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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공작부인 클로에
작가 : 봄고양이
작품등록일 : 2017.7.25

죽은 남편에게 숨겨진 아이가 있었다. 사생아의 후견인은 데온 파이어. 한 번도 남자에게 빠진 적 없는 공작부인 클로에의 앞에 나타난 그가, 클로에는, 진심으로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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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7-29 00:00     조회 : 403     추천 : 0     분량 : 3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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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로에는 한 번도 남자에게 빠진 적이 없었다. 명실공이 공작부인임에도 불구하고. 제 남편에게조차 반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가 죽었을 때, 눈물을 짜내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써야만 했다. 아무리 정략결혼을 했다고 해도 눈물을 보이지 않는 미망인은 사람들 입방아에 오르내리기 일쑤였다. 게다가 하인들 사이에서 정이 안 가는 안주인이라는 소리가 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관식이 있는 날 아침 클로에는 새벽 어스름이 필 때부터 잠에서 깨어 침대 주변을 초조하게 걸어 다녔다. 아무리 슬픈 일을 떠올리려 해도, 되지 않았다. 나쁜 일이라면 얼마든지 생각해 낼 수 있었다. 가령 아버지가 공작에게 시집을 보낼 때의 일 같은 것. 사실 그녀에게는 사랑하는 남자가 있었는데 당신이 죽여 버렸다.

 

 그 생각만 하면 속에서 천불이 나지만, 어느덧 7년이나 지났다. 공교롭게도 그의 얼굴조차 생각나지 않았다. 그저 지나면 잊힐, 풋사랑이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사람을 죽이다니. 아무리 신분이 낮다고는 해도. 게다가 믿어주지도 않았다. 그 남자와는 아무 일도 없었다. 그런데도 아버지는 클로에를 창부 취급했고, 미래의 남편이 될 공작에게도 미리 사실을 알렸다.

 

 “지참금의 10%를 덜 테니, 처녀가 아니어도 파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네. 그리고 그것이 불편하다면 얼마든지 패도 돼. 아버지로서 허락하지. 자네는 어차피 그런 것을 신경 쓰지 않는 남자이긴 하지만.”

 

 그렇게 부부 사이가 나빠진 데 한 몫 해 주었다.

 

 다만 공작은 의외로 대범한 인간이고, 초야에 클로에게 처녀임을 직접 확인했으므로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았다.

 

 그래도 정이 깊어지는 일은 없었지만.

 

 ‘이런 짓까지 해야 하다니.’

 

 손수건에 후추를 뿌리며 클로에가 생각했다. 눈물을 흘려야 할 필요가 있을 때, 이것으로 눈가를 문지르면 저절로 눈물이 나올 것이었다.

 

 

 

 

 

 하관식은 형식과 절차에 맞춰 거창하게 진행되었다. 왕이 특별히 보내 준 기사가 관을 들었고 주교가 직접 공작의 관 위에 흙을 뿌려주며 마지막 축복을 보냈다. 자식이 없었으므로 이제 공작의 모든 것은 클로에에게 귀속될 것이지만 그녀는 시큰둥했다. 애초에 검소한 편이고 사교계에도 잘 나가지 않았다. 두 사람의 불화를 헐뜯는 다른 귀족 부인들 때문이었다.

 

 “에에취잇!”

 

 일이 끝나자마자 저택으로 돌아온 클로에는 요란하게 재채기를 했다. 미망인은 삼 년간 상복을 입고, 얼굴을 가리고, 큰 소리를 내서도 안 되지만 후추를 하루 종일 들이마시다 보니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당장 콧속을 청소해야겠어.’

 

 그렇게 마음먹은 클로에의 앞에 집사이자 공작의 오른팔이었던 판이 나타났다. 표정이 없는 남자이지만 그녀가 누구보다 신뢰하는 사람이었다.

 

 “무슨 일이지, 판?”

 

 평소와 다르게 판은 조급해 보이는 인상을 주었다. 혹시 거취 때문에 이러나 싶어 클로에는 덜컥 걱정을 했다. 공작이 죽기는 했어도 그가 계속 저택에서 일하게 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판, 에취잇! 당신이, 큼큼. 미안하지만, 계속 일 해주었으면 좋겠어. 해야만 해. 아직 남은 일들이…… 콜록! 콜록!”

 

 “그런 게 아닙니다.”

 

 판이 무덤덤하게 클로에의 말을 막았다. 평소에는 주인 내외의 이야기를 중간에 끊는 법 없었으나 그녀의 비강이 걱정된 나머지 그럴 수밖에 없었다.

 

 “우선 정리하고 오십시오.”

 

 집안일에도 웬만한 하녀보다 더 능숙한 솜씨를 가지고 있는 판이었다. 그는 어느 새 마법으로 데운 물을 욕조에 가득 채워, 클로에를 안내했다. 남은 것은 하녀들이 그녀의 몸을 씻겨주고 미망인에게 어울릴 법한 가벼운 화장을 해 주는 일이었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일까.’

 

 남편이 죽고 난 시점부터 온갖 일들이 있었다. 성가신 일이기도 하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절차들이었다. 이제야 한숨 돌린다 싶었는데 아직도 무언가 남아 있는 것인지.

 

 “적어도 저택을 나가겠다는 이야기만큼은 아니길.”

 

 손수건으로 눈을 가리며 클로에가 중얼거렸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듯, 대개 닥치는 대로 문제를 헤쳐 나가는 성격이었던 그녀였다. 그러니까 무슨 말을 하더라도 받아칠 자신이 있어, 라고 생각하는 그때였다.

 

 “아우! 세상에. 미쳤어, 미쳤어!”

 

 무심코 얼굴을 가렸던 손수건은 후추를 뿌려 놓은 그것이었다.

 

 그랬다. 이 소설의 주인공, 클로에 세이비어 공작부인은 은근히 허당 끼가 있는 당차고, 외로운 여인이었다.

 

 

 

 

 

 잠시 후, 클로에는 완벽한 모습으로 서재에 나타났다. 판은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 공작이 쓰던 책상으로 안내했다.

 

 “부인. 실은 공작님께서 죽기 전에 하려던 일이 있습니다. 부인께서 마저 완수해 주셨으면 하는데요.”

 

 클로에가 자리에 앉자마자 판이 말을 꺼냈다.

 

 “어떤 일이지?”

 

 “사생아에 관한 것인데요.”

 

 “사생아가 있었어?”

 

 진심으로 클로에는 놀랐다. 자신이 그랬듯 남편 역시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다. 잘은 모르지만 다른 여자가 있는 것 같다고 늘 생각했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이런 형태로 맞닥뜨리게 될 줄은 몰랐다. 아이를 갖다니. 그것은 정말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갑자기 눈앞이 깜깜해졌다. 진부한 이야기지만 발끝에서부터 분노와 슬픔이 반씩 차올라 눈물샘을 건드렸다. 클로에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아, 아까 주교 앞에서 이렇게 울었다면 좋을걸. 거기 모인 사람들이 힐끔거리면서 내 눈물방울을 세고 있었는데. 눈물을 흘리면서도 그녀는 그런 생각을 했다.

 

 “죄송합니다.”

 

 클로에가 고개를 홱 들었다.

 

 “뭐가 죄송하지?”

 

 사과를 할 사람은 판이 아니라 죽은 남편이었다. 클로에는 판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마님의 프라이드를 건드려 죄송합니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일 거라는 점, 잘 알고 있습니다만……”

 

 “그 이상 이야기 하는 게 더 날 피곤하게 만드는 거야.”

 

 운 게 실수였어. 클로에는 마음을 다잡았다. 지금까지 하인들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기에 베테랑 집사인 판마저도 당황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잘 알고는 있지만 확실히 손윗사람 노릇도 쉬운 게 아니었다. 공작이 죽어버린 지금, 당장 내일부터 장원을 이끌어야 하는데 눈앞이 깜깜해졌다.

 

 “좋아. 그 아이는 어디에 있지?”

 

 몇 분도 되지 않아 눈물을 깨끗이 털어버리고 냉정함을 되찾은 클로에였다. 판은 놀랐지만 내색하지 않고 설명을 이어 갔다.

 

 “제 삼촌 집에 있습니다.”

 

 “당장 데려와.”

 

 “문제가 바로 그겁니다. 삼촌이라는 그 자는 후견인을 자처하고 있습니다. 귀족은 아니지만 상당한 부호로, 아이를 줄 수 없다고 주장하는 상황이지요. 이름은 데온 파이어라고 합니다.”

 

 클로에는 미간을 찌푸렸다. 어디 선가 들어본 듯한 이름이었다. 데온. 그저 특이하기 때문일까. 짧은 것으로 보아 귀족은 확실히 아닌데…….

 

 “그보다 남자아이겠지, 물론?”

 

 “예.”

 

 “그렇다면 반드시 데려와야 해. 공작가에는 대를 이을 사람이 없어.”

 

 판도 동의하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직접 움직여야 하는 건가?”

 

 이번에도 역시 판이 고개를 끄덕였다. 클로에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울화통을 터트릴 일이지만 냉정해져야 했다.

 

 “당장 떠날 채비를 해줘. 밤중에 출발해도 상관없어.”

 

 “예, 마님.”

 

 신속한 판단 덕택에 클로에는 밖이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에 출발할 수 있었다. 그녀는 쉬지 않고 달렸고, 마차가 거친 길을 내달리며 마차를 무섭게 흔들어 댈 때에도 멈추지 않았다. 마침내 데온의 저택에 다다르자 클로에는 집사의 안내도 받지 않고 거침없이 노커(knocker)를 두드렸다.

 

 잠시 후 문에 난 작은 창문이 열리고 깜박이는 두 개의 에메랄드 빛 눈동자가 나타났다. 클로에는 직감적으로 그가 데온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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