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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대저택의 소년
작가 : 대장
작품등록일 : 2017.7.18

바란 게 있다면 첫 째도 평범, 둘 째도 평범, 셋 째도 평범... 이뿐이었다. 평범한 게 최고라는 나의 바람은 이루어지긴 했으나, 그것은 모두 과거형이 되어버렸다. 하루 아침에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친척의 억 단위 빚을 떠안았고, 내 몸집의 세 배는 되어보이는 건달들이 내게 “아따 아가씨! 고 눈을 팔던가 담배 안 피우제? 간을 팔어~” 장기매매를 권하는 일상은 정말이지 평범과는 거리가 멀었다.

평범을 소원하던 내 인생이 이렇게 된 것은 모두 죽으라는 신의 계시인 걸까. 그때부터 나의 목표는 바뀌었다.감히 살기를 바라지 않을게요. 차라리... 죽자! 그래 죽는 게 좋겠어!

스물셋 청춘에 마지막 바다를 만끽한 뒤 밀려오는 파도에 몸을 맡기려던 찰나에 누군가가 내게 말을 걸었다. "저기 저 좀 도와 주세요!!" 뒤를 돌아 봤을 땐 강아지 다섯 마리에 둘러싸인 고양이가 있었다. 죽으려니 별 게 다 보이는구만 엥? 고양이가? 말을 걸어? 나한테? "저기요!! 좀 살려 주세요!!!" 이런 미친...

 
프롤로그; 스물셋 청춘의 방향을 황천길로 뻗었을 때 웬 고양이가 내게 말을 걸었다
작성일 : 17-07-18 18:17     조회 : 351     추천 : 0     분량 : 4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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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저택의 소년

 스물셋 청춘의 방향을 황천길로 뻗었을 때 웬 고양이가 내게 말을 걸었다.

 

 

 

 

 

 “아가씨 가뜩이나 사람 많아서 번거로운데, 탈 거야 말 거야?”

 “정말 죄송해요 내릴게요!!”

 

 “민서 씨 손님이 부르시는데 뭘 그리 멍 때리고 있어!”

 “아, 죄송합니다!”

 

 

 

 “민서 씨!”, “민서 씨 자꾸 정신 놓고 있을 거야?!”, “민서 씨!!” 오늘처럼 내 이름이 많이 불렸던 날이 또 있었던가, 고요하고 고요한 일상 탓에 내 이름 석자도 가물가물해질 정도였는데 좋아해야 하는 건지 슬퍼해야 하는 건지 여하튼 참 이상한 날이다.

 

 지갑을 잃어버려 차를 놓쳤고 그 덕에 지각을 했다. 묘하게 기운이 빠지고 힘이 없는 탓에 하루 온종일 일에도 집중할 수 없었고, 동네에서도 ‘저게 놀부상이라니까…!’라는 흔한 말로 자주 뒷담화에 오르곤 하는 유독 사나운 인상의 사장은 오늘따라 나를 더 쏘아붙였다. “민서 씨!!!” 있는 힘껏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꼴이 어찌나 위협적이던지 여간 머리 아픈 하루가 아니었지 싶다.

 

 “해는 언제 지나…….” 해가 져야 퇴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텐데. 평소엔 그 싸늘하고 냉랭한 집이 그리도 외로웠던 것 같은데 오늘따라 집이 고팠다. 하루에 어떻게 지나가는 지 눈 깜빡 할 새에 밤으로 물들이던 하늘은 오늘따라 오래도록 밝았다.

 

 

 

 “민서 씨 정신 좀 차리면서 합시다. 예?”

 “네 죄송합니다…….”

 

 

 

 그래도 그 하늘이 예뻐서 마음이 좀 풀리려던 찰나 사장의 못미더운 눈빛은 그런 나를 푹 눌러놓았다. “민서 씨 탕 6번 테이블로!” 네에 갑니다, 무거운 건 꼬옥 날 시킨다니까. 꽤 무게가 나가는 탕을 집어 든 내게 사장은 “민서 씨 제발! 정신 좀 차리고 똑바로 들고 가.” 나를 못 잡아 먹어서 안달이었다. 한두 살 먹은 애도 아니고 이제 자그마치 일 년씩이나 근무한 제가 탕을 쏟는 실수를 하겠습니까…….

 

 

 

 “꺄아악!!!!”

 “최민서 씨!!!!!”

 “아, 아 어떡해… 죄송합니다!!! 진짜 죄송합니다!!”

 “사과가 먼저야?! 빨리 찬물 가져 와!!!”

 “네, 네!

 

 

 

 네 했네요……. 바닥도 아닌 손님께 탕을 엎어버린 나는 사장의 억센 손길에 내동댕이 쳐졌고, 고통스러운 듯 소리지르는 손님으로부터 시선을 떼지 못 한 채로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를 하고 물수건을 날랐다. 진짜 잘려도 할 말 없겠지.

 

 

 

 "민서 씨 내일부터는 나오지 마.”

 

 

 

 설마 했는데 정말 잘릴 줄이야 예상은 했어도 정말 잘리고 나니 허무했다. 남들이 보면 고작 식당이라고 할 테지만 그래도 첫 직장이었는데.

 

 최대한 긍정적인 생각들로 걸음을 채워나갔다. 그래 뭐 내일이면 사장 얼굴도 안 봐도 되고…, 다른 데서도 일하고 활동 범위를 넓히는 거지! 그래도, 그래도, 그래도 당장 나갈 데가 한둘이 아닌 경제 상황은 마냥 긍정적일 수가 없었다. “이보다 더 나쁠 순 없으니까 당장 내일부터는 괜찮을 거야!” 터무니 없고 맥락 없는 긍정이었지만 정말 그러리라 굳게 믿고 있었다. 이보다 더 나쁠 수는 없겠지.

 

 

 

 “저기요!!! 누구신데 남의 집에 들어가서……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나오세요.”

 “아가씨 이 집 살아?”

 “네 그런데 누구시냐구요.”

 “최민서 씨, 아가씨가 최민기 그 자식 조카 되는 사람이지?”

 “네?”

 

 

 

 내가 가장 고집해왔던 게 딱 하나 있는데 평범이었다. 고집조차 평범하네, 여하튼 나는 자고로 평범이 최고라고 생각하며 살아온 사람이다. 비록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고아원에서 학대 받다시피 자란 것은 평범과는 거리가 멀지만, 여하튼 성인이 된 이후로부터 나는 그래도 평범이라는 울타리 내에서 벗어나본 적이 없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부모도 혈육도 없는 나를 위로할 수 있던 딱 하나는 ‘괜찮아, 평범한 삶인걸.’이었으나 그러한 나의 유일한 위안이 오늘에서야 개박살이 났다.

 

 

 

 “아가씨 깡패 새끼들이 다 그렇지만 난 더 해, 난 성질이 유독 급한 사람이야. 알아?”

 “…….”

 “최민기 그 새끼 조카 맞아, 아니야.”

 “나가시라구요!!”

 “맞아 아니야!!!”

 

 

 

 콰앙하는 소리와 함께 식탁이 박살 났다. 소각장에서 나뒹굴던 걸 쪽팔린 거 꾸역꾸역 누르고 힘들게 주워온 건데……. 너무 놀란 나머지 털썩 주저앉아 눈물을 뚝뚝 떨궜다. 이게 뭐야, 이보다 더 나쁠 수는 없는 건데… 왜, 왜….

 

 

 

 “아저씨 이러지 마세요… 저 그 사람 누군지 몰라요! 전혀 관련 없는 사람!!!,”

 

 

 

 싱크대 위로 깔끔히 진열되어 있던 낡아서 무늬조차 헤진 유리 그릇들이 모두 깨져, 바닥에 나뒹굴었다. 덜덜 떨리는 새끼 손가락 맡으로 굴러 떨어진 유리 조각을 보자니 숨이 턱 막혔다. 나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귀를 틀어막았고 입술을 꾸욱 물고서 흐느꼈다. 아 씨발 진짜 좆같아…….

 

 

 

 "아이 아가씨! 그건 모르겠고, 한 피가 섞였는데."

 "…….”

 "그 피로 의리 삼아서 최민기가 빌린 돈 다 돌려 줘야겠다고 아가씨, 으응?"

 "저, 저는 정말 모르는, 흐윽, 사람이에요!!!"

 "그걸 나한테 말해서 뭐 해? 난 돈을 받기만 하면 되고, 아가씬 갚기만 하면 돼.”

 “아, 아저씨… 저는 부모도 없고, 끅, 그런 돈 진짜 없어요…….”

 “없어? 내가 만들어 줘? 고 눈을 팔던가, 아님… 담배 안 피우나? 간을 반쪽 넘기는 건, 고건 싫지?”

 

 

 

 이번 달 말까지 가져 와. 깡패 새끼들이 자리를 뜨고 난 뒤 내 시야에 차오른 나의 집은 난장판이었다. 나만큼이나 너덜너덜해져서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았다. 허무해졌다. 내가 이를 악 물고 지켜온 나의 평범이 이름 석자 모르고 살아왔던 어렴풋이 떠오르는 혈육의 무책임으로부터 무너졌다.

 

 으레 사람이 그렇듯이 제 힘으로 될 것 같을 때는 ‘신? 안 믿어, 그딴 게 존재는 해?’라고 지껄이다가도 이렇게 숨통이 꽈악 막힐 때는 몸을 바짝 낮추고 신을 찾곤 한다. “제가 뭘 그리 거창한 걸 바랐나요? 제가 바란 건 부모도 가족도 돈도 아니고 평범뿐이었는데 그게 그리 어려웠어요?” 당연하게도 빌어먹을 신은 대꾸도 흔적도 없었고 나는 바닥을 맨주먹으로 쾅쾅 치며 엉엉 울었다. 유리조각이 손에 박혀 아려왔지만 그 따위 고통이 뭐 그리 중요할까 당장 죽게 생겼는데.

 

 신은 내게 평범을 허하지 않았다. 삶도 허하지 않았고, 남은 것은 죽음이니. 아무래도 신은 내게 죽음만을 허락한 게 분명하다. “그래, 죽자. 죽는 게 답이지.”

 

 

 

 

 ***

 

 

 

 

 죽기 전에는 가장 아꼈던 물건들이 필요하다는 말을 어디서 주워 들었다. 그래서 그 물건들을 챙겨 스물셋 청춘의 마지막 여유, 바다를 찾았다. 꼭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 금전적으로는 쪼들린다. “아 여수 밤 바다 야경에 취해 죽고 싶었는데…….” 나는 입맛을 다시며 흙탕물 바다에 물장구쳤다. 그래도 꼴에 바다라 이건지 야경이 깨나 간드러지게 쏟아졌다. 괜시리 차오르는 설움을 뒤로하고 몸을 일으켰다. “아, 차가워!” 바닷물이 차가워 몸이 으슬으슬 떨렸지만 이제 곧 죽을 텐데 하는 생각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뎠다. 저들끼리 부딪치는 파도 소리가 잔잔히 귀에 박힐 때쯤 내 귀에 따갑게 박힌 음성에

 

 

 

 “저, 저기요!!! 저 좀 도와주십시오!!!"

 

 

 

 뒤를 돌아 보았다. 술에 쩔어 제 몸도 가누지 못 하는 아저씨와 선착장에 묶여있는 낡은 고기 잡이 배 그리고 다섯 마리의 강아지와 그 사이에서 내게 말을 거는 고양이…… 뭐? 고양이? 말을 걸어? 나한테? 죽기 직전의 나는 아무래도 단단히 미친 게 틀림 없었다. 고개를 휙휙 저은 나는 다시 황천길로 가는 마지막 걸음에 집중했다.

 

 

 

 “못 본 체하지 말고 나 좀 도와 주세요!!!"

 

 

 

 나는 고개를 휙 돌려 고양이를 보며 괴상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지금… 고양이가… 말을…….” 내가 미친 걸까 아니면 벌써 황천길에 다다른 걸까 그러던 중 고양이가 앙칼지게 또 한 번 쏘아붙였다.

 

 

 

 “고양이고 나발이고 도와 달래도?!!”

 “이런 미친…….”

 

 

 

 나는 다섯 대 정도 스스로 내 뺨을 후려쳤다. 그래도 나를 보며 빨리 도와 달라는 눈빛을 보내는 고양이는 여전했고 그때 내 손에 들린 태어나서 처음으로 받은 선물인 꽃다발을 으르렁대는 강아지에게로 집어 던졌다. “아 씨발 저거 중요한 건데!!” 강아지들은 놀라 저들끼리 뒤로 물러서다가도 내 품에 잽싸게 안긴 고양이를 보더니 내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게 중요합니까?! 빨리 뛰어요!!!” 고양이가 내게 명령을 내렸다. “고, 고양이가… 말을 했어… 말을… 미친 진짜 돌았나?!!” 그러다 내게로 달려드는 개떼에 나는 고양이를 끌어안고 바다로 돌진했다.

 

 

 

 “아니 살려 달라는 고양이를 안고 바다로 뛰어들면 어떡합니까?!!”

 “내 발로 뛰면 쟤들한테 잡혀서 물어 뜯기는 건 시간 문제거든?!”

 “아니, 근데 언제 봤다고 반말을… 잠시만!! 수영은 할 줄 아는 겁니까?”

 “일단…….”

 “…….”

 “살고 보자!!!”

 

 

 

 그게 흐릿하게나마 남은 나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말을 하는 고양이, 내게 소리치는 고양이, 명령을 내리는 고양이, 살려만 달라며 울부짖는 고양이. 평범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기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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