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림아, 예림아"
누군가가 나의 이름을 부른다. 잠시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다시 앞을 바라본다.
눈 앞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푸른 바다가 햇빛을 받아 빛나고 있었다.
나는 왜 여기 있는 거지?
"오늘도 여기 있었구나. 한참 동안 찾아다녔다구."
"다음에는 미리 말해줘. 얼마나 오랫동안 헤맸는지 몰라."
어느샌가 내 이름을 불렀던 소녀가 옆에 있었다. 뒤에는 같이 온 것인지 한 소년이 서 있었다.
소녀는 긴 흑발을 단정하게 하나로 땋았는데 그녀가 입고 있는 한복과 매우 잘 어울렸다.
뒤따라 온 소년은 찰랑이는 금발을 가지고 있었다.
분명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누군지 모르겠다.
소녀와 소년은 나를 잘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어...다음에는 꼭 얘기할게..."
"헤헷. 그렇다고 기 죽을 것까진 없어."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나 익숙한 외모와 익숙한 목소리야.
그런데 왜 기억이 나지 않는 거지.
예림이는 기억해내려고 한참을 생각해보았지만 결국 포기했다.
"흠흠...자, 그럼 이제 대답해줘."
"뭐를?"
"저번에 우리가 질문했었던 것 말이야. 솔직히 말해서 내가 좋아, 아니면 한이 좋아?"
"그래, 맞아. 오늘은 은근슬쩍 넘어갈 생각은 하지 말고. 나야 아니면 청이야?"
하...?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인 거지.
이 난감한 상황을 어떻게 넘겨야 하는 건가요.
누군지도 모르는 애들 중에 더 좋은 애를 고르라니? 이건 너무 황당하잖아.
결국 나는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입만 벙긋거릴 수밖에 없었다.
"아...그러니까 그게 말이야..."
이 불편한 상황을 피해보고자 아무 말이나 꺼내보려고 하는 순간, 예림이는 갑자기 의식이 멀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제야 예림이는 이것이 꿈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앗...지난번에도 비슷한 꿈을 꾸었던 것 같은데...
"흐아아아암~!와...오늘 꿈은 정말 생생했던 것 같아.
누가 날 부르고...아, 꼭 일어나면 기억이 안 난단 말이지."
정신을 차리고 잠시 생각해보니 흑발의 소녀와 금발의 소년이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었고 말이야. 내 꿈에 되게 자주 나오네.
혹시 어디 다른 세상의 친구 같은 건가? 꿈에서만 볼 수 있는 그런 거 말이야.
음...푸하하하핫."
솔직히 내가 생각해도 말이 안 되네.
비슷한 사람이 몇 번 꿈에 등장했다고 해서 다른 세상의 친구라니.
아무래도 너무 멀리 갔다.
하지만 그렇다면 이 설명할 수 없는 친숙함과 익숙함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예림이는 다시 한 번 생각에 잠겼다.
"아~몰라 몰라. 이상한 생각하지 말고 학교 갈 준비나 해야지.
시간이...어? 어??!!! 10시 30분이라고? 꺄아아악~지각이잖아!"
오늘 하루가 왠지 순탄치 못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