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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백일몽(A hundred day-dream)
작가 : Juda
작품등록일 : 2017.6.22

고3, 수능을 100일 앞둔 한 여학생의 100번의 꿈.

 
The beginning of a day.
작성일 : 17-06-22 02:25     조회 : 361     추천 : 0     분량 : 4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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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귀를 따갑게 후려치는듯한 알람 소리에 부랴부랴 몸을 일으키고서는 알람을 끄고서 화장실로 향했다. 안 그래도 예민한 고3, 수험생들을 더 예민하게 만드는 그 숫자 D-100. 난 수능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평범한 고3 여고생인 주 영아 일 뿐이다. 이를 닦고, 머리를 질근 묶고 교복을 입고선 입에는 잘 익은 식빵을, 손은 단어 암기장과 핸드폰, 교통카드를 들고 귀에는 이어폰을 꽂은 체 현관문을 열고 학교로 향한다. 이것 또한 평범하디 평범한 하루 일과 일 뿐이다.

 

 " -erroneously. 잘못되게. "

 

 이번 모의고사 단어들은 못 봤던 게 많단 말이야. 어느 때와 다름없이 속으로 씹으며 입으로는 중얼중얼 거리며 단어를 외우고 있었다. take place는 발생하다, hard-wired는 타고난.

 

 " exploration- 이, 엑스, 피, 엘- 아, 버스 왔다! "

 

 여느 누구와 다름없이 평범하던 이 인생의 전환점을 맞고 싶단 건 여기 있는 모든 버스 탑승인원이 갖고 있는 생각이 아닐까? 아니, 사실 모든 전 세계 사람들이 갖고 있는 생각이 아닐까? 피곤에 찌들어 시름시름 앓고 있는 얼굴들을 눈치 보듯 힐끔힐끔 바라보았다. 저 생기를 잃어가는 사람들은 누가 책임져줄까?

 

 삶에 치이는 것보다 더 심각한 건 만원 버스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것일 거다. 수능교재에 당장 학교에서 볼 시험 때문에 교과서에 문재 집에 학원교재에.. 가방이 터질 거 같이 자리 잡고 있는 책들 때문에 괜히 내 탓이 아님에도 남들 눈치를 본다. 뭐, 어쩌라고. 댁들 자녀들도 고3 되면 남들 눈치 보며 공부하게 하려고? 대한민국 국민으로 난 떳떳하게 공부할 교재들 들고 다닐 권리가 있다고!

 

 그러다, 좌석에 앉은 한 사람이 일어나고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은듯한 기쁜 마음에 자리에 착석하려 했으나 손바닥만 한 핸드백을 저 멀리에서 던진 머리카락이 곱슬곱슬한 아줌마가 나를 보더니

 

 " 아니, 얘 좀 봐-? "

 

 요즘 학생들이 싹수가 없어, 싹수가! 하며 대뜸 나를 욕하는 게 아닌가? 흥, 콧방귀를 뀌어주고 핸드백을 치우고 자리에 앉으려고 핸드백으로 손을 뻗은 순간

 

 " 얘가, 얘가, 얘가! 너 왜 내 물건에 손대? 뭐 훔치기라도 하려고? 하이고- 얘 좀 보소! "

 

 와, 진상이다! 오늘 아침부터 재수 죽이는구먼! 그 많은 인파를 기어코 헤집으며 나타난 아줌마는 이내 내 얼굴에 손가락질을 하며 폭언이란 폭언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괜히 당하고만 있는 게 억울해서 입술을 앙 다물었는데 다른 승객들이 나한테 폭언을 폭탄처럼 쏟아붓던 아줌마에게 뭐라고 하자 이 아줌마는 배 째라는 식으로 다른 승객들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목소리를 높여갔다.

 

 " 하이고, 젊은 것들이 어른 공경을 할 줄 모르고! "

 아줌마가 말하자

 " 나이 먹은 게 자랑입니까? 꼰대질 이 경력이고 시간이 펀드 면 파산하시죠? "

 한 남성이 말했다

 

 잘한다 잘한다 잘한다! 이겨라 얼굴 모르는 아저씨!

 

 " 뭐가 어쩌고 어째? 넌 엄마가 그렇게 가르치디? "

 

 아줌마가 가족 공격을 시작하려는듯한 신호탄을 보내기 시작했다. 어쩌지, 말려야 하는 게 아닐까? 그때, 버스가 정차했고 정류장에서 내리는 인파에 못 이겨 떠밀려 내리는 아줌마가 빼애 액 소리 질렀다. 세상이 말세야, 말세! 아줌마가 타의든 자의든 내리자 이내 여기저기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줌마 욕이랑, SNS에 올리자는 철없는 얘기들까지.

 

 " 얘, 학생. "

 

 아까 그 아줌마랑 신나게 실랑이하던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그 아줌마보다는 나이대가 더 젊어 보이는 아저씨가 서 있었다.

 

 " 네, 저요? "

 

 얼떨떨하게 대답하며 어정쩡하게 올려다보니 아저씨가 흠칫한다. 그나저나, 코에 땀이 찼나 축축한 게..

 

 " 학생, 코피 나 코피! "

 

 내가 앉으려고 했던 좌석 옆자리에 앉아있던 다른 여성분이 말하며 내 팔을 끌어당겼고, 왠지 모르게 힘없이 끌려가 자리에 앉은 나는 멍하게 눈만 깜박였다. 코피? 내가? 19년 동안 단 한 번도 코피가 나 본 적이 없는데? 헛웃음이 나오다 이내 코를 닦아야겠단 생각이 들어 손으로 닦으려는데 언제 이 근처까지 왔는지 아까 그 아저씨가 자신의 서류 가방에서 휴대용 휴지를 건네며 안쓰럽게 쳐다보고 계셨다. 아, 이런. 단어장이 더러워졌잖아. 휴지 한 장을 뽑아들며 코를 막았고, 휴지 한 장을 뽑아들며 단어장을 닦는데 왜 눈앞이 흐릿해지는 건지 모르겠다. 눈물은 아닌데, 눈가가 축축하지 않으니. 졸린 건가?

 

 그때, 짧은 순간이었다. 그저 단순한 사고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심각한 사고가 나 버렸다. 커다랑 굉음과 함께 버스가 한 바퀴, 두 바퀴 구르고 도로 한가운데 찌그러지고 엎어진 상태로 연기를 피우기 시작했으며 어디선가 연료가 새기 시작했다. 다른 자동차들은 이내 한 곳에 주차되어 버스로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고, 누군가가 ' 도와줘야 해요! '라고 하자 사람들 하나둘씩 서둘러 연료 때문에 폭발하기 전에 사람들을 구하기 시작했다.

 

 " 들리세요? "

 

 나, 나 여기 있어요. 나도, 나도 살려줘요.

 

 " 여자들, 학생들부터 꺼내요! "

 누군가 말했고

 " 그 순서가 뭐가 중요해요, 일단 보이는 사람들부터 꺼냅시다! "

 또 다른 누군가가 말했다.

 

 저기요, 나도, 나도 있어요, 제발 나도 꺼내줘! 무거운 가방에 허리가 다쳤는지 몸이 제대로 움직이질 않고, 충격 때문에 목 또한 무리가 갔는지 끄으윽 거리는 신음만 흘릴 뿐이었다. 구급차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버스의 연기가 심상치 않아짐을 짐작했는지 사람들을 구출하는 속도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 나, 나... 나.. "

 

 나 여기 있어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이 단순한 말 한마디를 못해 끄윽 끄윽 거리며 눈물을 쉴 새 없이 흘려댔다. 제발요, 제발. 나 여기 있어요, 제발! 왜 다들 날 못 보는 거지? 왜, 나 여기 있는데? 난 안 보이는 거야?

 

 그때, 부스럭 소리가 들려 힘겹게 목을 돌려 바라보니 아까 나에게 휴지를 건네던 그 아저씨가 몸을 질질 끌며 나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 학생, 학생, 일어날 수 있겠어? "

 

 그는 퍽도 다정하게 내게 물었다. 본인 또한 다쳤으면서 나를 걱정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 끄윽... 허.. 허리.. "

 

 제대로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 아저씨를 보자마자 눈물이 차올랐다. 무서워, 무섭다고. 아저씨는 힘겹게 몸을 이끌고 나에게 다가와 내 손을 잡아주더니 이내 크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 여기에요, 여기! "

 

 여기에도 사람이 있어요! 그 목소리가 꼭 구세주의 목소리처럼 들리기 시작했다. 잠시 숨을 고르던 아저씨는 내게 미소를 보이며 우리가 구석이라서, 파편 때문에 잘 안 보여서, 사람들이 많아서 잘 못 봤나 봐, 조금만 기다려 학생.이라고 말하며 나를 안심시킨 후, 다시 큰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 살려주세요! 여기에요! "

 

 아저씨의 외침에 사람들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고 사람들이 다가와 나보다 가까운 아저씨부터 끌어당겼다.

 

 " 아니, 난 괜찮으니까 학생부터- "

 

 아저씨가 말했다.

 

 " 알았어요, 알았어요. 사람들이 더 오고 있으니까- "

 

 그 아저씨를 구해주던 사람이 아저씨를 버스에서 꺼내자마자 또다시 굉음이 울려 퍼졌고 이내 버스가 불에 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 난 꺼냈으니까 학생을 구하라고요! "

 " 불, 불! "

 " 이봐요! "

 " 진정해요, 불이 나잖아! 아저씨도 죽고 싶어요? "

 " 학생이 살아있다고! "

 " 쟤 하나 때문에 다 죽자는 거야? 정신 차려! "

 

 여러 목소리가 뒤엉켜 귓가에 울리고 눈은 점점 감겨오고 몸은 뜨거워지고 살이 녹아내리는 거 같다. 평범한 고3, 평범한 주 영아. 난, 이대로 죽는 건가 봐. 내 마지막이 이럴 줄은 몰랐는데. 와, 정말 억울하다. 이때까지 뭣 때문에 내가 공부했는데? 내가 왜 공부했는데? 울부짖는 아저씨의 절규, 아저씨를 말리는 사람들, 불길을 끄기 위해 오는 소방차 소리, 그리고 카메라 셔터 소리.

 

 그러고 보니 저 아저씨는 왜 날 도와줬던 걸까? 아까 그 무자비한 아줌마 때도 그렇고, 코피 날 때도, 방금도 그렇고. 처음 본 학생에게 주는 호의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나에게 많은 친절을 베풀었다. 음, 좋은 아저씨네. 좋은 아저씨야.

 

 눈이 감겼다. 끝없는 어둠이 흘렀다. 춥다가 뜨거웠다가를 반복했다. 머릿속은 혼돈이 생기고 내가 누군지 모르겠다. 내가 누구지? 어디 사는..? 아니야,정신 차려, 살아야지. 살아남아야지. 이대로 죽기 싫어. 살고 싶어. 살고 싶어!

 

 " 정말 살고 싶어? "

 

 흠칫, 나도 모르는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렸다. 살고 싶냐고? 당연하지!

 

 " 그럼 나랑 게임을 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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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The beginning of a day. 2017 / 6 / 22 362 0 4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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