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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날아라, 종이비행기
작가 : 길성진
작품등록일 : 201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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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컨디션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던 나는, 무거운 짐을 나르던 도중 계단에서 굴러버렸다.
몸이 기울어질 때 이 뒤에 날 기다리고 있는 것은 '죽음'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그렇다. 원래대로라면 나의 덧없는 잿빛 인생이란 소설은 여기서 끝나야 정상이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유령으로서 눈을 떠버린 것이다.
바로, 30이라는 숫자가 나의 왼 눈 밑에 새겨져있는 상태로 말이다.
'30'
그건 나에게 남아있는 기간을 의미하는 죽음의 표식이었다.
그래. 남은 한 달동안은 생전에 해보질 못했던 못된 장난을 쳐보자!
그렇게 결심하고 장난을 치는 그때, 나는 나와 같이 유령인 어떤 소녀를 만났다.

"만약 다음 생이라는 것이 있다면……. 우린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운명적인 우리들의 만남과 다가오는 끝. 그리고, 그 속에 숨어있는 진실.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애절하면서도 어딘가 낭만적인, 그런 이야기다.

 
못된 장난
작성일 : 17-06-08 12:31     조회 : 409     추천 : 0     분량 : 3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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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어디선가 첫사랑이라는 단어가 들려온다면, 나는 자연스럽게 초등학교 6학년 때 있었던 일을 떠올리곤 한다.

 "오늘은 자리를 바꾼 지 두 달이 지난 날이죠? 원칙대로 자리를 바꾸도록 하겠습니다. 1번부터 차례대로 나와 줄을 서주세요."

 마지막 수업. 30대 여성인 담임 교사가 말을 끝마치는 순간, 뭐가 그리 신났는지 반 녀석들은 환호성을 질러댔다.

 이때 당시의 짝궁도 나처럼 조용한 남자애여서 편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자리를 바꾸는 건 나에게 있어 썩 반가운 소식만은 아니었다.

 어느새 내 차례가 되어 종이를 뽑아 확인한 뒤, "14번."이라며 책상 번호를 반장에게 불러주었다.

 과연 내 짝은 누가 될까? 자리로 돌아가 칠판을 쳐다보고 있자니 어느새 남자 차례가 끝났다.

 그래도 내 옆자리인 13번은 빈 칸으로, 내 짝이 여자애라는 사실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곧이어 여자애들이 일렬로 줄을 서서 종이를 뽑는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내심 기대를 하고 있었다.

 반에서 남몰래 좋아하는 여자애와 짝이 되지 않을까?라는, 그런 작은 기대를.

 점점 자리가 채워져가도 내 옆자리는 그대로였다. 점점 희망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설마하던 기대가 실현되었다. 내가 좋아하던 여자애가 13번을 뽑아 나와 짝이 되어버린 것이다.

 표정의 변화는 없었지만, 그래도 속으론 꽤 기뻐했다.

 그러나, 머지않아 나는 터무니 없는 기대를 해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와 짝이 된 13번인 여자애가 울음을 터뜨려버린 것이다.

 곧이어 그 여자애와 친한 여자애들이 달려가 위로를 해주기 시작하더니, 끝내는 날 원망의 시선으로 노려보았다.

 나는 딱히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도.

 반 녀석들의 시선이 전부 내쪽과 그쪽으로 번갈아가며 쏠린다. 이내 위로를 하던 여자애들 중에서 뚱뚱한 애가 대놓고 말했다.

 "선생님! 수진이 울어요!"

 교탁에서 뭔가를 끄적이던 교사는 그 말을 듣자마자 화들짝 놀라더니 종종걸음으로 다가갔다.

 무릎을 굽히고서 우는 여자애를 상냥하게 쓰다듬으며 이유를 물었다.

 그러나 여자애는 입을 다물고 계속 훌쩍이기만 했다. 그런 그녀를 대신해 이번에도 뚱뚱한 여자애가 큰소리로 대답했다.

 나와 짝이 되어서라고. 나를 원망스러운 시선으로 노려보며 말이다.

 톡톡 쏘는듯한 공격적인 어투와 커다란 목소리.

 오히려 내 쪽에서 울고싶을 정도로 수치심이 찾아왔지만, 그럼에도 나는 티내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여기까지라면 그나마 나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교사는 최악의 수를 둬버렸다.

 바로, 강제로 짝을 바꿔버린 것이다. 13번의 여자애. 이수진을 반에서 잘나가는 덩치의 남자애 옆으로 옮긴 것이다.

 그러자 서럽게 울던 여자애는 거짓말처럼 웃음꽃을 피웠다. 그 모습을 똑똑히 목격한 순간, 가뜩이나 가라앉은 기분이 완전히 땅으로 꺼졌다.

 이어 내 짝이 된 여자애는 날 바라보더니 날벼락이라도 맞은 표정을 지었다.

 다음은 뻔하다. 그 여자애도 동조심리로 울음을 터뜨려버린 것이다.

 상처 받았다. 그리고 상당히 지쳐버렸다. 동시에 왜 저런 반응을 하는 지 당최 이해가 가질 않았다.

 집이 가난한 것도, 더러운 냄새가 나는 것도 아니다.

 외모 또한 나름대로 자신있는 영역이었고, 그 부분에선 주변 어른들에게서 칭찬을 여러 받아본 적도 있다.

 아니. 사실 원인은 대충 알고있다. 분명 사교적이지 못한 성격탓에 자리잡힌 낮은 서열 때문이겠지.

 이때 당시의 나는 흔히 말하는 외톨이였으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저렇게까지 반응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괜히 내가 나쁜 녀석인 것 같은 느낌이 싫었다.

 허나, 교사는 바보같은 짓을 멈추지 않았다.

 "가은이 옆자리에 대신 앉아줄 사람 있나요?"

 또 멋대로 자리를 바꿨다간 우는 녀석이 생길지도 모르니 저따위의 말을 하는 것이겠지.

 웃기게도 이땐 남자애들조차 가만히 있었다. 짝이었던 조용한 녀석도 말이다.

 어느새 여자애는 훌쩍이는 걸 그만두었다. 교실의 공기는 6월이라는 여름에 걸맞지 않게 싸늘하게 식어있었다.

 이제 그만…….

 마음속으로 그렇게 외치며 책상을 내려다보고 있는 그때.

 "저요."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교실 중앙에 앉아있는 한 여자애가 손을 들고있었다.

 "제가 가은이 옆에 앉을게요."

 상당히 의외인 인물이었던 그녀의 이름은 세희. 박세희였다.

 단발머리가 예쁘다고 생각했던 그녀는 반에서는 물론이고 학교 내에서도 가장 예쁘다고 생각했던 여자아이다.

 그런 그녀가 스스로 자처해서 나와 짝이 되겠다고 손을 든 것이다.

 

 

 

 

 "세희야. 그래주겠니?"

 "네."

 교사는 그 말을 듣고 십년감수했다는 듯 안심했다.

 곧이어 반이 술렁이기 시작하자 교사는 주제를 돌리듯 지시했다.

 "자자, 각자 뽑은 자리로 이동해주세요."

 솔직히 고백하자면, 세희는 13번을 뽑았던 여자애와 동시에 좋아하던 여자애였다.

 줏대가 없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겠지만, 어린 시절의 남자애는 이런 법이다.

 그래도 이젠 확실하게 한 사람만을 좋아하게 됐으니 상관없지 않을까.

 모두가 하교한 뒤 청소당번이었던 나는 교실에 홀로 남아있었다.

 자리 바꾸기 시간에 찾아온 울적한 기분으로 바닥을 쓸고, 대걸레질을 하는 도중, 그건 예고도 없이 터져버렸다.

 눈시울이 뜨거워지기 시작하더니 교실의 모습이 번진다.

 눈가에서 주륵 내려오는 눈물이 볼을 간지럽힌다. 혼자서 뚝뚝 눈물을 흘리며 소리없이 우는 그때.

 드르륵하며 교실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 곳엔 세희가 서있었다. 눈을 마주치는 순간 곧바로 다시 고개를 돌렸다.

 교실의 문이 닫히고나서 그녀의 맑은 목소리가 들렸다.

 "너……. 혹시 우는거야?"

 대답하지 못했다. 할 수 있을리가 없다. 소리냈다간 막힌 소리로 인해 울었다는 걸 알려주는 셈이 될테니까.

 그러나 터벅터벅 걸어오는 발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나는 더욱 보여주기 싫다는 듯 움츠러들었다.

 바로 내 뒤로 다가온 세희가 어깨를 살포시 잡았다.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그녀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잠깐만 기다려봐."

 세희는 잠시 주춤하더니 사물함을 향해 걸어갔다.

 위쪽에 놓여있는 공용티슈각에서 티슈 한 장을 뽑아오더니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다음엔 휴지를 반쯤 곱게 접어 코에 가져왔다.

 "코 풀어."

 "……."

 "빨리 풀어. 팔아파."

 달아오른 얼굴로 멀뚱히 쳐다보고 있자니 그녀가 재촉했다.

 세희의 당돌한 눈빛은 '냅둬', '내가 알아서 풀게' 같은 말은 통하지 않을 것 같았다.

 한 치도 물러서지 않겠다. 그렇게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잠시 쑥쓰러움을 무릎쓰며 소심하게 코를 풀었고, 세희는 코묻은 휴지를 다시 반 쯤 접더니 코 주변을 슥슥 닦아주었다.

 그 다음 바닥에 내려둔 쓰레받기 쪽을 향해 휙 던져버리더니,

 "울지마."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내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었다.

 키는 나보다 살짝 더 컸던 세희. 그녀의 미소를 본 순간, 무언가가 내 마음속에 새겨지는 것을 확실하게 느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까지는 물론이고 앞으로도 없을 것만 같을 정도로 선명했다.

 "…응.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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