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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왕의 앙칼진 토끼
작가 : 새콤달콤78
작품등록일 : 2017.7.11

왕비는 토끼로 태어났다. 라벨라는 600년이라는 시간을 건너 미래(2016년)로 왔다. 그녀가 환생한곳은 궁전이다. 운이 좋았구나 생각도 잠시 그는 자신의 몸을 보며 비명을 내질렀다. 인간이 아니었다. 토끼였다.

게다가 이 궁의 주인인 왕은 사자에게 살아있는 토끼를 먹이로 주는 인간이다. 언젠가 라벨라토끼도 사자의 먹이가 될 것이다. 그것도 산채로 말이다.


왕비의 영혼을 가진 토끼. 다시금 인간이 되고 싶은 토끼. 말하는 토끼. 맹수 같고 약간 돌끼있는 남주. 현시대의 몇 안되는 권력을 가진 왕인 남주.

 
1.토끼로 환생한 왕비
작성일 : 17-07-11 12:54     조회 : 384     추천 : 0     분량 : 7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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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얗고 오밀조밀한 것들이 버둥버둥 움직이고 있다. 뽀얀 털들과 위로 솟은 앙증맞은 귀들을 가진 것들은 까만눈을 반쯤 떴다.

 그것들은 어미 젖을 정신없이 빨고 있다. 오직 한 새끼토끼만이 그것들과 떨어져 멍하니 밖을 내다보고 있다. 그것의 눈동자는 우습게도 우수에 차있었다.

 8일 지났다. 8일.

 왕비였던 라벨라가 토끼 몸으로 태어난 뒤 흐른 시간이다. 처음에 자신이 토끼인 것을 알았을 때 그 당황스러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분명 라벨라는 마법사가 주는 사랑의 묘약을 먹고 잠이 들었다. 그것을 먹었으니 이칸이 다시 사랑해 줄것이라 여기면서 말이다.

 기대를 안고 눈을 슬며시 떳을 땐 이제 갓 눈을 뜬 토끼 새끼들이 보였다. 그것들은 어미 젖을 빠느라 아웅 다웅 하고 있었다. 왠 토끼들 이라고 생각하며 그것들을 만지려 손을 뻗었다.

 그런데 인간의 손이 아닌 하얀털이 송송박힌 앙증맞은 손이 뻗어져 나왔다. 설마하는 생각에 몸뚱아리를 내려다보았다. 여길봐도 저길 봐도 온통 하얀 털이 있었다.

 혹시 자신도 저것들처럼 토끼인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확인을 위해 작은 앞발로 쓰다듬듯이 뒤에서부터 앞으로 만지니 작은 두귀가 손길을 따라 내려져왔다.

 그럼 꼬리도 있나 라는 생각에 유연성을 발휘해 뒤를 보니 하얀 털 뒤로 어렴풋이 토끼의 요망한 꼬리가 들썩 들썩 하는게 보였다.

 처음엔 당황스럽고 그 다음엔 헛웃음이 나왔다.

 그것도 잠시 어느새 익숙해진 라벨라는 시간을 계산하고 있었다. 세 곳이 벽으로 되어있고 한쪽만 창살로 되어있어 바깥을 볼수있다.

 달과 해가 뜨는 것을 헤아린다면 며칠이 지났는지는 금방 계산할 수가 있었다. 8일이 지났지만 이렇다 할 사건도 없이 조용했다.

 창살로 뚫려있는 입구로 가끔씩 하녀 복장을 한 여자가 들어와서 풀을 주고 청소를 해주고 갔다.

 하녀가 있는 것을 보니 이곳은 적어도 귀족이상의 집일 것 같았다. 그리고 토끼를 기르는 취미를 가진 자일 것이다.

 라벨라는 나름대로 추측을 해나갔다. 그러면 그녀는 원래 자신이 있던 시대로 환생한 것이 분명하다. 다행이었다. 알지 못하는 미래로 가는 것보다야 훨씬 나았다.

 하지만 그녀들의 복장이 조금 신경이 쓰였다. 하녀들의 복장이라고 하기엔 치마가 무릎정도 오는 길이로 짧았다. 토끼는 작은 머리를 갸우뚱 거렸다.

 동물로서 또 다시 긴 하루가 지나갔다. 먹고자고 먹고자고를 반복하다보면 하루는 지겹도록 느리기만 했다.

 

 ‘뭐 이렇게 살다 죽는것도 나쁘진 않아.’

 

 처음엔 토끼인 것을 자각했을 때 어안이 벙벙했다. 인간도 아니고 말도 안 통하는 동물이라니.

 차라리 강아지나 고양이 같은 친숙한 동물이라던가 아니면 절대 강자 사자, 늑대로 태어날것이지 왜 하필 먹이사슬의 최하위 토끼란 말인가. 하지만 이미 태어난 걸 누굴 탓해봤자 소용이 없는 짓이었다.

 

 ‘그 돌팔이 마법사한테나 가서 따져야지. 이 몸상태로 만날 수나 있다면 말이다.’

 

 토끼몸으로 태어난지 1주일이 더 지났다. 뒤뚱뒤뚱 걷던 것이 이제는 제법 폴짝폴짝 뛸 수 있었다.

 어미 토끼는 새끼들의 방방 뛰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본다. 동물이든 사람이든 자기 자식은 예쁜법이다. 어미 토끼는 흰털에 눈 주위와 양 귀만 갈색으로 덮였다.

 어미를 닮아 모든 새끼가 갈색이었고 일부는 검정색도 섞였다. 그저 그런 평범한 토끼였다.

 거울을 볼 수 없어 자신이 정확히 어떻게 생긴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새끼이니 귀여울 것이라 여긴다. 라벨라토끼는 배시시 웃듯이 입꼬리를 씰룩씰룩 올려본다.

 

 ‘예전에 말하는 토끼도 있었는데..’

 

 혹시나 하는 기대를 걸며 입을 아 벌렸다. 아무 소리도 나오질 않았다. 역시나. 그런 말하는 토끼는 라이언 헤드같은 특수품종이었다. 이런 평범한 토끼에게 그런 능력이 있을리 만무했다.

 애써 실망감을 감추며 창살 밖을 내다보았다. 해가 중천에 떴것만 하녀가 보이질 않았다. 어서 신선한 건초를 주고 청소를 해주어야 하는데 말이다. 멀리서 투덜투덜거리는 하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녀는 한낮이 되어서 왔다. 그녀의 가슴팍 주변에 ‘파에라’라고 적혀있었다. 토끼는 긴가민가 했지만 아무래도 그것은 이름인듯했다.

 그녀의 몸은 호리호리 했지만 얼굴은 통통했다. 그 통통함이 예쁘고 귀엽다기 보단 여기저기 심술이 덕지덕지 묻은 듯했다. 오자마자 코를 틀어막더니 맨날 먹고 싸냐고 잔소리를 해댔다.

 당연했다. 동물이니깐. 넌 안그러냐고 말하고 싶지만 입술만 씰룩댈뿐 토끼는 어떤 말도 나오진 않았다.

 투덜거리던 그녀는 진지한 혼잣말을 했다.

 

 “아니다. 불쌍히 여겨야지. 언젠가 산채로 맹수한테 잡아 먹힐텐데. 너희들 그건 알고있냐. 너희들은 사자의 먹잇감으로 키워지고 있다는 걸.”

 

 그러더니 그녀는 킥킥대며 혼자 웃었다.

 라벨라토끼는 아연 실색해져서 그녀를 보았다. 다른 형제들은 사람말을 못 알아먹으니 하녀가 준 풀을 열심히 오물오물 씹어 먹고 있었다. 토끼는 이 심각한 상황에 먹이가 들어가냐는 말이 하고 싶었다.

 ‘산채로 먹이를 준다고? 그럼 단순한 동물 키우기를 취미로 한게 아니라..우리를 식용으로 ??’

 토끼의 작은 몸이 오돌오돌 떨렸다.

 

 ‘차라리 죽여서 먹든지. 왜! 산채로 먹이로 던져주냐고!’

 

 불평을 해보지만 무슨 소용이리. 여러 생각속에 살아야겠다는 본능만이 떠올랐다. 도망쳐야 한다. 비록 토끼몸이지만 그래도 살아야겠다.

 하녀가 간 뒤 토끼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세 벽은 가로막혔고 창살이 있는 입구로 하녀들이 오갔다.

  저 높은 쇠창살을 타고 넘기란 불가능하고 하녀들이 올때가 기회다. 항상 하녀들이 오는 시각은 같았다. 청소하는 사이 나가야만 한다.

 그러다 주위의 형제들과 어미 토끼를 보았다. 분명 새끼들은 몸집이 작아 먹이로 주지 않을 것이다. 그럼 다 큰 토끼가 먹잇감이란 얘기였다. 같이 가야만 할 것 같았다.

 라벨라가 이리저리 목소리를 내보려고 해도 목소리가 나오질 않는다. 토끼는 소리를 못내니.

 한참을 생각에 잠기다가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오른 듯 라벨라가 어미토끼에게 다가갔다. 어미토끼를 툭툭 치고는 바디 랭귀지를 했다.

 이리저리 작은 앞발을 오물조물 거리며 동작을 만들었다. 그리고는 한손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하고는 도망가야한다는 뜻으로 문가로 달려갔다.

 그리고 다시 달려오니 어미토끼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육중한 손으로 새끼토끼를 끌어안아 자기 젓을 억지로 물렸다.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밥이나 처먹으라는 뜻이었다.

 그러더니 어미 토끼는 새끼토끼 몸 여기저기를 핧아준다. 그녀 몸뚱아리가 어미 혀에 주체를 못하고 이러저리 움직여댄다. 동물인 토끼가 인간의 언어같은 바디랭귀지를 알아들을 리가 없었다.

 '에휴. 어쩔 수 없다. 나라도 도망가야 겠다.'

 이 좁은 구석탱이에서 평생 갇혀만 있다가 죽을 순 없었다. 죽더라도 세상을 만끽하다가 죽을 것이다. 그것도 편안히 고통 없이 말이다.

 환생도 망했는데 그 정도 선택권은 있어도 될것이다. 토끼는 결심을 다지며 그 다음날을 기다렸다.

 다음날 오후 늦게 그 불평 많은 하녀가 왔다. 그녀는 신경질 적으로 문을 쾅 닫았다. 그 반동으로 케이지 문이 살짝 열렸다. 기회가 아주 절묘하게도 왔다.

 원래는 하녀가 나갈 때 같이 살며시 빠져 나갈려고 했었다. 그런데 문이 열렸으니 절호의 기회가 생긴 것이다.

 하녀가 청소를 하는 사이 먹이를 먹는척 하다가 그녀가 문에서 등을 돌릴 틈을 노렸다. 어느샌가 하녀가 문에서 등을 돌린채 투덜대며 청소를 했다.

 토끼는 살금살금 문으로 다가가 그 사이 작은 틈으로 쏘옥 빠져나갔다. 새끼 몸이라 쉽게 빠져 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냅다 달렸다. 앞은 탁 트인 정원 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낯설지가 않았다.

 작은 몸으로 아래에서 보려니 확실하진 않지만 많이 익숙한 정원이다. 정원을 따라 한참 가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화려함과 깔끔함이 조화를 이룬 궁전이 토끼의 까만 눈에 비췄다.

 케페케우스. 라벨라가 살던 궁전이었다.

 성 뒷편 우리에 있어서 자신이 있는 곳이 정확히 어디인지 몰랐었다. 왕비일때도 동물우리는 들릴일이 없었으니 더욱 알길이 없었다.

 토끼로 환생한지 8일하고도 일주일이 지난후에야 알았다. 자신이 있는곳이 케페케우스 성이라는 것을 말이다.

 아 이걸 운이 좋다고 해야하나. 그런데 무언가 달라진 것 같다. 궁은 시간이 꽤 흐른 듯했다. 토끼 몸으로 보니 조금 달라 보일수도 있을 것이라 여기며 다시 토끼는 후다닥 뛰었다.

 ‘대충 이쯤으로 가면 입구가 있을 텐데.’

 익숙한 지리. 변한게 없었다. 그리고 냅다 뛰다가 저 멀리서 무언가 순식간에 달려오는게 느껴졌다.

 마차인가라고 생각하기도 전에 그것은 빠른 속도로 돌진해오고 있었다. 달려오는게 아니라 날아오는것만 같다.

 피해야하다는 생각도 하기전에 그것은 무지막지한 속도로 돌진해왔고 토끼는 찔끔 눈을 감아 버렸다.

 

 *

 “어어”

 한 남자가 갑자기 튀어나온 물체에 브레이크를 쭉 밟았다. 끼이익 괴이한 소리를 내며 차가 멈추고 그 반동으로 자신의 몸도 앞으로 쏠리다가 다시 뒤로 젖혀졌다.

 남자가 놀라 멍하니 있을 때 뒷좌석에서 매서운 목소리가 들린다.

 

 “무슨 일입니까.”

 

 갑작스러운 급정거에 뒷좌석의 남자는 잔뜩 화가 났다.

 

 “아저 그게..뭐가 뛰어들어서 말입니다. 확인해보고 오겠습니다.”

 

 당황한 비서는 평소답지 않게 말을 더듬었다.

 곧 정신을 차리고는 확인을 위해 차에서 내렸다. 차를 멈추게 한 그것에 다가갔다. 매끈하게 다져진 길위에 하얀 솜뭉치가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폴짝 폴짝 차길에 돌진해오던 그것은 기겁을 한 채 얼음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비서 이젠은 쪼그려 앉아 그것을 들어올렸다.

 하얀 얼굴에 초롱초롱한 새까만 두 눈동자가 보였다.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것인지 귀는 자그마하고 몸집도 성인남자 손바닥 만했다.

 

 ‘토끼가 왜 여기에..’

 

 이젠은 그것을 들어올린 채 생각에 잠겼다.

 까맣게 선탠이 된 뒷좌석의 창문이 열렸다. 그 사이로 남자가 바깥을 살짝 내다보며 말했다.

 

 “무슨 일입니까.”

 

 잘 다듬어진 깔끔한 흑발에 잘생겼지만 어쩐지 차가운 인상의 남자였다. 잠시 토끼를 들고 생각하던 비서는 이내 남자의 말을 듣고 그것을 풀이 있는 쪽으로 놔주었다.

 다시 우리로 데려가는 게 맞지만 자신은 지금 성질 있는 상사를 모시고 있다. 이 케페케우스 궁전의 현 주인이자 이 모르포테국의 왕 카시안이다.

 게다가 그는 토끼같은 연약한 동물을 싫어했다. 토끼를 그와 함께 차에 싣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되었고 그렇다고 왕을 궁 한가운데 차에 놔두고 갈수도 없는 일이었다.

 어쨌든 자신은 임무를 수행하는 중이었다. 비서는 안타까워 하며 일단은 토끼를 놓아주었다.

 갑작스러운 급정거에 화가 난 카시안은 내려진 창으로 밖을 보았다. 비서가 내려놓은 것은 토끼였다. 그것은 폴짝 폴짝 뛰어가다 자신이 있는 쪽으로 스윽 시선을 돌렸다.

 잠깐동안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는 그것은 정원너머 풀숲으로 향했다. 아장아장 움직이는 토끼를 보면 누구나 귀엽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어쩐지 이 남자의 인상은 묘하게 굳어졌다.

 ‘왠 토끼가 여기에 있지. 사자의 먹잇감이 탈출이라도 한 것인가.’

 카시안은 다시 잡으라고 하려다 그만두었다. 토끼가 가고 있는 방향은 그가 사랑하는 밀림의 왕 사자가 있는 곳이다.

 그의 애완사자 센은 용감 무쌍하다. 5년이라는 시간동안 그의 사자는 여전히 그를 보면 으르렁 거렸고 살아있는 먹이를 좋아했다.

 운이 안 좋다면 토끼는 사자를 만나 산채로 먹이가 되든 운이 좋다면 궁전을 돌아다니다가 굶어죽든 할 것이다.

 그의 궁전은 지겹도록 넓었다. 누군가에게 발견되지 못한다면 토끼는 죽을 것이 뻔했다.

 다시 마주쳐서 자신을 곤란하게만 하지 않는다면 그는 계속 무관심 할 것이며 일말의 동정심도 없을 것이다.

 카시안은 자신이 알바가 아니라는 듯 무심한 표정으로 창문을 스르륵 닫았다.

 

 *

 토끼는 열심히 뜀박질 했다. 뛴다고 뛰었는데 궁전의 반도 벗어나지 못했다. 갑작스럽게 만난 인간에 놀라 정신없이 뛰다보니 입구랑은 오히려 거리가 더 멀어졌다. 더 뛰려 해봤지만 아직 새끼의 몸이라 많이 가질 못했다.

 토끼몸으로 본 궁전은 더욱 넓고 광활했다. 자신이 산 곳이지만 몸이 작다보니 세상은 더욱 거대하고 무섭게만 느껴졌다.

 어느새 해는 달에게 자리를 양보해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조금 외곽으로 나온것인지 사람들은 잘 보이질 않았다.

 토끼는 일단 조금 쉬기로 하고 나무 아래에 자리를 잡았다. 한낮의 뜨거운 공기가 풀들을 한참이나 비추었나 보다. 맨 털에 느껴지는 풀은 따뜻했다.

 토끼는 본능적으로 주위의 풀을 한 웅큼 뜯었다. 하지만 다시 뱉어버렸다. 이상한 약이라도 뿌린것처럼 맛이 오묘하게 이상했다.

 숨을 고루 내쉬다가 아까 낮에 봤던 인간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처음에 봤던 남자는 자신을 보고 조금은 안타까워하는 눈빛이었다.

 하지만 창사이로 고개를 살짝 내민채 보이던 얼굴을 떠올리니 몸이 이상하게 떨렸다. 그의 차가운 눈동자가 한여름의 더위도 얼리게 할 느낌 이었다. 냉소적인 눈빛, 일말의 동정심도 없어 보였다.

 생각을 더 하려고 든 토끼는 이내 접었다. 먹은 거 없이 생각만 하려니 과부하가 걸릴것만 같아서였다.

 

 “으르렁”

 

 지쳐 몸을 편히 뉘고 있던 토끼에게 갑자기 낯선 동물의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쫑긋하고 귀를 세운 뒤 좌우로 움직여댄다. 왼쪽에서 들리는것인가 오른쪽에서 들리는 것인가.

 소리의 근원지를 찾던 토끼는 고개를 휙 오른쪽으로 돌렸다. 자신이 쉬고있던 나무 오른쪽에 철이 세로로 촘촘히 쳐져있었다. 그리고 그 소리는 그 철 너머 아래 도랑에서 들린 듯 했다.

 자신이 토끼라는 것을 잊은 채 인간의 호기심에 둘러싸여 겁도 없이 다가갔다.

 철망 아래는 깊고 넓은 구덩이가 패여져있다. 그리고 무언가가 어슬렁어슬렁 저녁식사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다.

 그것은 먹이에 몹시 흥분한듯 입가를 씰룩여대며 으르렁 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인기척을 느낀 듯 코주위에 난 수염들을 움찔거리며 움직였다.

 그러더니 일순간 새끼 토끼가 있는 곳을 휙 돌아보았다. 머리주위에 난 북실한 갈기와 입사이로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는 그것은 사자였다.

 헉.

 아기토끼는 일순간 얼음이 되어버렸다. 사자는 토끼에게 으르렁거리며 자세를 낮추며 내달릴 준비를 하는 것 같았다.

 그곳이 사방이 막힌 우린인줄 토끼는 알지못했다. 곧 그것이 자신을 덮쳐 버릴 것 같은 느낌에 온몸이 오들오들 떨렸다.

 팽팽한 긴장감속에 아래쪽에 있는 문이 철커덩 열리더니 사람이 나타났다. 인간의 손에는 뭔가가 들려있었다.

 인간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그것을 멀리있는 사자에게 던져주었다. 그것의 모습이 익숙했다. 하얀털 쫑귀한 갈색 귀.

 바로 자신의 어미 토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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