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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동물의 왕국
작가 : 김연정
작품등록일 : 2017.7.5

“너는 이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야.”

남자는 곧은 눈길로 나를 응시했다. 그 눈빛에 꿰뚫릴 것만 같아서, 나는 시선을 피하는 수밖에 없었다.

“왜, 나에요?”

당신만 아니었어도 나는 평소처럼 일어나서, 평소처럼 등교하고, 평소처럼 웃고 떠들고, 평소처럼 이런 저런 얘기들을 하며 하루를 마무리 할 수 있었을 텐데. 짙은 원망이 서린 목소리에 그는 그저 묵묵히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음악 용어 이름들/평범에서 안 평범으로 바뀌는 건 순식간/(나름)일상물/성장?/약간의 여주 구름/남주도 옆에서 같이 구름/약간 소심한 주인공/무뚝뚝하지만 그럭저럭 잘 챙겨주는 남주]

 
1. 눈 떠보니 비둘기가
작성일 : 17-07-05 00:18     조회 : 354     추천 : 0     분량 : 6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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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날이 있다.

 

 밤새 뒤척이다가, 겨우 잠들었는데 꿈에 시달리는 그런 날이. 머리는 띵 울리고 정신은 하나도 없는데, 그 와중에 교복을 걸쳐 입고 아침으로 바나나라도 하나 입에 물어 학교에 가는 날이 있다.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눈앞이 휘청거리고, 길이 춤을 추고. 겨우 교실에 도착하고 나서도 무슨 정신으로 여기까지 왔는지 영 흐릿한, 그런 날이 있다.

 

 그리고 나에겐 오늘이 그러했다.

 

 버스를 타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걷기는 귀찮은 거리에 위치한 학교까지 오기는 왔는데 머리가 지끈거려 무엇 하나 기억나는 게 없었다. 책상에 엎어져서 상기된 볼을 가만히 식히다가, 다시 벌떡 일어나 책상 서랍을 뒤적거렸다.

 

 빽빽이 들어선 교과서들 사이로 길쭉한 막대기가 잡혔다. 아, 이거다. 볼을 타고 턱으로 뚝뚝 흘러내리는 땀을 손등으로 대충 닦아내고, 서랍 안에서 꺼낸 부채를 팔락팔락 흔들었다. 이마를 지나 눈꺼풀 안으로 스미는 땀 때문에 눈이 따가웠지만, 그것보다도 더위가 더 급했다.

 

 어느덧 새 학기가 시작되고도 몇 달이 더 흘러서, 1학기 기말고사를 앞둔 6월 중순이 되었다. 올해는 5월부터 유난히 더웠기에 6월 초부터 에어컨 트는 것을 허용한 상태였고, 아까 교실에 도착했을 때 확인한 온도는 18도였는데, 그래도 온 몸에서 열이 올라 견딜 수가 없었다.

 

 천장에 달린 선풍기가 돌아가며 이따금 덜그럭덜그럭 앓는 소리를 냈다. 바람이 잠깐 불다가, 멀어지다가, 다시 불어오는 것을 반복했다. 머리칼은 하나로 질끈 묶고 있는 상태였지만, 그래도 삐져나온 잔머리 몇 가닥이 바람에 하늘하늘 날렸다.

 

 나는 콧잔등을 슬며시 찡그리다가, 우르릉, 낮게 우는 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까부터 꾸물꾸물하더니만 기어코 비가 올 모양이었다. 비 오는 날은 싫은데. 생각만 해도 찝찝한 기분에 점점 우울해졌다.

 

 50분까지 등교시간이어서, 40분까지는 대체로 교실이 한산했다. 나는 벽에 걸린 시계를 한 번 스치듯 보곤 다시 책상에 엎어졌다. 이른 아침부터 등교하는 학생들은 세 부류로 나뉘었다. 교복을 교실에 두고 나와서 체육복을 입고 등교해야 하는데, 선도 서는 선생님한테 걸릴까봐 일찍부터 교문을 넘는 학생들과, 순전히 공부를 목적으로 등교하는 학생들. 그리고 그 주의 당번.

 

 다른 반은 시끌시끌한 것에 비해 우리 반은 고요하기 그지없었다. 당번들은 20분까지 등교해서 이미 청소를 마친 상태였고, 드문드문 앉아있는 학생들은 대개 엎드려 잠을 청하거나 수학 문제집이라도 풀고 있었다.

 

 으음, 나도 뭐라도 풀어야 하나. 그러기엔 너무 피곤한데. 나는 잠깐 고민하다 책 몇 권을 꺼내어 쌓아두고 그 위로 얼굴을 파묻었다. 졸린데 억지로 버티다가는 아무것도 안 되기 십상이다. 아직 종 칠 때까지는 15분 남짓 남았으니, 잠깐이라도 눈을 붙일 생각이었다.

 

 정신이 까무룩, 어둠에 묻히는가 싶다가도 몽롱하게 깨어나기를 몇 번 반복하자, 교실이 점점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눈이 화끈거려서 팔에 눈을 묻다가 천천히 숨을 내쉬며 잠을 털어내기 시작할 무렵이 되자, 이제 교실은 완전히 시끌벅적해져 있었다.

 

 엄숙해 보이기까지 한 얼굴로 샤프를 빠르게 놀리며 문제를 풀던 애들도, 등교한 친구들과 한데 뭉쳐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아. 이제 곧 종 칠 텐데. 자꾸 감기는 눈을 끔벅거리다가 때마침 울리는 종소리에 팔을 휘적거려 서랍 안에서 영어 듣기 문제집을 꺼냈다.

 

 교실이 언제 시끄러웠냐는 듯 빠르게 가라앉았다.

 

 교실 한구석에 서서 너 틴트 예쁘다, 아 이거 세일 중인데 하는 대화를 나누던 애들도, 어느 순간 자리에 앉아 언제 떠들었냐는 듯 잠잠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부스럭거리며 필통을 꺼내는 소리가 멎어갈 즈음이 되자 스피커에서 익숙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1번, 다음을 듣고 남자의 마지막 말에 대한 여자의 응답으로 가장 적절한 것을 고르시오.’

 

 간단한 문장 세 개 정도가 스치듯 지나가고, 사각거리는 샤프 소리가 나고 나서야 나는 완전히 정신을 차릴 수가 있었다. 아, 콧잔등을 찡긋거리다가도 샤프로 문제집을 두어 번 두드리며 집중하려고 애쓰자, 조금씩 가닥이 잡혀가는 것 같았다.

 

 5번 문항을 지나며 아이들의 집중력은 많이 흐려진 것 같았다. 앞뒤로 앉은 애들끼리 서로를 돌아보며 킥킥거리고, 부반장이 피곤하다는 얼굴로 조용히 하라고 소리치고. 잠시간 조용하다가, 다시 조금씩 시끄러워질 때였다.

 

 “거기, 떠들지 말고 집중해라!”

 

 복도 저편에서 웅성거리던 소리가 완전히 멎었다. 슬리퍼를 끌며 나는 소리가 조금씩 작아지고, 교실 문이 드르륵 열리는 소리와 묵직하게 혼을 내는 목소리가 비가 와 축축한 복도에서 웅웅 울렸다.

 

 왁왁 울리는 웃음소리와, 누군가 억울한 듯 항변하는 소리와. 못 말리겠다는 듯 조용히 하고 영어 듣기나 마저 하라는 말로 잔소리의 끝을 알리는 소리와. 네에! 하고 우렁차게 울리는 소리에 교실에 앉아있던 애들이 하나 둘 고개를 들고 복도 끝 쪽을 기웃거리다가, 다시 커지는 발걸음 소리에 목을 움츠렸다.

 

 “2반은 잘 하고 있지?”

 “네에.”

 

 급하게 책장을 넘기며 팔락거리는 소리와, 샤프를 사각거리는 소리가 교실을 뒤덮음과 동시에 앞문이 드르륵 열렸다. 시치미 떼는 얼굴로 얌전하게 숙였던 고개를 들며 순진무구한 눈으로 아침 감독을 돌고 있는 음악 선생님을 바라보자, 그는 만족스럽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곤 다시 문을 닫았다.

 

 막, 8번 문항을 지날 때였다.

 

 ‘9번, 대화를 듣고, 남자가 지불할 금액을 고르시오.’

 

 32명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우르릉, 다시 한 번 하늘이 불만을 토하듯 낮게 울고, 굵직한 빗방울이 창문을 툭툭 두드리는 소리가 조금씩 거세지기 시작할 때가 되어서 듣기 시간이 끝났다. 동그란 눈동자들이 창문 쪽을 흘끔흘끔 훔쳐보다가, 누군가는 조금 전 했던 듣기를 매기고, 누군가는 다시 잠에 빠지고, 누군가는 문학 교과서를 보는 등의 행동을 분주하게 이어갔다.

 

 나는 채점하는 쪽이었다. 으음, 동그라미와 별모양이 뒤엉킨 문제집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나는 침음을 흘렸다. 지난 차시에 비해 두세 문제 정도 더 틀려 있었다. 모의고사에서 듣기만 다 맞아도 점수를 더 딸 수 있을 텐데.

 

 문제집을 풀 때와 모의고사를 풀 때의 마음가짐이 달라서인지, 집중도가 달라서인지는 몰라도 문제집에 비하면 모의고사는 확실히 덜 틀리기는 했다. 그래도 여전히 두 문제 정도는 틀리곤 했는데, 주로 계산 문제와 13번에서 15번 사이에서 어김없이 별표가 그려지곤 했다.

 

 “-아.”

 

 한순간 집중하다가 아슬아슬하게 놓쳐버리자 마자 몽롱한 잠기운이 몰려왔다. 몽골의 드넓은 초원을 달리는 말발굽처럼 온 몸을 두들기는 졸음에 눈을 끔벅거리다가, 그래도 잠을 깨 보겠다고 눈을 세게 문지르다가, 영 달아나지 않는 잠에 고개를 꾸벅거리다가.

 

 “자, 일어나라.”

 

 결국은 담임선생님이 조례를 들어오시고 나서야 나는 비척비척 일어나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앞에서부터 회색 가정통신문이 사락사락 넘어오고 있었다. 반쯤 감긴 눈으로 그것을 받아들고, 헛손질을 몇 번 하다가 뒤에서 재촉하기 직전에야 가까스로 내 것 한 장만을 남겨두고 뒤로 넘길 수 있었다.

 

 “피아노!”

 

 서른 한 쌍의 눈이 내게 쏠렸다. 내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눈을 끔벅거리자, 몇 명이 키득거렸다.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내가 방금 뭐라고 말했지?”

 

 그러게요.

 그러나 그렇게 이야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는 머리를 긁적거리다가, 귀 끝까지 벌게졌음이 분명한 얼굴로 시선을 내리깔곤 답했다.

 

 “……잘 못 들었어요.”

 “잠 깰 때까지 뒤로 나가 있어라.”

 

 이제는 교실의 모든 아이들이 웃고 있었다. 악의가 없는 것은 알고 있지만, 겉으로는 따라 웃어도 어쩔 수 없이 속이 상했다. 미적분 교과서와 샤프, 지우개를 들고 잠 깨는 책상으로 비척비척 걸어가자 풍선 터지듯 터져 나오던 웃음소리가 차차 그쳐갔다.

 

 웃음소리와는 다르게, 창밖의 비는 여전히 거세게 내리고 있었다.

 

 아, 오늘 우산 안 가져왔는데. 그런 생각을 하다가, 또 혼날까 집중하는 척 앞을 바라보다가, 아무렇게나 흘러가는 생각에 정신을 흘려보냈다. 내가 전에 놔두고 간 우산이 있던가? 책상 옆에 작은 우산 하나 안 걸어놨나? 시선만 흘긋 던져 책상 쪽을 바라보았지만, 익숙한 얼룩말 문양의 우산은 보이지 않았다.

 

 “-자, 그러면 오늘 조례는 여기서 마친다. 질문 있는 사람 없지?”

 

 대답도 듣지 않고 쌩하니 교실을 나서는 담임을 보며 조금씩 커져가던 웅성거림이, 그가 완전히 복도 저 끝으로 사라지자마자 시끌벅적하게 터졌다.

 

 여느 때와 같은 하루의 시작이었다.

 ……라고, 생각했는데.

 

 “이 반에 피아노 학생 있습니까?”

 “야아, 저 사람 너 찾는 거 아니야?”

 “……나는 모르는 사람인데?”

 

 점심시간이 되어 식판을 받아들고 자리에 앉기 무섭게, 앞문이 드르륵 열렸다. 학교 교칙에 따라 원래는 아침 시간에 휴대폰을 내야 했지만, 공기계를 낸다던가 하는 식으로 내지 않고 있던 애들이 발작적으로 비명을 터뜨리다가 문가에 선 남자를 보고 행동을 딱 멈췄다.

 

 나와 함께 밥을 먹으려고 책상을 옮기던 혜선이가 내 귀에 속닥거리고, 내가 그에 답해주는 사이, 교실 곳곳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남자는 호리호리한 몸매 탓인지 몹시 키가 커 보였다. 염색이라도 한 건지 조금 긴 듯도 한 짙은 회색 머리칼은 하나로 묶여 있었다. 그가 고개를 기울이자 꽁지머리가 조금 흔들렸다. 남자는 몹시 피로해 보였다. 창백하다, 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 만큼 하얀 피부 위로 거뭇한 그림자가 져있었던 탓일지도 몰랐다. 어쩌면 반 쯤 내리깐 나른한 눈 탓일지도 모르고.

 

 친화력 좋은 몇몇 애들은 벌써 남자 쪽으로 다가가 오빠, 잘 생겼어요, 오빠, 무슨 일이에요 따위를 말하며 선망의 눈길로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 애들에게 단 한 번의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천천히 시선을 옮겨 교실을 둘러보았다.

 

 남자의 새카만 눈과 내 눈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두 손을 마주치듯, 혹은 반으로 갈라져 있던 무언가가 들어맞듯 묘한 기분이 들었다.

 

 남자는 한 치의 고민도 없이 성큼성큼 걸어 와, 내게 말했다.

 

 “어머니가 위독하십니다, 피아노 학생.”

 “저기, 네?”

 “선생님께는 미리 조퇴 허락을 구해두었습니다.”

 

 그의 말에 시선을 흘끔, 앞문 쪽으로 옮기자 휴대폰을 가지고 있던 한 학생에게 쥐어박는 시늉을 하던 담임선생님이 머쓱한 얼굴로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의 얼굴에는 약간의 슬픔이 녹아 있었다.

 

 무언가가 심장을 꽉 옥죄는 느낌이었다.

 가슴이 두근거리다가-

 

 나는 떨리는 손으로 옆에 우뚝 서있던 책상을 짚었다. 잠자코 상황을 지켜보던 반 아이들이 그제야 정신을 차린 얼굴로 너 어떻게 하냐는 둥, 어서 가보라는 둥 호들갑을 떨며 책상 위에 있던 짐들을 쓸어 가방 안에 넣어주곤 내게 내밀었다.

 

 누군가 내 등을 슬쩍 밀었다.

 

 비척거리며 가방을 받아들고, 사물함 문을 열어 신발을 꺼내는데 갑자기 눈물이 터질 것 같았다. 안 돼, 엄마. 엄마마저 가면, 그러면 나는 어떻게 해?

 

 아침까지만 해도 잘 다녀오라며 손을 흔들던 엄마의 모습이 눈물 어려 흐릿한 시야 너머로 흔들리고 있었다. 남자는 차분하면서도 빠르게 나를 이끌고 학교를 벗어났다.

 

 “타.”

 

 정신없이 그를 따라 교문을 나서다가, 교문을 지나 인적이 드문 곳에 주차된 검은 차를 발견하고 나서야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조금씩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피곤하지만, 정말로 안 되었다는 안쓰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던 남자의 얼굴은 어느새 건조하게 말라 있었다.

 

 주춤, 한 걸음 뒤로 물러나자 그 만큼 남자의 시선이 따라 붙었다.

 

 “그러니까…….”

 

 메인 목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지만, 그도, 나도 손톱만큼의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건.”

 

 나는 이걸 대체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까? 아니, 그것보다, 대체 왜 나지? 나는 이름이 좀 많이 특이한 것을 제외하고는 조금도 눈에 띌 만한 구석이 없는 애였다. 성적이 우수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외모가 예쁜 것도 아니고. 성격이 그렇게 둥근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모난 것도 아닌 적당한 성격인데.

 

 우리 학교에는 유명 기획사 연습생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예쁜 애들이 많았다. 그 속에서 나는, 정말 티끌만큼도 특이한 점이 없는, 그냥 학생 1이었다.

 

 남자는 우리 학교에까지 들어와서, 굳이 내 이름을 말했다.

 내, 이름을.

 

 머릿속이 혼잡하게 일그러졌다.

 저 남자는 나를 어떻게 아는 걸까.

 

 수많은 생각들이 산발적으로 터져 나오다가, 남자의 입에서 나온 말들에 물에 씻기듯 사라졌다.

 

 “우선,”

 

 눈을 질끈 감고 미간을 꾹꾹 누르던 남자가 한숨을 내쉬곤 말했다.

 

 “어머니가 위독하다고 거짓말을 한 건 미안해.”

 

 당황, 안도, 그리고 이어 슬그머니 찾아온 것은 분노였다.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를 만큼의 분노. 숨이 색색 터져 나왔다.

 

 “……왜,”

 

 목이 무언가에 의해 턱 틀어 막혔다. 돌덩어리가 낀 것처럼 꽉 막힌 목을 하고, 마구 엉킨 수많은 문장 중에서 하나를 찾아내 입에 담았다.

 

 “왜, 나에요?”

 

 머리가 지끈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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