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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도깨비, 도령(導靈)
작가 : 지머리
작품등록일 : 2017.8.18

"약속이란 참 덧없고, 믿음이란 한바탕 꿈처럼 허무한 것이었다."

오랜 세월 세상에 이받이한 한 도깨비의 이야기.

 
서장(序章).
작성일 : 17-08-18 02:28     조회 : 406     추천 : 1     분량 : 4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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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장(序章).

 

 

  아주 먼 옛날, 세상이 아직 음기와 양기가 서로 뒤섞여 혼란스러웠을 적에 있었던 일이었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악령과 악귀들이 지상의 살아있는 모든 것들을 농락하며 삶과 죽음의 경계를 무너뜨렸다. 그에 태초에 세상을 만든 '가비님'께서 세상의 질서를 바로잡고자 악귀와 악령의 우두머리 들을 한데모아 한 선인과 합쳐버렸다. 그리고 친히 자신의 이름을 따 '돗가비'라 부르며 땅위의 질서를 지키게끔 하였다. 허나 지상의 온갖 마귀들을 모아 만든 돗가비는 오히려 악령들위에 군림하며 스스로를 망령왕(亡靈王)이라 불렀다. 이를 보다못한 가비님이 지상에서 가장 오래묵은 신목(神木)에 벼락을 내리쳐 까만 방망이를 만드니, 방망이는 세상의 모든 망령(亡靈)들을 봉하였다. 이것에 분노한 돗가비가 방망이를 부수려 집어드니 땅이 갈라지고 모든 악한 기운들이 빨려가더라.

 

  -가비전 1장 7절, 돗가비왕 中-

 

 

 

  빛 한점 들어오지 못할 정도로 나무들이 무성한 숲이었다. 대낯에도 저녘처럼 어둡다하여 '그믐밤 숲'이라 부르는 곳이었다. 찌르레기도 울지 않고, 토끼의 뜀박질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곳.

 

 

  '절그럭- 절그럭-'

 

  쇠사슬 끌리는 소리가 신경을 긁었다. 금방이라도 멈출듯 흐리게 들리는 쇠사슬소리가 신경이 쓰여 도통 잠이 오지 않았다. 소리가 나는 반대쪽으로 몸을 뒤척이면, 그 소리도 똑같이 반대쪽으로 따라왔다. 나는 한참을 뒤척이며 씨름을 하다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소리쳤다.

 

  "에이 썅! 초저녁부터 누구야!?"

 

  쩌렁쩌렁한 내 목소리는 메아리가 되어 숲을 흔들었다. 내 목소리에 놀라 요란스레 몸을 떨던 숲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씩씩대던 나의 숨이 한결 가벼워 졌을때가 되어서야 잠잠해졌다. 난 잠잠해진 숲을 두루 둘러보고나서야 만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음, 이래야 그믐밤 숲답지.

 

  '절그럭-'

 

  난 눈썹을 꿈틀대었다. 도대체 어떤 정신나간 녀석이 이곳에서 알짱대는지 알아야했다.

 

  "내 앞으로 와라."

 

  내 말은 각인이 되어 숲의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갔다. 나무사이를 스치던 산들바람도 내 말에 이끌려 모여들었으며, 산천초목이 모두 내게로 기울어졌다.

 

  [그극... 그아아아...]

 

  그믐밤 숲 근처를 어슬렁거리던 온갖 악귀와 망령들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내 심기를 거스르던 쇠사슬은 보이지 않았다.

 

  '부스럭-'

 

  "음?"

 

  눈앞의 덤불이 갈라지며 땅 돗가비 하나가 튀어나왔다. 황토색 두터운 피부에 거친 모직옷을 입은 산만한 덩치의 돗가비였다.

 

  "뭐야, 사풍(沙風)이 여긴 웬일이야?"

 

  "당신께서 말하시지 않으셨습니까. '내 앞으로 와라.'라고요."

 

  난 헛웃음을 흘렸다. 저 머나먼 서쪽 황무지위에서 군림하고 있어야할 땅돗가비들의 왕이 왜 이곳에 있단 말인가? 그것도 두 다리에 쇠사슬을 칭칭묶고.

 

  "그래, 내가 그랬지. 근데 진짜 여긴 왜온거야? 그리고 다리에 묶인 쇠사슬은 뭐고?"

 

  "이게 다 왕노릇 못한 업보 아니겠습니까. 세월이 흘렀다는게 느껴지더군요. 그깟놈들, 예전에는 꿀밤한대면 벌벌 기었었는데 말입니다."

 

  난 아무말도 못하고 그저 서있을 수 밖에 없었다. 천하의 사풍이 다리에 사슬이 묶인채로 개가 꽁무니를 내빼듯 이곳으로 도망쳐왔다고? 황무지의 지배자가?

 

  "사풍, 장난도 정도가 있는..."

 

  "왕이시여. 저흰 너무 오랜세월동안 군림해왔습니다."

 

  모여들었던 악귀와 망령들이 모두 흩어졌다. 산들바람이 흩어지며 숲을 뒤흔들었다. 좌우로 크게 흔들리는 틈으로 지는 해의 노을한가닥이 내리쬐었다. 허나 그 노을은 바닥에 닿지도 못한채 어둠에 집어삼켜졌다.

 

  "왕이시여, 분노하지마소서. 전부 부덕한 제탓일지니."

 

  난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이제껏 그 어떤 태산보다도 거대해보였던 사풍의 어깨가 왜소해보였다.

 

  "어느 녀석이야?"

 

  "왕이시여."

 

  "네가 잡귀에게 당한것 같지는 않고... 저 멀리 서쪽땅에서 넘어온 녀석들이냐?"

 

  "왕이시여, 시대가 변했습니다."

 

  "아니면 저 북쪽땅의 조인(鳥人)들이 너희에게 술수를 부린 것이냐?"

 

  "왕이시여, 지상의 온갖것들이 들고 일어나 스스로 세상의 중심임을 외치고 있습니다. 우리와 협정을 맺었던 한 제국은 몰락했고, 인간들과 요괴가 서로 결탁과 배신을 거듭하며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습니다."

 

  "...그럼, 한황제(韓皇帝)의 후손들은 어떻게 되었느냐."

 

  인간들 스스로 주축이 되어 지상을 조화롭게 다스려나가길 빌었다. 그렇기에 내 휘하의 돗가비들을 모두 풀어 혼란한 세상을 평정하고 음과 양의 조화를 만들어내지 않았던가? 세상은 나로인해 비로소 평화를 찾았으며, 인간들은 나로인해 자손대대로 번창하였다. 그렇기에 그중 가장 양기가 강한 인간에게 내 신물(神物)을 내려주어 천만년 평화를 지킬 나라를 세우게 하였다. 그곳에서는 사람 사이의 다툼이 없고, 요괴들이 함부로 사람을 괴롭히지 않으며, 사람들 또한 요괴를 매도하고, 핍박하지 않는 곳이었다. 그래, 마치 극락과도 같았었다.

  그렇기에 마음을 놓고 아무도 모르는 이 외진곳에서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인데...

 

  "한황제의 가문은 몰락하였고, 그를 따르던 인간들은 모두 갈라져 자신만을 위한 나라를 세워 전쟁을 일으켰습니다."

 

  "하...?"

 

  내 스스로 걸어두었던 봉인이 헐거워짐을 느꼈다. 금방이라도 내 몸속에 가득 쌓인 탁기(濁氣)와 마기(魔氣)가 새어나올것만 같았다. 믿을 수가 없었다. 이럴리는 없었다. 하늘에서 내려준 신물마저 그에게 맡겼는데, 어찌 이리도 쉽게 몰락해버렸단 말인가.

 

  "왕이시여. 인간들은 애당초 이 세상을 다스릴만한 재목이 되지 못합니다. 그들은 너무도 일찍 죽을 뿐더러, 욕심이 많아 선대의 뜻이 쉽게 변질되어버립니다. 이제서라도 직접 나서서 세상위에 군림하옵소서."

 

  난 고개를 저었다. 그럴순 없다. 애당초 난 세상의 조화를 위해 태어났다. 나의 일은 모든 생물위에 군림하여 뜻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하늘이 정해준 법도에 따라 음과 양을 조율하는 것이었다.

 

  "하늘은 내가 직접 나서는걸 싫어하지. 예전에는 왜 그랬는지 원망도 많이 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해가돼."

 

  다른이들 위에 군림하는 순간, 난 나의 의무를 저버릴 수 밖에 없다. 그렇기때문에 하늘이 신물을 내려 나를 벌한 것이다.

 

  "허나..."

 

  "아니, 됐다. 이 얘기는 그만하자. 그래. 세월이 흘렀다는 말이지... 시대가 변했다고..."

 

  나는 실없는 웃음을 흘렸다. 인간들 속담에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까. 이렇듯 상황이 급변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그러고보니 내가 이렇게 음침한 곳에 들어와 산지도 정확히 436년 하고도 6달즈음되었다. 이쯤이면 슬슬 바깥공기 쐴 때도 되었지. 암.

 

  "슬슬 채비를 해야겠구나."

 

  "무슨 채비를...?"

 

  거대한 음기가 너무 한곳에만 머물러 있어도 조화에 해가 된다. 해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뜨고 지는 것. 음양의 조화또한 그 이치에 따른 것이니.

  난 양 손을 들어 그믐밤 숲의 음기를 빨아들였다. 맑고 스산한 기운이 마치 새벽 이슬처럼 온 몸에 맺혔다.

 

  "히야... 오랜만에 좀 개운하네."

 

  그믐밤 숲이 부산스럽게 흔들렸다. 하늘을 가득 메운 나뭇잎들 사이로 휘황한 보름달이 드러났다. 몇백년만에 본 하늘은 슬프도록 맑았다. 이 내 두 눈에서 눈물이 흐를 정도로 맑았다.

 

  "...사풍, 아직 남아있나."

 

  "왕이시여, 예전처럼 하명해 주십시오."

 

  사풍(沙風) 이 녀석은 항상 한결같았다. 세상이 요란스러워도 꿈쩍하지 않는 태산처럼 늘 그렇게 내 명을 기다렸다.

 난 몸에 맺혀있던 음기들을 모두 먹어치웠다. 텅 비어서 공허했던 내 심장은 그것들을 맛깔나게 들이켰다.

 

  "일단 내 몽둥이부터... 아니, 네 황무지로 먼저 가야겠다. 안내해라."

 

  "...명을 받들겠습니다. 왕이시여."

 

  "그 왕이라는 말은 좀 빼면 안되겠냐. 아까부터 자꾸 거슬려죽겠다. 지금 시대가 어느땐데 말끝마다 '왕이시여'를 붙이냐?"

 

  사풍의 안색이 푸르죽죽하게 변했다. 무언가 자신의 심기에 거스를때면 사풍의 안색은 항상 파랗게 물들었다. 난 속으로 웃음을 삼키며 진지한 어투로 말했다.

 

  "만약 두 다리에 쇠고랑을 차고 있는 네가 다른이들 앞에서 날 보고 왕이라고 한다면, 내가 무슨 취급을 받을 것 같냐? 진짜 도깨비왕? 아니면 자기가 왕이라며 들고 일어나는 시정잡배?"

 

  내 말에 사풍은 할말을 잃어버린듯 굳게 입술을 다물었다. 난 만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내가 등지고 서있던 방향으로 몸을 돌려 걸어가기 시작했다.

 

  "왕이시... 아니 치우(治尤)님이시여!"

 

  치우(治尤).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 내 이름이었다. 하늘도 아닌, 돗가비들이 내게 지어준 이름. 그렇기에 더욱 친숙한 이름이었다. 내 뒤를 쫓아 종종걸음으로 걸어오는 사풍을 흘끗 쳐다보았다. 그 큰 덩치로 종종걸음을 치는 꼴이 정말 우스웠다.

 

  "크큭... 푸하핫! 야 이거 안되겠다. 숲 밖으로 나가기전에 네 호칭부터 정리해야겠다."

 

  우락부락한 산적같이 생긴 땅돗가비 하나가 기생오라비같이 생긴 날라리 인간을 보고 극존칭을 쓴다면 정말 웃긴 희극이 한편 나올 것이다.

 

  "일단 나를 '치우님'이라 불러. 지금과 같은 극존칭도 삼가하고. 지금 같은 때에 사람들의 이목을 끌면 좋지 않은 법이잖아?"

 

  나는 붕어처럼 벙찐 표정으로 입만 뻐끔거리는 사풍을 뒤로한채 걸어갔다. 내 걸음걸이에 맞춰 빽빽하게 들어선 나무들이 몸을 비켰다.

  내가 한 걸음을 옮길 때마다 그믐밤 숲의 정령들이 요란스럽게 날아다녔다. 정령들은 모두 한 목소리로 말하듯 이곳 저곳을 누비며 외쳤다.

 

  '치우께서 깨어나셨다! 왕께서 자리를 털고 일어나셨다!'

 

  이 소문은 작은 새의 날개짓처럼 작지만 분명하게 대륙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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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쿠키 17-08-18 17:09
 
* 비밀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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