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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잊혀 진 자들의 나라
작가 : 시란
작품등록일 : 2017.7.17

벌꿀처럼 달디 단 그것을 사랑이라 생각했다.
그리하여 모든 것을 잊더라도 그를...

망각된 기억 속에서 잊혀 진 것들은... 기억해내려 애쓰고, 또 기억되려 애쓴다.
하나하나가 모두 잊혀 진 자들이다.
자신처럼 망각의 길로 빠져들어 모든 것을 잊어가는 이들이 파괴되어 가는 것을 보며,
그들을 돕기위해 나선 그녀가 달빛에 희게 빛나는 밤이슬처럼 깨어난다.

 
1장. 프롤로그
작성일 : 17-07-17 23:30     조회 : 466     추천 : 0     분량 : 4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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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잊혀 진 자들의 나라

 

 들어가기 전,

 지구상의 생물은 3천만여종에 이르며 이 가운데 해마다 2만5천~5만종이 멸종되고 있다는 추정이 유엔 보고서로 나온 바 있다.

 

 퐁! 퐁당!

 

 ‘....응? 이게 무슨 소리지?’

 

 퐁... 퐁당!

 

 ‘으음.... 몽롱하다... 근데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질끈 감긴 내 눈두덩이 안에서 눈동자가 뒤룩뒤룩 굴러간다. 무얼 찾고 있다. 소리의 근원? ‘어디에서 들려오는 소리지? 무슨 소리야?’

 알 수 없는 소리에 예민해지면서 내 눈동자가 거칠어지고 있다.

 

 퐁당.

 

 ‘뭐야? 뭐지?’

 

 소리를 찾기 위해, 눈을 뜨려 하지만 감겨진 두 눈이 떠지질 않는다. 이게 무슨 일이야?

 

 ‘뭐야, 대체!?’

 

 갑작스레 알아차린 내 두 눈이 당한 일에, 공포를 느끼며 소름이 돋아 오른 두 팔을 버둥거린다. 정신 차리자. 온 몸이 버둥거린다. 땀구멍마다 진득한 식은땀을 흘리며 피부로 공포를 느끼고 있다. 온몸이 경악의 춤을 추고 있다.

 

 ‘아아악! 뭐야!?’

 

 두 눈에 접착제라도 붙은 듯, 손으로 잡아 뜯으려 해도 떼어지지가 않는다. 미친 듯이 손톱을 세워가며 긁어내려 해도 ‘찌직’ 살이 찢어지는 소리만 들리지 눈은 떠지지가 않는다. 미쳐버릴 것 같은 정신으로 내가 발버둥치고 있다. 눈아, 내 눈아!

 

 ‘아아악!’

 

 귀신에라도 홀린 사람 마냥, 미친 듯 이 경련하는 내 몸뚱이가 오랜 시간의 발버둥에 점점 진이 빠지고 있다. 그때 갑자기 머리가 커다란 충격을 받으며 아파오기 시작했다.

 

 ‘아아악! 이번엔 또 뭐야!?’

 

 머리가 터질듯 조여 오며 욱씬 욱씬거리고 있다. 그렇게 머리에 큰 충격을 받아서 일까? 이내 졸음이 오듯 정신이 몽롱해져 온다.

 

 ‘아아.... 뭐지....’

 

 그러다 반전하듯 정수리에 바늘이 하나 둘, 파고들듯 머리끝부터 끔찍한 고통이 날 찍어 누르기 시작한다.

 

 “자....”

 ‘...?’

 “미자.”

 

 순식간이다. 순식간이었다.

 고통이 쉬이 물러나고 굳게 닫혀 진 내 두 눈꺼풀이 바르르 떨렸다. 눈두덩이 사이로 빛이 세어 들어오고, 바람이 살랑이며 간질이고 지나간다. 이제 됐다는 듯이, 이제 그만 눈을 뜨라는 듯이...

 

 “........”

 

 머뭇거리며, 바들바들 떨리는 눈꺼풀을 살며시 떠올렸다. 그러자 내 두 눈에 보이는 건, 알렌의 따뜻한 미소. 벌꿀처럼 달콤한 그의 미소.

 

 “이제 깼어요?”

 “.....아.... 음...”

 

 세상에 그 끔찍한 꿈은 뭐였지?

 

 “내가... 얼마나 잠들어...있었나요?”

 

 내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는 게 느껴진다. 당연하다. 내 얼굴이 뜨거워지고 있으니까. 내가 언제부터 그의 다리에 누워있었지? 일어나지도 못하고, 나도 모르게 두 손을 들어 얼굴을 가려버렸다. 그러자 알렌의 다정한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음... 잠든 미자의 얼굴을 만족할 만큼 구경하진 못했어요. ...그저, 그 정도의 시간일 뿐이예요.”

 아... 이 남자 때문에... 내 얼굴에 불꽃이 내려앉는다.

 “.......”

 

 항상 생각하지만 이 남자는 말하는 게 벌꿀을 바른 것 마냥 너무나도 달콤하다. 그래서 난 항상 그에게 취해 몽롱하다. 너무 달아서 정신을 차릴 수 가 없게 만드니까. 마치 알렌 자기 자신처럼 말이다. 진하고 달콤해 보이는 금빛 눈동자, 금빛 머리칼은 그를 그대로 반영한 듯, 완벽하기 까지 하다. 그는 말조차 너무나도 달콤하다. 미쳐버리겠다.

 

 “미자, 그러지 말아요. 얼굴을 볼 수가 없잖아요.”

 

 도대체 얼굴을 내 놓을 수가 없다. 손가락 사이로 알렌의 얼굴을 살짝 올려다봤지만 역시 민망해서 손을 못 내리겠다. 어쩔 수 없이, 안 된다는 듯 고개를 살짝 도리질 쳐 주었다.

 

 “흐음....”

 

 손가락 사이로 자신을 살피는 나를 보며 알렌은 또 다시 특유의 황홀하고 달콤한 그 미소를 흘렸다.

 

 “그럼 미자가 다시 잠을 자는 것도 한 방법이겠네요. 미자의 얼굴을 보려면.”

 

 알렌이 누워 있는 내 검은 머리칼을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장난스럽게 짓궂은 얼굴을 해 보이고 있었다.

 

 “아니... 아니예요. 안자요. 아.. 안 잘꺼예...요....”

 

 당황해서 말까지 더듬는 붉은 얼굴의 날 보면서 즐거운지, 반달처럼 부드럽게 휘어지는 반짝이는 그의 금빛 눈이 날 매혹시키고 있었다. 이 노란 파도의 언덕에서 그를 기다리다 잠들어 버린 것 같은데, 난 대체 언제 그의 다리를 베고 누워있게 된 걸까? 아... 민망해서 온몸이 다 타버려 없어질 것 같다.

 

 퐁..

 

 ‘응?’

 “으~ 흠~”

 

 알렌의 콧노래 소리가 들린다. 그가 풍성한 노란 파도의 언덕을 내려다 보며, 부드럽고 감미로운 중저음의 선율로 날 감싸 올리고 있다.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고 있지 않지만, 그의 온몸이 나를 바라보며 신경 쓰는 것 같아, 난 아직도 손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아....’

 

 부드러운 바람결을 타듯 그의 머리카락이 흩날리고, 그의 감미로운 목소리도 흩날리고 있다. 손가락 사이로 그를 훔쳐보고 있던 나는, 나도 모르게 손을 조금씩 내리며 그의 얼굴을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다.

 

 퐁..

 

 ‘응? 무슨 소리지?’

 

 무슨 소리가 들린 것 같아 신경을 쓰려는데, 갑자기 알렌의 얼굴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아?”

 

 내 외마디 신음성에 그의 한쪽 입 꼬리가 장난스럽게 휘어 올라간다. 그리고 그윽하게 감겨있는 그의 두 눈이 살짝 떠지며 그런 나를 잠시잠깐 바라보다, 다시 감기면서 멈추지 않고 점점 다가온다. 아... 알...렌... 내 눈동자가 멋대로 감기고 있다.

 

 퐁당..

 

 “아?!”

 

 미자의 목덜미를 뭔가 차가운 것이 훑고 지나갔다. 번쩍 떠진 그녀의 눈동자가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한 번 타고내리는 차가움.

 

 “앗!”

 

 또다시 놀라고 나자, 힘없이 껌벅여지는 그녀의 눈동자가 원인을 찾아 굴러간다.

 

 “하아....”

 

 이런 빌어먹을 집구석. 천장에 물이 세고 있었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미자가 어기적거리며 일어나, 차가운 방바닥에 힘없이 발을 내리며 침대에 구겨져 앉았다. 회색빛의 좁디, 좁은 그녀의 집은 오래되긴 많이도 오래 되었나보다. 천장에서 물이 세고 있었다.

 

 “물.... 물... 물...?”

 

 순간 심장이 찢어질듯 놀라서, 목이 꺾일 듯이 거세게 천장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금조차 안간, 물이 흐른 얼룩조차 없는, 집 천장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뭐지? 방금.... 천장에 뭐가.... 있었는데? 뭐지?”

 

 미자는 이질감을 느꼈던 목덜미를 조심스레 쓸어보았다. 따스하기만 한 그녀의 목덜미에는 아무런 흔적도 없었다.

 

 “이상하다. 금방 뭐였지? ...뭐였지?”

 

 뭔가가 있었는데, 그래서 꿈에서 깼는데, 그런데 순식간에 잊어버린 그게 뭐였을까? 미자는 기억해내기 위해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침대에 옆으로 픽 드러누웠다.

 

 “분명....”

 

 천장이... 또 차가운 뭔가가... 음... 또... 알렌이.... 아...?

 

 “아.... ”

 

 온몸이 불타오를 것처럼 순식간에,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이런, 원초적인 것! 하다하다 이제 이런 꿈을 꾸니?”

 

 알렌이... 내게... 키, 키스를... 하아... 생각만으로도 좋다. 그런데 이제는 꿈에도 나오는구나. 흐음... 내일도 꾸려나? 내일 밤에는.. 내일의 진도...를 나가주려나? 헤헤. 침대에 드러누운 채, 온몸을 비비 꼬며 상상에 빠져든다. 달콤하기만 할 것 같은 알렌이란 벌꿀을 미자는 미친 듯이 집어 삼키고 있었다.

 

 “아...”

 

 벌꿀에는 미약하나마 독성이 있다는데, 딱 그가 그 짝이다. 멈출 수 가 없다. 아니... 오히려 그가 미자를 집어 삼키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하아....”

 눈앞에 단추를 하나하나 풀어 내리며, 그윽한 눈빛으로 그녈 보고 미소하는 그가 보이는 듯하다. 그의 목덜미가... 그의 뚜렷한 가슴 근육이...

 

 “하아... 좋다....”

 

 절로 만족한 듯 한, 한숨이 입에서 세어 나왔다.

 

 “난.... 정말 본능에 충실하네...”

 

 혼잣말을 해 가며 알렌이란 벌꿀을 그 벌집 채, 미친 듯이 핥아먹다가 혼자 먹기에 지쳐 갈 때 쯤, 침대에 엎드려 방방거리 던 다리를 가만히 해 본다. 마치, 조울증 환자처럼 급작스럽고 격하게 기분이 바뀌는 상황이다. 맥없이 드러누워 낮고 지저분한 회색빛 천장을 바라보고 있자니, 그저 침 질질 흘리던 미자의 짝사랑이 언제까지 갈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드는 그녀였다.

 

 “키... 스... 키스라......”

 

 이렇게 가만히 누워 저 회색빛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 시간이 길어 질 수록 설렘은 사라져 가고, 알 수 없는 공허함만 자리하게 된다. 이상했다. 그와 함께 있을 때는 그렇게 행복한데, 지금은 왜 이러지? 너무... 너무.... 뭐라 표현 할 길 없는 이 감정. 공허? 외로움? ...하아... 그와 떨어져 있는 게 너무나 쓸쓸해서 일까? 이 알 수 없는 기분은 대체 뭘까? 10평? 남짓의 작은 방. 딱딱하고 아무런 무늬도 없는 침대. 그냥 새 하얗기만 한 침구. 너무 따분하고 지루하다.

 

 “아무것도....”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이 공간에 들어서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누군가 미자의 몸에 돌덩이라도 매 달아 놓은 듯 하다. 천근만근 무거운 그녀의 몸뚱이가 그냥 침대에 누워있으라 한다. 그냥 이대로... 이대로 이렇게 있으라 한다.

 

 “알렌......”

 

 정적을 깨듯 그의 이름을 되뇌어 본다. 알렌... 알렌.... 힘아리 없이 늘어졌던 몸뚱이가 새로운 먹이라도 찾은 듯 힘이 들어가고 있다. 큭큭, 기분 탓이겠지. 그렇게 기대가 되나? 그를 만나는 것이?

 

 “하아.....”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흘러나온다. 그리고 조심스레 몸을 일으켜 나갈 채비를 한다. 그의 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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