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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하트여왕의 황금시계
작가 : 주결아
작품등록일 : 2017.7.18

그 누가 보아도 우아하고 늠름하며 공정한 하얀여왕. 그녀에게 살해당한 붉은 머리의 하트여왕. 죽음의 순간, 시간에 경계에 떨어진 하트여왕에게 작은 회중시계가 말을 걸어왔다. 마치 운명처럼. "너의 운명을 바꿀 수 있게 내가 도와줄게. 대신, 잃어버린 내 본체를 찾게 도와줘." "좋아. 하지만 왜 본체가 원더랜드에 있을 거라 생각해?" "원더(wonder)랜드 잖아. 아무도 올 수 없는 이 시간의 경계에 네가 나타난 것 처럼, 놀라운 일이 생길 것 같으니까." 죽음을 넘어 다시 돌아온 하트여왕과 황금시계의 운명은?

 
하트여왕의 황금시계 01
작성일 : 17-07-18 10:37     조회 : 419     추천 : 0     분량 : 6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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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즈. 사실, 나는 네가 무척이나 싫단다."

 

 그녀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자, 차분한 백금발의 머리칼이 살짝 흐트러졌다.

 

 "……?"

 

 "내 것을 모두 빼앗아 갔잖니."

 

 언제나 공정함을 담고 있던 녹색눈이 차갑다 못해 시렸다.

 

 반역 죄로 잡히기 바로 전 날이었다. 서쪽 땅에 있어야 할 언니가 나를 찾아왔을 때, 요마가 출몰하는 동쪽 땅으로 온 그녀가 걱정이 되면서도 반가웠다.

 하지만 사랑해마지않는 나의 언니, 알리시아의 입에선 독을 바른 것 같은 말만이 나왔다.

 

 "그 말을 하러 급히 찾아온 거란다. 이만 가볼게. 더 늦어지면 곤란하니까."

 

 상냥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는 아버지를 닮아 붉고 제멋대로 구불거리는 내 머리칼을 쓰다듬어주었다.

 

 그녀의 손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매캐한 연기가 비강을 가득 채웠다.

 

 "마녀를 잡아라! 붉은 마녀를 잡아라!"

 

 머리가 정신없이 흔들려왔다. 이상하게도 자꾸만 감기려는 눈에 힘을 주며 정신을 차리려 애썼다.

 

 "헉, 헉."

 

 거친 숨소리와 말린 장미향을 맡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곧이어 비릿한 쇠붙이의 향이 코 끝을 자극했다.

 

 "……에릭?"

 

 에릭. 나의 기사가 나를 안고 숲을 가로질러 달리고 있었다. 정신이 들자 온 몸이 부서질 듯이 아파왔다.

 

 "정신이 드십니까. 깨어나지 않으셔서 걱정했습니다."

 

 바위 뒤로 몸을 숨기며 숨을 고른 그는 가로로 길게 쓰러진 나무 위로 나를 조심히 내려 놓았다. 그의 감청색 눈동자가 어지러이 흔들렸다.

 

 그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곧이어 눈꺼풀 아래로 드러난 눈동자는 무언가 결심한 듯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그의 표정은 결연했다.

 

 "말해줘요."

 

 "킹 아서께서 승하하셨습니다. 그리고……."

 

 심장이 거세게 두방망이질 했다.

 

 "그리고…… 뭔가요?"

 

 "로즈님이 폐하의 시해범으로 지목됐습니다."

 

 나는 비명이 나오려는 것을 가까스로 막아냈다. 입을 막고 있는 두 손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손에서 부터 시작 된 떨림은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에릭의 두 손이 내 어깨를 움켜 쥐었다. 저 멀리서 붉은 점들이 흔들렸다. 아마 나와 에릭을 찾는 병사들일 것이다.

 

 "로즈님. 정신 차리셔야 합니다."

 

 "그럴리가 없잖아요! 제가 왜……!"

 

 정신을 다잡으려 노력했지만 이미 무너져 내린 정신을 다잡기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로즈님. 카드놀이 병사였습니다. 시해범이 입고 있던 옷이."

 

 카드놀이 병사. 동쪽의 축제 기간에는 병사 체스와 병사 카드놀이를 시행했다. 동쪽 땅의 특성상 자주 출몰하는 요마를 상대하느라 심신이 지쳐있을 병사들을 위해 만들어진 일확천금의 게임이었다.

 

 요마가 가장 출몰하지 않는 5월에 이루어지는 축제는 속칭 장미 전쟁으로 불렸다.

 

 "정말 내가 시킨거라면 그런 옷을 입히고 보냈을 리가 없잖아요!"

 

 에릭의 옷깃을 필사적으로 붙잡으며 작게 소리치자 새된 소리가 나왔다.

 

 "알아요. 당신께서 그런 분이 아니라는 것 쯤은. 하지만……."

 

 "설마. 언니가 왕좌에 앉았나요?"

 

 "……."

 

 에릭이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답답하고 갑갑한 마음에 가슴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

 

 

 이 나라, 원더랜드에는 그 누구도 바꿀 수 없는 법이 있다.

 

 [왕의 말은 곧 진실이다.]

 

 설령 왕이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해도 원더랜드의 백성은 그 말을 진실로 만들어야 했다. 실제로 정신나간 선대 왕이 '모든 장미는 붉지 않은가.'라는 말을 하자, 전국의 백성들이 밤새 모든 장미를 붉게 칠해버린 일도 있었다.

 

 

 "언…… 아니, 새로운 왕께서 나를 범인으로 지목한거군요."

 

 에릭은 대답이 없었다. 아니. 대답은 필요없었다. 가까워진 소음이 곧 대답이 되었으니까.

 

 "붉은 마녀를 잡아라! 킹 아서의 시해범이다!"

 

 "붉은 마녀를 잡아라!"

 

 "컹컹!"

 

 "죽이자! 붉은 마녀를 죽이자!"

 

 난생 처음 나를 향한 악의와 살의는 엄청났다. 동쪽 성에서 우거진 숲길까지 촘촘히 박히 붉은 빛이 나와 에릭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간간히 들리는 개짖는 소리는 마치 천둥소리처럼 들렸다.

 

 "로즈님."

 

 에릭이 조심스레 머리칼을 뒤로 넘겨주며 속삭였다.

 

 "제가 다른 곳으로 유인할테니 폭포를 향해 달리세요. 그 곳에서 엘리스가 기다리고 있을겁니다. 국경을 넘어 아웃랜드로 가세요."

 

 "안 돼. 나와 함께 가요."

 

 혼자 갈 수 없다. 에릭을 두고 혼자 갈 수는 없다. 아무리 그가 그랜드 마스터급의 기사라고는 하지만 저 많은 사람들을 홀로 감당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당신마저 잃을 순 없어요!"

 

 나는 필사적으로 그의 옷 깃을 붙잡았다. 난감한 듯 서글퍼보이는 그의 얼굴이 점차 흐려졌다.

 

 말린 장미향이 다가오는가 싶더니 입술에 불에 덴 듯 뜨거운 에릭의 입술이 내려앉았다. 가늘게 떨리던 속눈썹이 깜박이자 모든 것이 선명하게 보였다.

 

 그가 커다란 손으로 내 뺨을 쓸어내렸다. 그의 손등 위로 쉼 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가 다시 한 번 입을 맞추었다.

 

 지분거리던 그의 입술이 살짝 떨어져 나갔다. 서로의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그가 나지막이 속삭였다.

 

 "로즈. 당신을 모실 수 있어 더 없는 영광이었습니다. 가세요."

 

 붙잡을 새도 없이 그는 잎이 무성한 나뭇가지를 자신의 망토로 감싸안고 불빛이 와글거리는 곳을 향해 내달렸다.

 

 나는 뛸 수 밖에 없었다. 그와의 입맞춤에선 비릿한 쇠 냄새가 진동을 했다. 그는 이미 날 위해 죽음을 택하며 달려왔으리라.

 

 달리는 내내 귀에 매달려있는 붉은 하트모양의 귀걸이가 찰랑이는 소리를 냈다.

 

 

 

 쏴아아아-

 

 가까워진 폭포 소리에 숨을 고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폭포 아래로 흐르는 강에는 작은 나룻배가 정박해있었다. 그 위에는 금발의 머리칼을 곱게 땋아내린 앨리스가 불안한 듯 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앨리스!"

 

 그녀를 부르며 비탈길을 구르다시피 내려갔다.

 

 앨리스는 나를 발견하자마자 한달음에 달려왔다. 머리 끝에 느슨히 매달려있던 하늘색 리본이 바람에 날아갔지만 그녀는 뜀박질을 멈추지 않았다.

 날아간 하늘색 리본이 강 위로 떨어지자, 물살에 휩쓸려 곧 자취를 감추었다.

 

 "공주님."

 

 그녀가 나를 공주님이라고 불렀다. 뭔가 잘못되었다. 그녀는 나를 늘 격식없이 '로즈'라고 불러왔으니까. 달빛에 비친 그녀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있었다.

 

 "……그래. 넌 뭘 인질로 잡힌거니."

 

 "……."

 

 그녀가 가만히 고개를 저으며 내게 뻗었던 손을 거두었다.

 

 "아니. 그런 거 없어. 난 이제 귀족이 될 거거든."

 

 하얗게 질린 얼굴을 하고서 그녀는 허공을 향해 손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숲 사이사이 배치되어 있던 알리시아의 기사들이 순식간에 창 끝을 겨누었다.

 

 

 ***

 

 

 반 평도 안되는 좁은 감옥은 몸을 쉬이 눕힐 수도 없었다.

 

 뚝 뚝.

 

 벽에 스며든 습기가 물방울이 되어 바닥을 적시고 있었기때문이다.

 

 세운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었다. 아버지가 사랑스러워했던 구불거리는 붉은 머리카락이 앞으로 쏟아져내렸다. 아버지의 마지막은 어떠했을까. 시해범의 배후로 지목 된 내가 그 최후를 모르다니.

 

 "하하……."

 

 자조적인 웃음과 함께 후드득, 눈물이 떨어졌다.

 

 사실 앨리스가 나를 배신했다는 사실은 그다지 충격적이지 않았다. 그녀와 영원을 맹세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차가운 감옥에 갇혀있는 동안 알리시아를 향한 분노도 서서히 사그라들었다. 언니에게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으리라 생각하게 되었으니까.

 그저 에릭이 무사하길 바라는 마음과 그가 무사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어지럽게 충돌하고 있을 뿐이었다.

 

 또각 또각.

 

 지하 감옥에 결코 크지도 작지도 않은 구두소리가 울려퍼졌다. 급하지도 느리지도 않은 걸음걸이. 완벽한 레이디의 걸음걸이였다.

 구두는 경쾌함을 담고 내 앞에서 멈춰섰다.

 

 "알리시아."

 

 반짝이는 보석이 박힌 굽이 높은 흰색 구두였다. 흰색의 드레스 자락에 지하감옥의 구정물이 튀었지만 그녀는 그런 것 쯤은 상관 없다는 태도였다.

 

 "어머나. 이제 언니라고 불러주지도 않는거니?"

 

 상냥한 그녀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렸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귀여운 내 동생. 사랑스럽던 네가 이렇게까지 삐뚤어지다니. 이 언니는 마음이 아프구나."

 

 "……돌아가."

 

 더 이상 그녀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아름다운 그녀의 얼굴에 비릿한 미소가 떠올랐다.

 

 "어머. 에릭에 관한 소식인데. 듣고싶지 않은 모양이구나. 꽤나 비정한 주인을 두었네, 에릭은."

 

 "무슨 소리가 하고 싶은거야! 말해!"

 

 철창에 달려들며 소리치자 알리시아의 기사가 재빨리 긴 창을 뒤로 돌려 철창 안으로 쑤셔넣었다. 그것은 정확하게 내 복부를 강타했다.

 

 "윽! 콜록, 콜록. 에릭은 어떻게 되었어. 말해……."

 

 목구멍으로 신물이 올라왔다. 형편없이 터져버린 입술을 적시며 후드득 바닥으로 흘러내린 신물을 손등으로 쓱 닦아내며 주저앉았다.

 

 "어머나. 우리 동생. 많이 거칠어졌구나. 후후. 그래. 국왕 시해범인데 이정도는 되어야지. 그리고 말이 많이 짧구나, 동생아. 나는 이제 진짜 여왕이 되었단다."

 

 "……."

 

 "자, 다시 물어보련?"

 

 "……."

 

 "어머나. 궁금하지가 않은 모양이구나."

 

 알리시아는 흰 공작새의 깃털이 붙은 부채를 펼치며 낮게 웃었다. 나는 언제나 그녀가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웃을 때는 수줍음을 감추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런 이유가 아니었다. 그녀는 그저 자신의 비열함이 가득 담긴 입꼬리를 숨기고자 부채를 펴드는 것이었다. 그걸 이제야 알아채다니.

 

 "고귀하신 여왕폐하. 부디 에릭 아이언에 대한 소식을 알려주십시오."

 

 엉망으로 찢어진 치마를 펼칠 수 있는 한 최대한 넓게 펼치며 무릎을 굽혔다.

 

 "아하하하하하! 그래. 네가 그렇게까지 물어본다면 알려주지! 에릭은 아직 살아있단다. 화살을 무더기로 맞고도 말이야. 하지만 그대로 둔다면 곧 죽겠지."

 

 횃불이 반사된 그녀의 녹색 눈동자가 붉게 번들거렸다.

 

 "자, 나와 거래를 하자꾸나."

 

 "무슨……."

 

 "네가 얌전히 너의 죄를 인정한다면 에릭에게 곧장 치료제를 보내마. 어떠니?"

 

 국왕 시해를 인정하라……. 알리시아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원더랜드 국법 상, 국왕 시해자나 시해 시도자는 모두 반역죄로 간주, 극형에 처한다. 이는 원더랜드에 단 하나뿐인 단두대의 존재 이유이기도 했다.

 

 "좋아."

 

 내가 긴 고민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품안에서 치료제 꺼내어 자신의 기사, 짐 쉐리단에게 주었다. 그는 영 떨떠름한 표정을 하고는 그것을 받아들고 곧장 지하감옥을 벗어났다.

 

 이 감옥에는 나와 알리시아 둘뿐이었다.

 

 "하나만 더 대답해줘."

 

 몇일 동안 제대로 된 물을 마시지 못한 탓에 버석버석 갈라지는 목소리가 나왔다. 알리시아는 잠시 눈을 찌푸리고는 말해보라는 듯 손을 휘적였다.

 

 "아버지는 왜……."

 

 죽인거야. 라는 뒷 말은 차마 꺼낼 수가 없었다. 두 눈으로 보지 못했으니, 믿고싶지 않은 마음때문이었다.

 

 "……왜 죽였냐고?"

 

 알리시아가 철창 앞으로 쪼그려 앉으며 작게 속삭였다.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해사한 미소를 띄며 천천히 일어섰다. 그녀의 모든 움직임이 연극의 한 장면같았다.

 

 허공에서 출렁이던 그녀의 백금발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널 왕으로 정했더라고. 계획적으로 처리할 생각이었는데 참을 수가 없었지 뭐니."

 

 알리시아의 말투와 행동은 충격 그 자체였다. 마치 내일 먹으려고 아껴두었던 디저트를 참을 수 없어 먹어버렸다고 말하는 듯한 가벼운 말투였기때문이다. 나는 충격에 휩싸여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했다. 그 반응이 퍽 만족스러웠는지, 그녀가 상냥하게 미소지으며 손으로 키스를 보내왔다.

 

 "그럼, 사랑하는 동생아. 곧 처형장에서 만나자꾸나."

 

 

 ***

 

 

 그 이후로 며칠 만에 나는 내리쬐는 태양 아래 서있었다.

 

 한 줄기 빛조차 들지 않는 좁은 감옥 안에서 아무것도 먹지 못해 볼이 푹 꺼지고 스스로의 오물에 더럽혀진 내 모습을 보며 광장 안의 사람들은 손가락질을 해댔다. 이젠 아무래도 상관없다. 이미 나의 명예는 짓밟혔으며 역사에 길이 남을 악인으로 기억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아서 골드의 시해범, 로즈 메리언 골드의 처형을 집행하겠다."

 

 알리시아의 기사가 내 몸을 단두대 밑으로 밀어 넣으며 큰 소리로 외쳤다.

 

 "자, 마지막으로 할 말은 없느냐."

 

 단두대 바로 앞의 화려한 의자에 앉은 알리시아가 부채를 살랑이며 말했다.

 

 "……에릭은……콜록 콜록."

 

 이미 몸이 엉망으로 망가진 데다, 며칠 만에 입 밖으로 나온 목소리는 내 것이 아닌 양 형편없이 갈라졌다.

 

 "어머나. 붉은 꾀꼬리의 목이 다 망가졌구나. 걱정 마렴. 그는 곧 만날 수 있을테니……."

 

 "뭐……?"

 

 여전히 부채를 살랑이며 말하던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알리시아는 더 없이 온화한 미소를 띄고 말을 마무리 지었다.

 

 "저 세상에서 말야."

 

 그녀의 우아한 손짓과 함께 잘 벼린 거대한 칼날이 내 목을 향해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에릭.'

 

 토할 것 같은 감각에 두 눈을 질끈 감으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에릭.'

 

 목덜미로 서늘한 감각이 닿는 듯하더니, 붉게 빛나던 눈 안의 세상이 순식간에 까맣게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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