책읽기, 이 두 가지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까.

 나는 천천히 글을 읽기 시작했다.

 

 ‘마침내 그 날이 밝았다. 용과 아누스, 그리고 인간과 한명의 천사, 그리폰, 신나리온... 모든 중간계의 존재들이 함께한 연합군이 마지막 전투를 치룰 준비를 마쳤다. 3명의 인간 영웅들이 선두에 섰다. 마지막 한 곳을 제외한 모든 곳을 탈환하고, 연합군은 이제 과거 인간 문명의 눈부신 꽃과도 같았던 왕국인 아게로의 수도만을 눈앞에 남겨놓고 있었다. 모든 악마들의 주 본거지와도 같았던 그곳에서 최후의 전투가 벌어졌다. 동맹군은 엄청난 수적 열세에도 불과하고 악마군대들을 몰아붙였다. 마침내 악마 군단의 공격을 뚫고 마왕의 거처로 진격해나가는데 성공하자, 그를 상대하기 위해 3인의 에디온들과 군주 바르셀리온이 직접 나섰다.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굉음이 주위를 덮고, 해가 지고 동이 틀 때 까지 그들은 쉬지 않고 계속해 싸웠다. 그리고 해가 다시 한 번 중천에 올라갈 때, 마침내 길고 긴 싸움이 끝이 났다. 다름 아닌......’

 

 쉬지 않고 읽어 내리던 내 집중력은 기상 알람이 기숙사 내에 울려 퍼지며 흐지부지 날아가 버렸다.

 

 “젠장, 산통 깨는 데엔 뭐가 있다니까.”

 

 간신히 찾은 페이지를 잊지 않기 위해 꼬리가 잘 보이도록 책갈피를 끼운 후 무거운 책 표지를 들어 책을 내팽겨 치듯이 덮었다. 뒷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이 조금은 남아 있었지만, 굳이 시간을 허비하면서 까지 읽고 싶은 이야기는 아니었다. 사실 선악의 분쟁에서의 마지막 전투 일화는 중간계의 주민이라면 누구나 알 법한 이야기이다. 세 명의 에디온들과 아누스들의 군주 바르셀리온이 함께 악마들과 그들의 군주 루시퍼를 무찌른 이야기. 다만 내가 궁금한 것은, 그 삼인의 에디온 중 가장 많은 공헌을 한 것으로 유명한 영웅, 즉 자신의 아버지의 이야기가 과연 역사서에는 어떻게 기록되어 있을 까하는 것이었다.

 나는 문을 열고 수도꼭지를 돌렸다. 작은 소음과 함께 물이 세차게 흘러나왔다. 대야에 담긴 물은 쉬지 않고 일렁거렸다.

 물이 어느 정도 차오르자, 수도꼭지를 잠그고 손을 모아 오목하게 만들었다. 나는 딴 생각에 잠긴 채 손안에 담은 물을 얼굴에 끼얹었다. 힘 조절을 잘못 한 탓에 물이 가슴까지 튀었지만, 별로 신경 쓸 정도는 아니었다.

 이곳에서의 1년이 채 일주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다시 한 번 방학동안 무엇을 할지 정해야 했다. 얼마 전까지도 본드로 돌아가 밀레에게 여러 훈련을 받는 것이 지겹도록 반복되었지만, 지금은 성년이 되고서 처음 맞는 방학이었다. 게다가 기초교육도 아닌 고등교육기관인 대학에서의 방학은 비교조차 되지 않게 길었다. 그 긴 시간동안 자유를 누릴 수 있다니, 이건 내 정신을 팔리도록 만드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아침 준비를 마치고, 나는 화장실 밖으로 나가 옷을 챙겨 입었다. 무거운 전공책도 빼먹지 않았다. 이 지긋지긋한 종잇덩어리와의 인연도 곧 있으면 끝이 날 것을 생각하니 조금은 가벼워진 듯한 착각까지 들기 시작했다. 이런, 지긋지긋한 종잇덩어리라니, 이젠 정말 학교가 지겨울 대로 지겨워 졌나보다.

 문을 열려 신발을 갈아 신자 문 밖에서 점점 많은 사람들의 발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시계를 보니 첫째 수업 시작까지 아직 10분이 훌쩍 넘는 시간이 남아있었다. 본드에서의 지독한 훈련은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 까지 포함하고 있었는데, 어쩌면 그게 지금 생활에서 가장 큰 도움이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 때 당시에는 가장 끔찍한 일 중 하나였는데.

 본드에서 밀레에게 받은 수업은 격하진 않았지만 매우 힘겨웠다. 무슨 말인가 하면, 역동적이고 강한 훈련은 없더라도 자그마한 것들이 반복돼 사람을 잔뜩 지치게 만든다는 말이다. 새벽같이 일어나 마을을 한 바퀴 돌고난 후 아침식사, 이후엔 근력운동, 점심식사, 그리고 마지막으로 힘의 사용을 배우는 훈련. 물론 이 사이사이에 적당한 휴식시간이 존재한다. 다행이도 밀레는 그렇게 엄한 유형의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평범한 십대 소년이었고, 이런 하루의 반복이 힘겹지 않을 수는 없었다.

 예비종이 울렸다. 첫째 교시가 시작하기 십 분 남짓의 시간이 남았고, 여전히 몇몇 자리는 주인 없이 어제의 모습에 그대로 머물고 있었다. 나는 의자를 끌어다 자리를 잡았다.

 

 “어이 이안! 준비 좀 했어?”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뒤를 돌아 목소리가 난 쪽을 쳐다봤다.

 

 “아, 에든. 일찍 왔네?”

 

 “설마 시험 며칠 전까지 늦게 오겠어?”

 

 에든이 내게 대답했다. 붙임성이 그다지 좋지 못했던 나에게 에든은 거의 유일한 친구라고 할 수 있었다. 꽤나 명성 있는 학교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시설 빼고는 별 다를 자랑거리도 없는데 우쭐거리는 학생들이 바로 그것이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들 중 하나가 바로 그것이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한 해간의 학교생활 중에 친구라 할 만한 사람들은 몇 되지 않았다. 그 중 한 명이 에든인 것을 보면, 그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아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준비는 좀 했어? 뭐 넌 굳이 역사과 수업은 준비 안 해도 되겠다만...”

 

 “잘 알고 있네. 몇 년 동안 지겹도록 들은 걸 굳이 준비할 필요는 없지.”

 

 아브스쿰에서의 교육으로 중간계의 역사는 마치 숨을 쉬듯 자연스러운 것이 되어버렸다. 내게 역사는 학습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런 면에서 이곳 인간들의 역사교육은 여러 부분에서 일차원적이라는 느낌이 물씬 풍겼다. 한 마디로 효율 없는 기계적 사고의 강요라고나 할까. 역시 인간들은 평생 아누스들의 지혜를 따라 갈 순 없나보다.

 십 분간의 짧은 여백시간이 금세 지나가고 드디어 종이 쳤다. 에든과 잡담을 나누느라 주위를 신경 쓰지 않았는지 어느새 주위 자리에 사람들이 빼곡히 찼다.

 강의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텅 빈 공기를 타고 날아 들려왔다.

 

 “반갑네.”

 

 교수님이 짧은 인사말을 날리고 단상위로 발을 올렸다.

 

 “895페이지.”

 

 익숙하고 무덤덤한 목소리에 학생들은 일제히 책을 넘겼다.

 

 “또 한참 지루하겠구먼.”

 

 에든이 옆에서 불평을 늘어놓았다. 나는 동감의 미소를 살짝 지어보이고는 고개를 들어 벽에 달린 시계를 바라보았다. 이 시간만 되면 내가 항상 하는 일이었다. 까칠한 교수님이다 보니 에든과 떠들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수업을 듣자니 좀이 쑤시는 게 사실이었다. 그럴 때 할 일로는 이렇게 시계를 쳐다보는 것이 제격이다.

 맘 같아서는 시계바늘을 맘대로 돌려놓아 수업시간을 끝내고 싶었지만 종이 안치면 무용지물 이었으므로 그것도 별 효능은 없었다. 게다가 이런데에 쓰라고 배운 힘이 아니었다. 밀레는 항상 날 가르치면서 말하고는 했다.

 

 '힘이라는 건 그렇게 맘대로 사용해서는 안 되는 거야. 권능은 결코 개개인의 사욕을 위해 사용되어서는 안돼. 기억해라, 이안. 힘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걸.'

 

 물론 고작 시계바늘 하나 돌리는 것이 이렇게 심각하게 생각할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귀가 닳도록 들어온 말이라 그런지 마음 한 편이 왠지모르게 찜찜했다.

 나는 별 수 없이 시계에 시선을 고정했다.

 

 “또 시계만 보고 있게? 난 자련다. 도저히 못 버티겠네.”

 

 에든은 그렇게 푹 쓰러지듯 엎드려 버렸다. 나는 그렇게 홀로 남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에든같이 엎어져 자고 있는 아이들이 족히 스무 명은 되어 보였다.

 

 ‘뭐 한 두 번도 아니니까.’

 

 교수님도 익숙한 일인지 천천히 주위를 한 번 돌아보더니 별 개의치 않은 듯 수업을 이어 진행했다. 항상 이런 식이었다, 들을 놈은 듣고 잘 놈은 잘 수업. 지긋지긋했다. 나는 마지막으로 시계를 쳐다보는 것이 훨씬 이득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사실 그것이 어떻게 보든 합당한 사실이었다. 뭐, 나는 이런 시시한 수업 따위를 듣지 않아도 항상 역사 부문에서는 그 누구보다 뛰어난 성적을 기록했으니 남들이 시비를 걸 거리도 없었다.

 나는 그렇게 시계와 깊은 면담을 시작했다.

 놀라운 건, 방금 전 까지 수업을 듣고 있던 때보다 시계바늘을 관찰할 때 시간이 눈에 띄게 잘 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작가의 말
 

 잘 부탁드립니다! 피드백 환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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