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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순간을 위한 왈츠
작가 : 수리수리
작품등록일 : 2017.10.31

그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은 척, 무대 위에서 보란 듯이 춤을 춘다. 너를 살리기 위한, 그리고 시작과 함께 천천히 망가져갔던 우리를 위한,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아닌, 이 순간을 위한 왈츠.
죽은 첫사랑을 살리기 위해 과거로 돌아온 한 여자의 이야기.

 
1. 너를 위한 기도
작성일 : 17-10-31 10:46     조회 : 401     추천 : 0     분량 : 3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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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조야.'

 

 '응.'

 

 

 내 부름에, 누워 있던 너는 햇살처럼 웃었다.

 

 

 '응. 미루야.'

 

 

 무겁지 않게 대답하던 너에게선, 늘 빛이 났었다.

 그 빛이 너무도 탐이 나, 나는 손에 꼭 쥐고 놓고 싶지 않아 했었다. 좋으면 좋은 대로, 내 감정을 숨김없이 다 드러내야만 했었던 그 시절,

 

 나는,

 너를 진심으로 사랑했었다.

 

 

 

 

 * 순간을 위한 왈츠 *

 

 

 

 "…윤미루. 너 진짜."

 

 

 병원 특유의 냄새. 그 냄새를 맡으며 눈을 떴을 때는, 또 내가 쓰러졌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 다음으로 든 생각은, 또 내가 살아났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어떤 사람에게, 목숨은 유독 끈질기다. 너무도 간단히 끊어진 그의 것과는 다르게.

 

 유리의 말에, 나는 설핏 웃었다. 환하게 웃어주려고 했는데, 얼굴 근육이 잘 움직여지지가 않았다. 독한 진통제는 사람의 근육을 마비시킨다. 마약처럼.

 

 

 "거긴 또 왜 간 거야. 정말 죽으려고 작정한 거야?"

 

 

 그런 건 아니다.

 

 

 "너도 따라 죽으려고. 그런 거야?"

 

 

 아무렇지 않게 잘 살다가, 술을 마셨다.

 술을 마시니까 그 사람이 보고 싶어서, 그래서 그의 집에 갔다. 네가 죽은, 한 때는 따뜻했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온 세상이 너를 위해 울었었는데, 어느새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잊혀진 네가 너무 불쌍해서. 그런데 네가 미워서. 도무지 용서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널 보러 갔었다.

 

 

 "네 사랑이 그렇게 아프고, 그렇게 대단해?"

 

 “…그런 거 아니야."

 

 "윤승조, 그 사람이 그렇게 대단해? 네가 이렇게 무너질 만큼?"

 

 

 시선을 피하는 나에게 화가 났는지, 유리가 내 어깨를 붙잡았다.

 

 

 "대체 왜 그래. 그 사람, 이미 4년도 전에 너 버렸어. 다 잊은 줄 알았는데 대체 왜 갑자기…"

 

 

 '그만 하자.'

 

 '…응? 무슨 말이야?'

 

 

 그 차갑고, 아무 감정도 담기지 않았던 네 얼굴이,

 4년, 아니, 어쩌면 5년이 되어 가는 너의 그 얼굴이, 나는 지금도 도무지 믿기지가 않는다.

 

 다 잊었다니, 그런 척 했을 뿐.

 나는 단 한 순간도 너를 잊은 적이 없었다.

 

 

 '너, 질려.'

 

 "그 사람, 너 안 사랑했어."

 

 

 알고 있다.

 나만 이렇게, 이미 죽어버린 너를 붙잡고 여전히 놓아 주지 못하고 있다.

 

 

 유리가 간 뒤, 나는 병실에서 일어섰다. 바람이 쐬고 싶었다.

 

 아무 생각 없이 병원 복도를 걸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보란 듯이 내게 꽂혔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빠르게 흩어진다. 개중에는 경멸의 시선도, 동정의 시선도 있었다.

 

 내 뒤에 매달려 영영 따라올 것만 같은 거추장스러운 링거를 이제 그만 보내주기로 했다. 주사 바늘들을 뽑아 빼고, 나는 천천히 계단을 올랐다. 간호사에게 혼날 것이 뻔했지만 당장은 상관없었다. 나를 힐끔거리는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나는 옥상으로 향했다. 옥상은 잠겨 있지 않았다. 차가운 바람이 얇은 병원복을 펄럭이며 통과해 들어온다. 춥다. 아니, 춥지 않다. 밑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아주 작게 보였다.

 

 

 떨어지면, 많이 아플까.

 

 난간에 앉아 눈을 감고 그 저릿저릿한 바람을 느끼고 있을 때였다.

 

 

 "윤미루 씨, 맞으시죠?"

 

 "…누구,"

 

 

 미처 말을 끝내기도 전에, 남자가 난간으로 뛰어올랐다. 인간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그 몸짓이 가벼웠다.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사신(死神), 이라 적힌 명함을 응시하다, 나는 무심히 검은 정장에 검은 모자를 쓴 남자를 보았다.

 

 조끼까지 제대로 갖춘 완벽한 정장이다. 오싹할 정도로 검은 빛의 정장은 어딘지 이질적인 느낌까지 든다. 그 지독한 색을 바라보다 나는 그의 얼굴을 응시했다. 분명히 보고 있는데도 어딘가 인상에 남지 않는 얼굴이다. 아주 특색 있기도, 그렇지 않기도 했다.

 

 

 “죽은 이를 인도하는 일을 맡아 하고 있습니다.”

 

 

 그보다, 곱게 미친 사람일까. 나는 다시금 그의 얼굴을 본 뒤, 명함에 시선을 내렸다. 그리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 병원에 정신 병동도 있었던가, 하고.

 

 

 "윤미루 씨가 이대로 수명을 못 살고 죽게 되면 곤란하기 때문에, 제가 왔습니다."

 

 

 제 수명에 못 산다니. 웃음이 나서, 장난스럽게 물었다.

 

 

 "내 수명이 언제까지인데요?"

 

 "그건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만.."

 

 

 진짜 곤란한 듯 보이는 남자의 얼굴에, 나도 모르게 흥미가 일었다. 그 사람의 명함을 두드리다 입을 열었다.

 

 

 "아마도 내 남은 수명은 그 사람이 죽은 이후로 사라졌을 거예요."

 

 "그 사람이라면, 윤승조를 말하는 건가요?"

 

 

 나는 나도 모르게 웃었다.

 모두가 그냥 내가 그냥 미친 사람인줄 아는데, 당신은 대체 어떻게 알고 있는 걸까. 입가 어딘가의 근육이 이상해진 것 같다.

 그가 죽은 지, 벌써 1년의 시간이 흘렀다. 명함을 빤히 보다, 입을 열었다.

 

 

 "내 수명을 되돌리려면, 그 사람을 다시 살려내야 할걸요."

 

 "당신은 당신의 삶을 살아가야죠."

 

 "…바보 같죠?"

 

 

 절절히 사랑했냐하면, 딱히 그런 것도 아니다.

 

 5년 전, 우리는 겨우 몇 개월 남짓한 시간을 사귀었고, 나는 잔인하게 차였다. 울면서 그의 집을 찾아가도 봤고, 그의 새로운 여자를 괴롭혀도 봤고, 다른 남자를 만나며 그를 자극해도 봤다. 끝끝내는 같잖은 자존심을 부리며 그를 좋아하지 않는 척 했다. 그럼에도 나는 그를 벗어날 수 없었다. 그는, 나의 첫사랑이었다.

 

 

 "당신, 정말 신이라면. 신이라는 게 존재한다면."

 

 "….."

 

 "나에게 다시 기회를 줘요."

 

 

 그 사람과 다시 사랑할 수 있는 기회, 가 있다면 하고 늘 바랐었다. 내 온 마음을 다했던 서투르기 그지없는 첫사랑, 그래서 아픔으로만 남았던 그 첫사랑과 딱 한 번만 다시 사랑할 수 있게 해달라고, 그래서 나를 잔인하게 찼던 그 사람이, 이번에는 나를 애타게 사랑할 수 있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었다.

 

 그 사람이 죽은 뒤로, 나는 매일같이 그 사람을 살릴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먼발치에서라도 좋으니까, TV 너머에서만 볼 수 있어도, 그 사람이 나를 수천 번을 잔인하게 버리더라도 좋으니까 살아만 있게 해달라고.

 

 끔찍하게 후회했다. 같잖은 자존심으로 마음을 숨긴 채, 너에게 매달리지 않았던 지난날들을.

 

 

 "…좋아요."

 

 "네?"

 

 "그렇게 해서 당신이 살 수 있다면."

 

 

 그의 진지한 얼굴에, 나는 피식 웃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당신?"

 

 "기회를 줄 수는 있지만,"

 

 "…."

 

 "다시 한다고 해서 잘 될까요?"

 

 

 나는 멍하니 남자를 응시했다. 그가 얼핏 미소를 지었다.

 

 

 "부디, 이번엔 후회 없길."

 

 

 바로 다음 순간, 남자의 얼굴이 흐릿해졌다. 눈에 뭐가 들어갔나, 질끈 눈을 감았다 떴을 때, 나는 전혀 다른 곳에 있었다.

 플래시가 반짝였다. 익숙한 카메라가 나를 비추고 있었다.

 

 

 "컷, 오케이! 미아 씨, 다음 의상 준비해주세요."

 

 "미아 씨, 저 쪽으로 가실게요."

 

 

 내 손에 들려 있던 꽃다발이 천천히 추락했다. 핏빛처럼 붉은 꽃이 바닥에 떨어지며 점점이 흩어졌다.

 

 미아는, 모델 시절 내 가명이었다.

  촬영장 안에서 굳어 있는 나를, 스태프들이 의아하게 보았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내 앞에 놓여 있던 거울을 응시했다. 그리고, 나는 비명을 지를 뻔했다.

 

 그것은 분명히 나였으나 내가 아니었다.

 

 다가오는 죽음에 말라 비틀어진 얼굴이 아니라 매끈한 피부에 생기 넘치는 발그레한 볼, 흐림 없이 반짝이는 눈동자. 20대 초반의, 앳된 얼굴이 거기에 있었다.

 

 

 "미루야?"

 

 

 매니저가 왜 그러냐는 듯 내 어깨를 쥐었고, 나는 겨우 그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멈춰 서서, 촬영장을 돌아보았다. 익숙한 브랜드 로고가 반짝였다. 5년 전, 나를 스타 반열에 오르게 만들어주었던 화보였다. 그리고,

 

 

 "윤승조 씨 들어오십니다!"

 

 

 처음 너를 만났던, 바로 그 촬영 현장.

 

 피곤한 얼굴로 들어오는 그를, 나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바라보았다.

 

 

 적당히 흰 얼굴, 부드럽지만 결코 웃지 않는 눈매, 그 속에 그림처럼 드리워지는 다갈색 눈동자. 보기 좋게 올라간 콧대에 매끄럽게 호선을 그리며 올라가는 입 꼬리. 스태프들에게 인사를 하던 그의 시선이 이윽고 나에게로 향했다. 늘 그렇듯 입가에 장난스런 웃음을 건 채, 그가 고개를 까딱였다.

 

 

 죽은 첫사랑이, 내 앞에 있었다.

 

 

 

 순간을 위한 왈츠,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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