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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보통이 아닌 연애
작가 : 꿀크리스마스
작품등록일 : 2017.6.16

준에게 새로운 애인이 생겼다.
그것도 6살이나 어린, 갓 대학을 졸업한, 아주 예쁜, 우리 회사 신입사원과.

개자식, 3년 간 사랑이 이거야?

소임은 이를 바득 갈았다.
이별을 고했던 건 소임이었지만,
헤어진 지 이제 한 달 남짓 지난 시기에 새로운 애인을 사귀는 건
임준답지 않았으니까.

“오해하고 있잖아. 어떻게 나를 그렇게 몰라.”
왠지 모를 슬픈 눈으로 자꾸만 소임의 주위를 맴도는 준과

“저한테 고백한 거 아니예요? 나는 우리가 오늘부터 1일인 줄 알았는데요.”
어느 날 갑자기 난데없이 들이대는 카페 알바생 진기까지.

소임과 준, 그리고 진기가 그려내는
보통인 듯 보통이 아닌 연애 이야기.

 
1 보통 연애 (1)
작성일 : 17-06-16 20:22     조회 : 563     추천 : 0     분량 : 7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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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보통 연애 (1)

 

 

 

 

 

  소임은 분명 준의 행복을 바랐다. 그러니까 예를 들면,

  지금처럼 승승장구해서 누구보다 빠르게 승진을 한다던가, 일년 전 투자했던 주식이 계속해서 바닥을 향해 고꾸라지지 않고 훌쩍 뛰어오른다던가, 늦은 밤 마시지도 못하는 술에 취해 혼자서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보면서 울지 않는다던가, 하는 사소한 것들이었다.

  “근데 네가 찾은 행복이 새로운 사랑이냐.”

  마음 속에서 맴돌아야 할 말을 입 밖에 꺼낸 소임은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주위를 살폈다. 다행히 소임의 혼잣말을 주위 깊게 들은 사람은 없는 듯 했다. 뭐, 워낙 존재감이 없는 소임이었으니.

  소임이 준의 불행을 바랐던 건 아니었다. 다만, 내가 지금 힘든 것처럼 너 역시 조금은 힘들어 하고 있지 않을까 라는 막연한 걱정을 했었다. 왜냐면, 3년의 연애를 했던 소임과 준이 헤어진 지는 고작 한 달 남짓 되었으니까.

  ‘너의 불행을 바랐던 건 아니지만, 내가 기도했던 너의 행복이 새로운 사랑이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다행이도 이번에는 맘 속의 이야기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사람들에게 둘러 싸여 민망한 듯 손 사례를 치지만, 즐겁게 웃고 있는 준의 얼굴을 보며 소임은 배신감에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3년 간의 우리의 사랑은 다 장난이었니? 같은 막장 드라마의 대사들이 머리 속에 한 가득이었다.

  팔짱을 낀 채로 한 손을 올려 손톱을 잘근잘근 깨물으며 준을 있는 힘껏 노려보던 소임은 ‘띠링’ 메신저가 도착했다는 알람 음에 모니터 속 화면으로 시선을 거뒀다.

  [네가 그렇게 본다고 임준 얼굴이 뚫어지겠니.]

  도희에게서 온 직장 내 메신저였다. 카카오톡이라든지, 문자 혹은 전화도 있었지만 도희와 소임은 직장 내 개인 메신저를 주로 이용했다. 근무 시간에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면 딴짓 한다고 눈치를 실컷 주는 김부장 때문이었다. 직장 내 메신저를 이용하면 대화 내용을 보지 않는 이상 대외적으로는 일을 하는 모양새를 갖출 수 있기 때문에 회사원들이 즐겨 사용하는 것이었다.

  [아…… 아니야. 뭐가 들어가서 눈에 힘주고 있었을 뿐이야.]

  [거짓말 하지마…… 심란할 텐데, 커피나 한 잔 할까?]

  [커피는 언제나 콜이지.]

  소임은 그마나 기분이 좀 풀리는 느낌이었다. 아니다. 기분이 풀릴 리가 없지. 그나마 조금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랄까. 소임은 어디라도 좋으니 나 빼고 모두가 행복한 이 공간과, 이 시간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급하게 지갑을 챙겨 사무실을 빠져나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순간, 김부장과 눈을 마주쳤다.

  “차대리?”

  소임은 제발이지 이번만큼은 김부장이 부르는 게 자신이 아니길 바랐다. 물론 이 사무실에 차씨는 소임 혼자일뿐더러, 차씨에 대리까지 달고 있는 것 또한 소임뿐이었지만.

  “차대리.”

  싫어. 제발. 아니야, 아니야, 나를 부르지마.

  “차소임 대리!”

  “앗, 예. 예, 부장님. 저, 저요?”

  김부장의 가라앉은 굵은 음성에 일을 하던 직원들과 준의 곁을 둘러싸고 떠들고 있던 직원들까지 소임에게 시선을 쏟았다. 준도 역시 소임을 쳐다보고 있었다. 소임은 애써 준의 시선을 회피했다.

  “그럼 여기 차소임씨 말고 다른 차대리가 또 있나요?”

  “아…… 죄송합니다.”

  “어제 말했던 보고서 올리세요.”

  “네, 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김부장의 얼굴은 단호했다. 지금, 당장. 네가 들고 있는 지갑을 다시 가방에 쳐 넣은 다음에 보고서나 가져오라는 표정이었다. 그러니까, 딴 데로 샐 생각 말고 일이나 하라는 표정이랄까.

  “그리고 거기. 이제 그만 떠들고 일들 좀 하죠? 출근해서 워밍업 할 시간 충분히 지난 것 같은데.”

  “네, 부장님!”

  임준 무리들은 쾌활하고 우렁차게 대답을 하고 나서야 자리로 슬금슬금 돌아갔다. 그 와중에도 준은 웃고 있었다. 아주 밝고, 행복하고, 즐거운 듯 보이는 웃음이었다.

  [점심시간에 가자, 소임아. 임대리 웃는 얼굴은 그만 좀 보고……]

  도희에게서 답장이 왔다. 도희의 답장을 기다리면서도 준을 노려보는 일에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던 소임은 메신저를 보고 나서야 준에게서 시선을 완전히 돌릴 수 있었다. 소임뿐만이 아니라 도희가 보기에도 준이 웃는 얼굴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이 공간의 모든 사람들이 ‘임준이 아주 즐거운가 보군’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거였다.

  ‘그렇게 행복하냐, 나쁜 임준 새끼야.’

  소임은 한 숨을 아주 땅이 꺼져라 뱉었다.

 

 

 

 *

 

 

 

  사건의 발단은 이러했다. 바로 어제, 그러니까 그 개 같은 일이 일어났던 건 바로 어제 회식자리에서였다.

  일차는 삼겹살을 파는 평범한 고깃집이었다. 자고로 회식이라고 하면 소고기 정도는 먹어줘야 하는 것 아닌가. 투덜거리는 직원들의 아우성은 뒤로하고 김부장은 회사 근처 돼지고기를 파는 집으로 직원들을 데려갔다. 니들이 일하는 것만 생각하면 돼지고기도 아깝다는 표정이었다. 개인카드도 아니고 회사 법카로 긁는 건데 오지랖이 너무한다 싶었다. 지 돈도 아닌 주제에, 그게 지 돈 인줄 아나.

  “그동안 수고들 했어요. 뭐, 얼마나들 수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잔을 들고 건배 제의를 하려던 김부장은 그렇게도 재수 없게 말했다.

  “아무튼, 다음 주 부터는 새로운 프로젝트에 들어갈 겁니다. 중요한 프로젝트라고 하니, 업무량도 무시할 수는 없겠죠. 그 전에 다들 사기 충전 하라고 회사에서 마련해 준 자리니, 알아서들 마시고, 내일 별 탈 없이 출근 잘 하세요.”

  “아이, 부장님. 이제 그만 건배하시죠!”

  먹기도 전에 체하겠다는 표정으로 박대리는 김부장의 말을 잘랐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최팀장이 치고 들어왔다.

  “어이, 박대리. 어디 부장님 말씀을 끊고 그래?”

  “재수 없는 새끼. 무시하세요, 박대리님.”

  박대리 옆에 앉아 있는 신주임이 최팀장이 듣지 못하는 작은 목소리로 박대리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렇게 박대리에게 쓴소리를 한 최팀장은 저 잘했죠, 부장님. 저는 부장님 말씀 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딸랑딸랑. 하는 표정으로 김부장을 우러러보고 있었다. 흠흠, 김부장은 목을 가다듬었다.

  “아무튼, 잘 해봅시다. 건배!”

  “건배!”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미약하게 시작했던 회식자리는 창대하게 무르익어가는 중이었다. 알아서들 간 조절 잘하라는 김부장의 말은 잊혀진지 오래였다. 이런 기회가 아니면 또 언제 회삿돈을 마음껏 뜯어 먹겠나 싶은 생각으로 직원들은 김부장 몰래 고기를 추가하고 소주와 맥주를 리필 했다.

  “임대리 완전 신났네, 신났어. 술도 안 먹는 사람이 어쩜 저렇게 흥이 많아?”

  소임의 맞은 편에 앉은 도희가 삼겹살 한 점을 상추에 올려 쌈을 싸 입에 넣으면서 말했다. 소임은 도희의 말에 들고 있던 젓가락을 내려놓고 힐끔 뒤돌았다.

  정말이지 술 한 잔 입에도 대지 않는 준은 이미 만취라도 된 듯이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사교성을 맘껏 발휘하는 중이었다. 준의 한 마디에 사람들은 자지러질 듯이 웃거나 옆 사람을 살짝살짝 치거나 히쭉거리면서 즐거워했다.

  “냅둬, 저게 임준의 능력 아니냐. 언제나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외로울 틈 없이 즐거운 거.”

  소임은 다시 고개를 돌려 소주잔에 소주를 넘치지 않을 만큼만 가득 따라 원샷을 했다. 그러고 다시 소주잔에 소주를 따르는데 그 소주가 무려 참이슬 오리지널이었다.

  “어후, 너는 그게 쓰지도 않아?”

  “이게 뭐가 써, 내 인생보다야 훨씬 달고 달구만.”

  소임은 안주도 아닌 물 한 잔으로 입안을 헹굴 뿐이었다. 도희는 그런 소임을 보면서 내 속이 다 쓰려 죽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어느덧 소임과 도희의 테이블에 있던 여직원들은 슬금슬금 자리를 옮겨 갔다. 테이블에는 소임과 도희, 참이슬 오리지널과 불판 위에 이미 다 식어버린 삼겹살 몇 점 뿐이었다. 낯설 것도 없는 풍경이었다.

  언제나 시끌벅적한 준의 주변과, 조용하기 그지없는 소임의 주변.

  “자리를 옮기던지, 집에를 가던지, 언제까지 여기 이렇게 죽치고 있을……”

  왠지 모를 씁쓸함에 이곳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던 소임은 언제쯤 끝나나 싶어 주위를 둘러보던 중, 유희와 눈을 마주쳤다. 아, 젠장. 소임은 빨리 시선을 거뒀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차대리님!”

  쾌활하게 소임을 부르며 유희는 도희와 소임이 있는 테이블로 걸어왔다.

  “최주임님도 여기 계셨네요. 역시 두 분이서 영혼의 단짝이라던데. 언제나 함께 하시는 군요?”

  유희는 도희에게도 싹싹하게 말을 건넸다.

  “차대리님! 저, 진짜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유희는 소임에게 소주잔을 내밀었다. 열심히 하겠고, 예쁘게 봐달라는 뜻에서 한 잔 따라주십시오, 하는 것이었다. 소임은 시끄러운 유희 때문에 괜히 임준 무리들이 이 쪽으로 고개를 돌리지는 않을까, 그래서 준이 왠지 초라하게 보여질 것 같은 자신을 보게 되지느 않을까, 노심초사하여 서둘러 술을 따랐다. 술을 받아 마신 유희는 짧은 신음을 토했다.

  “흡……”

  “앗, 미안해요, 이유희씨. 여기 테이블에 오리지널 밖에 없는 걸 생각을 못했네……”

  “하핫, 괜, 괜찮습니다! 최, 최주임님도. 저 열심히 하겠습니다, 예쁘게 봐주세요!”

  유희는 이번에는 도희에게 소주잔을 내밀었다. 이미 여기저기 테이블에 인사를 다니면서 한 잔씩 받아 마신 듯 유희는 얼굴이 벌겠다. 그런 유희에게 후레쉬, 하물며 처음처럼도 아닌 참이슬 오리지널을 준 것이 좀 미안했던 소임과 달리 도희는 꼴 보기 좋다는 표정으로 유희의 잔에 술을 가득 담아 줄 예정이었다.

  어디 한 번 당해보라는 듯 오리지널 소주병을 들던 도희는, 아쉬워하며 행동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어디선가 박대리가 툭 튀어 나와서 도희를 막았기 때문이다.

  “아유, 여자들이 독하기도 하지. 무슨 오리지널을 몇 병을 마신거야? 야, 역시 차소임이구만. 그러다 우리 유희씨 죽겠어, 차대리.”

  “아니, 박대리님. 저희가 와서 마시라고 한 것도 아니고 유희씨가 와서 한 잔 달라고 하는데 그럼 어떡해요?”

  뭐든, 어떻게 되든 제발 시끄럽게만 만들고 싶지 않아 입을 꾹 다물고 있던 소임을 대신에 도희가 입을 떼었다.

  “그만하면 됐어요. 유희씨, 사람들이 찾아. 이제 그만 하고 저 쪽으로 가봐.”

  “아니, 그래도……”

  박대리의 만류를 유희도 왠지 거절하고 싶지 않은 느낌이었다. 그런 유희를 박대리는 잽싸게 임준 무리로 데려갔다.

  “참내. 우린 뭐, 선배도 아니야?”

  결국 유희에게 술을 따르지 못했던 도희는 한 방 먹이고 싶었는데, 못 먹여서 그런지 아쉬운 듯 말했다. 소임은 멀어져가는 유희를 힐끔 쳐다보는 중이었다. 그러다 유희는 결국 준의 무리에 합류하게 되었는데, 그때 준은 유희가 아닌 소임을 보고 있었다. 소임은 재빨리 시선을 회피했다.

  “러브샷! 러브샷! 러브샷!”

  소임은 뒤쪽에서 시끌벅적하게 떠드는 사람들을 애써 무시하려고 노력하면서 소주를 한 잔 더 들이켰다.

  “진짜 임대리 뭐야. 이유희랑 러브샷을 다 하네. 참 내.”

  도희의 말에도 소임은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때 함성소리가 들리며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아마도 준과 유희가 러브샷을 해서 그런 거겠지. 주량이 소주 한 잔인 준이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서 러브샷까지 한 건지. 소임은 차마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임준 무리를 바라봤다.

  “임대리, 이왕 이렇게 된 거 유희씨랑 연애해, 연애.”

  “최팀장님. 무슨 러브샷 한 번 했다고 연애를 합니까?”

  “아니, 유희씨가 안 그래도 아주 임대리 좋아서 죽으려고 하잖아. 다들 알면서 그래?”

  최팀장의 말에 사람들은 왁자지껄하게 웃었다. 유희는 부끄럽다는 듯 얼굴을 붉히면서도 싱그럽게 웃으면서 “너무하세요, 최팀장님.” 할 뿐 거절하거나 부정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런 유희의 모습을 귀엽다는 듯 바라보았다.

  “임대리님, 이제 좀 받아주지 그래요?”

  “그래, 대학교 시절부터 좋아한거면 도대체 몇 년을 좋아한 거냐?”

  “앗, 선배님들. 아닙니다. 그러지 마세요.”

  손 사례를 치는 유희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기분 좋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얼굴 표정과는 너무나도 반대되는 말에 사람들은 더 짓궂게 놀리기 시작했다.

  “유희씨. 유희씨 지금 얼굴이 아닌 게 아닌데?”

  “그래요, 임대리. 새로운 연애 시작합시다!”

  박대리가 조금 심하게 농담을 쳤다. 그때 옆에 있던 남자 직원 하나가 말을 걸어왔다.

  “새로운 연애요? 임대리님 여자친구 있으셨어요?”

  “무슨 시조새 파킹하던 시절 이야기 하는 거야? 차소임 대리랑 사겼었잖아.”

  “네?”

  “괜찮아. 그런 반응 너만 그런 거 아니야. 괜찮아.”

  박대리는 위로하는 듯, 너가 이상한 게 아니라는 듯 남자 직원의 등을 두들겼다. 처음 듣는 소리였던 남자 직원은 눈이 휘둥그레 해져서 소임을 쳐다봤다. 소임은 그런 표정이 부담스러워, 아니 그런 관심이, 아니, 이 자리, 이 시간, 이 공간이 전부 부담스러워 고개를 돌렸다.

  “아, 그건 됐고, 임대리, 그럼 유희씨랑 오늘부터 1일이야?”

  “그래요. 사겨요, 사겨. 사겨라! 사겨라!”

  “사겨라! 사겨라! 사겨라!”

  최주임의 구호에 맞춰 사람들은 박수를 치며 다 같이 외치기 시작했고, 그런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준과 유희는 얼굴을 붉히며 연신 손 사례를 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사람들의 함성과 구호를 이기지 못한 준이 차마 해서는 안 될 말을 하고야 말았다.

  “아, 알겠어요, 알겠어. 그럼 1일이라고 하죠!”

  소임은 준이 술에 취해서 하는 말일 거라고 믿었다. 준의 주량은 소주 한 잔이었으니까. 유희와 러브샷을 하면서 준이 이미 자신의 취사량을 넘겨버려 그런 것이라고.

  “술김에 하는 말은 아닙니다.”

  그런 소임에게 준은 쐐기를 박는 듯 했다.

  “꼴깝을 떨고 있다, 진짜.”

  저 멀리서 그 모습을 모두 지켜보고 있던 도희는 그 말이 저절로 입 밖으로 터져 나오고 있었다. 친구를 걱정하는 마음에 터져나온 말이었지만, 왠지 도희는 그게 자신의 일인 것처럼 화를 내고 있었다. 소임은 숨을 한 번 내뱉은 후, 막잔을 들이켰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간다, 내일 봐.”

  도희는 소임을 말릴 수 없었다. 이런 자리에 지금까지 버틴 것만 해도 용했다. 소임은 임준 무리를 뒤로하고 재빨리 회식 장소를 빠져나왔다.

  이별을 하며 소임은 분명, 준의 행복을 바랐다. 하지만 기도했던 행복이 이런 식은 아니었다. 소임은 준의 불행을 바라지도 않았고, 더불어 자신의 불행도 바라지 않았다. 이 아픔이, 이별의 고통이 하루 빨리 아물기를 바랐다. 그런데 준이 이런 식으로 자신의 고통을 짓뭉개고 할퀴고 곪아 터지게 할 줄은 몰랐다. 그러니까, 아릿했던 이별의 고통은 이제 지독한 분노로 남았다.

  임준, 개 같은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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