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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잃어버린 영웅 이야기
작가 : 비호랑
작품등록일 : 2017.6.16

지구를 구했지만 사라져야 했던 영웅의 이야기...

 
1화
작성일 : 17-06-16 23:13     조회 : 473     추천 : 1     분량 : 8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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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50년 3월 30일

 

 어이없는 부모님의 장례식을 마쳤다.

 집으로 돌아왔지만 워낙에 외국에 나가길 숨 쉬듯이 하는 부모라 집은 언제나처럼 조용했다.

 도박사였던 부모님은 그 분야에서 천재라고 불러도 좋을 인재들이였다.

 세계를 돌아다니며 도박장이란 도박장은 전부 쓸고 다니셨다.

 집에 오는 일은 일 년에 몇 번 있을까 말까한 일이다.

 그런 부모님은 블랙리스트에 올랐고 그것을 알아챈 부모님은 여러 보험을 들고서 외국에 나갔다. 그리고 지금 현재 이 꼴이다.

 정말로 한심하고 어이없는 부모다.

 나는 그 동안의 떠올리고 싶지도 않은 추억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그다지 좋은 추억은 없다.

 낙천적인 부모라 항상 웃으며 다녔지만 내가 혼자서 집을 볼 수 있게 될 나이부터는 부모와 같이 있는 시간은 정말로 손에 꼽을 정도였다.

 

 내일부터 다시 학교를 가야한다.

 애초에 학교 같지도 않은 학교다.

 입학식을 한 지 며칠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싫은 것은 마찬가지다.

 중학교 때 나를 괴롭히는 녀석들 몇 명과 또다시 같은 반이라 내 학교생활은 고등학교에 와서도 여전했다.

 “하... 싫다...”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아 잠에 빠졌다.

 

 다음 날 아침은 여전히 기분이 나빴다.

 “아... 학교...”

 정말로 가기가 싫다.

 나는 저항하는 정신을 몸으로 이끌며 1층 욕실로 향했다.

 세수를 하고서 거울을 본다.

 멍청해 보이는 얼굴이다.

 “짜증나...”

 양치질을 끝낸 나는 다시 방으로 올라가 교복으로 갈아입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학교를 가야 한다는 것에 싫증을 느낀다.

 .

 .

 .

 나는 교환학생이다.

 오버컴 데스페어(Overcome Despair)

 태평양의 쓰레기섬을 제거하기 위해 만든 해양기지를 52개의 국가와 수천여개의 단체가 힘을 합쳐 개조 및 증축하여 만들기 시작한 인공섬이다.

 아직은 미완성이지만 각국에서 사람들을 받아 시범적으로 생활하고 있으며 그 중에 한명이 나다.

 총 52개의 지구로 나뉘어져 있으며 그 중에 32지구에 한국인이 가장 많다.

 52개국에서 선출된 정치가들이 각 지구를 맡고 있기 때문에 한국인 정치가가 맡고 있는 32지구에 한국인이 많은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바다의 바닥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니 침몰할 걱정은 없다.

 아마도 구조가 거대한 원통형으로 알고 있다.

 지상의 밑으로는 자연수족관이나 연구소를 만든다는 소리가 있지만 알 바는 아니다.

 .

 .

 .

 교실에 도착해 맨 뒷자리의 가운데에 있는 내 자리에 앉는다.

 아무도 나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

 당연하다.

 나는 양아치들에게 찍혀 있으니 말이다.

 하루하루가 매일 괴롭혀지는 나날이며 다른 아이들은 휘말리지 않게 나에게서 언제나 떨어져 있다.

 교실을 둘러보지만 아무도 나에게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이것이 일상이었다.

 모처럼 이런 신도시에 왔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앞에서는 두 여학생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중에 올바르게 의자에 앉아 있는 장발의 여학생은 상당히 미인이었다.

 슬쩍 들어보니 내가 재밌게 보는 드라마이야기를 장발의 여학생이 일방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저 여자애는 상당히 다가가기 힘든 얼굴을 하고서는 내 입을 근질근질하게 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나도 저 대화에 껴서 그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고 생각될 정도로 열렬한 드라마 얘기다.

 듣는 입장의 단발의 여자애는 상당히 힘든 모양이었다.

 여자애의 이야기는 어제 방영한 드라마의 이야기까지 오고 내 인내심은 한계에 달했다.

 “확실히 그 드라마 어제 구르는 게 재밌었지.”

 망했다.

 나는 결국 끼어들고 말았다.

 단발의 여자애는 살짝 눈을 찌푸린 채로 장발의 여자애는 눈을 크게 뜬 채로 나를 바라보았다.

 잠시간 침묵이 돌았다.

 조금이라도 어색함을 없애기 위해서 나는 미안하다고 한마디를 한 뒤에 다시 남남으로 돌아선다는 계획을 세웠다.

 내가 조금이라도 미안하다는 몸짓을 하기 위해 오른손을 들려했지만 그전에 장발의 여자애가 일어서서 다가오며 말했다.

 “그렇지? 구르는 거 엄청 웃겼지!”

 밝게 웃는 그녀는 나에게 적잖은 당황을 줬다.

 “어, 어... 응.”

 “그리고 말이야. 그 드라마 시작 부분에...”

 장발의 여자애는 꽤나 제멋대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상당히 드라마를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거기다가 상당히 미인이라 이렇게까지 가까이 오면 부담이 크다.

 이 여자애의 수다는 선생님이 들어와 자리에 앉기까지 계속되었다.

 .

 .

 .

 하교시간이 되었다.

 선생님과 종례인사를 마치자마자 그 여자애가 다시 다가왔다.

 설마 또 무작정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아닐까하고 살짝 겁이 났다.

 “아까 전에는 미안해. 아직 자기소개도 못했지? 내 이름은 이혜정이야. 입학한지 한 달이 다되어 가는데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없었네?”

 “어... 응...”

 “저기, 있잖아. 네 이름은 뭐야?”

 “내 이름은... 정이훈이야.”

 “그렇구나! 드라마 많이 봐?”

 “어, 할 게 없어서...”

 “나도 그래! 어떤 거 봐?”

 이런 식으로 이야기는 계속 진행되었다.

 집에 도착한 것은 한 시간정도가 지나서였다.

 엄청나게 말이 많은 여자애였다.

 얼굴은 예쁘지만 나에게 있어서 너무 과하게 말을 걸어오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같은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은 조금 마음에 들었다.

 .

 .

 .

 다음 날은 토요일이라 집에서 쉬었다.

 주방에 있는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컵에 따른 뒤 거실을 가로 질러 베란다에서 햇빛이라도 만끽하려고 했다.

 소파 앞을 지나가던 그때 옆에 있던 텔레비전이 켜지면서 지지직하고 소리를 내는 회색화면을 비추었다.

 나는 소름이 돋아 움직임을 멈추었다.

 리모컨이라도 밟았나 생각했지만 발에는 맨바닥의 느낌만이 느껴진다.

 그런 사실은 나에게 새로운 공포감을 심어주었다.

 보통 이럴 때에는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고개를 텔레비전 쪽으로 옮겼다.

 곧 화면은 바뀌었다.

 화면에 비치는 것은 한 물체였다.

 사람같이 생겼으나 조금은 달랐고 얼굴에는 입이 없었고 온몸은 하얗고 흰색 갑주 같은 것을 몸에 걸치고 있었으며 최종적으로 등에 날개가 달린 것 같았다.

 천사와 비슷하지만 얼굴만 보면 외계인이 먼저 생각난다.

 「안녕하십니까.」

 상대는 화면 너머로 인사를 건넸다.

 나는 잠시 몸을 돌려서 집안을 둘러보았다.

 특히 천장 구석진 부분을 위주로.

 CCTV가 있지나 않나 해서였다.

 「의심이 많은 것은 이해를 합니다.」

 그것을 듣고 일단 바보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조금 진지하게 상대하기로 했다.

 “뭐야? 해킹이야?”

 「따지면 그렇습니다.」

 “대체 왜?”

 「당신에게 부탁을 하고 싶습니다.」

 “무슨 부탁인데?”

 「이 행성을 지키는데 협력해 주셨으면 합니다.」

 나는 간단히 물건을 좀 가져다 달라는 수준의 부탁을 할 줄 알았다.

 그도 그럴 것이 해커가 뭔가 쓸데없는 것을

 “뭐? 행성을 지켜달라고? 무슨 말이 안 되는 소리야?”

 「말이 안 되는 소리는 없죠. 말 그대로입니다.」

 이러면 내가 할 말이 없다.

 여기서 현실도피를 하면 이야기가 안 될 것 같았다.

 “왜 난데?”

 「이제까지 인재를 분석했지만 지난 10년 동안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인재는 당신 하나뿐 이어서입니다.」

 “다, 다른 인재는 어떻게 된 건데?”

 「이 근처의 탈락한 인재를 예를 들어보자면 현재 17살 남성. 정신적인 병이 사회와의 단절을 유도하는 문제로 탈락했습니다. 다른 한명은 현재 22살 여성. 이 세상에 미련 없으며 감정을 가지지 않아 탈락했습니다.」

 한명은 나랑 같은 나이의 남학생으로 생각되고 그리고 다른 한명은 대학생으로 생각된다.

 “대체 어떤 기준으로 선별되는 건데?”

 「사회적으로 단절되어 있으면서도 사회로 되돌아가길 원하는 인재입니다.」

 내가 사회로 돌아가길 원한다고?

 “그건 또 이상한 것 같네. 난 그런 생각이 없거든.”

 「어제까지라면 말이죠. 어제까지만 해도 아무도 없던 인재가 오늘 생겼죠. 바로 당신.」

 짐작이 가는 것이라면 있다.

 아마도 그 여자애 이혜정과 잠깐 얘기를 나눈 것으로 조금 마음에 빈틈이 생겨서 그런 것 같다.

 「이 행성을 구해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제안을 받아만 들인다면 실패해도 조금 더 일상을 구가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렇게까지 바라진 않아. 받아들일 테니 네가 무엇이고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설명해봐.”

 「알겠습니다. 저는 신을 보좌하는 당신들의 말로는 천사입니다.」

 “천사치고는 생김새가 영 아닌데.”

 「남의 외모를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세계는 넓거든요.」

 “계속 얘기해 봐.”

 그냥 태클을 걸고 싶었을 뿐이다.

 「때는 10년 전 다른 차원으로부터 적들이 쳐들어왔습니다. 보통 같으면 저희들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습니다만 상대가 달랐습니다. 적들은 저희와 같이 일반적인 존재가 아닌 조금 더 고차원적인 존재였으니까요. 다른 차원의 규칙이 어떤지는 모르지만 저희 신이 정한 규칙은 고차원의 존재가 피조물의 세상에 영향이 갈 정도로 크게 관여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너희들이 나섰다는 건가?”

 「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저희들로서는 예상 밖이었습니다. 일반적인 피조물들이 다른 차원으로부터 접촉하는 일 자체는 흔한 일이지만 신을 올려다 볼 수 있을 정도로 고차원적인 존재가 침략행위를 한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거든요.」

 “그들이 왜 이런 일을 저질렀는지는 알고?”

 「아뇨. 아직도 알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그들에게 대항하는 것만으로도 벅찼거든요. 정보를 수집할 정도로 여유가 있지는 않습니다.」

 “그 정도로 강한 거야?”

 과연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러기 위해서 당신에게 힘을 드릴 테니까요.」

 “차라리 그 힘으로 너희들이 전쟁을 하는 게 낫지 않아?”

 「상대에 비해 우리들의 전력은 빈약합니다. 이미 10년 전부터 우려하던 것이죠. 그래서 당신 같은 자들을 끌어들여서라도 전쟁을 이기려는 겁니다.」

 전쟁은 복잡해서 잘 모르겠다.

 “그래서 어떤 힘인 건데?”

 「정확히 말하자면 당신이 직접 전투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전투원들을 보낼 테니까요. 당신은 책임자가 되어 그 전투원들을 지휘하고 보호해주시면 됩니다.」

 “전투원? 그리고 내가 왜 책임자야.”

 갑자기 큰일을 맡는 것 같아 불안해졌다.

 「네, 저희들은 일단 개조자라고 부릅니다. 10년 전부터 세운 계획으로 후보자들을 뽑아 힘을 주었습니다. 최종적으로는 당신이었지만 말이죠. 어쨌든 사회적으로 영향을 별로 끼치지 못하는 자들을 뽑아 저희들의 연구로 개조하여 힘을 주었습니다. 그 때문에 폭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당신이 폭주하는 것을 막아 주시면 됩니다.」

 “아니, 대체 어떻게!”

 이야기가 조금 어렵게 돌아가는 것 같았다.

 「당신에게 그들의 능력을 제어할 수 있는 힘을 드릴 겁니다. 그 순간부터 당신은 책임자이며 그 후에는 당신의 능력입니다.」

 나는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내가 직접적으로 싸우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조금 안심을 한 것은 사실이다.

 “알았어. 해볼게.”

 「협력에 감사드립니다. 그럼 개조자를 보낼 테니 지정하신 위치로 가주셨으면 합니다.」

 “어딘데?”

 「최대한 가까운 곳으로 보내겠지만 위치는 당신이 계신 곳에서 남동쪽으로 5킬로미터 떨어진 곳입니다.」

 나는 잠시 방향을 생각한 뒤에 거리를 생각해 보았다.

 “도심 한가운데잖아!”

 설마 눈에 띄나?

 「네, 그것도 아주 요란하게 떨어질 테니 눈에 띄겠죠.」

 “어째서 그렇게 하는 건데!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될지 생각안하는 거냐!”

 「최대한 빠르게 보내는 것만 생각해서 직선적인 방향으로만 보냈기에 위치를 수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충격은 최대한 완화시키기 때문에 다른 누군가가 다치는 건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단지 도착하고 난 후에는 개조자들이 이성을 잃고 폭주할 것이기 때문에 여기서부터는 당신의 차례입니다.」

 “일을 너무 대충하는 것 같은데.”

 「저희도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해해주세요.」

 왠지 이해하고 싶지 않지만 넘어가기로 했다.

 “그래서? 도착하는 건 언제인데?”

 「일단 한명을 보냈습니다. 한 시간 뒤에 도착할 겁니다.」

 “뭐, 임마?”

 우리가 얘기를 시작한지 아직 5분도 안되지 않았냐?

 난 시계를 보았다.

 점심이 지난 1시 5분이다.

 오늘은 토요일.

 슬슬 사람들이 모일 때인가?

 “애초에 오늘 처음 얘기하고서 일을 받아들이기로 한 건 방금 전인데 너무 빠른 거 아냐?”

 「그만큼 저희들은 급박하거든요.」

 그 말이 진심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그래도 현재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믿는다.

 실제로 이상한 녀석이 도심 한가운데에 떨어지려 하고 있고 말이다.

 대체 누가 침략자인거냐?

 아니 파괴자라고 해야 하는 건가?

 “어쨌든 빨리 가야하잖아.”

 나는 서둘러 옷을 챙겨 입으려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말입니다...」

 .

 .

 .

 힘들게 도착한 곳은 도심가였다.

 여기에 떨어진다고?

 물론 야밤에 비하면 한산하다고 할 정도로 사람이나 차가 다니지 않지만 그렇다고 어디에 떨어져도 다칠 사람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거의... 다 됐나?”

 정확한 시간은 알려주지 않았다.

 그 때문에 조금 화가 나긴 하지만 나는 심호흡을 하며 긴장을 해둘 생각을 가졌다.

 가슴을 부여잡고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바로 옆 도로 한가운데로 무엇인가 떨어지며 도로가 부서지는 큰 소리가 났다.

 “켈록! 컥!”

 침이 잘못 들어갔다.

 나는 고통스러운 목을 잡고 눈물을 삼키며 고개를 돌렸다.

 흙먼지가 날려 잘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상황을 파악했는지 반대쪽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흙먼지가 많이 보여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이곳의 상황이 보이지 않을 것 같다.

 나는 목을 진정시킨 뒤에 무엇인가가 떨어진 곳으로 다가갔다.

 꽤 깊은 구덩이가 생긴 것 같은데 그래도 밑에 가스관이나 수도관은 없었던 모양인지 그저 흙먼지만이 날린다.

 나는 자욱한 흙먼지 너머로 무엇인가 움직인 것을 보았다.

 그것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천천히 움직였다.

 점점 거리가 좁혀지며 동시에 먼지도 조금 가라앉아 상대의 모습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그것은 어린 여자아이였다.

 단발의 검은 머리카락과 살짝 푸른색을 띄는 흰색의 수술복 같은 것을 입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그녀가 아무 표정 없이 이쪽을 지켜보는 것은 나에게 조금이지만 공포감을 주었다.

 마치 무언가 일어날 것 같이 말이다.

 그녀가 오른손을 나에게 뻗었다.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는 몰랐다.

 한 가지 알 수 있었던 것은 적어도 손을 잡아달라는 뜻은 아니다 라는 것이다.

 나는 살짝 몸을 틀었다.

 그것은 감이었다.

 나는 보고 말았다.

 그것을 직접 본 것은 아니다.

 아마도 잔상...

 빛이 지나간 잔상이었다.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그녀가 나에게 무언가를 쏘았다는 것이다.

 그것도 엄청나게 빠르게 말이다.

 나는 슬쩍 눈길을 돌려 빛의 잔상이 지나간 곳을 보았다.

 볼 수 있는 것은 건물에 지름 6cm 정도 되어 보이는 둥그런 구멍이었다.

 '아마 맞았으면...' 이런 생각도 못하고 있었을 것이다.

 고개를 돌려 상대를 보았다.

 본 것은 내 얼굴을 향하고 있는 손바닥이다.

 “젠...!”

 욕을 할 바에야 피하는 게 먼저라는 생각 때문에 하던 말을 끊고 상체를 움직였다.

 그리고서야 나는 볼 수 있었다.

 그 아이의 손에서 빛이 모여 그 다음 선이 되어 뻗어 나가는 것을 말이다.

 “무슨 광선포 같은 거냐?”

 나는 물어 보듯이 혼잣말을 했다.

 당연히 상대는 말해줄 리가 없었고 공허한 눈을 나에게 향할 뿐이었다.

 빠르게 해야 한다.

 나는 그녀가 손바닥을 천천히 이쪽으로 향하는 사이에 빠르게 행동했다.

 오른팔을 들고서 손을 나란히 편 뒤에 상대를 가렸다.

 진짜로 될지는 잘 모른다.

 그래도 이것밖에 알지 못하니까 하는 것이다.

 자칭 천사인 외계인 녀석의 이야기로는 책임자인 내가 개조자들의 힘을 제어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개조자를 먼저 종속시켜야 해야 한다.

 종속시키는 방법은 책임자가 정한다. 그리고 책임자인 내가 정한 방법은 바로 손으로 상대를 가리는 것이다.

 나는 내 손을 얼굴 앞으로 지나가며 슬쩍 그녀를 시야에서 잠깐 지웠다.

 내가 해야 하는 것은 이게 전부.

 이것만으로 상황종료다.

 “어?”

 여자애는 자신의 의도대로 광선이 나오지 않자 당황했다.

 “조금 진정하는 게 어때?”

 아이는 고개를 이리저리 휘저으며 내 눈길을 피하면서 허둥댔다.

 나는 그 아이의 눈높이를 맞추며 무릎을 꿇었다.

 “일단 진정해. 괜찮으니까.”

 이번에는 살짝 곁눈질로 눈을 마주쳤다가 고개를 살짝 숙였다.

 역시 아까 보여준 힘에 비해 본질은 어린 아이인 것 같았다.

 “난 책임자야. 일단 따라올래? 여기 있으면 꽤나 성가신 일에 휘말릴 것 같거든.”

 나는 난장판이 되어 있는 길거리를 보았다.

 “책임자가 뭐에요?”

 여자애가 물었다.

 “음?”

 순간 나는 상대가 잊어버린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에, 그러니까. 네가 폭주하는 것을 막고 녀석들과 싸우는 것을 보조하는 사람이야.”

 “그래요?”

 뭔가 이상하다.

 이야기가 계속 멈칫멈칫하고 있다.

 “저기... 혹시 너에게 힘을 준 녀석한테서 아무것도 못 들었어?”

 “그냥 제가 사는 곳을 위해 싸워달라고 부탁만 받았는데요?”

 나는 순간적으로 경직되었다.

 .

 .

 .

 “야! 이 바보야! 대체 일을 어떻게 하는 거야!”

 나는 텔레비전의 화면을 보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현재 능력자인 여자애를 데리고 집에 왔다.

 안 그래도 할 말이 있는 참이었는데 텔레비전의 화면이 멋대로 켜지더니 마침 녀석이 나와서는 축하를 하는 것이었다.

 왠지 모르게 짜증이 난 나머지 나는 미친놈처럼 텔레비전을 붙잡고 화면을 보며 소리치는 중이었던 것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전쟁 중으로 바쁜 와중에 그런 세세한 것까지 신경을 쓸 겨를이 없다보니 설명은 당신에게 맡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보에 의하면 녀석들은 빠른 시일 내에 지구를 침공할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게 말하면 이쪽이 불평할 말이 끊긴다.

 속은 부글부글 끓질 않나 화를 내기도 뭐하다.

 「빠른 시일내로 개조자들을 더 보낼 것입니다. 그때까지 버텨 지원병력과 합류에 침공을 막는 것이 당신의 역할입니다.」

 "그 말은 앞으로도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을지 모를 놈들이 지원병력으로 와서 폭주할때마다 내가 잠재워야 한다는 거야?"

 「그렇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당부하지만 개조자들의 능력을 개방할수록...」

 "됐어, 거기서부턴 말 안해도 알아."

 나는 데리고 온 어린 여자아이 개조자가 못듣게 말을 끊었다.

 여자아이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나는 웃음로 답할 뿐이었다.

 「그렇다면 이야기는 여기까지 끝내겠습니다. 필요한 일이 있으면 마음속으로 불러주시거나 아니면 이쪽에서 연락을 하겠습니다.」

 "그래, 그럴 일은 없을거고 없었으면 한다."

 텔레비전은 화면이 꺼졌다.

 나는 한숨을 작게 쉰 뒤에 몸을 돌려 여자아이에게 향했다.

 "에, 그러면 이름을 물을 수 있을까?"

 "유나에요."

 "그러면 일단 밥 먼저 먹을까?"

 그렇게나 날뛰었으니 배가 고파서 한 말이었지만,

 유나는 고개를 무척이나 빠르게 끄덕였다.

 아무래도 똑같은 생각을 하는 중이던 모양이었다.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주방으로 향했다.

 너무 갑작스러웠지만 대단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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