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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제물 : 너에게 나를 바친다 (가제)
작가 : 조은산
작품등록일 : 2017.7.26

어린 시절 무당 할아버지에게 애기 무당 일을 강요 당하며 학대 받아온 소녀, 연지. 어느 날 연지앞에 나타난 서위.
서위는 연지의 지긋지긋한 세상을 깨부수어 주었다.
고등학생이 된 어느 날, 연지는 서위와 자신 앞에 나타난 이상한 차림의 남자를 보게 되고. 그 남자가 다시 자기의 세계에서 서위를 데려갈 것이라 예감한다.

"나의 빛. 나의 선. 나를 구하러 이 추잡한 세계 밖에서 온 나의 서위. 너는 나의 추잡한 세계를 부숴주었고, 그토록 바랐던 평범한 일상을 선사해 주었어. 서위, 나는 너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로맨스 판타지, 현대 판타지(1부), 차원이동물, 미스터리 로맨스

 
1. 나를 데리러 온 구원자 (1)
작성일 : 17-07-26 02:36     조회 : 407     추천 : 0     분량 : 4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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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를 데리러 온 구원자 (1)

 

 

 

 

 박수 할아버지는 제 더러운 손으로 내 얼굴에 화장 시켜주었지. 때깔만 화려한 싸구려 한복을 입히고, 고깔을 씌우고, 내 손엔 작은 칼을 들려주었지.

 

 이제 겨우 몇 문장 구사할 수 있는 네 살배기뿐인 내게 무당처럼 말하는 법을 알려주었어. 내 목소리에 독이 서려 있지 않는다며, 눈을 부릅뜨지 못한다며 자기 손바닥보다 작은 내 몸을 이 곳 저 곳 매질했어.

 

 나는 사람들 앞에서 부러 눈을 까뒤집으며 연기 하고, 사람들이 어린 내 앞에서 무릎 꿇고 허접한 소원을 울부짖는 걸 욕하며 꾸짖어야 했어.

 

 지겨운 그 북소리. 추접한 소원을 비는 사람들의 울음소리. 금방 지어내 아무렇게 지껄이는 할아버지의 주문 외는 소리. 토 나올 것 같은 향내. 나의 사방을 둘러싼 붉은 방.

 

 사실 마냥 연기만 하는 건 아니었어. 할아버지에게 맞는 게 무서워 눈을 까뒤집고 소리를 지르다보면 종종 정신을 잃곤 했어. 그러다보면 내 몸에 다른 무언가가, 도저히 정체를 알 수 없는 커다란 무언가가 내 안에 들어와 휘젓고 가는 듯 했어.

 

 그렇게 사람들 앞에서 한 바탕 무당 짓을 보여주고 나면, 입고 있던 속옷이 흠뻑 젖어 있었지.

 

 무서웠어. 아니 그런 말로는 표현하기 힘들었어. 나는 곧 죽을 것 같았어. 네 살 먹은 그 나이에도 잠이 들기 전마다 깨어나지 못 할 것을 각오해야 했어. 내가 죽음과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어.

 

 네가 오기까지 그것이 나의 세계 전부였어.

 

 어린 나이에 새끼를 배고, 제 집에 싸지르고 도망간 못난 나의 어미. 제 신기는 이제 사라지고 없다며, 갓 난 손녀에게 내림굿을 하고 애기 무당으로 자리에 앉힌 정신 나간 할아버지. 그런 미친 집구석이 신물 난다며 집 밖을 나돌아 다니는 무정한 삼촌.

 

 그 아무도 내편이 되어주지 못 한 곳에 갇힌 나는. 얼른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하고 빌고 또 빌었어. 내가, 혹은 그 할아버지라도 말이야. 제발 누구 하나가 죽어 이 지옥이 끝났으면 했어.

 

 처음 삼촌이 널 이 미친 집구석에 데려 온 날, 사실 나는 네가 삼촌의 딸인 줄 알았어. 너를 데려온 삼촌은 할아버지와 고성을 지르며 싸웠지. 지금도 그 싸움에서 누가 이겼는지 아직도 모르겠지만 말이야. 어쨌든 삼촌은 그 뒤로 집에 곧잘 들어오곤 했지.

 

 할아버지가 네게 조금이라도 다가가려 하려면, 삼촌은 미친 듯이 대들었지. 너를 그렇게 지켜주었어. 그래서 어쩌면 아빠라는 것은 아니, 부모라는 것은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일 거라 생각이 들었어. 아쉽게도 내겐 그런 것이 없지만 말이야.

 

 너는 빛이 났지. 꼭 그랬어. 나와 동갑이라 항상 나와 널 비교하는 사람들의 말에도 나는 어쩔 수가 없었어. 너는 너무 달랐어. 나뿐만이 아니라 이 세계 모든 사람들과. 그 무서웠던 할아버지도 네 앞에서는 본 적 없는 웃음을 짓곤 했으니까 말이야.

 

 그래서 말이야. 나는 할아버지가 죽기 직전 내게 미안하다고 울며 빌었을 때 어떤 감정 하나도 느낄 수가 없었어. 용서할 수가 없었어. 할아버지는 말이야, 너와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렇게 변하지 않았으니까 말이야.

 

 삼촌도 마찬가지야. 이제 와 고등학생이 된 나와 널 데리고 교복을 맞춰 주고 새 가방을 사다주며 책임감 있는 행세를 하고 있는 위선적인 삼촌에게도 나는 하나도 고맙지가 않아.

 

 삼촌이 이 무당집 밖에서 너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너를 주워 이 추잡한 무당집에 데려오지 않았다면, 삼촌은 귀신들려 죽어가는 나를 무심히 쳐다만 보고 있었을 테니까 말이야.

 

 때문에 나는 문득 그런 생각을 했어. 그 지긋지긋한 지옥에서 구원해준 것은 바로 너라고 말이야. 어쩌면 할아버지가 죽은 건 늙었기 때문이 아닐지도 몰라. 네가 이곳에 있었기 때문일지도 몰라. 나는 그런 생각을 자꾸 하게 돼.

 

 나의 빛. 나의 선. 나를 구하러 이 추잡한 세계 밖에서 온 나의 서위. 너는 나의 추잡한 세계를 부숴주었고, 그토록 바랐던 평범한 일상을 선사해 주었어. 서위, 나는 너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널 만나기 전의 나는 이미 죽고 없어.

 

 

 **

 

 

 다음 수업은 체육이었다. 새벽부터 저를 괴롭히던 두통을 꾹 참고 등교를 한 것도, 1교시부터 양호실 신세를 지고 앓아누웠음에도 일어나 교실로 돌아온 것도 다 그 때문이었다. 연지는 찢어 발겨 쓰레기통에 처박힌 자신의 체육복을 보고 한 숨을 쉬었다.

 

 사실, 수업에 참여해도 참관 정도일 테지만 연지에게 체육 수업은 중요한 일과 중 하나였다. 물론 서위 때문이었다.

 

 언제나 아름다운 서위지만, 그녀가 몸을 움직일 때는 황홀해 보이기까지 했다. 비단 연지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테다. 그러니까 시기에 눈 먼 골빈 여자 아이들이 이런 짓을 하지.

 

 사람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일은 어렸을 때부터 익숙한 일이었다. 그러나 연지와 서위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또래들도 함께 사춘기를 겪고 있을 테니 당연한 일이었다.

 

 신병이니, 귀신이 들렸다느니, 무당집 딸이라느니 연지를 따라 붙는 수식어는 죄다 그 모양이었다. 그러나 삼촌 지간인 서위에겐 그런 수식이 붙지 않았다. 때문에 연지는 자신이 무당집 사람이란 것을 탓하지 않았다.

 

 사랑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은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이다. 연지는 서위와 자신을 보며 항상 그런 생각을 해왔다.

 

 어쨌든 상관없다. 연지는 얼른 빈 교실을 빠져 나왔다. 수업은 분명 대강당에서 있을 것을 알고 있었다. 어차피 참관이고 하니, 체육복은 애초에 필요 없었다. 그 어떠한 일이든, 그 누구든 서위를 향하는 연지를 막을 수 없었다.

 

 “그래도 그렇지. 최소한 성의는 보여야지. 교복 입고 뭐 하러 왔니. 보건실에 누워 있지.”

 

 강당에 도착한 연지에게 교사란 작자가 하는 말이었다. 연지는 어떠한 변명도 하지 않고 체육 과목 교사 어깨 너머 아이들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 중 서위가 있을 것이었다. 역시, 금세 찾을 수 있었다.

 

 물론 서위가 또래보다 키가 훌쩍 큰 탓도 있었으나 어디에 있더라도 연지는 서위를 금방 찾을 수 있다. 서위를 볼 때면, 그 주변이 절로 어두워지는 것 같았다. 마치 서위 자신이 연지에게 찾아달라고 하는 것처럼.

 

 “내 말 듣고 있니? …어휴. 출석은 했으니까, 저 뒤 쪽에 앉아 있어.”

 

 연지는 네, 하고 대강 대답하고는 걸음을 돌렸다. 그러나 시선은 아직도 서위를 향하고 있었다. 서위는 아이들 틈에서 장난을 치며 웃고 있었다. 아직 연지가 온 것을 모르는 눈치였다.

 

 어쩜, 그럴까. 너는 왜 나를 금방 찾지 못 할까. 가끔은 그런 서운한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정말 잠시 뿐이었다. 서위는 그래도 된다. 어떠한 억울함이든 연지의 모든 생각은 그렇게 종결되곤 했다.

 

 “야. 너 왜 왔냐. 누워있지.”

 

 같은 반 남학생 중 한 녀석이 연지에게 지나가는 투로 그런다. 늘 하던 대로 무시하려 했지만 상대가 상대인지라, 울컥 기분이 상했다.

 

 “너 신병 났다며. 그거 난치병 같은 거 아니야?”

 

 개구 진 투로 남자아이는 계속하여 지껄였다. 하는 말 치곤 악의가 없다는 것을 연지는 알고 있었다. 그에겐 다른 사람들과 같은 적의가 없었다. 그래서 더 싫었다. 왜 자꾸 자신들 주위에 얼쩡거리는 걸까.

 

 “무슨 상관이야. 꺼져.”

 

 연지의 퉁명스러운 말투에도 남자 아이는 개의치 않아 보였다.

 

 “뭘 꺼져, 인마.”

 

 친한 척 하며 웃는다. 연지는 남자의 얼굴을 잡아 뜯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

 

 “여기서 뭐 하냐, 신이석.”

 

 서위였다. 연지는 무표정한 얼굴로 서위와 이석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웬일로 한연지가 왔길래 인사 좀 했더니, 뭐라 그러네.”

 “인사 좋아하네. 괜히 애 괴롭히지 말고 위층 창고 가서 매트나 가져와.”

 “뭐야. 오늘 농구한다고 하지 않았어?”

 

 서위와 이석은 저들끼리 농구니, 체조니 하며 떠들고 있다. 연지를 앞에 두고 말이다. 이래서 이석이 싫었다. 사람들과 관계가 좋은 서위지만, 이석을 대할 땐 묘하게 달랐다. 같은 체육관을 다닌다거나, 같은 유소년 유망주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연지는 알 수 있었다.

 

 “야. 체조 좀만 하고 쌤한테 농구하자고 조르자.”

 “됐고. 매트나 가져오라고. 딴 애들 다 올라갔어.”

 “아, 진짜. 나 금방 올 테니까, 쌤한테 말 좀 잘해 놔.”

 

 어쩔 수 없이 강당 위층 창고로 가며, 이석은 손으로 서위의 앞머리를 휘 집는다. 장난스러운 그 행동에 서위는 아, 진짜! 하고 짜증내는 척 소리쳤지만, 어쩐지 얼굴엔 미소가 서려 있었다. 그런 것이 싫었다. 연지는.

 

 “…좀 더 누워 있지. 너 지금도 얼굴 창백해.”

 

 자신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덕인지, 민망한 웃음을 흘리며 서위는 말했다. 연지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계단 많이 올라서 그래. 앉아서 좀 쉬면 돼.”

 

 연지는 그렇게 말하고 강당 구석으로 향했다. 내심 서위가 자신을 따라 와주길 바랐지만 서위는 저 멀리서 저를 부르는 친구들 틈으로 돌아갔다.

 

 울고 싶어졌다. 서위가 저를 따라오지 않았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저 어쩔 수 없다는 것이 새삼 실감되기 때문이었다.

 

 이따금 아이들이 하는 이야기에서 서위의 이름이 오르곤 하는 걸 연지는 알고 있었다. 가만히 듣고 있으면, 서위와 이석의 이름이 번갈아 들려 왔다.

 

 남들이 보기에 서위는 우수한 사람이었다. 교우관계도 더할 나위 없이 좋고, 인기도 많고, 중성적으로 보이지만 외모도 미형에다, 유소년 태권도 유망주답게 운동도 잘하고.

 

 가끔 이 쪽 사람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는, 서위는 혹시 외국인이 아닐까 하는 우스운 이야기를 아이들은 종종 떠들어 댔다.

 

 거기엔 꼭 이석의 이름이 따라 붙었다. 또래 여자아이들 치곤 키가 훌쩍 큰 서위 옆에 이석이 서면 그림이 좀 된다고. 다른 남자 아이들과 달리 서위와 잘 어울리고, 서위만큼 우수한 사람이니 둘이 있을 땐 좋아 보인다고.

 

 마치 예쁜 인형 두 개를 세워놓고 좋아하는 어린 아이처럼 아이들은 이야기했다. 그럴 때 마다 연지는 목구멍 너머로 울컥 무언가 치미는 것을 느꼈다. 그렇지만 한 편으론 인정할 수밖엔 없었다. 물론 이석은 서위의 발끝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연지 저보단 낫다고.

 

 걸음으론 얼마 안 되는 거리겠지만 너무도 멀게만 느껴졌다. 강당 구석에 쪼그려 앉은 연지에게 강당 가운데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웃고 있는 서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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