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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카모밀레
작가 : 별찌
작품등록일 : 2017.11.5

황제가 되고자 발버둥치는 소년과 카모밀레 병에 걸린 마법사 소녀.
그리고 그들을 막아서는 자들은 황제가 되어 소중한 사람을 지키고자하는 쌍둥이 아이들, 황제가 되어서 자신의 정의를 펼치고자 하는 소년, 의뭉스런 이야기를 풀어놓는 의문의 여인. 이들의 피비린내 나는 이야기.
(+공동창작, 둘이서 쓰는 거에요

 
프롤로그
작성일 : 17-11-11 14:20     조회 : 378     추천 : 0     분량 : 5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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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황제가 죽었다. 

 페카네 드워프제국의 황제, 네파리우스가 돌연히 사망했다. 

 

 어떠한 경고도 없이 벌어진 참상에 사람들은 하나같이 쑥덕거렸다. 여러 가설이 입과 입을 거쳐 만들어지고 덧붙여졌다. 자연사였다고는 하지만 시체가 어딜 봐도 살해당한 시체였다느니, 황자 중 하나가 죽였다느니, 사실은 죽지 않고 어딘가에 숨어서 황자를 노리고 있다느니....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그는 죽었다. 부활의 여지도 없이, 확실하게. 

 

 장남이자 황비 소생의 황태자인 페카는 그 소식을 듣고 가벼운 충격에 빠졌다. 그의 아버지, 냉정하게 자식마저 내칠 수 있는 황제는 뼛속 깊이까지 지배자였고 강자였다. 허무하게 살해당할 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암암리에 대륙의 지배자라고도 불리는 그를 살해할 수 있는 사람도 존재할 리 없었다. 

 

 그를 죽일 만한 자가 갑자기 황궁의 경비를 모조리 뚫고, 황제를 살해할 가능성? 

 그럴 만한 힘이 있다면 왜 세계정복을 안 노리고 황제만 죽이는 거지? 

 

 "..........." 

 

 머리가 아파지도록 생각해봐도 답은 알 수 없었다. 주어진 정보가 너무 부족했다. 계속 생각하다 보면 추측을 넘어 망상이 되어버리고 말 것 같아 그는 그 주제로 생각하기를 그만두었다. 

 

 지금은 황제를 죽였다는 자에 대해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자신까지 죽일 생각이었으면 황제를 죽이러 침입한 날 같이 죽였을 테고, 여러 번 나눠 죽이는 질 나쁜 버릇이 있다고 해도 그만한 힘이라면 저항할 수단도 없었다. 저항할 수 없어 포기한다기엔, 다른 것을 믿는 걸지도 몰랐지만. 그의 손등에 새겨진 기하학적인 문양의 문신이 유독 선명했다. 

 

 지금은 다른 걸 생각해야 했다. 황제의 자리가 예기치 않게 공석이 되어버린 지금, 정당하게 황제 자리를 물려받았어야 할 자신을 밀어내려는 움직임이 더욱 눈에 띄게 될 테니까. 반란분자를 짓밟는 것도 황제의 임무 중 하나였다. 엄밀히 말해 아직 황제는 아니었지만 곧 그렇게 될 테니까. 

   

 '이제 전쟁이다.' 

 머릿속을 잠식한 생각에 그는 냉정한 회색빛 눈을 더욱 냉정하게 가라앉혔다. 

 

 그의 어머니이자 황비인 세이라는 심약하고 조용하며 권력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여인이었다. 즉, 전혀 도움이 될 리가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하들도 지금은 싸울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그에 비해 그의 적들은 셀 수도 없이 많았고, 준비도 되어 있을 터였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테레스였다. 

 

 짜증 날 정도로 정의에 목매는 위선자. 둘째 황자 테레스에 대한 그의 평은 그랬다. 이야기 속의 용사라도 되고 싶은 것인지 정의를 외쳤다. 단지 그것뿐이고 그걸 제대로 지켰으면 평도 조금은 달라졌겠지만, 테레스는 살인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악인이었다. 그것만으로도 황위를 양보할 수 없는데 심지어 반은 평민이기까지 해서 그에겐 절대로 황위를 넘길 수 없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황자의 이름을 달 자격도 없는 그를 죽이기 위해 수도 없이 많은 암살자를 보냈으나, 역으로 그 암살자들은 시체가 되어 곱게 포장된 채 돌아왔다. 처음 그 시체들을 봤을 때의 기분을 그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페카는 주먹을 꽉 쥐었다. 원래도 하얬던 손이 더욱 새하얗게 변했다. 

 

 '죽여버리고 싶지만......' 

 

 그는 너무 강했다. 마나는 못 쓴다 하더라도 마나가 필요 없는 검은 이미 따라올 자가 없을 정도로 잘 쓰며, 페카와 비슷할 정도로 똑똑했고, 반은 황족이니 적당히 죽지 않는 허수아비 황제를 원한 귀족들에게 지지받고 있었고, 반은 평민이니 평민들의 지지를 받을 가능성도 높았다. 

 

 "다른 황자들은 어디에 있지?" 

 

 옆에 그림자처럼 서 있던 부하, 리델스에게 질문을 던지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부복하며 대답했다. 

 

 "미세르 황자와 미세루스 황자는 현재 디위눔 엘프 신성제국에 가 있습니다. 행동에 관해선 별다른 말이 없습니다. 하지만 테레스 황자는 타나히엘 왕국에서 평민들을 도우러 다니고 있습니다." 

 

 흠, 그런가. 짧은 말에 리델스도 짧게 대답했다. 네. 

 

 붕대가 감겨 피부색은 알아볼 수 없지만 길고 곧은 손가락이 책상을 쓸었다. 그 무엇도 묻어나오지 않았건만 꼭 손가락에 피가 묻어있는 것만 같은 착시가 일었다. 붕대에 감겨 가려졌지만, 붕대 위로도 완벽하다고 할 수 있는 얼굴을 조금 찌푸렸다. 그랬는데도 그 미색은 조금도 빛이 바래지 않았다. 

 

 '상황은 아직 내가 유리하다.' 

 

 그를 제외한 황자들이 전부 레갈리스, 반은 평민이라는 성을 달고 있던 탓에 세간에 알려진 황자는 그가 유일했다. 황가의 수치들을 밖에 알리지 않기 위해 평민의 피가 섞인 자식들을 밖으로 내보낸 선 황제의 선택은 천운이었다. 그 선택이 아니었으면 그는 한참은 불리한 위치에서 시작해야 했으니까. 

 

 황태자이긴 하나 유능했다. 진심으로 나라를 위하는 귀족이 아닌 이상 그를 좋게 볼 리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선 황제의 통치 하에 유능하긴 하나 다른 생각을 품은 귀족들이 많이 있는 지금 그는 황제의 그 선택이 아니었다면 한참은 불리한 위치에 서 있었을 터였다. 페카네는 원래 귀족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편이라 황권이 낮았었으니. 

 

 돌연 페카의 머릿속에 한 가지의 생각이 스치듯 지나갔다. 

 

 마법을 배울까? 

 

 생각하고 보니 꽤 좋은 방법이었다. 왜 지금까지 배우지 않았냐 하면, 마법사는 거의 귀족이었다. 지금까지는 멀쩡히 가르칠 마법사가 없기에 굳이 리스크를 감수하고서까지 배울 만한 가치가 없었으나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조금의 리스크는 감수하고서라도 배울 만한 가치가 있었다. 사제관계로 묶인다면 실상은 별로 따를 의지가 없다고 해도 주변은 대다수 그 마법사를 그의 편으로 인식할 것이다. 

 

 테레스 황자는 똑똑했다. 강한 자를 따르는 일이 많은 검사들은 대다수 테레스 황자의 편이었다. 비록 마나를 쓰지 못해도 검술만으로 강자의 반열에 들 정도였으니. 덧붙여 그의 친절에 감동한 평민들도, 허수아비 왕을 원하는 반쯤의 귀족들도 이미 넘어간 거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마법사들은 달랐다. 그들은 대체로 마나를 쓰지 못하는 자를 멸시하는 자들이므로, 테레스 황자는 그들을 가장 마지막으로 미루었을 것이다. 혹은, 포기했거나. 

 

 하지만 누구에게? 

 

 페카는 현재, '조금의 일'로 인해 마나가 상당히 다루기 힘든 상태였다. 그런 그를 가르치려면 페카네에 있는 마법사들의 수준으로는 턱도 없었다. 하지만 어차피 페카의 목적은 페카네의 마법사들만을 끌어들이는 것이 아니었으니 그건 둘째 쳐도 되는 일이었다. 

 

 그리고 페칸스의 머릿속에 곧바로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자신의 모친, 세이라가 유년시절에 마법 공부를 했다는 것. 그리고 방대한 지식 중에서 색적 마법에 대한 것을 찾아내었다. 마나를 가진 사람을 찾아내는 마법. 깊게 배우지 않으면 별거 아닌 사람은 인식조차 되지 않았으나, 방대한 양의 마나를 가진 사람만 찾아낼 수 있다고 해도 페카는 그걸 원한 거니 문제없었다. 

 

 어느 때에도 도움이 되지 않은 어머니였지만 처음으로 그 쓸모를 찾아냈다. 

 페칸스는 쥐 죽은 듯이 부복하고 있는 리델스에게 말했다. 

 

 "어머니를 모셔와라." 

 

 

 - 

 

 

 테레스는 황제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그는 처음부터 충격에 빠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처음부터 황제를 죽인 것도 그였으니까.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던 어느 여인에게 도움을 받아 단번에 황궁의 집무실로 이동했고, 무감정한 회색 눈을 조금의 놀람으로 물들였던 황제를 단칼에 베어버렸었다. 

 

 황제의 회색빛 옷과 새하얀 피부가 붉게 물들고, 그 미친 외모들의 아버지인 만큼 미의 결정체를 쏟아부은 듯한 얼굴이 놀람을 담던 건 아직도 잊지 못했다. 

 

 ....그는 조용히 고개를 휘저었다. 긴 백발이 살랑였다. 아직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이런 건 빨리 잊어야 했다. 지금 죄책감을 가졌다간 황제가 되어 평민들을 구하겠다는 꿈을 이루지 못하게 된다. 

 죄책감은, 모든 걸 이룩한 후에 느껴도 늦지 않았다. 

 

  테레스는 겉으론 아무런 감정도 내비치지 않고 담담히 입술을 달싹여 자신의 부하인 인테르칼리스에게 말했다. 새까만 눈이 유리구슬같이 햇빛이 반사되어 빛났다. 

 

 "망할 형님을 보러 가자. 미래에 죽을 가족에게 예우를 갖추어야지." 

 

 그 형님인 페카가 먼저 그를 죽이려 들었으니 따지자면 정당방위였다. 그렇게 합리화하며 그는 화려하나 곧 피비린내를 풍길 황궁, 크루델리스로 향했다. 

 

 

 - 

 

 

 빛이 들지 않는 캄캄한 방, 고운 여인의 실루엣이 얼핏 보였다. 

 

 하지만 소리는 달랐다. 매우 거칠고 기괴했다. 비명소리, 쥐 울음소리, 숨이 넘어가는 소리. 귀신이라도 나올 것만 같은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런 기이한 소리들 사이엔 어울리지 않는 아름다운 미성도 들렸다. 

 

 "재미없는 것들, 실험체가 더 필요해. 이번에 재미있는 게임이 시작된다던데." 

 

 그녀는 붉은 입술의 끝을 끌어올렸다. 

 

 "그래서 적조야, 황위 쟁탈전이 시작된다고?" 

 

 그 말을 하자마자, 여인의 곁에서 불타고 있던 작은 새가 돌연히 더 강한 불꽃에 휩싸여 인간으로 변했다. 그 새, 아니, 그 소녀는 비록 어린아이의 모습이었으나 오히려 웬만한 성인을 능가하는 당당한 존재감을 선보였다. 

 

 "응." 

 

 적조라 불린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게임을 시작해볼까?" 

 

 두 사람은 마주보고 웃었다. 비명소리가 메아리치는 그곳에서. 

 

 - 

 

 "...손님이 올 것 같네요." 

 맑고 여린 미성이 울려퍼졌다. 초록빛의 풀들이 돋아난, 아담한 언덕의 위에서 새하얀 백발이 덧없이 흩날렸다. 바닥에 돋아난 풀들과 꼭 같은 연녹색의 눈이 다정하게 휘어졌다. 하지만 조금 위화감이 드는 게 그 눈동자에는 초점이 잡혀 있지 않았다. 

 

 "-시아, 찬바람 오래 쐬면 위험하다니까요!" 

 

 소녀의 미성과는 다른 느낌의 발랄한 미성이 들려오자 소녀는 작게 웃음지었다. 핏기가 없어 연분홍빛을 띄는 입술의 끝자락이 조금 벌어진 채 올라갔고, 그 사이에선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네." 

 

 그리고는 죄송해요, 금방 들어갈게요. 라고 작게 이어 말했다.  바로 근처에 있는 게 아닌 한 듣기 힘든 목소리였으나 소녀에게는 그 발랄한 목소리의 주인이 확실하게 들었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이윽고 소녀는 마법을 써 양옆의 휠체어 바퀴를 굴리며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나아갔다. 거기엔 언덕에서는 보이지 않던 자그마한 집 하나가 떡하니 세워져 있었다. 

 

 "위험하다고 몇 번이나 말했잖아요!" 

 

 "걱정끼쳐서 죄송해요." 

 

 "....그렇게 사과하니까 화낼 수도 없고, 정말." 

 

 "아하하..." 

 

 흑발을 한쪽으로 묶어 늘어뜨린 여인과 대화하며 어색하게 웃는 소녀는, 외양과는 맞지 않게도 대륙 최강의 마법사의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소녀였다.

 
작가의 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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