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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낙화(落花)
작가 : 손끝
작품등록일 : 2017.7.1
낙화(落花)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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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를 위해서는 그 무엇도 하는 남자. 그런 남자만을 바라보는 여자.
둘 다 포기하지 못하는 남자의 뒤틀린 이상과 점점 악화되어 가는 상황.
답답한 현실 그리고 뒤틀린 인격.

 
모란
작성일 : 17-07-01 12:51     조회 : 419     추천 : 0     분량 : 4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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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회색의 엘리베이터가 천천히 숫자를 바꾸며 올라온다. 서서히 멈춘 엘리베이터는 무거운 철문을 좌우로 연다. 많은 사람들이 문을 통해서 걸어 나온다. 모두가 쏟아져 나오는 걸보면 마지막 층인 듯하다. 단색의 옷을 입은 사람들이 엘리베이터에 타기 시작한다. 모두가 분주히 움직이고 문은 곧 닫힌다.

 

 17

 

 붉은 색의 숫자가 점점 내려가더니 ‘9’ 에서 정지한다. 네 개나 되는 엘리베이터는 두 개씩 서로 마주보고 있다. 그런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홀로 이어져 있는 길이 보인다. 그 길을 따라 홀로 나오면 중앙에 빨간 소파가 줄지어 위치해있다. 서로 등을 마주보고 있는 소파는 개당 여섯 명이 앉을 정도로 길고 푹신푹신하다. 하얀색의 바닥 위에 놓여져 있는 소파는 눈에 띄기 쉽다. 더군다나 그 위에 사람이 앉아 있다면 시선이 가는 것은 누구나 자연스러운 것이다.

 

 소파의 위에는 여러 명의 사람들이 앉아 있다. 대부분 엘리베이터를 등진 쪽으로 앉아 있다. 검은 색의 셔츠를 입은 남자만이 엘리베이터를 향한 채 앉아 있다. 그는 문이 열리고 닫히고 누가 내리고 누가 타는지 멍한 눈으로 바라본다. 아무런 움직임도 없어 영혼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보인다. 몇 번 더 문이 열리고 닫히자 이내 고개를 바닥에 떨구고 다리를 떤다. 그러고는 단추가 풀어 쳐진 셔츠 안에 입은 하얀 티셔츠를 정리한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건지 초조한건지 떨고 있던 다리를 멈추고 핸드폰을 꺼낸다. 하얀색의 케이스를 씌운 검정색의 핸드폰은 그의 손에서 나지막이 울리고 있다.

 

 ‘다희’

 

 핸드폰은 여전히 두 글자만을 보여주면서 울린다. 약간 인상을 찌푸리며 그는 핸드폰을 가만히 잡고 있다. 그러고는 천장을 바라본다. 그의 왼쪽에 있는 주황빛을 내는 전등이 깜빡인다. 두어 번 깜빡이고 진동이 멈춘다. 커다란 홀 안에서 위 전등이 나갔다는 걸 안건 그 혼자였다. 아마 문을 닫고 청소를 할 때쯤 청소부가 알게 될 때까지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이곳에서는 천장을 바라 볼만큼 한가한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두 명의 연인이 지나가면서 천장을 영혼 없이 바라보는 그를 바라보고는 수근거린다. 그는 소파 등받이에 기댄 머리를 긁적거리며 핸드폰의 화면을 킨다. 그의 손 위에 놓여진 밝은 화면에는 시간이 보인다.

 

 11시 12분

 

 잠시 동안 그는 눈을 감고 미간을 꼬집는다. 그 사이 뒤에 앉아 있던 남자는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자리에서 뜬다. 그가 앉아 있는 홀에서는 여러 가지의 소리가 들려온다. 전화를 받는 소리, 잡담을 하는 소리, 캐리어의 바퀴소리, 구두를 신은 여자의 발소리, 엘리베이터의 일정한 알림목소리. 다시 핸드폰에 진동이 온다. 세 번째의 진동이 울린다. 그제야 눈을 떠서 이름을 확인한 그는 화면을 옆으로 민다. 그러고는 뒷목을 살짝 주무른다. 그 후 약간의 헛기침을 한 후 핸드폰을 귀에 가져다가 댄다.

 

 “어디예요”

 

 저음도 그렇다고 고음도 아닌 목소리로 물어본다. 그는 허리를 숙여 팔꿈치를 허벅지에 대고 시선을 바닥에 고정시킨다.

 

 “지금 다 왔어. 지금 올라가려는 중이야.”

 “홀에 앉아 있으니깐 빨리 와요. 기다리고 있으니깐.”

 “그래, 알았어. 금방 갈게.”

 

 수화기 너머로 허스키한 여성의 목소리와 그 뒤로 닫히는 차 문의 소리가 들린다. 무심한 전화가 끊긴다. 한시름을 놓았는지 핸드폰을 들어 문자를 확인한다. 죄다 쓸모없는 내용인지 건성으로 답을 보낸다.

 

 머리 위의 불이 나간 전등이 다시 밝아진다. 그의 오른쪽 발아래에는 진한 검은색도 아니며 주황색도 아닌 애매모호한 그림자가 생긴다. 검은색의 단화를 시작으로 생긴 그림자를 내리깔며 바라본다. 진동음을 내는 핸드폰을 끄고 주머니에 집어넣는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면서 그의 그림자를 밟는다. 전등이 다시 나간다. 아까는 보이지 않았던 왼쪽에 옅은 그림자가 보인다. 전보다는 확실히 밝은 그림자이다. 거의 바닥을 비추고 있는 주황색과 비슷한 색인 그림자는 등을 구부리고 엘리베이터를 향해 고개를 들고 있다. 그림자에서는 초조함과 피곤함이 묻어나와 보인다.

 

 11시 17분

 

 그는 엘리베이터 존을 향해 앉아있는 그의 정면, 즉 홀을 바라보는 벽에 붙은 시계를 확인한다. 그녀가 정한 약속시간보다 늦은 시각이다. 그는 평소에 그 누구보다도 시간에 관해서는 엄격하였다. 남에게 폐 끼치는 것을 가장 싫어해서 그런 것일지 모르지만 이런 행동을 가장 싫어하는 그였다. 허나 지금은 차분하게 그리고 복잡한 머리를 이고 기다리고 있다. 그에게 있어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꼭 그리해야만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는 두 눈을 살포시 감는다.

 

 그 여자는 언제나 이런 식이었다. 자고 있을 때 부르고 자신이 술을 마시면 부르고 일에 치여 힘이 들면 부르고 때로는 우울해서 부르고 이유도 가지각색이다. 그래도 꼬박꼬박 만나러 나왔다. 언제나 참고 참았었다. 앞으로도 어떻게든 참아갈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 그녀가 자신의 상사가 아니라면 이럴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수백 번은 생각하고 있다. 처음에는 자신의 야망에 있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며 받아들인 관계였다. 당시에 그는 어떠한 것이라도 해나갈 자신이 있었다. 그렇다고 지금 와서 자신이 없어진 것도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해야하나라고 가끔 의문이 들 때가 있기도 하였다.

 

 벌써 8개월이나 되는 시간이 지났다. 이 긴 시간동안 관계를 맺어온 것이 익숙해지자 자신에게 소름이 돋았었다. 이런 상황에 무뎌진 감각을 지니게 된 자신이 무섭게 느껴지곤 했다. 조금이나마 남아있던 죄책감은 점점 없어지고 답답함만이 늘어가 그를 짓누르게 되었다.

 

 “내가 많이 늦었지.”

 

 수화기 너머에서 들렸던 허스키한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 들린다. 검은 정장의 옷을 입은 그녀는 검은 하이힐을 또각또각 거리며 와서는 옆에 앉는다. 움찔거렸던 그는 이내 숙였던 고개를 들어 상사의 얼굴을 바라본다.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그녀와 눈이 마주친다. 그는 웃으면서 대답한다.

 

 “아니요. 괜찮아요. 오늘은 뭐하다가 왔어요?”

 “회의가 길어졌어. 그다지 중요한 회의도 아닌데 꼰대들이 어찌나 보채던지.”

 

 여자가 남자의 손을 부드럽게 어루만진다. 단발의 머리에 안경을 쓴 그녀에게서는 날카롭고 지적인 인상이 풍긴다.

 

 “뭐하고 있었어?”

 

 그녀가 가까이 얼굴을 마주하고 말을 한다. 방금까지 씹었던 껌 냄새가 풍겨온다. 아마 차에서 내리기 전까지 담배를 피우고 향수를 뿌린 후 껌을 씹었을 것이다. 얼굴엔 긴 회의가 끝나고 급하게 화장을 고친 티가 역력했다. 그래도 그녀가 주관적으로 예쁘다는 것에는 이의가 없었다.

 

 “좀...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무슨 생각? 걔 생각?”

 

 상사는 아까 걸려온 전화를 알고 있는지 그녀의 이름을 말한다. 그러고는 허리를 숙여 자신의 올이 나간 무색 스타킹을 만진다. 나이보다 훨씬 동안인 그녀를 보니 유난히 오늘따라 피곤해 보인다.

 

 “하... 올이 또 나갔네. 그... 아까 오는 길에 다희를 데려다줬는데 도중에 너한테 전화 걸더라. 너 안 받던데 무슨 일 있...”

 “그 애 얘기는 안하기로 했잖아요. 그런 애기는 그만하고 얼른 가요.”

 “알았어. 얼른 하고 가자.”

 

 여자는 앉아서 소파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 있는 남자를 일으켜 세운다. 엉거주춤 일어난 그는 그녀의 뒤에 섰다. 그녀는 오른손으로는 그의 손을 잡고 왼손에는 ‘1221’ 이라는 번호가 붙어 있는 카드키를 짤랑거리며 들고 있다. 그녀의 어깨에 걸려있는 작은 가방에는 문이 열려있어서 안에 있는 내용물이 얼핏 보인다. 그 내용물 사이에는 담배와 파우치 그리고 작은 약통이 보인다. 남자는 그런 여자의 작은 등을 보며 따라간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따라가던 그는 자신의 뒤에서 깜빡이는 불을 본다. 그러나 그녀가 손을 잡아끌자 마지못해 끌려간다. 그렇게 둘은 주황색의 복도에 들어선다.

 

 주황색 전구가 생각보다 좁은 복도에 좌우로 끝까지 매달려있다. 그녀는 그의 손을 이끌며 그 몽환적인 분위기인 복도를 헤쳐 나간다. 복도의 하얀 벽은 빛을 받아 선홍빛으로 보였으며 그 위에는 둘의 그림자가 이리저리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 그는 자신의 왼쪽 벽에 빠르게 지나가는 그년의 그림자를 바라본다. 살짝 그을린 그림자는 뒤에 따라오는 새까만 그림자를 끌며 나아가고 있다.

 

 가식. 그녀의 그림자는 가식적으로 보인다.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그런 단어가 문득 스쳐지나간다. 아니, 가식을 뛰어넘어 위선자의 모습이 그의 눈에 비춰진다. 겉으로는 권위가 있고 듬직해 보이지만 속내는 어둡기 그지없는 모습이다. 아마 그녀가 그를 보았을 때도 그렇게 보일 것이다.

 

 복도로 어느 정도 걸어 들어가니 둘의 그림자는 어느새 사방에 흩뿌려져 있다. 뒤따라 걷는 그의 뒤에만 검은 그림자가 남아있을 뿐이다. 몇 개의 방을 지나쳤을까. 그녀의 걸음이 서서히 느려진다. 그는 입술을 잘끈 깨물며 자신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간다.

 

 1221

 

 무거워 보이는 문 한가운데에 금색의 테로 장식된 숫자가 한눈에 들어온다. 수많은 빛을 받은 숫자는 눈에 익히지 않을 정도의 빛을 반사한다. 그녀가 카드키를 들어올린다. 카드키가 문 옆에 붙어있는 카드리더기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문이 바라보는 벽에 있는 전구가 너무 밝게 느껴진다. 주황색의 빛은 둘의 그림자를 육중한 진갈색 문에 비춰지게 한다. 어두운 바탕임에도 불구하고 진하게 올라간 두 그림자는 서로 엉거주춤 서있다. 왠지 모를 거부감이 느껴지는 그림자는 마치 거사를 앞둔 것처럼 웅장하게 보인다. 그런 그림자 사이에서 보다 키가 작은 그녀가 뒤를 돌아보며 웃는다. 살짝이나마 굳어 보이는 그가 웃겨 보였나보다.

 

 “오늘 따라 왜 이리 긴장했어.”

 

 그녀는 두꺼워 보이는 문을 열고서는 자연스레 들어간다. 그 안이 어떠한 위험도 없는 보금자리인 마냥 거리낌 없이 들어간다. 그는 얼떨결에 등 떠민 것 마냥 닫히는 문 사이로 들어간다. 어떠한 소리도 새어나가지 않을 것 같은 문이 소리 없이 서서히 닫힌다. 문이 잠기는 차가운 오토매틱 소리만이 웅웅거리는 복도에 울려 퍼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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