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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청천무가
작가 : Variation
작품등록일 : 2017.8.31

청천무가
발르 601년 출판.
묵오하의 후손인 묵일영에 의해 쓰여진 소설. 푸른 전쟁 이전 부터 종결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재미와 흥미를 위하여 실제역사와는 다른 부분이 많이 있다. 동목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사료로써 가치는 매우 떨어지나, 인간의 욕망, 사랑, 전쟁의 참혹함 등을 잘 들어낸 작품으로써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바브로를 수여받았다. 적토만곡과 함께 쓰여진 작품이다. 작품의 제목으로 인하여 푸른 전쟁, 붉은 전쟁의 이름이 붙여졌다.

Team.Variation 독점 제공

 
제 1 장: 염방(1)
작성일 : 17-08-31 18:06     조회 : 394     추천 : 0     분량 : 3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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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이 맘 때의 고천의 공기는 한 없이 무겁기만 하다. 온통 푸름에 잠겨 버린 새벽, 천검성은 때 아닌 분주함이 가득했다.

 

  자천당, 가모와 가주만의 비밀스런 공간은 조심스럽지만 호흡에 찬 발걸음들로 어지럽혀지고 있다. 본디 이 공간의 주인은 안으로 들지 못하고, 정처 없는 발걸음이 문 앞에 잔뜩 찍힌다. 염방은 가주 뒤에서 문이 떨어져라 바라만 보았다.

 

  굳게 닫힌 문틈으로 가모의 애처로운 악 소리가 흘러 나올 때면, 가주는 제도 모르게 허리춤으로 손을 뻗었다.

 

  천율기는 그 모습이 볼썽사나워 조용히 혀를 찼다. 사뭇 여유로워 보이는 그는 이미 몇 차례 출산 경험이 있었고, 대장로의 의무감과, 걱정이 하늘을 찔러 꼭 제가 직접 낳는 것처럼 부산스러운 가주의 부탁으로 이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불안함에 떨리는 가주의 동공과 마주한 천율기는 옅은 숨을 내 쉰다.

 

  “너무 걱정마시오, 가주. 한 생명의 탄생에 어찌 어떤 어려움이 없을 수가 있겠소? 가모께서는 충분히 견뎌내시어 가주 품에 아기씨를 안겨 드릴 것이오.”

 

  천율기로서는 이 자리가 그리 반갑지는 않았다. 긴장한 듯 힘을 꽉 주고 서있는 염방이 눈 꼴 시었다. 싹수 있어 보여 주어와 가르쳐 놓았더니, 어디서 요망한 년을 떡 하니 가주 옆에 앉히고는 제가 무어라도 된 듯 고개 꼿꼿이 하는 꼴이 영 보기가 싫었다. 게다가 사사로이는 후계의 삼촌 뻘이 되니, 아주 제 살 판이 날 것이다.

 

  “대주도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오? 벌써 며칠 째 이곳에 있던 것 같은데, 예전 의원에게 들어보니 진통을 며칠간 하는 사람도 있다니, 긴장 좀 푸시오. 이러다 가모가 아니라 대주 몸이 상하겠소.”

 

  염방은 며칠 새 꼴이 엉망이다. 가모의 진통이 길어져 문 앞에서 꼼짝 없이 이틀을 보내야 했다. 강건하던 모습이 피죽도 못 먹은 것처럼 힘이 푹 빠졌는데, 안광만은 도드라지게 빛나고 있었다.

 

  천율기는 자신에게로 향하는 그 눈빛에 숨을 들이마셨다.

 

  “전 괜찮습니다. 대장로.”

 

  “대주가 괜찮다니 다행이오.”

 

  그때 묘한 침묵이 전당을 휩쓸었다. 가주 또한 발걸음을 멈추고, 문 뒤를 바라보았다. 마침내 적막을 깨는 울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제멋대로 흩어진 머리카락과 땀방울은 생명 탄생의 기적을 대변한다. 거친 숨을 내쉬며 고꾸라진 소연은 어떻게 고개를 들어올려, 그 기적과 대면한다. 생과 사의 경계에서 바라본 그 자태는 그녀가 느꼈던 고통은 열배라도 감내할 만큼 아름다웠다.

 

  “아가씨 입니다.”

 

  아이를 받은 산파가 미소를 지으며 의원에게 건네었다. 곁에 있던 시비는 기쁜 소식에 문을 작게 열었다. 긴장된 얼굴로 침을 삼키는 가주에게 미소를 보여주었다.

 

  “아가씨라고 하십니다.”

 

 천율방과 염방은 그제야 긴장이 풀린 듯 몸이 풀어진다.

 

  “축하드리오. 가주, 대주.”

 

  “가모님은, 가모님은 괜찮으신가?”

 

  염방이 앞으로 뛰어 나오며 시비에게 물었다.

 

  “예. 지치셨지만, 건강하십니다.”

 

  그제야 모든 걱정이 가신 듯 염방은 가주에게로 몸을 돌려 깊게 숙였다.

 

  “경하드립니다. 가주님과 가모님, 고천주에 영광이 깃들 것입니다.”

 

  천율방은 염방의 어깨를 두드리며, 미소를 머금는다.

 

  “그래. 자네도 고생이 많았네. 날이 밝으면 소식을 알려 모든 이를 기쁘게 할 것이네.”

 

  화기애애한 밖의 분위기와는 달리 의원은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다. 아이의 코앞에서 손을 흔들었지만, 아이의 눈엔 초점이 잡히지 않았다. 의원은 몇 번이고 반복해서 확인하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침중한 표정으로 아이를 시비에게 조심스럽게 넘긴다.

 

  “무슨 일 있습니까?”

 

  좋지 않은 표정에 걱정이 앞섰다. 의원은 입을 굳게 다물고 몸을 돌려 문으로 향한다.

 

  “아이에게 무슨 문제라도?”

 

  소연이 아이를 안고 다가온 시비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는 바 없는 것은 그녀도 마찬가지라 가만히 고개를 저을 도리밖에 없었다.

 

  문을 열고 나온 의원은 기뻐하고 있는 이들에게 소식을 전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특히나 입이 찢어져라 웃고 있는 가주께 다가가는 그의 발은 무겁기만 하다.

 

  천율방은 다가오는 의원의 기척을 느껴 고개를 돌렸다. 순간 불안감이 엄습해 와 웃던 표정 그대로 얼굴이 굳어진다. 의원은 가까이로 다가와 작은 소리로 말한다.

 

  “아가씨께서 앞을 보지 못하시는 같습니다.”

 

  분명 들은 말인데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재차 답을 재촉하는 천율방의 말투에 의원은 확고한 목소리로 말한다.

 

  “아가씨께서는 앞을 보지 못하십니다.”

 

 염방은 갑작스런 낭보에 화를 참지 못하고 의원의 멱살을 잡아 끌어올렸다.

 

  “그건 또 무슨 말도 안되는!”

 

  의원은 죽을 맛이다. 자신도 믿기지 않아 몇 번이고 확인을 해봤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능력만 있다면 손가락을 튕겨 아이의 눈을 고쳐버리고 나와 가주에게 축하인사를 건네며 축제 분위기를 즐기고 싶었다. 그러나 자신이 어디 전설 속에 나오는 신선도 아닐뿐더러, 애초에 멀어버린 눈을 고치는 건 인간의 영역은 아니었다.

 

  천율기가 염방을 말리며 의원을 구해낸다.

 

  “대주. 진정하시게. 일단 의원의 말을 마저 들어봐야 할 것 아닌가?”

 

  가주는 이미 멍하게 정신줄을 놓아버리고 있었다. 천율기가 의원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설명을 요구하지만, 의원으로서는 무어라 덧붙일 말은 없었다. 눈이 먼 것이 자기 책임은 아니지 않는가. 어물쩍 서있는 의원이 답답한 천율기가 물었다.

 

  “고칠 수 있겠는가?”

 

  맹안(盲眼)이 질병도 아니고 어떻게 고친단 말인가.

 

  고개를 젓는 의원의 모습에 탄식을 내는 천율기의 입꼬리가 가늘게 떨린다. 이 무슨 기적과도 같은 일인지.

 

  “그래, 가모님께서는 어떠신가?”

 

  “가모님께서는 건강하십니다. 며칠 몸조리 하시면 괜찮으실 겁니다.”

 

  천율기는 천율방 가까이로 다가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가주. 안타까운 일이요. 후계가…….”

 

  꼬리를 늘리는 말에 정신이 돌아온다. 염방은 천율기를 뚫어질 듯 바라보며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대주. 그렇게 바라보지만 말고 가주를 보필하게, 충격이 크신 것 같으니. 일단 나는 돌아가 장로들에게 소식을 알리겠네, 어찌되었든 천가의 핏줄이 탄생한 것은 좋은 소식 아닌가.”

 

  그 말 뒤로 꼭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안 그래도 충혈된 눈에선 핏줄이 터질 듯 붉어진다. 천율기가 떠나고 한 참을 문 만 바라보던 천율방은 몸을 돌려 당을 떠난다.

  염방은 서둘러 쫓아 나가 그에게 묻는다.

 

  “그래도 들어가 보시지…… 않으시고…….”

 

  발걸음을 멈춘 천율방의 모습은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빛은 그를 찢어 놓을 듯 날일 서있어, 염방은 발을 멈추었다. 새벽, 이슬을 머금은 땅이 그의 발을 휘어 감았다. 천율방은 시선을 거두고 자릴 떠나지만, 염방은 쉽게 발을 옮길 수 없었다.

  모든 기척이 사라진 후에나 염방은 고개를 돌려 깊은 한숨과 욕지기를 뱉는다.

 

  “빌어먹을!”

 

  애꿎은 돌이 공중으로 떠올라 긴 파공성을 흘리며, 다시 땅으로 떨어져 한 참을 굴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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