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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방랑기
작가 : ik
작품등록일 : 2017.6.11

당신이 5살 때 살인을 했다면 나에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나와 가자. 따라와라.

 
1
작성일 : 17-06-11 15:46     조회 : 354     추천 : 0     분량 : 4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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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네들은 이제부터 내가 해주는 말을 모두 들어라.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은 다 진실이다.

 

 피 냄새가 콧잔등을 감돈다. 내 피가 아니다, 타인의 피다. 아까부터 계속해서 진동하는 냄새. 아직 어린 나는 이 냄새가 색다르다. 하지만 내가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뒤에서 경찰들이 나를 쫓는다. 아득히 멀리서 뭐라고 소리치면서 나에게 다가온다. 나는 그들의 얼굴과 인상착의가 보인다. 거리가 멀지만 보인다. 뚱뚱한 경관이 몽둥이를 들고 미친듯이 뛰어오고 옆의 여경찰은 무전기를 손에서 떼지 않는다. 나는 두둑해진 주머니를 만지고는 웃는다. 그리고 좁은 길로 들어간다. 이 길은 여러 골목으로 이어져 있어서 숨기 쉽다. 그리고 직진하면 벽이 나오는데, 그 벽을 넘기만 하면 경찰 정도는 쉽게 따돌릴 수 있다.

 

 첫번째 살인의 추억이 이렇다. 이건 내가 5살 때 있던 일이다.

 

 못 믿겠다고? 믿지 마라. 나는 그쪽 생각을 궁금해 한 적도 없고 내 생각을 강요한 적도 없다. 하지만 진실은 변하지 않는 법이다.

 

 나는 버림받았다. 엄마가 누군지도 기억 안 나지만 어린 여자 아이를 버린 사람이라는 것만은 기억한다. 모든 것의 시작이 된. 그 차가운 아스팔트 도로 위에 내던져진 나는 내 나이대의 아이들 보다 일찍 걸었고 일찍 말했다. 오직 생존을 위해서. 또 생존을 위해서 누군가를 죽였고 돈을 훔쳤다. 그렇게 보지 마라. 당신이 내 상황이 된다면 나보다 더한 짓을 할 수도 있었을 거다. 축복받은 주제에 나를 그렇게 불쌍하게 보지 말라는 거다.

 

 그렇게 몇 년이 흐르고 17살이 되었다. 당신, 이 나이가 어리다고 생각하는가? 아니.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17살이라고 해도 두뇌가 당신보다 백배 천배 빨리 돌아가고 한번 본 사람은 절대로 잊지 않는 사람도 있다. 이건 자랑이 아니다. 하지만 진실은 변하지 않는다.

 

 나는 나의 결핍을 채우기 위해서 집을 하나 훔쳤다. 아니. 그 집 주인은 오히려 나에게 고마워 해야 할 것이다. 텅텅 빈 폐가에 들어가 살아 주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물론 그 주인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내가 죽였다. 이 집을 얻기 위해서. 이 집은 12살 때 얻었다. 곧 죽을 노인네를 조금 일찍 죽여준 것뿐인데 뭐가 문제인가? 이 집은 경찰이 쉽게 찾아오지 않는 곳이라 좋다. 도시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이 집은 조금만 가도 산이 바로 나오기 때문에 도망가기가 쉽다. 또 조금만 나가면 도시의 심장부로 갈 수 있어 주머니가 빌 때쯤이면 남의 것을 슬쩍 하기도 좋다. 나 같은 사람에게는 이런 집이 축복이나 다름없다.

 

 잠깐, 당신 지금 무슨 생각 하는가? 혹시 내 기본 신상에 대해 궁금한가? 당신들이 내 신상을 알아서 뭐 할 건가? 나는 17살이라는 나이를 알려준 것 만해도 대단하다고 생각하는데? 내 이름이 궁금하다고? 난 이름이 여러 개다. 수빈, 하윤, 혜진, 지연, 소연, 민지, 예지 등. 이 이름 속에서 내 본명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여기부턴 알아서 알아내든지 말든지 해라. 나는 신경도 안 쓰니까.

 

 어쨌든, 계속 들어라. 내가 지금 향하고 있는 곳은 백화점이다. 여기서 후드티를 슬쩍하면 좋을 것 같아서 온 거다. 이제부턴 도시에 돌아다닐 일이 많아질 거라 얼굴이 알려지지 않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도시에 왜 나오냐고? 나랑 같이 다니면 알게 될 거다.

 

 백화점은 붐빈다. 보는 눈이 많을수록 불리하다. 나는 슬쩍 눈치를 보면서 화장실로 들어간다. 화장실에서 내 라이터가 잘 작동하는지 본다. 그래. 잘 켜진다. 담배를 피냐고? 그런 데에 시간 낭비할 생각 없다. 담배는 겉멋이 든 것들이나 피는 거다. 그럼 왜 라이터가 있냐고? 이 화려한 은색 라이터가 왜 이렇게 화려한가 생각 못 해봤나? 음.. 그럼 계속 지켜봐라. 금방 알게 될 거니까.

 

 화장실에서 나온다. 백화점의 가게들을 지켜본다. 저기. 저 가게. 보이는가? 저 아줌마와 아이가 나가면 저 가게에는 손님이 없다. 내가 들어갔을 때 다른 손님이 온다고? 말도 안 된다. 저 가게는 지금 몇 달 지켜본 결과 일이 잘 안 풀리는 듯 하다. 저 가게의 옆에는 며칠 전 개장한 으리번쩍한 가게가 있기 때문에 웬만하면 잘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저 캐셔가 계산을 하고 쇼핑봉투에 옷을 담는다. 나는 재빨리 움직인다. 미끄러지듯이 들어간다. 캐셔가 나를 보고 인사한다. 뭘 찾느냐고 묻는다 나는 퉁명스럽게 알아서 찾겠다고 말한다. 이봐. 당신이 보기에 가장 눈에 안 띌 만한 옷이 뭔가? 우선은 후드집업이니까 모자가 달려 있어야 한다. 그리고 아주 편해야 한다. 내 눈에는 이게 적당해 보인다. 검은 집업 후드다. 이것을 들고 계산대로 향한다. 심호흡을 해라. 지금부터 중요한 작업이 이루어 질 거니까. 캐셔가 가격을 부른다. 나는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는 체를 한다. 그리고 라이터를 든다. 캐셔가 눈이 동그래져서는 나를 본다. 나는 캐셔의 입이 벌어지기도 전에 숙련된 오른손으로 휘황찬란하게 라이터를 돌린다. 불을 껐다 켰다 한 손으로 좌로 돌리고 우로 돌리고 불을 한번 더 킨다. 뚜껑을 닫고 공중으로 살짝 라이터를 튕긴다. 좌로 2번 돌린다. 그리고 불을 킨다. 캐셔가 멍해진다. 걸려 들었다. 나는 그 집업을 들고 말한다.

 

 “나는 이 옷을 돈을 내고 가져가는 거다.”

 

 그리고 재빨리 백화점을 빠져나간다. 아까 내가 한 것이 뭐냐고? 설명 하기 귀찮다. 하.. 관둬라. 설명해 주겠다. 일종의 최면이다. 물론 내가 독학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멍하게 하는지 이것 말고도 아는 게 많다. 하지만 경찰들이 나를 쫓게 해서 좋을 것은 없으니 뭔가를 훔칠 때는 라이터를 이용하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다. 또 하나. 나는 총을 굉장히 잘 다룬다. 아 물론 칼이나 망치들도 잘 다루지만 내가 특출난 부분은 총이다. 칼은 가까이 들어가서 찔러야 하기 때문에 총에 맞서기 쉽지 않다. 그리고 체구가 작은 나는 빠르긴 하지만 큰 남자가 나에게 덤볐을 때 잡히면 끝이다. 그렇기 때문에 총을 들고 쏘는 것이 가장 좋다. 총은 어디서 구하냐고? 알 바 아니지 않나. 뭐? 내가 하는 말이 거짓 같다고? 맘대로 믿으라니까? 하지만 진실은 변하지 않는다.

 

 집으로 돌아간다. 당신, 조금만 더 빨리 와라. 나는 경찰들 눈에 보이면 곤란해 지니까. 그래. 그렇게만 따라 와라. 저기 저 골목, 좁은 저 골목이 보이는가? 그 쪽으로 들어가자. 들어가면 낡은 빌라가 나오는데, 지붕에 올라가 벽을 넘으면 금방 집이 나온다. 왜 그렇게 곤란하게 나를 보는가? 설마 당신 이런 짓을 해 보지 않은 건가? 그러면 내가 하는 것을 천천히 따라 해라. 정말이지 동료를 데리고 다닌다는 건 귀찮기 짝이 없다. 어쨌든, 저기 빌라가 보이는 것 같지 않은가? 안 보인다고? 당신 시력이 몇인가? 그럼 조금 더 나를 따라 와라. 자. 이제 보이는가? 이끼가 잔뜩 끼고 먼지가 덥수룩한 빌라. 저기 옆의 배수관을 타자. 겁먹지 마라. 좋아. 튼튼하다. 매번 오는 곳 이지만 이 곳은 항상 확인해야 한다. 낡은 집이기 때문에 언제 무너질지 모르니까. 조금 위쪽에 손을 대고 발을 이쪽에 올려라. 아니, 그쪽 말고. 그래. 거기. 배수관을 타라. 당신 정말 이런 것엔 젬병이군. 자. 가죽 장갑이다. 이걸 끼면 오르기가 한결 쉬울 거다. 올라와라. 빨리 올라와라. 지금 우리는 남이 보면 딱 의심을 사기 좋은 행동을 하고 있다. 그래. 그렇게 조금 더 올라와라. 됐다. 이제 빌라의 꼭대기다. 따라와라. 빌라 옥상의 모서리 쪽으로 가자. 아래를 봐라. 어때, 벽이 있지 않은가? 설마 당신, 당신 키보다 작은 벽을 못 넘는 건 아니겠지? 그런데 착지할 땐 조심해라. 나는 그쪽이 다쳐서 못 움직여도 그냥 가 버릴 거다. 자. 올라서라. 그리고 뛰어라. 오. 당신 이번에는 괜찮았다. 저기. 저 건물 보이는가? 어딘가 익숙하지 않나? 익숙할 수밖에. 한번 왔었으니까. 내 집이다. 자. 들어가자.

 

 끼익-

 

 소름 끼치는 문 소리가 난다. 거기, 왜 무서워하는가? 이 정도는 감수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우선은 내 방으로 들어와라. 어때. 놀랐는가? 총이 굉장히 많지? 내 방의 소지품은 거의 다 총이다. 당신의 것도 하나 주는 것이 좋겠다. 보아하니 나와 같이 다닐 것 같으니까. 그런데 이것은 명심해라. 나와 함께 다니면 위험이 아주 많을 거다. 그리고 당신이 그 위험에서 빠져 나오지 못 한다면 나는 그냥 당신을 버리고 내 갈 길 갈 거다. 알겠는가? 그럼 이제 당신의 총을 골라봐라. 저것은 어떤가? 짧은 총인데 가지고 다니기엔 딱 좋다. 잡아봐라. 어때. 이게 ‘월터’ 라는 총이다. 방아쇠가 조금 무른 감이 있지만 위급할 때 조금만 약하게 당겨도 총알이 나가서 호신용으론 딱이다. 총이 싫으면 저기 내 서랍 속을 봐라. 칼이 꽤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칼을 잘 쓰지 않기 때문에 좋은 것은 딱히 없다. 알아서 선택해라. 오. 당신은 그리 무식하지는 않은가 보군 그래. 둘 다 가지고 가라. 우선은 눈을 붙여야 할 것 같다. 내일 중요한 계획을 실행할 예정이니까 그쪽도 자둬라.

 

 시계의 초침이 무심한듯 빠르게 돌아간다.

 

 일어나라. 당신 원래 이렇게 잠이 많은가? 벌써 4시간 째 자고 있다. 빨리 일어나라. 이 후드를 입고 마스크를 써라. 그리고 내가 그 계획을 실행시킬 때는 백화점에서처럼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알았나?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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