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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악녀의 정원
작가 : 리리코스
작품등록일 : 2017.7.10

눈을 떠보니, 그곳은 내 소설 안이었습니다.
사형대 칼날에 목이 들이밀어진 조잡한 악녀, 알렌시아의 몸으로요.
"왜 하필 빙의를 해도 지금 이 시점이야? 다른 소설들처럼 10살때로 돌아가서 인생개선계획 좀 세우면 안돼?"
눈물로 쓰는 악녀의 생존일기. 타도하자, 내가 쓴 여주인공!

 
1화 : 별점 0점 드리겠습니다, 작가님
작성일 : 17-07-10 00:14     조회 : 527     추천 : 1     분량 : 5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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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그리하여 알렌시아에게 사형이 언도되었다. 제국 공작가의 장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유일한 딸. 그 지위를 배경으로 지금껏 온갖 횡포를 휘둘러왔어도 처벌받지 않았던 그녀가 마침내 사형에 처해지게 된 것이었다."

 

 툭. 자판이 멎었다.

 파바박 자판을 두드리던 어깨에서 힘이 빠지자 이제야 좀 살 것 같았다. 긴장으로 막혔던 숨이 하아아, 하고 방 안을 가득 채운다. 이번 화는 작중 여주인공의 최대 연적이자 악녀로 꼽혔던 알렌시아가 죽는 씬이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한번 써볼까 하고 시작했던 소설이 대장정의 마무리에 다다름에 따라 요즘 내 신경은 어떻게 하면 이야기를 멋지게 마무리 지을 수 있을까, 하고 곤두서 있었다.

 

 ‘아니, 멋지게 까지는 바라지 않아도 앞뒤가 맞는 그럴 듯한 이야기 정도는 되야 하지 않겠느냐고.’

 

 나는 지금 어느 인터넷 사이트에서 '성녀의 정원'이라는 차원이동물을 가볍게 연재하고 있는 중이었다. '평범한 여고생이 운명의 장난에 휘둘려 이세계 황제와 연애하게 되고 연이어 벌이는 기적에 신이 보내준 성녀로 칭송 받는다'는 어디선가 흔하게 본 내용이지만, 언제나 사람들이 열광하는 그 내용으로 적당히 인기를 끌고 있었다.

 

 - 다른 소설에서 등장인물들의 이름만 바뀐 다 똑같은 이야기, 다음 행동이 예측가는 뻔한 클리셰. 작가 하시기에는 상상력이 너무 부족하신 듯.

 - 제가 예언가는 아니지만 다음 화 내용이 어떻게 될지 예언이라도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참을게요…. 작가님은 그런 흔한 내용이라도 쓰셔야 할 테니까요.

 

 너무 차원이동물의 왕도적인 내용이다 보니 소설 처음에는 이런 가슴 아픈 악담의 감상평들도 있었지만…왕도 이야기는 역시 왕도이야기라고, 소설이 거의 끝나가는 지금에는 무려 꿈의 출판 제의까지 받았다.

 처음 출판 제의를 받았을 때는 너무 놀라서 정말 앉아있던 의자에서 덜렁하고 넘어지는 줄 알았다.

 내가 조금만 더 놀랐으면 의자가 훌떡 뒤로 넘어갔을 거고 그럼 내 삐걱삐걱하는 낡은 의자로서는 중력의 힘까지 더해진 내 체중을 받치지 못하고 부러졌을 거고 그럼 나는 가뜩이나 휙 하고 빠르게 넘어지는 와중에 낡은 의자의 일격까지 받아 마침내 마룻바닥에 머리를 찧어 뇌출혈의 참사를 일으켰을 것이다. 내가 죽으면 성녀의 정원은 완결을 앞두고 영원히 미완으로 남았겠지. 독자들은 인터넷상에서 사라진 나를 찾으며 ‘그래서 혜림과 미하엘은 마지막에 어떻게 된 건데요!!’ 하고 펑펑 울었을 것이다. 그런 비극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아 얼마나 다행인가?

 

 ‘으아, 이거 진짜 출판하자고 하는 거야? 출판사 심심한가? 어떻게 나한테 이걸 출판하자고 할 수 있지? 으으으, 나 이거 독자소통용으로 열어놓은 연락처인데 세상에마상에 정말 나한테도 이런 연락이 오는구나! 엄마 어떡해애애액! 꺄아아악! 혜림아 미하엘 니네 엄마 성공했단다아아!’

 그렇게 얼굴이 빨개졌다가, ‘아냐 이거 혹시 사기일지도 몰라. 나한테 작가님 책 출판 비용입니다. 천만원을 주세요. 일지도 모른다고. 정신 차리자! 난 똑똑하니까 그런 거에 속아 넘어가지 않아!’ 하고 새파래졌다가, 방안을 콩콩 열 두 번쯤 돈 후에야 제 정신을 차리고 답장을 할 수 있었지.

 

 돌이켜보면 추억이다. 그때와 지금에 차이가 있다고 하면 계약서에 도장 콱 찍기 전까지는 세상에서 제일 착하던 편집자님이 지금은 세상에서 제일 보낸 메일함을 열어보기 두려운 분이 되었다는 점 정도일까.

 ‘계약서 인주 마르자마자 생긋 웃던 미소의 질이 달라졌다고 느꼈다면 착각이려나? 음.’

 

 머릿속으로 항상 둥둥 공상만 하던 이야기들을 활자로 내려앉힌 것은 성녀의 정원이 처음이라 성녀의 정원의 모든 내용은 대개 즉흥적이고 돌발적이었다. 그 중구난방의 이야기를 체계를 잡아주기 위해 편집자님이 애를 많이 쓰셨었지.

 

 '김희주 작가님! 다음에 같이 작업하게 되면 그땐 꼭! 기분 좋다고 손가는 대로 쓰기 전에 캐릭터 표 설정 먼저! 인물관계도 먼저! 아셨죠?!!'

 

 설정오류와 수정사항으로 시뻘겋게 뒤덮인 편집자 교정본을 (전문 용어로 피바다라고 부르는 그것을) 넘겨주며 그녀가 했던 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다음에도 같이 일할 여지를 넌지시 남겨주신 편집자님께 감사를 드려야 할지, 고생을 시키다시키다 이런 소리까지 하게 만들어서 미안하다고 해야 할 지.

 씁쓸하게 웃으며 회상을 마치고 이번 화 원고를 마지막으로 점검해봤다. 대강 훑어봤지만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시게 만드는 불효를 저지르는 눈에 오탈자나 비문은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오타는 봐도 봐도 또 나오죠. 내 눈엔 절대 안 보이고 꼭 독자 눈에만 보이지. 나도 못 하는데 내 손으로 쓴 글자들은 나뭇잎 마을 은신술 쓸 줄 암.'

 그러면 어쩌겠는가. 보고 또 봤는데도 나오는 오탈자는 운명인거지.

 미련을 버리고 업로드 창 버튼을 눌렀다.

 

 『글을 올리시겠습니까? 올리신 후에도 수정은 가능합니다.』

 YES√ / NO

 

 마우스 커서를 yes 위에 올려놓고 아쉬운 마음에 잠시 머뭇거렸다. 이 글이 올라가면 알렌시아는 죽는다. 그러면 정말 주인공들의 해피엔딩, 에필로그와 함께 완결인거지.

 와, 완결이래. 간지럽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고 그리고 뭣보다도 내 등장인물들과 헤어진다는 사실에 가슴 한켠이 아릿했다.

 완결을 앞두고 독자 이벤트로 악역 투표를 내걸었다. 투표 1위를 한 사람은 독자 여러분께 고구마를 한가득 안긴 상으로 꼭 죽이겠다는 약속이었다.

 다분히 작중 제일의 나쁜 년 알렌시아를 염두에 둔 이벤트였고, 독자들은 예상대로 알렌독자들은 예상대로 알렌시아에게 욕을 퍼부으며 열광적으로 죽으라고 표를 몰아주었다.

 

 -작가님 짱돌 준비해왔습니다. 이걸로 알렌시아 죽을 때까지 팹시다.(독자는 짱돌이라는 이름의 바위를 든다)

 -알렌시아가 응분의 처벌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그동안 혜림이를 얼마나 괴롭혔는데요.

 

 "하아아아...알렌시아가 죽는 걸로 결정나서 다행이야. 원래 죽으라고 만든 앤데 괜히 이벤트 같은 거 열었다가 안 죽는 줄 알았네."

 알렌시아 성토대회가 열렸었던 이벤트 글을 생각하며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내가 성녀의 정원을 쓴다는 걸 아는 트친과의 대화 때문이었다.

 

 '작가님, 성녀의 정원 최악의 악역 투표에 혜림이랑 미하엘이랑 엔도르시 있던데 제대로 하신 거 맞아요? 걔네 각각 여주랑 남주랑 서브남인데요.'

 '네, 어떤 사람이 보기에는 무조건 착한 여주나 황제로서 권력을 휘두르는 남주 미하엘이 문제의 원흉처럼 보일 수도 있잖아요. 저는 다양한 의견을 존중해요. 독자와의 약속이니까 만약 혜림이나 미하엘이나 설령 제 아픈 손가락 엔도르시가 1위를 한다고 해도 공약대로 지키겠어요!'

 '진심이세요?'

 '아니요. 그냥 넣으면 재밌을 거 같아서 넣었어요. 구색 맞추기.'

 '호오..근데 그거 아세요? 그런 생각으로 방심하고 이런 이벤트 열면 꼭 어그로 끌리는 거.'

 그러더니 트친님은 딸깍, 하고 보란듯이 내 눈 앞에서 여주인공 혜림에게 표를 던졌다.

 ‘호호, 뭐라고 하셨더라. 독자와의 약속은 꼭 지켜야 하는 거 알죠? 파맛 첵스의 재림, 기대합니다 저?’

 ‘어? 여주한테 투표하면 재밌는 일 있어요? 저도 끼워주세요. 저도 투표할래. 여주한테 악녀 투표! 여주 사형!’

 ‘…안돼에에엑!’

 

 에, 에이. 설마 멀쩡한 악녀를 놔두고 여주 죽으라고 표를 던지는 사람이 있겠어? 이 트친 빼고는 그런 장난스런 어그로 끄는 사람 없을 거라고. 근데 만약에 진짜 있으면 어쩌지. 진짜 여주가 1등하고 기껏 해피로 다 몰아놨는데 엔딩에서 여주 사망 엔딩을 써야 하면…흐, 흐흐. 트친의 만행에 나는 얼굴이 시퍼렇게 질려서 당장 이벤트를 조기 종결하러 갔던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결과적으로 이벤트창은 알렌시아 성토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작품 내내 알렌시아의 행적을 줄줄이 외우며 알렌시아의 죄목과 도덕적 의의와 그에따른 합당한 처벌형에 대해 논문 길이로 덧글을 달고 있는 독자들을 보고 감동할 뻔. 왜 여기엔 작가 후원 쿠폰만 있는 거지? 독자 후원 쿠폰이 있었으면 여기 있는 착한 사람들한테 전부 다 몰아주고 싶었다.

 

 아무튼 간에 세상 사람들이 뻔하디 뻔하다는 내 소설만큼이나 상상력이 없어서 여주 대신 악녀를 죽이기로 결정해서 다행이었다. 전 독자 여러분들을 믿었어요! 하고 감격하는 내 옆에서 트친님은 ‘쳇, 재미없어.’라는 희대의 명언을 남겼었다.

 트친님 연재해! 트친님도 소비러 인생 접고 이제 연성러 인생 시작하라고! 가서 제일 먼저 덧글 달아줄 거니까! 독자의 반응에 일희일비하는 경험도 당신도 해보면 그런 얘기 못할 걸!

 

 "아, 또 형광등 나갔네."

 갑자기 어두워지는 시야에 깜짝 놀란다. 잠시 어두워졌던 눈앞이 곧 다시 밝아진다. 깜빡. 아까부터 형광등이 말썽이었다.

 "하필 엄마아빠도 없는데 오늘 나가냐. 이거 올리고 교체해야겠다. 주방 쓰레기봉투 있는 데에 남는 형광등이 있던가? 아, 또! 또 나갔어! 날도 어두운 데 얘가 자꾸 왜 이래. 무섭...게..."

 깜빡깜빡깜빡깜빡깜빡.

 미친 듯이 빠르게 불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형광등의 일탈에 몸이 굳었다.

 사실은 형광등이 문제가 아니라, 지금 분명히. 어둠 속에서 사람의 형체가.

 긴장한 혀를 굴려 간신히 물었다.

 “누, 누구야?”

 “알렌시아가 죽었군.”

 “어떤 미친 새끼야? 여, 여자 혼자 있다고 만만한 모양인데 우리 집 세콤 설치되어 있어. 지금 경찰 달려오고 있으니까 정신 똑바로 차려 너!”

 편의점 카운터도 아니고 힘껏 쥔 책상 모서리 밑에 다이렉트 콜이 달려있을 리 없었다. 절찬리에 아무 말 대잔치를 열고 있는 나를 남자는 신경 쓰지 않았다.

 좁은 방이었다. 방 끄트머리에 서 있던 남자가 몇 발자국만 옮겨도 내 바로 앞에 설 수 있을만큼.

 

 “너어, 너어…!”

 “김희주.”

 “a,뭐?”

 “김희주.”

 “내 이름을 어떻게…?”

 “김희주.”

 “남의 귀한 이름 그만 불러 이 처음 보는 자식아!”

 뒤로 주춤주춤 물러나다 손에 잡힌 야구배트로 남자를 향해 크게 휘둘렀다. 과잉방어는 변호사 불러서 해결하겠다고 다짐한다.

 뻐억, 뼈와 알루미늄 배트가 부딪히는 소리가 크게 들렸을 때, 남자는 씨익 웃고 있었다.

 “악마가 부를 때는 대답하지 말라고 엄마가 가르쳐주지 않았나보지?”

 ‘뭐야, 아프지도 않나? 또라이는 역시 충격에 강한가!’

 “세 번의 부름에 따른 세 번의 응답.”

 “?”

 “그대의 영혼, 잘 받아가겠다.”

 남자의 얼굴이 내 위로 쏟아졌다. 기겁해 얼굴을 돌리려 했지만 그의 강한 손이 단단히 내 목을 받치고 있는 채였다. 입술과 입술이 포개지고, 따뜻한 숨이 정말로 내 영혼을 끌어갈 것처럼 나의 입 안을 빨아들였다. 부정하고 싶은 말캉한 감촉을 끝으로 나는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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