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녹턴
작가 : EJ
작품등록일 : 2017.7.19

초능력자들의 금지된 사랑으로 태어난 차 연, 초능력자의 불사 능력은 가지지 못했지만 여러번의 환생에도 기억을 잃지 않게 된다. 첫번째 생에서 만난 연인, 진에게 크게 배신을 당하고 죽은 뒤 그에 대한 복수를 각오하고 환생하게 되는데...

 
00.여름의 기억
작성일 : 17-07-19 10:09     조회 : 402     추천 : 0     분량 : 4176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00.여름의 기억

 

 맴-맴-

 

 시끄러운 매미소리가 귀에 가까워졌다가 다시 멀어졌다가를 반복했다. 하늘은 청명하고 나뭇잎 사이로 빛은 하얗게 부서져 내린다. 아, 날이 참 좋구나. 연은 남자의 어깨 너머 보이는 세상을 넋 놓고 바라보았다. 문득 정신을 차린 연의 손이 천천히 남자의 어깨를 밀어낸다. 연약한 그 손길에도 입술에 달라붙어 있었던 온기는 쉽게 떨어졌다.

 

 “…이것은 담보다. 너는 나를. 나는 너를 믿지 못하니.”

 

 담보. 남자가 한 말은 연과 남자를 잇는 관계의 정의이자 연에게 내리는 하나의 경고였다.

 

 ‘다가오지마.’

 

 연은 가까스로 입을 끌어올려 웃었다. 멀리서 두 사람을 찾는 궁녀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차가의 장녀, 차 연이 삼가 인사를 올립니다.”

 

 흙바닥임에도 개의치 않고 연은 곡배를 했다. 절을 하느라 숙인 고개 뒤가 먹먹하게 아파왔다. 연은 그것이 차갑게 내려보는 남자의 시선때문임을 알고있었다.

 

 “그래. 이제 아프지 말거라.”

 

 손끝부터 차갑게 얼어간다. 연은 남자를 잠시 응시하다가 천천히 뒤돌아 걸었다. 오늘도 그녀는 버려졌다. 그녀는 이렇게 매일을, 꼬박 5년을 버려져왔다. 그러니 아프지 않다. 이제는 아플 심장마저도 없으니.

 

 

 

 하얀 빛무리가 어둠 속에서 소용돌이 쳤다. 문이 열리듯 쏟아져 내려오는 빛줄기에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새하얀 천장이 눈에 보였다. 매일 봐오던 나무 천장이 아니다. 왜지? 기억을 되짚던 뇌가 일순간 멈춘다. 아. 그랬지. 결국….

 

 “깨어나셨습니까 아가씨.”

 

 고개를 꺾어 옆을 보니 장신의 남자가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방대한 분량의 기억을 되찾아서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는 뇌로 그를 멍하게 바라보자 그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이 이상하게 낯설다.

 

 “혹시 뇌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 것 같은데요.”

 “…다행입니다. 최근에는 사고가 일어날 뻔한 적이 없어서 안심했는데 물에 빠지시다니….”

 “걱정마세요. 이제 이런 사고는 안 일어날 겁니다.”

 “…예?”

 

 내가 기억을 되찾았으니. 나는 쓰게 웃으며 고개를 반대로 꺾었다. 햇빛이 들어오는 창이 눈부시다. 몇 번째로 보는지 기억도 안나는 하늘. 몇 번째인지 기억도 안나는 삶. 탄생과 죽음을 순환하는 그 삶의 패턴들에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일생에 한번 겪을까 말까한 사고들을 겪고 전생들의 기억을 되찾는다는 것. 아, 이번에도 죽지 못했구나. 도대체 얼마나 더 삶을 반복해야 죽을 수 있을까.

 

 “…아가씨.”

 

 남자가 이상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정말 미묘한 표정이었다. 저것을 무슨 표정이라고 부르지? 아니 그 전에 저 남자는 누구야? 남자는 한동안 나를 내려 보기만 하더니 한숨을 쉬고 말했다.

 

 “퇴원 수속을 할 수 있는지 물어보고 오겠습니다. 집으로 가셔야 하니 벤을 부르겠습니다.”

 

 남자는 그 말을 한 후에 문을 열고 사라졌다. 남자가 말하고 간 벤이 자동차 이름이 아니라는 것을 안 것은 남자가 나간지 한 시간이나 지난 후 였다.

 

 “호세 아가씨! 깨어나셨다구요! 일주일이나 혼수상태라니! 정말 귀신붙은 거 아닙니까?!”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와 폭 안기는 어린 소년의 모습에 나는 조금 어리벙벙해졌다.

 

 “귀신붙은 아가씨라니, 루이스 가의 최대 먹칠이에요 정말!”

 

 타박하는 듯 말하고 있지만 눈동자에 나에 대한 걱정이 그득그득 매달려 있었다. 그나저나 루이스 가라. 아까 이 소년이 부른 이름이 호세였으니 내 이름은 호세 루이스(Jose Louis)인가. 이름을 몇 번 곱씹자 이번 생에서의 17년이 짧게 스쳐지나갔다. 나는 기억을 갈무리하면서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있는 갈색 머리카락 뭉텅이를 쓰다듬었다.

 

 “벤, 마음은 알겠지만 좀 무거운데.”

 “아차, 제가 다 낫지도 않은 아가씨께 무슨 짓을!”

 “…짐정리는?”

 

 어느새 돌아온 남자, 아니 내가 달고 다니던 보디가드인 알렉스(Alex)가 문턱에서 나와 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제야 다시 한번 아차한 표정을 지은 벤은 넓은 병실 여기저기를 쏘다니며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알렉스가 다가와 침대에서 내려오는 나를 부축했다.

 

 “일주일 동안 침대에만 있으셔서 근육이 많이 약해지셨습니다.”

 “…그렇긴 하네요. 이 다리로 차있는 곳까지 내려갈 수는 있으려나….”

 “휠체어를 준비하…”

 “뭘 그렇게 까지.”

 

 나는 웃었다. 그리고 장난스럽게 말했다.

 

 “등 대세요.”

 “…예?”

 “업힐 꺼니까요.”

 

 차분하고 성실해서 다양한 표정을 지어주지 않는 알렉스가 오늘 하루만 참 다양한 표정을 지어주었다. 지금은 딱 엿먹은 표정. 싱긋. 나는 최대한 상큼하게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루이스가의 대저택은 매우 참 감각적으로 생긴 집이었다.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글라디올라스와 선명하게 눈을 찔러오는 하얀 저택. 파란 하늘과 선명한 대조를 이루는 비현실적인 색감의 집이었다. 한 편에 자리잡은 수영장에서는 바람에 푸른 물결이 일고 있었다. 정원을 전체적으로 크게 훑어보고 있는데 정원의 중앙에 위치한 분수대 위의 물 붓는 미녀상이 위 아래 위 아래로 흔들린다. 아, 이거 승차감이 별로네.

 

 “…편하십니까?”

 “승차감이 별로네요.”

 

 그럼 내리시지요. 울컥한 알렉스의 목소리를 배경으로 문마저 하얀 저택의 입구가 가까워졌다. 알렉스가 내리라는 듯이 바닥에 주저 앉았지만 나는 알렉스의 목에 두른 손을 놓지 않았다.

 

 “…안내리십니까?”

 “아버지 만나러 가는 것 아닙니까?”

 “맞습니다.”

 

 나는 조용히 열린 문사이로 보이는 계단을 눈짓했다. 계단까지 업어달라는 무언의 요구에 알렉스의 입에서 긴 한숨이 흘러나왔다. 나는 결국 다시 일어나는 알렉스의 등에 업혀 조금 웃었다. 결국 해줄꺼면서, 앙탈은.

 

 “왔느냐.”

 

 2층으로 올라가는 양 옆의 두 개의 계단이 한 층에서 만난다. 그곳에 서있는 갈색머리의 갈색눈을 가진 매끈한 미중년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예.”

 

 그는 루이스가의 가주이자 나의 아버지 되는 사람이었다.

 

 “긴히 할 말이 있으니 이제 그만 네 발로 걸어 오너라.”

 “아가씨께서는 일주일 간의 침대 생활로 다리 근육이 많이 약해져있습니다.”

 

 알렉스의 말에 나는 알렉스의 목에 두르고 있던 팔을 푸르고 바닥에 착지했다.

 

 “가시죠, 아버님.”

 

 아무렇지 않게 걸어가는 나를 얼빠진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알렉스의 시선이 등 뒤를 찔렀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러니까, 알렉스는 가끔 너무 순진해서 놀려주고 싶다니까.

 

 루이스 가문의 가주이자 나의 아버지인 존 루이스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근심과 걱정을 짊어지고 사는 사람이었다. 그는 모든 일에 있어서 완벽을 추구했고 덕분에 가업으로 이어져 내려온 회사를 선대보다 두배 이상 키울 수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그가 참 불쌍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먼지 한톨에 오르락 내리락하는 기분이라니. 내가 그런 체질이었다면 나는 분명히 미쳐 손목에 칼을 들이댔을 것이다.

 

 “몸은 어떠냐.”

 “죽지 않을 정도는 됩니다.”

 

 내 말이 마음에 안 든다는 듯 그의 눈썹 한쪽이 곡선을 그리며 휘어졌다.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나는 말을 이었다.

 

 “…건강하다는 뜻을 돌려 말한겁니다.”

 

 이것은 예의다. 나 자신을 눌러 상대방을 존중한다는 표식을 보여주는 것. 사실 이런 예의에 익숙한 것은 아니었으나 이후 내가 할 말을 그가 받아들이는 데 이 예의가 필수 불가결임을 나는 알고 있었다.

 

 “그래. 건강하다니 됐다.”

 

 그의 말은 건강하기만 하다면 망나니 짓을 하고 돌아다녀도 된다는 뉘앙스였다. 이해한다. 기억이 없던 17년 동안, 나는 분명 철없는 망나니였으니까.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내 말에 그의 눈썹이 상향으로 굽어진다. 해보라는 그의 얼굴에 나는 말을 이었다.

 

 “잠시 여행을 떠나고 싶습니다.”

 “뭐?”

 “알렉스와 벤만 붙여주시면 됩니다. 가야 할 곳이 있습니다.”

 

 내 두서없는 말에 그는 한층 더 찌푸린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제 막 병석에서 일어난 딸, 17년 동안 크고 작은 사건 사고에 휘말려 죽을 뻔한 딸을 여행보내라고? 호세 루이스. 죽고 싶은 게냐?"

 "하하, 설마요."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17년 동안 당신 딸이 여러 사고에 휘말린 건 전생의 기억들을 되돌려 받기 위해서였고 사실 내가 너보다 나이가 많다는 걸…. 어디서 반말이야 머리에 피도안마른게!하며 고래고래 소리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나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그때, 달칵하고 문이 열렸다. 막 짐을 정리한 알렉스가 문을 열고 들어서고 있었다. 싱긋. 나는 다시 한번 웃었다. 그리고 알렉스의 팔을 잡아당겨 팔짱을 끼며 아버지에게 말했다.

 

 “저, 알렉스와 결혼하려구요. 신혼여행을 미리 다녀오려고 합니다.”

 “…미친 아가씨야!”

 

 어이없어하는 존 루이스와 자신도 모르게 욕을 내뱉은 알렉스. 알렉스는 당황한 표정으로 나와 존을 번갈아 보다가 말했다.

 

 “…미친은 취소.”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 00.여름의 기억 2017 / 7 / 19 403 0 4176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