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
 1  2  3  4  5  6  7  8  9  >>
 
자유연재 > 현대물
너무나 특별한 소녀
작가 : 최윤슬
작품등록일 : 2017.11.5

'이대로 아무런 일도 없이 삶이 끝날지도 몰라.'
만사가 무기력한 열여덟 수연에게 너무나 특별한 찬별이 다가온다.
그들의 친구 프랑소와까지, 세 사람의 너무나 특별한 성장담.

 
-1화- 이대로 아무런 일도 없이
작성일 : 17-11-05 14:10     조회 : 526     추천 : 0     분량 : 2891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1. 이대로 아무런 일도 없이

 

 

  ‘이대로 아무런 일도 없이 삶이 끝날지도 몰라.’

  당시 수연은 그런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1학년 2학기가 끝나고 맞은 겨울 방학이었다. 중학생 시절 그토록 기대했던 고교 1년이 너무나도 한심하게 막을 내렸을 때, 수연은 자신이 10년은 훌쩍 늙어버린 것 같다고 느꼈다.

 

  고입을 앞두고 그녀는 크게 두 가지를 기대했다.

 

  1) 동아리

 

  고르고 골라 들어간 만화 동아리는 중학교 때의 CA 활동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어딘가 모르게 덜떨어진 느낌의 2학년들에게 허리를 숙여야 한다는 것만 빼면 말이다. 3학년은 동아리 활동을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일주일에 한 번씩 동아리실로 쓰인 과학실엔 꿀 먹은 벙어리 신입생 몇 명과 건들거리는 2학년 몇 명이 전부였다.

  모여서 하는 일이란 것이 참 가관이었다. 과자 몇 봉을 펼쳐두고 서울 코믹 월드에 어떤 코스프레를 준비할 것인가로 침을 튀기는 일, 그것뿐이었다.

 

  동아리마다 지도 쌤이 붙었지만 만화 동아리만큼은 선뜻 맡으려는 사람이 없었다. 미술 선생님 몇 사람이 잠시 스쳐갔으나 만화 ‘그리기’ 동아리가 아닌 이상 그들이 있을 이유는 딱히 없었다. 만화 캐릭터의 옷을 입고 포즈를 취하는 일을 같이 해줄 어른이란 그리 흔치 않은 것이다.

 

  “차수연이 우솝을 해. 키도 크고, 좀...... 보이쉬하니까.”

 

  그 멍청한 코스프레의 기억만 떠올리면 수연은 지금도 치가 떨렸다. 키가 크고 예쁘지 않다는 이유(‘보이쉬하다’는 평은 곧 예쁘지 않다는 뜻임을 파악할 정도의 눈치는 수연도 있었다.)만으로 여학생에게 못생기고 우스꽝스러운 남자 캐릭터를 연기하도록 강요한 2학년들이 토 나오도록 미웠다.

 

  루피, 상디, 조로, 나미 등 폼 나는 캐릭터는 전부 2학년들이 독차지했다. 사슴이 ‘인간인간 열매’를 먹고 탄생한 귀여운 쵸파 캐릭터는 키가 ‘난쟁이 응아자루’처럼 작은 2학년 여자가 맡았다. 코를 파랗게 칠하고 귀여운 척 깡충거리는 여자애의 모습은 5초만 보고 있어도 진땀이 흘렀다. 골판지를 잘라 붙인 수연의 가짜 코는 자꾸만 힘을 잃고 너덜거렸다.

 

  ‘여기에서 대체 뭐하고 있는 거지?’

 

  살면서 흥미를 느낀 일이라곤 만화책을 보는 것뿐이라 만화 동아리를 선택했던 것인데. 이토록 멍청한 무리에 끼어 멍청한 일원으로 보이는 게 결과일 줄 알았다면 결코 선택하지 않았을 길이다. 수연은 바닥이 뚫린 슬픔 속으로 첨벙첨벙 가라앉았다.

 

  화장실을 핑계로 이탈해서는 행사장 구석에 서서 그럭저럭 멋지게 코스프레를 한 다른 팀들을 구경했다.

 

  ‘같은 코스프레일지라도 급이 있는 거야.’

 

  수연은 그렇게 생각했다. 코스프레 하나를 하더라도 엘프급으로 아름다운 인간이 있고, 오크급으로 허접스러운 인간이 있다고. 엘프급들은 카메라 군단에 수도 없이 사진을 찍혔다. 오크급은 저들끼리 뭉쳐 구석을 전전하다 조용히 사라졌다.

 

  수연은 엘프급에 다다르고 싶은 오크급이라 자신을 규정했고 그 날은 많이 울었다.

 

  탈퇴를 할 뾰족한 구실은 없어서 1년을 이럭저럭 붙어있었다. 그러나 1학년 신입생들의 ‘뭐야 저 찌질이는.’ 하는 투의 눈길을 받는 2학년이 되는 것은 죽기보다 싫었다. 과외를 이유로 동아리를 떠나던 날엔 가슴을 뚫어뻥으로 뚫은 것처럼 시원했다.

 

  2) 교복 연애

 

  열한 살이나 더 먹은 친언니 수민이 ‘고교 생활의 꽃은 연애’라며 훈수를 둘 때엔 콧방귀를 뀌는 체했다.

 

  ‘그건 언니처럼 예쁜 여자한테나 가능한 일 아닌가.’

 

  그러나 내심의 설렘으로 초중고 내내 쓰던 두꺼운 안경을 벗고 콘텍트렌즈를 맞춘 수연이었다.

  한동안 작정하고 머리도 길러보았지만 워낙에 심각한 반곱슬은 자랄수록 푸스스하니 빗자루같았다. 평생 단발에서 벗어날 수 없는 걸까? 수연은 매직을 해도 소용없는 머릿결을 한탄하며 매일 아침 고데기를 달궜다.

 

  아주 잠시였지만, 수연을 설레게 하는 남자 선배가 있었다.

 

  교회 오빠 스타일로 웃는 얼굴이 다사로운 훈남이었다. 그 선배가 시커먼 남고생 무리에 둘러싸여 웃고 있는 모습은 누구라도 한 번쯤은 돌아볼 만큼 인상적인 구석이 있었다. 아직 다 자라지 못한 소년의 분위기와 건실한 청년의 분위기를 한꺼번에 풍기고 있는 그는 확실히 인기가 많았다.

 

  수연은 급식실에서 줄을 서다가 그 선배의 얼굴을 아주 근거리에서 볼 기회가 있었다. 해사하게 웃는 눈을 두근거리는 기분으로 바라보았는데, 30cm도 안 되는 거리였음에도 그는 TV 속 인물처럼 멀게만 느껴졌다. 아주 잠시 눈이 마주쳤을 때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을 정도로 주눅이 들었다.

 

  반 여자애들의 절반 이상이 그 선배의 사진을 저장했다는 것을 깨달은 날엔 깨끗하게 짝사랑을 포기했다. 짝‘사랑’이라 하기엔 유행을 따른 것에 가까웠다는 민망한 자각이 왔던 것이다.

 

  옅고 가벼운 설렘이 지나간 후엔 정말이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등굣길과 하굣길의 은근한 시선이나 새벽에 갑자기 울리는 카톡, 페북 메시지 등 그 어떤 신호도 말이다.

 

  답답한 밤이면 수연은 스탠드를 켜고 거울 앞에 앉았다. 누르죽죽한 얼굴과 부스스한 머리카락은 못난이를 위한 한 세트였다. 수연은 빗을 집어던지고 침대로 다이빙하며 머릿결이 개털이었을 조상 중의 누군가를 격렬히 원망했다.

 

  하기야, 비단 머리 탓만은 아닐 것이다. 속쌍꺼풀이 있기는 하나 눈에 띄지도 않는 작은 눈에 사내애처럼 마른 몸. 물론 살집 있는 몸보단 빼빼한 쪽을 선호하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 장점이라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극소량의 여성미를 함유한 몸을 거울에 비추고 있자면 절로 한숨이 나왔다.

 

  ‘어디 하나 예쁜 구석이 없다니!’

 

  뭐 활짝 웃는 얼굴이 예쁘다는 말을 가뭄에 콩 나는 식으로 듣기야 했지만, 웃을 때 안 예쁜 여자가 어디 있겠는가.

  수연은 자신과 정반대의 면을 가진 여자아이들이 부러웠다. 희고 뽀얀 피부. 커다란 눈과 도톰한 입술. 볼륨 넘치는 몸매에 작고 고운 손발. 매끄러운 머릿결.

 

  그 모든 것을 지닌 아이가 있었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최윤슬 17-11-05 22:38
 
잘 부탁드립니다, 많이 읽어주세요. =)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9 -29화- 뜻밖의 은신처 2017 / 12 / 17 312 0 3675   
28 -28화- 박찬별 탈출 대작전 2017 / 12 / 15 287 0 6194   
27 -27화- 30등의 가치+쓸쓸한 방학 2017 / 12 / 12 266 0 5176   
26 -26화- 역시 나는+뺏앗긴 자유 2017 / 12 / 10 310 0 4429   
25 -25화- 저녁 초대+성적표 위조단 2017 / 12 / 10 296 0 3437   
24 -24화- 트위터 비밀 일기+프라다 연애 상담소 2017 / 12 / 9 285 0 3882   
23 -23화- 충격의 중간고사 2017 / 12 / 9 291 0 4430   
22 -22화- 공갈빵 2017 / 12 / 8 295 0 3037   
21 -21화- 참 어려운 연애+환상+누구를 좋아해야 … 2017 / 12 / 8 294 0 3786   
20 -20화- 찬별의 실연 2 2017 / 12 / 6 301 0 4255   
19 -19화- 찬별의 실연 1 2017 / 12 / 6 281 0 4408   
18 -18화- 신촌 데이트 2017 / 12 / 6 326 0 2452   
17 -17화- 전동차의 버스커 2017 / 12 / 1 288 0 3597   
16 -16화- 비밀 카친 2017 / 12 / 1 294 0 3115   
15 -15화- 최이로 2017 / 11 / 23 313 0 7220   
14 -14화- 낭독의 밤 2017 / 11 / 22 295 0 2864   
13 -13화- 차가운 초밥+카톡은 화해를 싣고 2017 / 11 / 21 296 0 3030   
12 -12화- 얼룩진 중학생 시절 2017 / 11 / 20 304 0 4122   
11 -11화- 뜻밖의 초대 + 나도 비밀 있어! 2017 / 11 / 20 289 0 3602   
10 -10화- 프랑소와 최 2017 / 11 / 13 291 0 2182   
9 -9화- 소원나무 할아버지 2017 / 11 / 13 309 0 5484   
8 -8화- 칵테일 파티 2 2017 / 11 / 7 294 0 5934   
7 -7화- 칵테일 파티 1 2017 / 11 / 7 309 1 4572   
6 -6화- 프리다 살롱 2017 / 11 / 7 301 0 1827   
5 -5화- 친구가 생겼어요! (2) 2017 / 11 / 5 369 0 1476   
4 -4화- 안녕, 차수! 2017 / 11 / 5 286 0 2305   
3 -3화- 12월 서교동 탐앤탐스 2017 / 11 / 5 307 1 4029   
2 -2화- 빡친별 2017 / 11 / 5 305 0 1088   
1 -1화- 이대로 아무런 일도 없이 (1) 2017 / 11 / 5 527 0 2891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