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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연애박사는 하이드씨
작가 : 새로고침
작품등록일 : 2017.11.3

[차원이동/사기꾼여주/여주를 이용하려는 남주/계약관계/말빨 좋은 여주]

24살, 한국의 연박하는 바다에 빠져 죽었다. 빌어먹을 인생. 그녀는 죽어가는 와중에도 욕을 퍼부었는데,

"시발!"

"얘야, 뭐라고?"

눈을 떠 보니 귀족 집안의 외동딸이 되어 있었다. 거기까지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박하는 '몰락'귀족의 외동딸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아버지는 실종, 어머니는 병사. 결국 이런 거다. 원래부터 꼬인 인생인지라, 더 놀랄 것도 없다. 홀로 남은 박하는 전공을 살려, 향수 가게 '하이드'를 차렸다. 사랑에 고픈 아가씨들에게 가짜 페로몬 향수를 팔아 등을 쳐먹으면서, 잘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요즘엔 사기꾼 만나는 데 예약도 필요한가?"

이 남자만 없었더라면.

 
1. 사람이 꼭 죽으란 법은 없다.
작성일 : 17-11-06 23:40     조회 : 367     추천 : 0     분량 : 3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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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바다에 빠져 죽었다. 아마도.

 

 내가 죽어야 했던 이유가 뭘까. 어제 만든 향수에 로즈마리 오일이 두 방울 더 들어간 것? 빚더미인 집에서 태어났다는 사실? 다음 주에 소개팅이 잡힌 것? 무엇이 되어도 내 죽음을 정당화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살려주세요, 제발, 제발. 대체 내게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나는 개처럼 얻어맞고 정신을 잃었다. 정신을 차린 건 차가운 바닷물이 몸에 닿고 나서였다. 포대자루에 몸이 갇혀 있었다. 갇혀 있다 뿐일까. 손발이 추에 묶여 있어 발버둥을 칠 수도 없다. 검은 물이 나를 집어삼킨다. 코에 짠물이 들어가 재채기를 해도, 실수로 물을 한 움큼 들이마시고 억억거려도, 아무도 나를 구하려 들지 않았다. 저 바다는 아무래도 죽음인 것 같았다. 집을 나와 이 일 저 일 전전하며 살 때부터 내 인생은 내 편이 아니라는 생각을 수 없이 하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나는 죽음에 먹혔다.

 

 죽기 전까지도 발악을 했다. 부러지기 직전까지 맞아도 살고는 싶었나보다. 엉엉 울면서도 욕을 했다. 내가 꼭 죽일 거야. 누군진 몰라도 꼭 찾아내서 죽일 거야. 왜 나한테만 이래. 시발, 씨발,

 

 “시발!”

 

 “얘야, 지금 뭐라고 했니?”

 

 박하는 눈을 깜빡였다. 굉장히 낯선 사람들이, 자신을 보고 있었다. 사람들, 이라고 해봐야 중년 부부 뿐이었지만. 살았나? 심지어 그 부부는 서양인이었다. 내가 바다에 빠져서 둥둥 뜬 채로 유럽까지 흘러들었나? 러시아야? 내가 러시아 어를 할 줄 알았던가? 어안이 벙벙해서 멍하니 그들을 보고만 있었더니, 여자 쪽이 눈물이 그렁그렁해서는 입을 열었다.

 

 “여보, 나디아가 말을 했어요!”

 

 하도 멍해서 알아차리지 못했는데, 두 사람은 박하가 욕을 한 것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표정이었다. 정확히는, 감격에 절어서 당장에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은, 그런 얼굴이었다. 이제 마흔 줄에 겨우 들어선 것처럼 보이는 여자는 눈물을 매단 채로 박하를 보더니, 와락 끌어안기 까지 했다.

 

 “오, 아가...네가 무사해서 다행이야. 정말, 정말로 걱정했단다.”

 

 조금 전까지도 그 검은 죽음이 자신을 집어삼키던 감각이 생생하다. 손끝을 핥던 차가운 물. 숨을 옥죄어 오던 차디찬 손아귀. 그런 것이 거짓말이라도 되는 것처럼, 이곳은 따뜻했다. 다정한 품, 시선, 심지어 그녀는 침대에 앉아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박하는 멍하니 여자에게 안겨 있었다. 여자의 곱실거리는 진저 헤어 아래로 꼼지락대는 작은 두 손이 보였다. 자신의 것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작은 손이었다. 마치, 어린 아이의 것 마냥.

 

 박하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분명 엉엉 우느라 목이 쉴 대로 쉬어 있었는데, 매끄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저, 올해가...?”

 

 “아, 그래. 오래 누워 있었으니 모를 법도 하지... 올해는 제국력 816년이란다. 넌 2년이 다 되도록 누워 있었어.”

 

 네? 박하는 멍하니 여자를 바라보았다. 여자는 목이 메는지 박하를 꼭 끌어안고 숨을 골랐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어떻게 사교계 문턱도 못 밟아 본 아이에게 이런 사고를 내...”

 

 정리하자면, 그녀의 이름은 나디아 앤시어. 앤시어 자작가의 외동딸이었다. 박하가 막연히 외국이라고 생각했던 곳은 유스프렌이라는 나라였고, 올해로 13살인 어린 나디아는 마차 사고를 당해 2년간 누워 있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한국의 연박하는 나디아가 되어 있었다.

 

 나디아, 앤시어. 박하는 조용한 방 안, 거울 앞에 앉아 몇 번이고 소녀의 이름을 발음해 보았다. 매끄럽게 흘러나오는 게 꽤 예뻤다. 거울 안에는 여자의 진저 헤어와 남자의 바이올렛을 섞어둔 듯 한 머리칼의 여자아이가 앉아 있었다. 멀리서 보면 붉은 빛인데, 가까이서 보면 보라색이다. 그런 주제에 눈은 또 파랗다. 연박하. 박하는 자신의 이름을 소리 내어 말해보았다. 거울 안의 소녀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인정해야 했다. 박하는 나디아가 되었다.

 

 새 아버지는 다정했으며 어머니는 상냥했다. 그들이 기억하는 나디아는 무척이나 응석꾸러기였던 모양이다. 차분하게 식사를 하는 박하를 보고 몸이 아직도 아프냐며 걱정을 한 사발 쏟아놓는 것을 보면. 앤시어 자작가의 금지옥엽 외동딸. 박하는 이 수식어가 꽤 마음에 들었다.

 

 단지 거기까지였다면 얼마나 좋을까.

 

 앤시어 자작가는 박하가 나디아로 깨어난 이후 근 2년 만에 몰락가문이 되어 버렸다. 원래도 넉넉한 집안이 아니었는데, 나디아의 치료비에 돈을 부은 탓에 순식간에 가세가 기운 것이다. 그럼에도 자작 부부는 나디아에게 일말의 원망도 내비치지 않았다. 선량하고, 다정한 사람들이었다. 박하는 나디아의 부모님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가난하다 해도 두 사람이 나디아에게 전하는 애정은 따스한 것이어서, 박하는 그들이 없는 나디아의 삶을 상상할 수 없었다.

 

 귀족의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터무니없이 많은 돈이 든다. 불어나는 빚을 감당할 수 없었던 아버지가 파산 신청을 하고 돌아왔다. 귀족이라는 작위를 반납하는 대신, 빚에 대한 책임을 모두 국가에 넘겨버리는 것이다. 이젠 완전히 평민이 되어버렸다. 귀족만이 달 수 있는 표장을 떼어버린 채 돌아온 나디아의 아버지는 수수한 웃음을 지었다. 한갓 귀족 작위보다 가정을 중시하는 가장의 푸근한 미소였다. 나디아는 그를 따라 웃었다.

 

 평생을 귀족으로 살아온 사람이 허드렛일을 잘할 수 있을 리 없다. 이 일 저 일 전전하며 살던 나디아의 아버지는 어느 날 돈을 벌어 오겠다며 배에 탔다. 실종 소식을 받은 것은 그로부터 1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그래도, 나디아에겐 어머니가 남아 있었다. 어머니의 바느질 솜씨는 제법 좋아서, 나디아는 그녀와 함께 삯을 팔아먹고 살았다. 과거 연박하로 살던 때가 조금 더 풍족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애정 어린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어머니를 볼 때면 그런 생각 자체가 죄가 되는 기분이었다. 아무려면 어떠랴. 자신에게는 어머니가 있었다.

 

 다음 해는 극심한 흉년이 들었다. 하루건너 하루 굶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염병이 돌았다. 어린 나디아는 괜찮았지만, 몸이 약해질 대로 약해진 어머니는 아니었다. 나디아는 어머니의 주검을 앞에 두고 사흘 밤낮을 떠나질 못했다.

 

 와, 내 인생은 정말, 구제할 길도 없는 쓰레기구나.

 

 17살의 어린 몸으로 두 부모의 장례를 치르고 온 나디아는 사람이 이렇게까지 바닥으로 떨어지기도 힘들 거라는 생각을 했다. 이미 한참을 울어 더 나올 눈물도 없었다. 그런 상념도 잠시.

 

 어떻게 먹고 살지?

 

 실질적인 문제에 직면했다. 아예 파산을 해버린 덕분에 남겨진 빚은 없었다. 혼자가 된 나디아의 손에 남은 건 저택을 팔아 생긴 300크렌. 많은 것도 아니었지만 적은 것도 아니었다.

 

 살 길이 막막하다. 멍하니 벤치에 앉아 있는 나디아의 앞으로, 한창 불이 붙었는지 온갖 다정한 말들을 주고받는 커플들이 지나갔다. 저렇게 행복한 사람들도 있는데, 내 인생은 왜 이럴까. 지질한 복수라도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박하로서의 26년과 나디아로서 4년을 더 산 그녀의 머릿속에 꽤 괜찮은, 아니, 기막힌 사업 아이템이 생각났을 뿐.

 

 사람이 꼭 죽으란 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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