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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울어라, 불멸의 기사여!
작가 : 노호
작품등록일 : 2017.6.27

[본격 하드코어 다크 판타지] 끔찍한 저주가 퍼져 무너져 내린 왕국, 일리아스. 그곳에 홀연히 나타난 기사, 알은 자신의 기억을 되찾기 위해 모험을 떠난다.

 
Prologue - 알 (1)
작성일 : 17-06-27 02:24     조회 : 392     추천 : 0     분량 : 5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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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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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이 먹구름에 뒤덮였을 때, 비로소 영웅은 나타난다. 가장 강대한 인간의 나라, 일리아스의 왕가에 전해져 내려온 가문이다.

  모든 이가 절망에 빠졌을 때도 절망을 헤쳐 나갈 자가 반드시 나타난다는 뜻인데, 일리아스의 현국왕, 글리온 일리아스는 도저히 자신의 가문을 좋아할 수 없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남의 힘을 빌린다. 절망을 극복한다는 아름다운 의미로 포장된 가문은 분명 그런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남의 힘을 빌린다는 것은 분명 달콤하다만, 결국 그것은 자신의 나약함을 자백하는 셈이다. 소국을 흡수하여, 거인들의 땅, 마녀의 영역에도 일리아스의 이름을 알린 국왕으로선 자존심이 상하는 말이다.

  하지만 오늘, 글리온은 생각을 고쳤다.

  먹구름으로 뒤덮인 하늘. 숨소리마저 소란스런 테라스에 앉아 멍하니 고개를 든 그의 눈에 보인 풍경이었다.

  전승으로만 전해지던 인류의 최후. 언제나 활발했던 성도는 귀가 먹먹할 정도의 침묵에 잠겼으며, 곳곳에서 풍겨오는

  악취에 코끝이 아렸다. 눈에 보이는 것은 검붉은 핏자국과 반쯤 뜯어먹힌 자들의 시체뿐. 현명한 자들은 이미 성도를

  버리고 떠난 지 오래였다.

  아아, 실로 절망스런 풍경이다. 이 광경에 절망하지 않으면 다른 무엇에 절망하리오. 과거 총기로 빤짝였던 글리온의 눈에는 생기가 없었다. 입가엔 팔자주름과 함께 헛웃음이 자리하였고, 어깨는 힘없이 축 늘어졌다. 어디를 보아도 왕가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의 모습으론 보이지 않았다.

  "이런 순간에 영웅은 나타나는 것인가?"

  평소라면 입에 담는 것조차 싫어했던 가문인데, 불충하다만 역겹다고 까지 생각했는데. 하지만 오늘은 그 역겨움마저 자신을 위로해 주었다.

  하늘이 먹구름에 뒤덮인 지 며칠이나 지났지?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오랜 시간이 흐르진 않았을 것이다.

  "그래, 겨우 보름이 지났었지. 흐, 흐흐, 겨우 보름 만에 그 동안 쌓아올렸던 나의 왕국이, 나의 성도가 무너져 내린 게야."

  그의 입에서 마른 웃음소리가 나왔다. 자조적인 웃음은 분명 글리온 자신을 향한 것이었다.

  "우리는, 아니, 나는 나의 황국을 너무도 과신하고 있었군."

  타국에 손을 벌렸었더라면 그때의 역경을 이겨낼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타국이 아니라, 타종족에게 도움을 청했더라면 분명 역경을 이겨내고 위기 속에서 서로를 이해할 수도 있었겠지. 타종족과 화해하고, 이해와 평화의 시대를 열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와 같은 평화로운 시대는 펼쳐지지 않았다. 바로 글리온, 자신의 자만 때문에.

  나의 군대만으로 해결할 수 있을 줄 알았다. 나의 기사단이라면 이 정도의 역경 따위 충분히 이겨낼 줄 알았다. 그런 자만이, 그런 비틀린 믿음이 이와 같은 결과를 만들었다…….

  "자랑이었던 기사단은 전멸. 믿었던 가신들은 모두 내게 질려 떠나갔다. 그리고 나는 혼자 남았으니, 실로 폭군에게 어울리는 결말이로군."

  꼴좋다.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난 글리온은 난간 너머의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절벽 가에 성이 지어진 탓에 테라스 아래에는 아득히 먼 지면이 위치하였다.

  떨어지기라도 하다면 분명 즉사하겠지. 실제로 이 아래로 떨어져 형님이 죽었으니.

  이대로 몸을 던질까? 글리온은 고개를 흔들었다. 고민을 할 필요도 없었다.

  현세에서 도망치기 위해 자살을 선택한다? 그런 최후는 스스로가 용서하지 못한다. 네가 몇 명의 죄 없는 백성을 제물로 바쳤다 생각하는 거냐! 얼마나 많은 인간이 네 자만에 죽었다 생각하는 거냐! 네겐 죽을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현세에서 죗값을 치러라. 눈을 감으면 언제나 누군가의 목소리가 호통 쳤다.

  "그래, 죽을 순 없다. 끝까지 살아남아 죗값을 치러야 한다."

  뒷걸음질 친 그는 힘없이 자리에 주저앉았다.

  "클럭."

  부서진 왕좌에 쓰러져 쉰 기침을 하자 피가 베어 나왔다.

  그래봐야 살날은 얼마 남지 않은 모양이군. 노쇠한 몸은 속죄조차 하지 못하는 것인가. 스스로를 비웃었다.

  글리온은 왕좌에 몸을 기댔다. 테라스까지 끌고 오기 위해 밑동을 부숴버린 왕좌는 그가 몸을 기대자 크게 흔들렸다. 얼마간 시간이 흐르고, 그의 두 눈은 힘없이 감겼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음에 눈이 뜨였다. 무언가 테라스로 통하는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글리온은 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커다란 나무문이 안에서 열리지 않게 촛대와 거대한 탁자, 그리고 왕가의 선조들을 조각한 동상 등으로 막혀 있었다.

  아아, 드디어 나를 발견하였는가.

  텅 비어버린 성. 글리온은 홀로 그곳을 지켰다. 하지만 그는 외부의 적으로부터 성을 지키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피와 살점을 미끼로 내부에 있는 무언가가 외부로 나가지 못하도록 억제하고 있는 것이었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고통에 찬 신음이 들려왔다. 글리온은 그 신음을 들어본 적 있었다.

  "그대들도 고통스럽긴 매한가진가 보군. 돼먹잖은 군주를 섬겨 고생이 많아."

  글리온은 고개를 돌렸다. 그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런 꼴이 되어서도 그들이 자신의 주변을 맴돌고 있단 점에서 안심되었다.

  그게 무엇인지 글리온은 모른다. 그 뿐만 아니라 최고의 지식인이라 일컬어지는 마법사들조차 그것들이 무엇인지 밝혀내지 못하였다. 과거 왕을 따르던 기사라는 사실, 평범한 인간이었단 점을 제외하면 무엇도 밝혀지지 않았다.

  그렇다. 무언가는 과거 글리온에게 충성을 맹세한 기사였다. 왕의 명령에 검을 휘두르고 마땅히 생명을 바치는 자. 누구보다도 글리안의 신용을 받았던 자. 아니, 뒤틀려버린 지금도 그의 신용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자…….

  반년 전, 기사단은 글리안의 명령을 받아 성도 서쪽에 위치한 왕국 제 2의 항구도시 크라운으로 원정을 떠났다. 그들의 목적은 크라운 일대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마수를 토벌하는 것. 마수에 의한 학살극에 종지부를 찍는 것이었다.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크라운 일대를 평정한 기사단은 지금으로부터 보름 전 성도에 귀환하였다. 하지만 이미 그들은 글리온이 알던 자들이 아니었다.

  무언가에 홀린 듯 허공만을 응시하는 기사단이 성도를 활보한다. 그와 동시에 하늘은 먹구름에 뒤덮였고, 글리온과 그의 가신단은 이상을 눈치 챘다.

  글리온은 당장 기사단을 궁전으로 불러들였다. 그들은 크라운의 마수에게서 마음을 빼앗겼다. 그러니 당장 궁정 마법사와 사제, 마도공학자, 의술사등등 성도 내의 모든 지식들을 모아 기사단의 부서진 마음을 고치려 하였다.

  하지만 그의 판단은 깔끔하게 빗나가 지금의 사태를 낳았다.

  궁전으로 불려와 국왕을 알현하게 된 기사단은 그럼에도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였다. 존경해 마지않는 국왕을 눈앞에 두고도 예의를 차리긴 커녕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 누구 하나 그들을 질책하지 않았다. 아니, 질책할 수 없었다. 그들의 모습이 인간의 그것과의 너무나도 달라보였기 때문에…….

  기사단이 궁전에 체류된 지 나흘이 흘렀다. 원정을 떠났던 기사단들에게서 무언가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들의 몸이 기괴하게 비틀렸고, 입에선 말이 아닌 비명이 쏟아졌다. 평범한 체구를 지녔던 자들의 몸이 거대하게 부풀어 오르는 모습은 그들 속에서 괴물이 튀어나오는 것만 같았다.

  "전하를 지켜라! 전하께 목숨을 바쳐라!"

  글리안의 직속 호위 기사들이 내뱉은 마지막 말이었다. 인류 최강의 실력자들로 구성된 호위 기사들은 모두 괴물의 손에 죽거나. 하나하나 괴물이 되어갔다. 글리안의 명으로 테라스에 글리안의 마지막 안식처를 만들어 준 기사들마저도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 절벽 아래로 몸을 던졌다…….

  "그들은 괴물이 되었습니다! 더 이상 전하를 따르던 자들이 아니란 말입니다! 당장 그들을 몰살해야만......!"

  "이미 성도는 제 기능을 상실했습니다. 전하, 남은 자들이라도 데리고 제 영지로 가시지요. 그곳에서 다시 시작하는 겁니다."

  "마법사들에게 이야기 했습니다. 저희가 모두 떠나면 궁전을 무너뜨려 그들을 모두 땅속에 묻어버릴 것입니다."

  사방에서 가신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실수로 인해 몰락해버린 기사들을 죽여 버리고 도망치자 주장했다.

  물론 그들의 주장은 타당했다. 괴물로 변해버린 기사단은 처리해야 마땅했으며, 그 자체가 왕국을 대변하는 국왕, 글리온 일리아스는 반드시 살아야만 했다.

  하지만 여기서도 글리온은 실수를 범했다.

  "짐은 이곳에서 저들과 함께 죽을 것이다. 짐이 저지른 실수를 책임지고, 나의 기사들과 함께 몰락하겠다."

  불과 일주일전, 아직은 근엄했던 자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만약 자신이 조금만 더 현명했다면 가신단과 궁전을 빠져나가 왕국을 다시 일궈낼 수 있었겠지. 끝까지 살아남아 다시금 과거의 영광을 되찾았을 것이다.

  그래, 나는 모든 일에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만, 사실은 도망쳤던 것이다. 왕국을 재건할 자신도, 몰락한 자들을 똑바로 바라볼 용기도 없었던 게야.

  결국 그 점에서 질려버린 가신단은 모두 자신들의 영지로 돌아갔다. 당연한 결과였다.

  자신의 멍청함을 떠올리며 비웃고 있자, 다시금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귓가에 다가왔다. 이번엔 제법 격했다.

  "끝이 다가왔군."

  글리온은 왕좌에서 몸을 일으켰다. 쇠약할 대로 쇠약한 몸은 일어나는 것조차 버거워했다. 짧게 휘청인 그는 몸을 돌려 문으로 향하였다.

  저벅, 저벅, 그의 발소리가 들릴 때마다 문이 격하게 요동쳤다. 결국 10번도 채 버티지 못하고 문에 커다란 금이 새겨졌다. 두 차례의 충격 끝에 커다란 틈이 벌어졌고, 그 안에서 역한 악취가 흘러나왔다. 그곳에서 나타난 것은 검은 털로 뒤덮인 짐승의 손이었다.

  따스함을 품은 눈동자가 짐승의 손을 바라보았다. 글리온은 상냥하게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손을 뻗었다.

  "수고가 많았구려."

  조각상과 탁자, 촛대를 뚫고 나아가 글리온은 안으로 굽은 손톱을 매만졌다. 그의 감촉을 느꼈는지 문 뒤에서 흥분에 찬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군. 짐이 원망스런 게로구나. 그렇다면 이제 짐을 죽이고 그대도 안녕에 들어가게나."

  사실 테라스는 그들을 유인해 죽이기 위한 덫이었다. 괴물들이 달려들면 무게를 버티지 못한 테라스는 무너져 내리고 글리온과 괴물은 절벽 아래도 곤두박질 친다. 기사단과 함게 최후를 맞이하고 싶었던 글리온이 최대한으로 머리를 싸메 고안한 결과였다.

  곧 문은 부서진다. 호위 기사들은 영웅이 나타날 그날까지 반드시 살아남아달라 부탁하였지만, 글리온에게 그럴 생각은 전혀 없었다.

  이곳에서 그들과 함께 최후를 맞이하리라.

  그렇게 다짐하고 글리온은 편안하게 미소를 지었다.

  "자, 어서오시게나! 짐과 함께 나락으로 떨어지세!"

  그의 목소리에 화답하듯 궁전 안에서 성대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그 후에 벌어진 일은 그의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비명소리와 함께 문이 부서질거라 생각했다. 괴물들의 힘을 직접본 글리온은 그들에게 문을 부술 충분한 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호위 기사가 바리게이트를 만드는 것을 막지 않았고, 꾸준히 피냄새를 풍겼다. 언젠간 괴물이 문을 부수고 자신과 함께 죽게된다는 미래를 바라고 있었기에.

  비명소리가 멎었다. 그가 쥐고 있던 발톱은 빨려 들어가듯 문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혹시 거기에 누가 있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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