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현대물

작가 : 도비
작품등록일 : 2017.11.7

감정을 배우지 못하고 오직 해체자로만 키워진 산. 어느 날 그에게 특별한 의뢰자가 등장한다.

 

작성일 : 17-11-07 21:35     조회 : 357     추천 : 0     분량 : 2636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들어가는 길

 

 날씨는 우중충하고 비는 며칠째 내리고 있었다. 정육점의 빨간 간판은 오래된 걸 보여주듯 낡고 더러웠다. 전봇대 옆에 위치한 과일가게는 문을 닫았고, 생선가게는 일주일 째 문을 열지 않았다. 동네에 겨우 열려있는 가게라고는 작은 정육점하고 최근 간판과 가게를 바꾼 마트, 그리고 빵집과 몇몇 반찬과 채소가게가 다였다. 너무 작은 동네다 보니 사람도 없고, 그나마도 이런 낡아빠진 골목에 누가 다녀가겠는가. 그냥 귀찮은 동네 아주머니들이나 백수들이 근처에 잠깐 나와서 급하게 사가는 게 그나마 있는 손님이었다.

 

 처벅처벅.

 물기를 머금은 낡은 워커를 신고, 긴 밤색코트에는 어울리지 않는 검은 백 팩을 맨 남자는, 비에 젖어 우중충하게 눈을 가린 머리는 신경 쓰지 않고, 익숙하게 골목에 들어섰다. 그는 익숙하게 발을 정육점으로 옮겼다. 그 빼곤 골목엔 사람이 없어서 누구도 이상하고 더러운 행색의 그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사실 사람이 많았더라도 그가 그 공간에 있다는 것을 기억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키가 190은 되어 보이는 장정이었지만, 그는 종종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존재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존재감이 없는 남자이기 때문이다.

 

 딸랑이는 종이 울렸다. 꾸벅꾸벅 졸고 있던 정육점 주인 손이 벌떡 일어났다.

 

 “어서 오세....,아, 자네구만. 깜짝 놀랐네.”

 

 남자가 이리저리 물에 젖은 개 마냥 머리를 털며 구석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손은 하품을 쩍쩍 해대며 익숙하게 구석에 챙겨놓은 고기 덩어리들을 끄집어냈다.

 

 “오늘도 같은 고기지? 아, 밥은 먹었는가? 좋은 고기가 들어왔는데, 육회로 딱이야. 좀 먹겠는가?”

 

 손의 말을 들은 체도 안하며 남자는 자신의 가방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가방을 열고 검은 비닐봉투를 가득 꺼냈다. 묵직한 비닐봉지 두 개를 꺼낸 남자가 그것을 가뿐히 들고 손에게 다가가 건네었다. 손이 기름기가 번질거리는 손으로 그것을 받아들더니 곧 접시에 붉은 살점을 길게 썬 고기들을 내놨다. 그리고 남자에게 먹으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남자가 묵묵히 서있자, 손이 참기름을 내놓으며 말했다.

 

 “소고기니까 산, 자네도 맛있게 먹을 거야.”

 

 그 소리를 듣고서야 산이라고 불린 남자가 참기름을 두른 고기 접시와 나무젓가락을 가져갔다. 고기를 후루룩 거리며 먹는 산을 보며 손은 남은 고기를 손질했다. 그리고 그것을 검은 비닐봉지에 몽땅 쏟아 넣었다. 손질을 한 후 그는 손을 대충 앞치마에 닦아내고 산이 건넨 봉지의 매듭을 열었다. 황금색의 5만원 뭉치들을 몇 번 휘저은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두 개의 봉지를 다 확인한 그는 자신이 손질한 고기가 든 봉지와 옆에 묵직해 보이는 봉지를 넣은 쇼핑백, 그리고 투명한 비닐봉지에 담긴 고기를 건넸다. 산은 육회 한 접시를 금방 비웠다.

 

 “자, 이건 주문한 거. 그리고 이건 집 가서 먹어, 소고기야.”

 

 산이 두 개의 봉지를 가방에 차곡차곡 담았다. 그러다가 비닐 쇼핑백에 담긴 묵직해 보이는 것에 시선을 두다가 손을 올려다보았다. 손이 자신이 받은 봉지 중 하나에 손을 집어넣더니 한주먹 가득 돈을 쥐어 그에게 내밀었다.

 

 “배달 좀 해줘라. 고객님 한 분이 선물용 머리를 주문해서 말이야. 오늘 제사 지낸다는데, 막 뽑아낸 돼지 머리니까. 그냥 집 앞에 두고 와. 쪽지도 넣어둬서 괜찮으니까.”

 

 “주소는?”

 

 “여기.”

 

 손이 기다렸다는 듯 산의 손에 돈과 함께 쪽지를 건넸다. 손에 닿는 미끌미끌한 느낌이 싫었던지 산이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자신의 밤색 코트 주머니에 종이와 돈을 집어넣었다. 그리곤 손의 앞치마에 자신의 손을 닦았다.

 

 처벅처벅.

 물에 젖은 워커가 질퍽한 소리를 냈다. 산의 손에 들린 묵직한 비닐 쇼핑백이 비에 젖어 물을 뚝뚝 떨구고 있었다. 산은 몇 번 자신의 손에 들린 종이에 적힌 주소를 확인했다. 그리고는 쓰레기 더미를 넘어 그 앞에 위치한, 녹슨 남색 대문 아래에 던지듯 쇼핑백을 내려놨다.

 

 “이, 곤태”

 

 명패에 적힌 이름과 쪽지에 써진 이름이 같았다. 산은 할 일은 끝났다는 얼굴로 쪽지를 아무렇게나 던지고 미련 없이 돌아섰다. 그 전에 대문을 크게 발로 차는 것은 잊지 않고. 쾅 소리에 놀란 주인이 허둥지둥 누구냐고 거듭 소리쳤지만, 산은 이미 언덕을 내려가고 있었다.

 녹슨 대문이 끼익 소리를 내며 열렸다. 안에서 나온 남자는 수염이 듬성듬성했고, 검은 옷에 검은 우산을 쓰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집 앞에 놓인 쇼핑백을 내려다봤다. 안에 종이쪽지가 있었다.

 

 “제사에 필요할 겁니다, 제 성의입니다?”

 

 남자는 쪽지를 갈무리하고는 꺼림칙한 검은 봉지를 꺼냈다. 그리고 그것을 들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남자가 들어간 집 안에서 큰 소리가 났다.

 

 “으아아아아악!!!!!!”

 

 여자와 남자의 비명이 크게 흘러나오더니 곧 남자가 튕겨져 나오듯이 밖으로 뛰쳐나와 주변을 둘러봤다. 아무도 없었다. 느리게 내려가는 산은 어느새 언덕 아래로 사라지고 있었다. 남자가 악에 바친 듯 주변을 둘러보다가 붉게 충혈 된 눈을 하고 소리쳤다.

 

 “누구야!!!!누구냐고!!!!!아악!!!아아아악!!!!”

 

 이미 달동네를 벗어난 산은 언덕 위에서 악에 바쳐 소리치는 남자의 목소리에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잠시 뒤를 돌아 언덕 어귀를 보다가 휴대전화를 꺼냈다. 낡은 폴더 폰으로 어딘가 전화를 걸었다.

 

 “배달 완료.”

 

 산은 상대방 말은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 휴대전화를 갈무리하곤 다시 어딘가로 향했다. 비린 냄새와 생고기 향이 짙게 피어올랐다.

 

 산은 가방을 고쳐 맸다.

 

 
작가의 말
 

 잘 부탁드립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 2017 / 11 / 7 358 0 2636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