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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울지말아요, 그대.
작가 : 백설기공주
작품등록일 : 2017.7.23

오늘따라 달빛이 유난히도 고와 세상에 빛을 뿌릴 때, 영롱하게 빛나는 달빛의 정기로 가득 찬 여인의 주변. 고운 달빛을 병풍 삼아 살며시 불어오는 바람들이 적막함을 달래준다.

“됐어요…….”

광활히 펼쳐진 아름다운 은빛바다와 다르게 몹시도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는 집하나. 그런 그곳에 비단같이 매끄럽고 칠흑(漆黑)을 품은 머리칼을 가진 여인.

구름자락을 뚫고 내려온 달빛이 그런 여인의 뺨을 타고 끊임없이 흐르는 눈물을 비춘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번뜩이는 눈으로, 쏘아보는 수많은 눈빛들이 애석하기만 하다.

“입고 갈게요… 아버지….”

악문 입술 사이로 비집고 흘러나온 여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애야….”

밤과 더불어 창호지에 스며든 은은한 달빛에 비치는 수많은 횃불이 오늘의 슬픈 날을 예고하고 있었다.

 
@1.
작성일 : 17-07-23 18:58     조회 : 471     추천 : 0     분량 : 7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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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따라 달빛이 유난히도 고와 세상에 빛을 뿌릴 때, 영롱하게 빛나는 달빛의 정기로 가득 찬 여인의 주변. 고운 달빛을 병풍 삼아 살며시 불어오는 바람들이 적막함을 달래준다.

 

 “됐어요…….”

 

 광활히 펼쳐진 아름다운 은빛바다와 다르게 몹시도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는 집하나. 그런 그곳에 비단같이 매끄럽고 칠흑(漆黑)을 품은 머리칼을 가진 여인.

 

 구름자락을 뚫고 내려온 달빛이 그런 여인의 뺨을 타고 끊임없이 흐르는 눈물을 비춘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번뜩이는 눈으로, 쏘아보는 수많은 눈빛들이 애석하기만 하다.

 

 “입고 갈게요… 아버지….”

 

 악문 입술 사이로 비집고 흘러나온 여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애야….”

 

 밤과 더불어 창호지에 스며든 은은한 달빛에 비치는 수많은 횃불이 오늘의 슬픈 날을 예고하고 있었다.

 

 * * *

 

 “살려주게! 제발… 제발! 살려주시게나! 이 어린 것이 무슨 죄가 있다고 몰려와서 이러는 겐가! 뭔가… 큰 오해가 있는 듯하네! 그러니 제발 다들 진정들 하게…! 내가 이렇게 비네!”

 

 “아니! 무슨 오해가 있단 말이요! 지금까지의 충분한 이야기와 이유를 듣고도 그런 말이 나온단 말이요? 어르신의 여식이 틀림없이 귀신을 부려 마을에 역병을 퍼트렸다고 하지 않소?! 이미 마을에 죽은 사람만 수십 명이거늘, 보고도 모르시오?”

 

 “내가 어찌 모르겠나! 다만 내 아이가 그… 그럴 리가 없다 하지 않았는가!”

 

 “어르신, 그 자리서 같이 듣고도 이제 와서 못 들었다고 하지는 않겠지요?”

 

 “…….”

 

 “우리가 일부러 그러는 게요? 우리도 마음에 내키지 않는 건 피차 마찬가지라는 말이외다! 뉘라고 사람 죽이는 게 내키겠소이까! 나 또한 자식 가진 아비이자 인간이란 말입니다. 허나! 산사람은 살아야지요. 이것만이 마을의 평안이자 더 이상의 역병을 막는 유일한 길이니 어여 저리 비키시오!”

 

 “아니네! 내 여식이 귀신을 부린다니! 정말로 오해일세!”

 

 “강석… 자네도 우리를 너무 원망 말게나.”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세월의 흔적이자 훈장인, 마른 나뭇가지처럼 가냘픈 아버지의 두 손. 그 두 손을 땅에 짚고선 수많은 마을 사람들에게 애원했다.

 

 얼마나 땅을 짚고 기어 다니며 애걸복걸했는지 손은 떨어진 눈물과 흙에 범벅이 돼있었다. 안 그래도 편치 않은 몸인데. 무릎도 많이 아파 거동도 많이 불편하던 아버지인데.

 

 발이 닳고 닳아 애초에 발이 없었던 것처럼, 무릎이 두 발인마냥 질질 끌고 사람들의 발목을 옮겨가며 붙잡아 매달리며 살려달라고- 내 딸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있다.

 

 그런 모습에 마음이 산산조각 무너져 내려 감춰왔던 눈물이 눈앞을 가렸다.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는 먹먹한 모습에 가슴은 찢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윽고 정신이 나간 여자처럼 멍하니 서서, 어둠의 장막이 내려쳐진 밤하늘을 뒤로한 채 초점 없는 두 눈이 무심하고도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맨 앞에 있는 사내들을 바라보았다.

 

 그런 나를 보고 마을 사람들은 역시 귀신을 부린 것이 맞네! 이런 상황에서도 저렇게 그 흔한 미동도 없네! 무당의 말대로 역병에 근원이 맞나 보네!, 라며 수근 거리는 소리가 날카로운 날이 되어 귓가에 파고 들렸다.

 

 하…

 

 하……

 

 고작 들어야 한다는 말이 역병의 근원이라니. 다시 들어도 너무나 슬프고 목이 메는 말이었다. 그럼에도 난 이 자리를 지켰다.

 

 그것만이 홀로 남겨질 아버지를 위해서도 내가 참고 견뎌야 할 말들이었다. 눈가에서 눈물이 절로 흘렀다. 한 방울… 한 방울. 그 여러 방울들이 모여 만든 결정체.

 

 그 결정체가 눈가에서 뺨을 타고 흐른다. 이미 상황은 되돌리기는 너무 멀고 먼 강을 건넜다. 아니라고 정말 오해라고 말해도 마을 사람들은 믿어주지 않는다.

 

 다만, 마을 주민들은 내가 그렇게 했다고 믿고 싶었을 뿐이다. 평소에 마주 보고 인사하며 적은 음식이라도 나눠먹던 그들. 선한 웃음을 보이며 수년을 같이 지내던 사람들은 말 한마디에 한순간 돌변했다.

 

 눈에 쌍심지를 켜고 역병을 부린다는 누군가를 찾아 희생시켜야만 이 역병이 사라진다는 잘못된 믿음이 결국 이 지경으로 몰았다.

 

 불과 몇 달 사이에 일어났을 뿐이다. 평온했던 우리 마을에 초대받지 못한 손님이 찾아온 것이 말이다. 그 손님은 익히 들어 사람들의 공포와 외경의 대상이었던 역병.

 

 사람들의 생명을 한순간에 앗아가는 극히 악질적인 병. 그 초대받지 못한 손님이 찾아온 것이 벌써 3개월 전이었다. 이에 마을 주민들이 돈을 모아 용한 무당을 마을에 데려와 굿을 하게 되었다.

 

 이 역병에서 우리들을 잘 보살펴 주십사, 역병이 빨리 물러가게 해주십사, 더 이상의 사람들이 죽게 하지 말아 주십사, 바람에 꺾이는 갈대처럼 역병을 막기 위해서 무당을 부른 연유였다.

 

 그 무당은 우리의 염원을 담은 굿을 했다. 갓을 쓰고 오른손에 부채를 펴들고 왼손에 띠를 잡고 추며 역병이 물러가기를.

 

 띠를 갈라서 양손에 잡은 후에 월도와 창검을 모아 추며, 역시나 역병이 물러가기를. 월도와 창검을 갈라 쥔 무당은 화려한 몸짓의 무무(巫舞)<무당춤>를 펼치며 굿으로 염원하였다.

 

 하지만 무당의 무무가 형편이 없었던 것일까? 아니면 마을 사람들의 염원이 한참 부족해서였을까? 역병은 그만두기를 놔두고 더욱더 기승했다.

 

 너무나 용한 무당이었기에 실망은 배로 찾아왔다. 무당이 굿을 한 이후에도 바람에 떨어지는 꽃잎처럼! 사람들은 여전히 역병을 이기지 못하고 한 명… 한 명씩 가족의 품을 떠나갔다.

 

 아마 마을 사람들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무당을 부른다고 하여도 이 역병이 사라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다만, 아주 오래전부터 관습과 풍속(風俗), 또는 미신처럼 이렇게 하면 하늘의 노여움을 조금 풀어줘 역병이 사라진다는 말이 전해져온 것이 마치! 하기만 하면 순식간에 역병이 사라진다는 희미한 희망.

 

 그 희망을 붙잡은 것이 불행의 시작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없는 돈을 쥐어짜내 굿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왜 역병이 더욱더 기승하느냐에 대한 추궁이 시작하자 그 무당의 입에서는 새로운 말이 흘러나왔다.

 

 마을에 귀신을 부리는 계집아이가 있다고 말이다. 그러니 아무리 굿을 하고 역신(疫神)을 달래려고 해도 귀신을 부리는 계집이 자꾸 역병을 불러오는데 자신이 아무리 무엇을 한들 소용이 있겠냐, 라며 말하니 마을 사람들은 눈이 뒤집혀 그 계집이 누구냐고 추궁한 것이었다.

 

 “그 계집아이는 말이야. 점괘를 한번 쳐 보니! 겉과 속이 아주 다른 게 아니던가. 마음씨 착한 효녀에 남매가 없는 외동딸. 나이 열여덟에 미색(美色)을 겸하고 아버지를 혼자 모시는 그런 계집이라고 나오던데……. 혹여 그런 계집이 있던가?!”

 

 그 무당 입에서 말이 나오자마자 마을 사람들은 귀신을 부리는 여자아이를 추리기 시작했다. 크게 마을의 생사(生死)와 가족의 생사(生死)를 결정하게 될 일이었기에 눈에 불을 켜고 마을의 원흉을 잡아내기 위해 하나씩 곱씹어가며 찾기 시작했다. 그 악의 근원을 찾아 더 이상의 희생이 없는 평안한 마을을 기억하며.

 

 “준덕네! 여아가 열여덟 아니었소?”

 

 “을동! 무… 무슨 소린가!”

 

 “내가 알기로는 올해 열여덟으로 알고 있는데 아니오?”

 

 “맞네. 내가 알기로도 준덕네 여식이 열여덟으로 알고 있는데.”

 

 “이보게들! 내 아이가 열여덟은 맞지만 효녀는 아니지 않는가? 거기다 미색이라니…. 그게 말이 되던가?!! 내 여아는 어여쁜 얼굴은 더더욱 아니라는 건 자네가 더 잘 알지 않나. 그러니 더 이상 말 말게나. 내 딸은 귀신 부리는 아이가 아니니! 으흠.”

 

 준덕은 강한 부인을 하며 자신의 여식에게 화살을 보낸 을동에게 언성을 높였다. 여기서 귀신을 부리는 아이로 낙인찍히는 날에는 어떻게 될 일인지는 불 보듯 뻔했다.

 

 역마의 ‘재물’이 되어 죽음을 면하기 어렵다는 것은 누구든지 암묵적으로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예부터 역마의 원흉으로 지목된 사람은 ‘화형’으로 불에 태우거나 아니면 칼로 ‘난도질’로 역마를 몰아냄을 의미했다.

 

 “아! 맞소! 이에 부합되는 여아가 있지 않소? 우리 마을의 꽃이자 효녀로 자자한 강식의 자녀 말이오!”

 “어! 그리 보니 맞는 것 같네. 이에 딱 맞는 여아가 그…… 여월!”

 

 운명의 장난일까. 그 무당이 말한 대로 딱 부합되는, 귀신을 부리는 계집으로 올해로 열여덟에 아버지만을 홀로 모시고 있는 나였다.

 

 그렇게 나는 사람들에게 변명 아닌 말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지목 당했다. 누군가는 이것을 짊어지고 가야 할 운명. 그게 나였을 뿐이었다. 이 말을 떨리는 목소리로 흐느끼며 말하는 아버지의 심정은 얼마나 오죽했을까…….

 

 하늘에 있어야 할 어둠의 장막이 지금 당장이라도 내 주변으로 내려 쳐진 것처럼 막막하기만 하다.

 

 아버지는 자신만을 믿으라며 내가 이 오해를 풀어보겠다며- 말을 했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돌리기 힘들 것이라는 게 나의 생각이었다.

 

 하필이면 그 많은 여인 중에 모든 불운을 짊어지고 앞날을 생각하니… 역시 눈물이 앞을 가린다.

 

 왜냐하면 마을 사람들이 지목한 귀신 부린다는 주인공이 ‘나’였으니까. 이번 슬픈 무대의 꽃이자 화룡점정(畵龍點睛)을 찍는 것은 바로 ‘나’였으니까. 다소곳이 방안에 우두커니 앉아 사실이 아니라고, 제발 살려달라고 울부짖고 싶은 여인은 ‘나’였으니까 말이다.

 

 그 비통한 운명의 굴레에서 벗어날 때가 온 것이다. 여전히 문 앞에 허리를 꼿꼿이 피고 앉아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다 온 모양이다. 오지 않은 사람이 바로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많이들 왔다. 친히 나를 맞이하러 온 사람들을 천천히 한 명씩 쳐다보았다.

 

 그런 나의 시선에 무엇을 느끼기라도 한 것인지 황급히 시선을 돌리는 사람들. 그중에는 속마음을 털어놓을 친구도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함께 했던… 그렇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는 사이가 되어버린 지금. 그런 친구마저 나의 시선을 피한다. 많지는 않지만 몇몇이 나의 시선을 피하는 사람이 보였다.

 

 아무래도 평소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이라 죄책감이 든 것이라. 자신의 손으로 날 ‘죽음의 문’으로 끌어당기고 있다고 생각할 테니까.

 

 그런 자책감 따위는 가지지 않아도 되는데. 사람들을 위해 죽으러 가는 것이 아니라, 짓궂은 운명에 의해 죽으러 가는 거니까. 그러니…….

 

 “그… 그러지들 말게! 안 돼! 여월아!! 여…… 여월아!!”

 

 “자네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대(大)를 위해 소(小)를 희생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자네라도 상황을 뒤바뀌더라도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네!”

 

 “왜 하필 내 여식이냔 말일세!”

 

 “자네의 여식이 귀신을 부리는 아이라고 무당도 그러지 않았던가!”

 

 “자네야말로 내가 여태 말하지 않았던가! 그럴 리가 절대 없…….”

 

 “어르신, 더 이상 말을 들을 필요도 없소!!!”

 

 “강식, 자네도 언제가 꼭 우리를 이해해줄 날이 올 걸세.”

 

 “차라리 나를 죽이게! 차차리 날 죽이란 말일세!”

 

 “자자! 옛정을 생각해서라도 더 이상 우물쭈물하는 것은 여월이를 위해서도 모두를 위해서도 좋지 못하오! 모두들 횃불을 던지시오!”

 

 제일 선두에 있던 중년 한 명이 목청껏 크게 외쳤다. 그 목소리가 신호탄이 되어 가져온 횃불을 일제히 내가 있는 위치를 향해 힘껏 던지기 시작했다.

 

 “죽어라!”

 

 “내 자식을 죽인, 역병을 퍼트린 년! 죽어라!"

 

 몇몇의 사람들은 자식을 잃은 슬픔에 마치 내가 죽였다고 생각하는지 악에 찬 목소리로 말하며 던지는 사람들도 보였다. 내가 그런 게 아닌데. 정말 내가 그런 게 아닌데……. 내가 없어져도 아버지도 나중에 이런 소리를 듣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내가 없다고 슬픔에 남은 인생을 보내지 않을는지. 목이 메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점차 다가오는 수 십 개의 횃불. 허공에서 빙글빙글 회전하며 모든 것을 태워버릴 듯 붉음을 간직한 채 점차 나와의 간격이 좁혀졌다.

 

 참으로 횃불이 떠있는 시간이 참으로 길게 느껴진다.

 

 어렸을 때는 불장난과 쥐불놀이가 그리 즐거웠건만 오늘만큼은 불이 이토록 무섭게 느껴지는 건 첨이다. 아마… 내가 죽음에 다 이르렀기 때문인가?

 

 “이게 무슨 짓이냐! 무슨 짓이란 말이냐!! 불… 불이……!!”

 

 던져진 횃불은 기다렸다는 듯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버지는 다 죽어가는 듯한 통곡소리에도 나를 구하려 뛰어 들려 했다.

 

 하지만 주변의 사내들은 재빠른 저지와 함께 땅바닥에 엎어뜨려 못 움직이게 짓눌렀다.

 

 건장한 사내 두 명에 짓눌려서도 악무는 모습. 절망이 가득한 두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바둥바둥 몸부림치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 정도 하셨으면 되셨어요. 아버지까지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아버지의 뜻은 완고했다. 이미 많은 눈물을 쏟아내서 땅을 적시는 것이 보였다. 부들부들 떨려가는 몸을 간신히 부지해가며 계속해서 안간힘을 쓰셨다.

 

 저러다가 쓰러지시면 어쩌시려고.

 

 이제는 곁에 아버지를 돌봐줄 사람도 없건만. 이름만 불러도 뭉클한… 나의 아버지, 보기만 해도 눈물만 나오는 나의 아버지……. 잘해드린 것도 없는, 보잘 것 없는 나를 보살펴 준 우리 아버지.

 

 “부디 몸을 평안히 하시기를 빌어요. 저 없어도 밥은 꼭 챙겨 드시고… 몸 건강하셔야 해요.”

 

 혼자만의 중얼거림과도 같은 작은 목소리를 용케도 들으신 것인지 악문 입 사이로 괴성이 하늘 높이 울려 퍼졌다. 그런 아버지를 향해 웃었다. 오래도록 사세요. 아버지의 곁을 떠나는 이 못된 불효녀를 그만 잊어 주셔요.

 

 “이… 이리 못 보낸다!! 내 딸을!! 못 보… 낸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나셨는지 마지막 힘을 쥐어짜 장정 두 명의 사내를 뿌리치고 벌떡 일어났다. 그리곤 다시 내 쪽을 향해 달려오려는 아버지를 옆에서 지키던 사내 한명이 몽둥이로 가격했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한순간의 충격으로 힘없이 고개를 아래로 숙이며 쓰러지셨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란 목소리로 외쳤다.

 

 “아, 아버지!!”

 

 울려 퍼졌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없다. 이제 앞에는 매서운 불길에 휩싸여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사람이 죽을 때 가장 고통스럽다는 게 불에 타죽는 거라는데. 갑자기 죽음이 다가오자마자 공포가 서서히 찾아오는 것은 별수 없나 보다.

 

 불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시커먼 검은 연기도 방안을 가득 매우기 시작했다. 이미 아버지가 몽둥이에 쓰러지실 때부터 심했던 연기는 이제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가득했다.

 

 덕분에 숨이 턱턱 막혀 몰아쉬었고, 그 연기를 조금이라도 마시자 자연스럽게 기침이 나왔다.

 

 콜록-

 

 그럴 때마다 나의 유일한 자랑거리인 칠흑같이 검은 머리카락은 힘없이 들렸다 내려앉았다. 연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 아니면 죽음에 이제 한 발짝 더 다가섰기 때문일까.

 

 탁하고 무기력한 기운이 내 몸에 동화되어, 물에 술 탄 듯 온몸 구석구석 퍼져 더욱이 힘들게 옥죄었다.

 

 콜록- 콜록-

 

 더욱더 많은 연기를 들이마셨는지 잠깐이 멀다 하고 제집처럼 몸속을 유린하는 기침이 연신 나왔다. 가녀린 소녀의 몸에서 나올 것이라고는 전혀 예측할 수도 없을 만큼 거칠고 탁한 기침이 토해져 나온 것이다.

 

 이미 한계에 다다름에 의미했음이다.

 

 나는 아버지가 겨울에 입으라고 큰맘 먹고 장만한 옷으로 입과 코를 막았다. 마지막으로 준 옷이었기에 입고 가고 싶었다. 그사이 불길은 더욱 거세어 번져, 곧 나를 집어삼킬 듯 접근했다.

 

 연기에 의해 의식은 멀어져 갔다. 두려워졌다. 여기서 의식이 멀어진다함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 것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제 도망칠 곳도 없는 이곳에서 갇혀 죽게 되는 걸까.

 

 “아…… 다음… 생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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