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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Fanatic
작가 : 길헤윰
작품등록일 : 2017.6.21

동생이 결혼을 한단다. 그래도 난 그리 상관 없었어. 그와 깊이 관계되지 않으려 했지.
몇 개월 후, 나라가 망하기 전까지는 말이야.
#계략/이중인격(?) 남주 #초식계 여주


 
1장- 1. 귀국
작성일 : 17-06-21 22:17     조회 : 308     추천 : 2     분량 : 7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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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장. 동앗줄 복불복

 

 1.귀국

 

 '집안에 큰 행사가 있을 예정인데, 너도 와주면 좋겠구나. 너도 페리헬 가의 일원이라면 말이다.'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1년만에 온 편지였다. 아카데미 근처 큰 도서관에서 일하고 있던 그녀에게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었다. 졸업식 때에도 오지 않았던 편지가 온다는 건, 그녀에게 귀찮은 일이 생긴다는 걸 의미했다.

 

 "헬린, 무슨 일이야?"

 

 그녀의 표정이 좋지 않음을 본 동료가 말을 걸었다. 마지막 문장을 잠시 바라보던 그녀가 편지를 수첩 안에 숨겼다. 그녀는 자리에 일어나며 그에게 답했다.

 

 "관장님을 뵈어야겠어. 곧 돌아올게, 지젤."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지?"

 

 그녀가 잠시 멈칫했다. 그리고 다시 웃었다. 지젤이 가장 좋아하는 푸딩만큼이나 부드럽고 달콤한 미소였다.

 

 "일은 무슨. 투정부리러 가는 거지, 뭐. 그럼 잠시 부탁할게."

 

 제국에서 그녀의 이름은 제대로 발음되기 어려웠다. 그래서 애칭처럼 불리는 이름이 '헬린'이었다. 타국의 언어이니 상관은 없었지만, 지젤같이 타인에게 관심이 많은 사람은 피곤했다. 지젤보다 더 심한 사람도 있었다.

 

 "관장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저 헤일린입니다."

 

 "들어와."

 

 "15분 후에는 마법 수업 때문에 시간이 없으시겠죠? 간단하게 말씀드릴 거니까 걱정마세요."

 

 "좋아. 말해봐."

 

 "집에서 편지가 왔습니다. 몇달 휴가를 내야 할 것 같아요. 아니면 그만둬야할 수도 있으니 사직서 양식을 미리 받아두고 싶습니다."

 

 관장은 잠시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리고 시계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의 행동이 못내 불안한지 말을 이었다.

 

 "물론 제국에 다시 오고 싶어요. 하지만 아시잖아요, 제 사정. 제 성이 '페리헬'인 이상 이번 건은 거절하기 힘들어요."

 

 "……"

 

 "관장님."

 

 "사직서나 휴직계를 낼 거였다면 양식만 제출했겠지, 헬린. 내게서 무엇을 받고 싶은거지?"

 

 도서관장은 아카데미의 마법(2) 강의를 맡고 있기도 했다. 애초에 헤일린을 여기에 잡아둔 것도 그였다. 헤일린은 그의 조수이기도 했다. 그녀의 명석한 머리를 적재적소에 잘 써먹는 것은 그의 역할이었기 때문이었다. 그에 헤일린 역시 대가를 바랐다.

 

 "여기선 검은 머리카락이어도 됩니다. 하지만 그 곳에선 아직 저 같은 사람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아요. 머리카락 색을 관장님 도구로 바꾸고 싶어요."

 

 "그 녀석에게 들은 거냐."

 

 "예."

 

 "알았다."

 

 관장은 서랍을 뒤지더니 귀걸이를 하나 찾았다. 젤리 제형의 연고도 찾아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그가 무엇을 할지 예상한 모양인지 손을 쥐락펴락했다.

 

 "많이 아프지는 않을 거다."

 

 연고를 귀걸이 옆 부근에 바른 그가 망설임 없이 귀를 뚫었다. 금색 피어싱이 박히자 피가 한 방울 떨어졌다. 그는 그녀에게 거울을 주었다. 흑빛 머리카락이 회색이 감도는 갈색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제국에서 요즘 유행하는 색이었다. 그의 감각에 작게 웃던 그녀가 말했다.

 

 "고마워요, 스승님. 이걸로 좀 나아지겠어요."

 

 "요 녀석아, 넌 흑발이 더 괜찮거든?"

 

 관장은 투덜투덜거리다가 결국 늦었다며 화내다가 나가버렸다. 홀로 남은 그녀가 작게 말했다.

 

 "알아요."

 

 떠나고 싶지 않았다. 베니아 제국은 그녀에게 자유로운 곳이었다. 동료들도 스승도 모두 그녀와 사이가 나쁘지 않았다. 게다가 저와 비슷한 사람도 많았다. 그래서 제국에 계속 머물 생각이었는데, 그럴 수 없게 되었다. 다음 날 새벽, 비행선으로 가는 발걸음은 차분했다. 긴 코트 사이로 A라인 스커트가 바람을 즐겼다. 새벽인데도 부지런한 이들이 가게를 열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한스 씨."

 

 "아, 헬린! 오늘은 일찍 일어나셨네요."

 

 "네, 한스 씨도요."

 

 한스는 고동색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대답했다. 제빵용 앞치마를 입고 있는 그의 손길이 분주했다. 갈색 눈동자를 가진 그이지만 여기선 그의 외모가 흔했다. 조금 낮은 코와 쌍커풀 없는 눈, 약간 둥근 얼굴과 마른 체구. 노란 빛이 도는 미묘한 피부색은 이 제국에 많았다. 헤일린은 한스에게 은화 2개를 주며 말했다.

 

 "오늘 2시에 저희 도서관으로 한스 특제 세트 배달 부탁드려요."

 

 "와, 오늘 무슨 날인가요?"

 

 "기분전환한 기념이라고 해두죠. 지젤은 푸딩을 좋아하니까 푸딩도 해야해요. 한스 씨, 지젤 좋아하잖아요."

 

 "부, 부끄럽게 그런 소리 마세요! 다른 사람들은 모, 모르니까요."

 

 눈빛이 다른데 어찌 모르나요? 헤일린은 살짝 미소짓고는 비행 선착장으로 향했다. 한스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다시 못 볼지도 모르는데, 저 표정은 너무나 밝아 그녀는 속내를 숨기는 수밖에 없었다.

 

 "페닐 왕국으로 가는 표 한장 주세요"

 

 "알겠습니다."

 

 페닐 왕국으로 다시 돌아가는 길은 생각보다 덤덤했다. 그 곳에서는 헬린이 아니라 헤일린이라는, 분명한 발음으로 불리겠지. 아카데미에서 지낸 지 6년이나 되었다고 이제는 헬린이 더 익숙했다. 다시 그 어색한 발음을 듣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건 생각보다 서글펐다.

 

 "페리헬 가 저택으로 가주세요."

 

 마부가 그녀의 흑안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페리헬 가의 흑안이 다시 돌아왔다. 마부가 말하지 않더라도 소문은 날 터였다. 헤일린은 상공으로 보이는 바르나 호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완전한 무표정이 된 헤일린의 눈에는 그저 헬륨 비행선만 비춰질 뿐이었다.

 

 "어서오십시오, 아가씨. 염색한 색이 아주 잘 어울리십니다."

 

 "집사장님도 오랜만이군요. 요즘 제국에서 유행하는 색이랍니다."

 

 채도가 미묘한 탓인지, 그녀의 하얀 피부가 더 도드라져보였다. 몇 년만에 보는 그녀는 이제 한명의 여성이었다. 흑안에 가까울수록 그 가치에 대한 모순은 더 했다. 특히 이 집에서는 더 그랬다. 그는 속으로 걱정을 숨긴 채 그녀를 안내했다.

 

 "백작님, 헤일린 아가씨가 돌아오셨습니다."

 

 "들어오라 하게."

 

 백작은 이른 시간부터 서류를 보고 있었다. 그녀의 아버지 파울은 식사하기 전 일을 미리 하는 습관이 있었다. 파울은 고개를 들어 헤일린을 바라보았다. 주황빛이 도는 금발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파울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눈을 마주했다. 검은 눈동자는 여전히 맑았다. 몸은 성장해 어엿한 숙녀가 되었으나, 얼굴만큼은 그대로인 것 같았다. 흑발이 아닌 건 그에게 의외의 일이었다.

 

 "머리카락색, 바뀌었구나. 키도 많이 컸고."

 

 "예. 13살 때 아카데미에 갔으니 많이 자랐죠. 요즘 제국에서 유행하는 색입니다."

 

 "넌 유행에 관심 없을 줄 알았는데."

 

 그녀는 대답 대신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대답을 들을 생각은 없는지 그녀를 나무라지 않았다.

 

 "라리마에게 혼담이 오고 간다. 거의 확정되었지. 상대는 제국 출신의 백작이고 너와 같은 아카데미를 나왔다고 한다. 결혼식이 거행될 때까지는 여기에 있어라."

 

 "라리마는 아직 어리지 않나요? 이제 14살이 된 아이를……."

 

 "페리헬 가의 마스코트이기도 하지. 13살 때 이미 사교활동을 시작했으니 이제 어리다고만 볼 수는 없다."

 

 라리마는 그녀의 두번째 동생이었다. 왕국에서 결혼 적령기는 16~18세로, 라리마의 나이로는 약혼만 할 뿐이었다. 사교활동을 시작하는 건 15살 정도로, 라리마는 꽤 일찍 사교활동을 시작한 편이었다. 그건 단순한 의미가 아니었다.

 

 "저도 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백작님. 저는 페리헬 가의 애물단지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보군요. 저라도 도움이 된다면 그 때까지는 머물기로 하겠습니다."

 

 헤일린은 부드러운 미소로 그에게 대답했다. 헤일린 역시 귀족의 영애인지라, 행동이나 말투만큼은 우아했다. 비록 그 내용이 얼음 같은 비수가 될지언정, 살짝 고개를 숙인 그녀의 표정은 아가씨였다. 제국에서 못된 것을 배워왔군. 숨겨진 비수에 그가 입을 꾹 다물었다.

 

 "잠시 후에 테닌 백작님이 오십니다. 간단하게라도 단장을 하실 시간입니다."

 

 집사장은 그녀를 바삐 인도했다. 그의 분주한 발걸음을 따라가던 그녀는 라리마를 생각했다. 백작을 닮은 금발과 녹안이 떠올랐다. 곱슬머리마저도 백작을 닮아 퍽 그 아이를 아꼈었지. 그런 백작이 라리마를 제 품에서 벗어나게 했다. 그녀는 라리마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으나, 특별히 싫어하지도 않았다. 라리마가 새 신부가 되는 것도 그녀와는 크게 상관이 없었다. 시간 떼우기야.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가씨, 어서 오세요. 더 아름다워지셨습니다."

 

 "그런 입 발린 말은 내게 하지 않아도 좋단다. 너 역시, 괜찮았니?"

 

 제국만큼은 아니어도, 왕국에도 동양인 혼혈은 있었다. 페리헬 가 저택에도 적지만 몇 명 있었고, 헤일린은 그들과 친하게 지냈었다. 이건 백작의 배려인걸까? 헤일린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없지. 하녀는 그녀의 몸을 정성껏 씻기고 단장했다. 최대한 간단하게 할 것을 요구했으나 돌아오는 것은 잔소리였다.

 

 "아가씨도 참. 아가씨는 아군이 많이 없으니까, 흠이 잡히시면 안 됩니다. 과하게는 하지 않을게요."

 

 "셀리."

 

 "걱정마셔요. 아가씨. 개 짖는 소리는 무시하셔야 해요, 알았죠?"

 

 하녀 셀리는 과격한 말을 할 때가 있었다. 헤일린은 그녀의 그런 점을 좋아했다. 저렇게 탄산수 같은 말을 하는 건 반가운 일이었다. 헤일린은 고개를 끄덕이고 셀리의 시중을 마저받았다. 셀리의 눈짓에 다른 하녀들이 들어와 그녀의 옷을 벗겼다. 얇은 원피스 대신 벨 라인의 드레스가 입혀졌다. 단순한 베이지 색으로 보였으나 은은한 골드펄이 들어가 그녀의 피부를 환하게 만들어주었다. 귀 주변의 머리카락을 땋아 아래로 단정히 묶자 목선이 드러났다. 하녀들은 내심 그녀의 매력에 감탄했다.

 

 "구두는 원하시는 대로 하세요, 아가씨."

 

 "5cm 굽이면 된단다, 셀리."

 

 기본 8cm 이상의 구두를 선호하는 영애들과 달리, 헤일린은 낮은 굽을 좋아했다. 셀리는 그녀의 취향이 변하지 않았음을 알고 작게 웃었다.

 

 "예, 아가씨."

 

 셀리가 무릎을 꿇었다. 헤일린은 조금 난감한 표정을 짓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셀리를 따라 웃었다. 구두에 이어 셀리는 그녀에게 화장을 해주며 말했다.

 

 "혼담이 오고 간지는 꽤 되었고 오늘은 약혼식이래요, 아가씨."

 

 "그 분은 어떤 분이시니?"

 

 "전통적인 제국인이라고 들었어요. 외모도 출중하셔서 인기가 많으셨죠. 페리샤 아가씨가 얼마나 난리시던지, 또 상사병 걸리시는 거 아닌가 걱정했다니까요."

 

 "페리샤 그 병은 여전하구나."

 

 "유능하고 좋은 분이라고 들었어요. 아가씨에게도 친절하시리라 생각해요."

 

 친절? 제국인이 2세기 전부터 생긴 혼혈에게 냉소적이지 않은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제국인 모두가 그녀에게 친절한 건 아니었다. 셀리가 그녀의 입술을 칠하며 말했다.

 

 "그 백작님이 아가씨에게 친절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럼 아무도 아가씨를 함부로 대하지 않을 테니까."

 

 아, 셀리. 그 마음이 고와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 입술을 꾹 다문 그녀가 셀리의 손을 잡았다.

 

 "고맙다."

 

 헤일린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꾸며져있었다. 이 정도면 다른 이복형제들이 흠잡지 않을 것 같았다. 셀리의 바람이 현실이 되기를 바라며, 헤일린은 준비된 곳으로 향했다.

 

 "헤일린 아가씨 드십니다."

 

 헤일린은 싸늘함과 적대감을 느끼며 천천히 걸었다. 헤일린은 미운 오리 새끼였다. 단지, 외모가 많이 다르다는 이유로. 그녀는 이미 그 이유에 대해서는 체념한 상태였다. 다시 태어나지 않는 이상 바꿀 수 없는 조건이었으니까. 그녀는 당당히 고개를 들고 백작 부부에게 인사했다.

 

 "왔느냐."

 

 "어머, 헤일린. 정말 많이 자랐구나."

 

 백작 부인은 헤일린을 이리저리 뜯어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 했다. 그 옆에 있던 라리마도 그랬다. 샹들리에 밑으로, 스러질 듯한 가련하고 아름다운 여인이 존재감을 발하고 있었다. 맑은 흑안이 덤덤하게 백작 부부와 라리마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얀 피부와 몸의 굴곡, 붉은 입술. 그녀의 모든 것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사내들은 은근한 시선을 주고 받기에 여념이 없었다.

 

 "헤일린 언니, 공부는 잘 마치셨나요?"

 

 "그래, 재밌었단다."

 

 "제 약혼식에 와주셔서 감사해요, 언니."

 

 "널 볼 수 있어서 다행이지 뭐니. 너도 많이 자랐구나. 결혼식을 올릴 때쯤이면 더 예뻐지겠어."

 

 라리마는 어렸을 때와 별반 달라진 게 없었다. 백작을 닮은 환한 금발에 녹색 눈동자. 여전히 새장 속의 밝은 새였다. 그 순진하고 초롱초롱한 눈동자에 활기가 가득했다. 저를 '언니'라 부르는 저 입술을 다물게 하고 싶었다. 아니, 바꿔 생각하면 고마워 해야 할지도 몰랐다.

 

 "백작님, 테닌 백작님께서 당도하셨습니다."

 

 뒤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헤일린은 뒤돌아 그를 바라보았다. 테닌 백작은 셀리의 말대로 제국인의 정석이었다. 저런 남색 눈동자는 베니아 제국의 귀족들이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어서오게, 테닌 백작. 아니지, 이제 아드리안이라고 불러야지."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니, 아니. 괜찮다. 이제 너희 자리로 올라가거라."

 

 백작은 눈에 띄게 달라진 태도로 그를 대했다. 헤일린은 속으로 그를 비웃었다. 어린 딸을 약혼시키는 건 이득을 얻기 위함이다. 이 나라에서 사교활동을 일찍 하게 한다는 건 그런 의미였다. 저 사람의 가치가 그만큼 있다는 걸까?

 

 라리마와 테닌 백작이 낮은 단상으로 올라가 자리에 앉았다. 백작도 올라가 마이크를 잡았다. 사람들은 모두 백작을 주목했다.

 

 "신사숙녀 여러분, 모두 이 자리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사랑스러운 제 딸 라리마 페리헬과 왕국의 유능한 인재 아드리안 테닌이 결혼을 약속하려 합니다. 이들이 좋은 부부로 살 수 있도록 응원해주십시오."

 

 백작의 연설이 시작되자, 헤일린은 그를 관찰했다. 셀리 말대로, 인기가 많을만한 외모였다. 라리마와 아드리안은 확실히 선남선녀였다. 라리마가 조금 어리긴 했지만, 그림이 되니 딱히 문제는 없어보였다.

 

 "이들의 앞길이 꽃길이 되어……"

 

 "아깝다, 정말. 듣기로는 제국의 황제도 탐내던 인재라던데. 저런 사람이 꼬맹이랑 결혼을 하게 된다니."

 

 "그 꼬맹이가 밤을 즐겁게나 해줄까 모르겠다."

 

 초대된 영애들이 뒤에서 작게 소곤거렸다. 비웃음과 시기질투가 섞인 말에 미미하게 인상을 구겼다. 아깝기는 했다. 한눈에 봐도 라리마의 진가를 아는 이들이라면 그렇게 생각할만 했다. 라리마같이 철없고 눈치없는 아이에게는 과분했다. 하지만 저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이제 반지를 교환하겠습니다."

 

 라리마가 뒤에서 이리 욕을 먹는 것도, 아드리안이 저런 라리마와 약혼하는 것도 다 저와는 관련이 없었다. 그저 결혼식까지 있다가, 다시 도서관으로 갈 생각이었다. 그게 헤일린이 원하는 것이었다. 그가 라리마에게 반지를 끼워주었다. 라리마도 그에게 반지를 끼워주려고 했다.

 

 "어?"

 

 그 순간, 헤일린은 그와 눈을 마주쳤다. 그는 미소짓고 있었다. 다정하고 애틋한 눈빛이었다. 그 눈빛은 라리마의 시선이 그에게 닿자 대상을 바꾼 듯했다. 그는 라리마에게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주고 있었다. 이미 신부를 바라보는 듯한, 애정이 가득한 웃음이었다.

 

 

 "마음껏 즐기고, 드십시오! 이들의 앞날에 축복을!"

 

 백작의 마무리와 함께 음악이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천천히 음식과 춤을 즐기기 시작했다. 라리마와 아드리안은 중앙으로 나와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녀는 시선이 많은 곳은 딱 질색이었다.

 

 "아니, 그럴 리가."

 

 그녀는 순간 착각했다고 생각했다. 라리마의 근처에 있었고 그저 착각한 거라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가 저를 그리 바라볼 이유가 없었으니까. 페리샤의 눈빛이 이글거리는 걸 보자, 그녀는 라리마와 아드리안에게서 시선을 뗐다. 저 연인에게 깊이 관계될 필요는 없었으니까. 테라스로 향하는 그녀를 바라보는 사람이 있었다. 필시 사내들의 눈빛이리라. 피곤해진 그녀는 걸음을 서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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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니부기왕 17-07-10 18:54
 
* 비밀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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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헤윰 17-07-11 19:59
 
첫 댓글 감사합니다, 어니부기왕님:) 소갯글 수정했습니다. 조언 고맙고, 내일도 좋은 하루 되세요^^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키아라 17-07-15 23:09
 
오~! 여기 시작하셨군요! 응원합니다~>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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