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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이놈의 웬수들
작가 : 소별왕
작품등록일 : 2017.7.27

한국 전통 퓨전 판타지 소설!
신령, 악령, 도깨비, 이승은 물론 저승까지!
영과 함께 살아가는 소년소녀들의 모험 이야기.

 
서문
작성일 : 17-07-27 18:50     조회 : 448     추천 : 0     분량 : 4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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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이곳에는 작은 마을이 있었다.

 

  조개가 특산물인 이 마을에서는 매일 마을 사람들 손가락 수만큼 조개를 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양의 조개를 캤다. 시장에 내다파는 것만큼이나 마을 내에서 소비되는 조개의 양도 많았기에 마을 앞의 모래사장은 항상 버려진 조개껍데기들로 넘쳐났다. 모래가 반 조개껍데기가 반인 그 모습에 사람들은 이곳을 조개껍데기해안이라고 불렀다.

 

  그 해안을 한 소년이 걷고 있다. 소매가 헐렁하고 가슴이 배까지 푹 패여 있는 붉은 옷의 청년은 슬픈 눈으로 해안가를 가득 메운 사람들의 시신을 내려다본다.

 

  텅 비어버린 조개들의 껍데기 위로, 영혼이 떠난 사람들의 껍데기가 껍데기해안을 가득 메우고 있다. 갈기갈기 찢겨진 그들의 몸에는 아직 온기가 남아있고 채 감기지 못 한 그들의 눈에는 아직 두려움이 남아있다.

 

  소년은 시신들을 슬픈 눈으로 바라본다. 마치 이 죽음들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는 듯 자괴감 섞인 눈에 그들의 마지막 모습을 담는다.

 

  사람들은 모두 마을에서 도망쳐 나오는 길에 살해당했다. 아침까지만 해도 마을이라 불렸던 그들의 삶의 터전은 마치 태풍이라도 맞은 듯 갈기갈기 초토화되어있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던 이곳은 이제 죽은 파도소리만이 들리는 황량한 곳이 되었다. 비린내가 그의 코를 간질인다. 이것이 바닷내음인지 아니면 피비린내인지 그는 구분할 수가 없다.

 

  소년의 발은 한 쌍의 시체 앞에서 멈춘다. 자식을 보호하려는 듯이 아이를 품에 안고 헛되이 죽은 여인의 시체 앞에서 그는 한 쪽 무릎을 꿇는다. 눈물자국이 말라붙어 있는 그 눈을 감겨준다.

 

  물소리와 함께 한 아이가 바다 속에서 걸어 나온다. 아니, 정확히는 날아서 나왔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남자아이인지 여자아이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서너살쯤 되었을 아이의 몸에서는 물기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검은색과 회색으로 이루어진 한복에도, 칠흑 같은 검은 머리칼에도, 머리를 타고 둥글게 돌아가는 흑요석 같은 한 쌍의 뿔에도 물방울 하나 맺혀 있지 않다.

 

  아이의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도 담기지 않아 텅 비어 있다. 어머니의 치마폭에 싸여 어리광을 부리며 칭얼대는 것이 어울릴 법한 아이의 얼굴에는 죽기 직전의 노인조차 짓지 못할 압도적인 공허함만이 존재한다.

 

  감정이 없다기보다는 감정을 숨긴 얼굴로, 아이는 뭍으로 걸어 나온다. 하지만 그 걸음은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붉은 청년의 존재를 느낀 순간 멈춘다.

 

  청년은 아이와 열 발자국쯤 떨어진 위치에 선다. 잠시 아이의 표정 없는 얼굴을 바라보던 소년은 이내 입을 연다.

 

  “오랜만입니다, 기린麒麟.”

  “......”

  “인사조차 하지 않는 겁니까?”

  “...오랜만이다, 붕鵬.”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아무 감흥 없다는 듯 밋밋한 목소리로 아이는 답한다.

 

  “제가 여기 있다는 것에 많이 놀라신 모양이군요.”

  “...이때까지 방관만 하던 네가 어째서 여기에 온 거냐.”

  “용궁까지는 햇빛이 닿지 않아 아무리 저라 해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가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홀로 나오신 걸 보니 황룡은 당신과 뜻을 달리 했나 보군요.”

  “그 누구의 편도 들지 않고 지켜보겠다 했다.”

  “하하. 역시, 황룡다운 대답이로군요.”

  “......”

 

  아이의 침묵에, 청년은 잠시 아무 말 없이 아이를 응시한다. 아이도 그 시선을 피하지 않는다. 소년은 한숨을 쉰다.

 

  “기린. 저는 당신과 싸우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나와 뜻을 함께하면 된다.”

  “...당신이 뜻을 바꾸실 수는 없습니까.”

  “나와 기의 마음은 이미 확고하다.”

 

  청년은 슬픈 눈으로 아이를 바라본다. 하지만 청년의 반조차 되지 않는 작은 체구의 아이는 흔들림 없는 시선으로 청년의 눈을 똑바로 응시한다. 청년은 한숨을 쉬며 말을 잇는다.

 

  “옥황상제께서도 지금의 상황을 심히 걱정하고 계십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멈추시지요.”

 

  처음으로, 아이의 표정에 변화가 생긴다. 아이는 얼굴을 찡그리며, 그 앳된 얼굴에서 나왔다고는 상상하기 힘든 박력으로 호통을 친다.

 

  “그 분은 인간 따위를 걱정하고 계시단 말이냐?! 자연이 아닌 인간을?! 그렇다면 인간들의 손에 능욕당하고 있는 자연은 단순히 인간들을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옥황상제 스스로가 인정하는 꼴이 아니냐?! 그렇게 인간들만을 위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면, 자연의 화신인 우리들은 어째서 만든 것이란 말이냐!”

  “무궁무진한 인간들의 가능성을 보고자하는 그 분의 뜻을 아시잖습니까.”

  “나 또한 그 분의 피조물. 내가 이러는 것 또한 그 분의 뜻이겠지!”

 

  청년은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쉰다.

 

  “그만 하십시오. 열등한 종이 우월한 종에게 먹히고 이용당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자연의 이치가 그러함을 아시잖습니까.”

  “내가 불만을 품는 것은 그것이 아니다. 인간들은, 욕심이 너무나 과하다. 너는 이 수많은 조개껍질들을 보고도 아무 것도 느끼지 못 하는가? 저 인간들은 단순히 먹는 것에 만족하지 못 하고 자신들의 재산을 불리기 위해 더 많은 조개들을 캐다가 시장에 내다판다! 단순히 자신들의 동전을 늘리기 위해 그 많은 생명들을 죽이는 것이다! 그런데도 너는, 이 수천수만의 조개들의 시신은 보지도 않고 인간들의 시체에만 감성을 갖는 것이냐!”

 

  청년은 아무 말도 하지 못 한다.

 

  “인간들의 횡포는 극에 달하고 있다. 단순히 재미를 위해 짐승들을 사냥하고 있으며, 더 많은 곡식들을 재배하기 위해 산에 불을 지르고 있으며, 심지어는 자신의 욕망을 위해 같은 인간들끼리도 잡아먹고 있다! 이 얼마나 추하기 그지없는 야만적인 종족이란 말이냐! 옥황상제께서는 저리 졸렬하고 조악하기 이를 데 없는 더러운 종족들에게 이 땅의 미래를 맡기려 하신단 말이냐!”

 

  청년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 하다가, 작은 목소리로 항변을 한다.

 

  “...인간은 특별합니다.”

 

  하지만 청년의 작은 항변은,

 

  “우리가 더 특별하다.”

 

  간단히 묵살당하고 만다.

 

  “우리가 인간들보다 더 특별하고, 우리가 인간들보다 더 강하며, 우리가 인간들보다 더 우월하다. 우월한 생명은 열등한 생명들을 자기 마음대로 죽여도 된다고 했느냐? 그렇다면 내가 인간들을 죽이는 것에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꺼져라!”

 

  청년은 아무 말도 하지 못 한다. 몇 번이나 입을 열었다가 닫는 것을 반복하다가, 겨우 말을 담는다.

 

  “...아닙니다. 인간들에게는, 분명 사악한 모습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선한 모습 또한...”

  “부끄러운 줄 알아라, 붕!”

 

  체구에 맞지 않는 거대한 고함소리. 기세에 밀린 청년은 말을 삼킨다.

 

  “너는 대체 영靈이냐, 인간이냐! 그 고고하던 태양의 사자使者가 대체 어디까지 타락한 것이냐! 허구한 날 인간들의 세상만 들여다보더니 인간들의 더러움에 찌들어 본래의 순수함 마저 잊어버린 것이냐!”

 

  청년은 이를 악물며 말한다.

 

  “좋습니다. 대의는 당신에게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당신의 뜻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당신과 뜻을 같이 한 거북에게는 소별왕께서 직접 가셨습니다. 당신에게나 거북에게나 승산은 없습니다! 포기하십시오.”

  “그런 협박은 나에게 통하지 않는다. 대답해라, 붕. 나와 함께할 것이냐, 나에게 죽을 것이냐. 둘 외의 다른 길은 없다.”

  “친한 친우를 둘이나 잃고 싶지는 않습니다. 제발, 포기하십시오.”

 

  청년의 진심이 묻어나는 애절한 목소리, 하지만 아이는 아무 말이 없다.

 

  “당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압니다. 그 미움이, 그 증오가 얼마나 클지 저는 상상조차 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닙니다. 세상의 모든 인간들을 없앤다면 당신의 이성은 멀쩡히 남아날 것 같습니까. 기린, 제발 그만 하세요.”

 

  아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침묵은 길지 않았다.

 

  “...내 앞을 막는 자는 모조리 쓰러뜨릴 것이다. 그것이 설령 붕, 너라 할지라도.”

 

  아이의 말에, 청년은 눈을 감는다.

 

  “...정녕. 뜻을 바꾸실 생각은 없으신 겁니까.”

 

  떨리는 목소리.

 

  “......”

 

  아이는 아무 말도 없다.

 

  “알겠습니다. 정 당신의 뜻이 그렇다면, 적어도 오랜 친우인 제가 이 자리에서 손수 그 뜻을 꺾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그는 참모습으로 현신한다.

 

  눈물마저 살라먹는 거대한 불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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