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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이웃이 용이다
작가 : 김거북
작품등록일 : 2017.7.28

옆집에 용이 산다?
첨탑 대신 아파트, 용사도 공주도 없는 이 21세기 대한민국에도 판타지가 존재한다.
이계에서 온 용이다와 숲에는 안 살아도 잠은 많은 인간 신하라가 그려나가는 신비하고 일상적인 로맨틱판타지.
이웃이 용이다!

 
1화. 학교까지 순간이동.
작성일 : 17-07-29 00:01     조회 : 386     추천 : 1     분량 : 4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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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성공이다!”

 

 공기가 빵빵하게 들어찬 비치볼이 모래에 반쯤 뭍힌 남자의 발치로 파고들었다. 핑그르르 돌다 멈춘 공을 핏줄 선 구릿빛 손이 집어 들었다.

 

 “7대 20인데 뭘 그렇게 좋아해?”

 

 한낮의 따가운 햇살이 모래알 위로 부서지며 눈을 찔렀다.

 남국의 해변은 지나치게 따사롭고 평화로웠다.

 

 하라의 눈이 해변에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로 향했다.

 모두 행복해보이는 얼굴로 웃고 있다.

 

 순간 크게 반짝인 햇빛 조각에 인상을 찌푸리며 손으로 차양을 쳤다.

 

 바람이 훅 불어 짠내음이 밀려와 하라는 발리볼 중인 것도 잊고 바다로 눈을 돌렸다.

 은 조각 같은 물비늘이 바다 위에서 수없이 반짝였다.

 

 “좋다....”

 

 모든 것이 너무나 완벽했다. 꿈이 아닐까? 싶을 만큼.

 

 “꿈이라면 안 깼음 좋겠다....”

 

 맺지 못한 말이 하라의 입 안에서 구르다 삼켜졌다.

 

 ‘윤서 너랑 있어서 좋아.’

 

 짠내와 더불어 삼켜진 말이 가슴을 사정없이 찌른다.

 

 하라의 발이 괜스레 모래를 헤집는다.

 발가락 사이를 파고드는 까끌함이 제 속사정보다 더 불편해지도록.

 

 하라의 말에 윤서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했다.

 

 “신하라. 지각이야, 너.”

 

 여태까지와는 확연히 다른 딱딱한 말투엔 화가 잔뜩 섞여있다. 갑자기 왜?

 

 “뭐?”

 

 “일어나!!!”

 

 따르르르르릉!!!!!

 

 갑자기 잔잔하던 바다가 미친 듯이 일렁이고 땅이 요동쳤다.

 파랗던 하늘이 갈라지며 번개가 땅에 내리꽂히는 순간!

 

 “헉!”

 

 산발머리를 한 하라가 벼락 맞은 양 펄떡이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주위를 목이 빠져라 둘러보는데 남국의 해변은 어디에도 없고 엉망인 제 방 풍경만 보인다.

 

 나뒹구는 이불, 시끄럽게 춤추는 알람시계와 팔짱 끼고 선 못 마땅한 표정의 태양.

 

 “...오빠?”

 

 “어.”

 

 입가로 흐르는 뜨뜻한 물줄기를 손등으로 슥 훔치며 하라는 잠에 쩐 뇌를 돌리려고 애썼다.

 

 윤서도 없고, 오빠가 방에 들어올 일도 없어야 하는데.

 

 “아 설마 꿈이야...?”

 

 “너 지금 몇 신지는 아냐? 여유부릴 때가 아닐 텐데.”

 

 “일곱시... 이십분? 엑? 거짓말! 나 여섯시 알람 맞춰놓고 잤는데 왜 일곱시야!”

 

 “니 폰? 꺼져있던데.”

 

 베개 밑에 깔린 휴대폰 액정은 아무리 전원을 눌러도 까맣기만 하다.

 

 “그럴 리가....”

 

 학주의 잔소리 폭격이 떠오른 하라가 치를 떨며 이불을 박차고 섰다.

 

 벌점은 또 어떻고? 한 번만 더 지각하면 풀을 뽑든 청소를 하든 몸으로 거하게 때워야 할 판이다.

 

 “어떻게 고삼되는 애가 아직도 알람 울리기 전에 벌떡 못 깨냐?”

 

 “지금 잔소리 할 때야?! 나 어떡해! 일단 나가!”

 

 머리카락이 뽑히건 말건 힘찬 빗질로 머리를 잠재운 하라가 태양의 엉덩이에 뻥뻥 발길질을 해댔다.

 

 “오, 이 시간에 버스타고 지각안 할 자신은 있고?”

 

 “아니. 당연히 태워줘야지. 지금 깨워놓고 그게 할 소리야!!! 아, 일단 옷 갈아입게 나가라고!”

 

 달랑이던 눈곱을 뗀 하라가 교복에 팔을 꿰어 넣다 말고 거울 너머의 태양을 노려봤다.

 뭉그적대며 제 방에 눌러 앉아 놀리기에 신난 태양이 그렇게 얄미울 수가 없다.

 

 단추를 채우며 돌아선 하라의 손이 태양의 널찍한 등짝을 쫙 후려쳤다.

 

 “악! 미친 신하가 오빠 잡는다! 이게 밥 먹고 근육만 찌웠나!!!”

 

 “등짝 터지기 싫으면 빨리 나가서 시동 걸어! 오늘도 지각하면 나 죽는다고!”

 

 궁시렁대며 태양이 나가자 하라의 몸놀림이 더 빨라졌다.

 

 잠옷바지 위로 치마를 입고 바짓단을 발가락으로 딱 잡아 눌러 훌렁 벗어버린다.

 얇은 반바지를 입으며 얇지만 따뜻한 기모 스타킹을 꺼내고 신기까지 일분. 그 위로 양말을 한 겹 더 신는데 삼십초.가방에 필요한 것들 챙겨 넣는데 일분. 모든 준비를 마친 하라가 자신만만하게 시간을 확인했다.

 

 7시 34분.

 

 태양의 오토바이를 타고가면 아슬아슬하게 지각은 면할 수 있다.

 

 ...마지막 시련만 없었다면 말이다.

 

 쿠르르릉.

 

 꿈속의 자연재해는 아마 이 순간의 전조 현상이었나 보다.

 

 하라의 뱃속이 미친 듯이 요동쳤다.

 뱃속의 그것이 장을 두드리며 외쳤다.

 

 굿모닝!

 

 하늘이 노래지는 기분에 화장실로 뛰어 들어간다.

 

 시간은 야속하게 흘러가는데 장은 사정 봐주지 않고 꿈틀거렸다.

 

 쾅!쾅쾅쾅!!!

 

 “야! 신하! 왜 안 나와!”

 

 “오빠. 난 틀렸어....”

 

 “뭐? 야 끊고 나와! 태워줄게!”

 

 태양의 말이 아득히 멀어지고, 다시 자신과의 싸움에 몰입하는 하라다.

 

 “하느님 부처님 알라신 또 누구 있더라... 아무튼 세상에 모든 신님들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저 오늘 지각하면 죽어요! 겨우 옷 다 입었더니 배탈 나면 어떡해요!”

 

 반쯤 진정된 배를 부여잡고 하수관을 타고 쿠르릉 내려가는 그것을 본 시각, 7시 39분.

 

 “십분 뒤에 교문 닫힌다고요... 난 망했어!!! 또 지각이야! 지각이라고! 기도는 개뿔! 난 틀렸어!!!”

 

 순간, 하라는 세상이 새하얗게 물드는 기적을 경험했다.

 

 

 

 딩동댕동- 딩딩댕딩동-

 

 “야! 신하라! 너 거기 서서 뭐하냐! 교실 안 들어가?”

 

 “이비에스, 교육방송입니다.”

 

 딴딴딴 따라단- 따라단단단 따라단- 따라단다라단단-

 

 익숙한 소리다. 매일 사십분부터 오십오분까지 틀어주는 이비에스 영어 듣기 소리.

 

 변기 앞에 있던 내가 왜 교실 문 앞에 서 있지? 그것도 여긴 3학년 5반. 우리 반 앞이다.

 

 설마, 변기 앞에서 기절했나? 여긴 꿈?

 

 “신하라! 벌점 주기 전에 들어가!”

 

 학생주임의 호통에 반사적으로 교실로 뛰어 들어간 하라가 자리에 앉았다.

 

 엉덩이에 닿는 불편하고 딱딱한 의자의 감촉, 지지직거리는 스피커 소리, 모두다 너무 현실적이다.

 앞자리 정연이가 등받이에 걸쳐놓은 담요까지도.

 

 학기 초부터 지금까지 빤 적 없는 담요에서 나는 진한 페브리즈 냄새와 그 아래 깔린 묘하게 쿰쿰한 냄새마저 너무 생생했다.

 

 “리얼리티 대박이다.... 포디 영화같네.”

 

 

 -

 

 

 영어듣기가 끝나자 담임이 들어와 짧게 조례를 했다.

 

 “다 왔지? 지각한 사람 없고? 니들 고삼인 거 알지? 잘 해라. 수업 잘 듣고.”

 

 담임이 나가고 들어온 건 수학선생님이다.

 

 이 구역의 미친개, a.k.a 숙제폭격기의 시간.

 

 “뭐지, 오늘 시간표랑 똑같나?”

 

 가방을 찾는데 보이질 않는다.

 

 “맞다. 나 화장실 간다고 장실 앞에 두고 왔.... 꿈인데 왜 없어?”

 

 수학의 “빨리빨리들 안 하냐!” 는 외침에 등 뒤로 식은땀이 퐁퐁 솟았다.

 

 ‘기절해서 지각 모면한 건 좋은데, 대신 꿈에서 엿 먹으란 거야? 기절시켜줬으면 가방도 줘야할 거 아냐! 내 가방 내놔!’

 

 바싹 긴장해서 속으로 다시 온갖 신이란 신은 다 부르짖자 시야가 또 한 번 하얗게 물들었다.

 

 눈이 갑작스런 빛에 젖어 천지분간 못 하는 사이 손등 위로 묵직한 것이 쿵! 떨어졌다.

 

 “윽!”

 

 잔뜩 억눌린 신음을 흘린 하라가 눈을 몇 번이고 깜빡여 겨우 앞을 보게 되자, 책가방이 눈에 띄었다.

 

 오이풀이 수놓아진 제 뚱뚱한 백팩이 손등을 짓누르며 서있었다.

 

 

 가방에서 수능완성을 꺼내고 인사를 하고 숙제 페이지를 펼치는 내내 몽롱한 표정을 하던 하라가 수학선생의 호통에 정신이 바짝 들었다.

 

 “숙제 안 해 온 놈들은 일어나! 해온 놈들은 책상 위에 펼쳐놓고!”

 

 선생의 길쭉한 지시봉이 학생들의 책상 위를 훑는다.

 

 어제 저녁에 분명히 다 풀어놨는데도 딱-딱- 책상을 훑는 비트를 듣고 있으니 긴장이 가시질 않는다.

 

 “좋아, 잘 했네. 넌 왜 풀이과정이 없어? 일어서. 어쭈, 제법이네. 잘했고, 음.”

 

 회초리가 하라의 책상을 지나가자 그제야 뻣뻣하게 굳었던 몸이 풀렸다.

 

 수업은 지루하게 이어졌다. 수능이 두어 달 남은 시점이라, 분위기가 다들 진지하다.

 

 “이상하다. 꿈인데 왜 이렇게 진짜 같지...?”

 

 스타킹 위로 허벅지를 세게 꼬집자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로 아프다.

 

 순간이동에 가방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기까지 하는 꿈인데 아픈 게 느껴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라는 이 생생한 꿈이 흘러가는 대로 따라가기로 마음먹었다.

 

 

 -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마자 하라의 주머니에서 휴대폰이 울었다.

 

 “오빠가 이 시간에 왜 전화를.... 여보세요?”

 

 “신하라, 너 화장실에서 언제 나갔냐?”

 

 “엥? 무슨 소리야. 나 학교....”

 

 “학교? 야, 난 너 힘주다 혈압 올라서 기절한 줄 알고 문 열었는데 너 없어서 얼마나 놀란 줄 아냐! 학교는 언제 간 건데! 가방은 왜 안 들고 갔어?”

 

 “뭐야, 이거 지금 꿈 아냐?”

 

 “학교 어떻게 간 거냐니까? 가방은 어떻게 된 건데? 너 가방 놓고 사라져서 학교 간 건가 싶어서 가져다주려고 했는데, 교문 앞에서 내리고 보니까 가방이 없어졌어. 니 꾸질한 가방을 훔쳐갈 리도 없는데 감쪽같이 사라졌다니까? 안장 밑에 넣어 놓은 게 대체 어디로 간 거지? 야 신하라, 듣고 있어? 니 가방 없어졌다고! 뭐라고 대꾸 좀 해봐.”

 

 태양이 뭐라뭐라 외치는 소리가 다시금 아득해졌다.

 

 “이거, 꿈,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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