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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별똥별
작가 : 보장대밥수
작품등록일 : 2017.11.5

별똥별은 별 그 자신의 죽음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별똥별-1
작성일 : 17-11-06 04:49     조회 : 619     추천 : 2     분량 : 4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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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별똥별이 그저 별 하나의 죽음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별빛이 내리쬐던 그늘이 사라지면 풀과 나무는 시들어 죽고 만다. 개울물은 얼어붙고 짐승들도 더 이상 뛰어놀지 못한다.

 밤이 지났건만 별 하나가 더 이상 빛을 뿜지 않는다. 벌써 이번이 네 번째다. 마지막은 아닐 것이다. 남은 열아홉 개의 별이 마저 질 때까지 끊임없이 밤은 길어지고 낮은 짧아지리라.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이들이 터전을 잃거나 숨을 멈추었는가?

 

 2.

 봄비가 익숙한 기척을 느끼고 뒤돌아본다. 예상한 대로 너럭바우가 초조한 기색으로 가쁜 숨을 몰아쉬며 움집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봄비는 그에게 늘 하던 질문을 되풀이한다.

 "그래, 나무그늘의 어르신들께서 이번엔 어떻게 대답하셨니?"

 너럭바우는 숨을 고르느라 대답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봄비는 급한 마음을 감추고 여유로운 척 대답을 기다린다.

 "네. 어르신들께서는, 이번에도. 먹을 것을 넉넉하게 줄 테니, 광주리를 가져오라고, 하십니다."

 기대하던 대답은 아니다. 여태까지 듣던 대답과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광주리를 몇 개나 가져가건 버섯이나 풀, 알곡, 열매, 그리고 벌레들을 가득 채워주겠지. 봄비는 더 이상 여유를 부릴 수가 없을 것 같다.

 "먹을 것을 달라고 한 적 없어. 나무그늘로 옮겨가 살 수 있겠느냐고 여쭈었잖니..."

 너럭바우는 그저 대답을 듣고 전달할 뿐인데도 괜스레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어르신들께서는, 각자 태어난 곳에서, 살아야 한다고만..."

 실망을 감출 수 없다. 봄비가 손을 허리에 얹고 고개를 위로 젖힌다. 한숨을 쉰다고 기분이 풀리지는 않는다.

 "그래. 결국 땅을 줄 수 없다는 말이지."

 너럭바우가 그의 기분을 맞춰주려 조심히 자리에서 물러난다.

 

 3.

 별들이 봉오리 진다. 모닥불 주위로 스물세 사람이 둘러앉는다. 누군가는 풀로 만든 옷을, 또 누군가는 가죽으로 만든 옷을 입고 있다. 봄비는 씨족들의 우두머리에게 어르신들의 뜻을 전달한다.

 "이번에도 먹을 걸 챙겨준다는 대답뿐, 나무그늘로 옮겨가는 건 허락할 수 없다고 하십니다."

 자리에 앉은 누구의 표정도 바뀌지 않는다. 낭보를 기대하는 것과는 별개로 예상을 벗어나는 내용이 하나도 없으니까. 맞은편에 앉은 나바재 씨가 처음으로 입을 연다.

 "그 정도 도움은 어차피 받아봐야 소용없는 일 아닙니까? 한 씨족 정도라면 겨우 먹고살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나머지 스물두 씨족의 굶주림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둘러앉은 이들이 하나 둘 이야기를 시작한다. 봄비는 주위를 살피며 쉽사리 입을 열지 않는다.

 "아니, 그도 그렇지만 그 넓은 땅을 내어주지 않는 이유가 뭡니까?"

 "그 땅이 자기들 것이 아니라 마음대로 할 수 없답니다. 자기네들 땅도 아니면 우리가 들어가 사는 것은 왜 안된다는 말인지!"

 동백꽃 씨가 납득하지 못하는 이들을 진정시키려 애쓴다.

 "어르신들께서는 우리가 집을 짓고 밭을 갈며 땅을 함부로 재산 삼는 것을 탐탁잖게 여기신다오."

 "말은 그럴듯합니다. 결국은 자기들 발 뻗고 누울 땅을 한 뼘이라도 빼앗기기 싫은 게지요."

 "어르신들께서 설마 그런 하찮은 이유 때문에 우리를 푸대접하겠소이까? 우리가 그분들의 가르침을 잘 따르며 살지 않으니 그것이 못마땅한 것이오."

 "맞는 말 이외다. 살생을 하는 것도 모자라 그 고기를 먹고 가죽을 두르는 이들이 아직도 남아있으니 원..."

 봄비는 곧 싸움이 일어날 것을 눈치챈다. 맞장구를 치는 동백꽃 씨가 가죽옷을 입은 사람들을 쏘아보는 눈길이 제법 매서운 탓이다. 그 말을 들은 소위 '고기 먹는 자들'이 기분이 상했는지 한 마디씩 거들고 나선다.

 "그러는 어르신들도 벌레는 잘만 드시더이다. 그런데 벌레를 먹는 것은 어찌 살생이라 아니하시오? 살아있는 것들을 귀하게 여긴다 하면서 큰 것만 아끼고 미물은 먹으니 대체 누가 누구를 탓할 자격이나 있는지 궁금하외다!"

 "맞소! 우리가 고기를 먹고 싶어서 먹나? 정 먹을 것이 없으니 사냥을 하는 것이오! 흉작과 냉해로 사람들이 굶어 죽을 지경이 되어도 그 따위 말을 지껄일 수나 있겠습니까?"

 "하긴, 아직 따뜻한 별빛이 내리쬐는 곳에 살고 있으니 다른 사람의 사정 따위야 눈에 들어오겠소?"

 "벌써 네 씨족이 터전을 잃고 다른 이들에게 의탁하고 있어요. 아무리 풍작이라도 사냥을 하지 않으면 한 곳에 모여드는 이 많은 사람들을 먹여 살릴 길이 없습니다!"

 눈치만 살피고 있던 봄비는 화제를 돌리기 적당한 순간에 이들을 말리고자 한다.

 "모두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서로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는 말아야 합니다. 여기에 모인 목적을 잊지 맙시다.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같이 답을 찾아보려 한 것 아니오?"

 이미 회의장은 여러 패로 갈라져있는 듯하다. 다들 입만 다물고 있지 서로를 어떻게 빈정거릴지 고민하는 표정들이다. 꽤나 오래 입을 다물고 있던 나바재 씨가 할 말이 있는지 손을 든다.

 "하지만 어르신들이 땅을 내어주지 않겠다는데... 달리 방법이 있겠습니까?"

 "우선은 기다릴 수밖에요. 능소니 님께서 돌아오시면 모든 게 해결될 테니까."

 계속 기다리자는 동백꽃 씨의 대답에 코웃음 치는 소리가 들린다.

 "아직도 그런 옛날이야기를 믿습니까? 설사 그런 어르신이 계셨더라도 지금쯤 돌아가시고 없을게요."

 동백꽃 씨가 다시 서슬 퍼런 눈빛으로 나바재 씨를 째려보며 대답한다.

 "돌아가시다니! 무례하기 짝이 없구먼. 증조할아버지께서 내게 직접 말씀하시기를 능소니 님의 하루는 우리의 한 여름겨울과 같다고 하였소. 시간이 조금 걸릴 뿐, 반드시 돌아오실 거요."

 "그리 말씀하시고 떠난 게 벌써 내 고조할아버지 살아계실 때였소이다. 반드시 돌아온다는 보장도 없거니와, 기다리기만 하다가 우리가 죽으면 다 무슨 소용이랍니까?"

 "맞아요. 죽은 별만 벌써 네 개, 나머지도 그렇게 져버릴 것이 뻔한 마당에 먹을 것과 땔감이 다 떨어지기 전까지 사냥을 하건 나무그늘에 들어가건 둘 중 하나는 정해야 해요."

 

 4.

 늘 그렇듯이 회의만으로는 별 소득이 없다. 능소니를 기다리던 사람들은 앞으로도 쭉 기다릴 것이고, 사냥하던 사람들은 앞으로도 쭉 사냥을 할 것이다. 차라리 하던 일이나 계속하면 다행이다. 한 우두머리는 아예 나무그늘로 들어가 새 터전을 찾겠다며 씨족 사람들을 데리고 떠났다는 소문이 들린다. 여러 씨족들의 의견을 한데 모으기는커녕, 각자 행동하는 것이 낫다는 확신만 심어준 것 같아 봄비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

 이제 깨어나면 맨 먼저 집 밖으로 나가 별들이 몇 개나 남아있는지 세는 것이 일과다. 그다지 크지도 않은 마을을 거닐다 보면 밭에는 빛을 충분히 받지 못해 죽어버린 싹들이 널려있고 가끔은 굶주림에 지쳐 죽은 사람도 보인다. 봄비는 하필 어제 능소니 이야기를 꺼낸 동백꽃 씨가 원망스럽다. 차라리 그런 희망은 갖지 않는 쪽이 이런 어려운 시기에 살아남기에는 알맞을텐데.

 "봄비 씨! 큰일 났어요!"

 젊은 탓인가. 너럭바우는 잘 먹지도 못하면서 기운이 넘치는지 항상 뛰어다닌다. 큰일이 아니라도 저렇게 뛰어다니지 않았을까.

 "무슨 일이니?"

 "언덕골목 능금아재가 그러는데, 옆집에서, 별안간 맛있는 냄새가 나길래, 잠깐, 들렀더니 글쎄..."

 너럭바우가 항상 숨을 고르느라 말을 하다 말고 끊는 데는 익숙하지만 '맛있는 냄새'라는 말에 봄비는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든다.

 

 5.

 '맛있는 냄새'가 난 곳은 좀 떨어진 두 채의 집이었다. 두 쌍의 부부는 알곡이 다 떨어지자 풀뿌리를 캐어먹었다고 한다. 그다음에는 나무껍질, 그다음에는 흙을 파내어 벌레나 개구리 따위를 찾았다. 그럴 힘도 다 떨어진 다음에 부부의 눈에 들어온 것은 첫 돌이 막 지난 아이였다. 오늘 아침 두 부부는 서로 자기 아이를 교환했다. 봄비는 이 사실을 일말의 양심이라도 남아있다는 증거로 여겨야 할지 마음이 복잡해졌다. 소식을 듣고 모여든 마을 사람들은 묶여있는 네 명의 죄인보다는 얼마 남지도 않은 살점과 국물에 관심이 많아 보인다.

 네 사람은 어떤 변명도 하지 않았다. 봄비는 이런 종류의 죄악에는 어떤 판결을 내려야 하는지 배운 적이 없었다. 그동안 익힌 어떤 노랫말과 옛날이야기에도 이와 같은 일은 전해지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지는 않았다. 그는 망설임 없이 모두가 보는 앞에서 돌칼을 꺼내 네 사람의 목을 그어버리고는 시체를 먹을 수 없게 불을 붙여 완전히 태워버렸다. 그는 앞으로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이와 같이 처벌하겠다고 선포하고 돌칼을 씻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봄비는 자신이 죽인 사람들이 나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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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하객 17-11-06 10:54
 
원시시대, 혹은 문명을 깨치지 못한 미개인이 배경인 소설이군요. 첫글이시라는데 눈에 닿는게 많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자게판에 멋진 평을 올리셨던데, 그 또한 기분 좋게 보았습니다.
다음 회 뜨면 계속 보겠습니다.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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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장대밥수 17-11-07 05:20
 
아직 장면 엮어내는 재주가 많이 모자랍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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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니 17-11-06 22:14
 
아름다운 문체가 돋보이는 글이군요.
셀프 홍보하시는 클라스가...ㅋㅋㅋㅋㅋㅋㅋㅋ
덕택에 좋은 글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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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장대밥수 17-11-07 05:21
 
표지 상태가 정상이 아니어서 부득이 홍보를 좀 했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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