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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번개와 치유의 꽃
작가 : 정은채
작품등록일 : 2017.6.7

크고 작은 초능력을 가진 이탈리아의 거대 마피아 조직들의 치열한 싸움 뒤에 가리워진 이야기. 애절하고 절절한 한 소녀의 사랑이야기가 지금 시작 됩니다.

"라이오스님!"
이 사람만 보면 심장이 뛴다.
치유 능력의 피오레.

"꼬맹이가 나서는 거 아니다."
태양이 두 개가 될 수는 없잖아.
리베르타의 번개 능력자 라이오스. 

"넌 내게서 벗어날 수 없어. 그만 포기해."
언제나 나를 담던 그녀의 눈동자에 다른 이가 있다.
시공간을 관할하는 능력, 치엘로의 보스.


이대로 죽는 구나 싶었다.
어차피 두려움 속에서 썩어 문드러질 바에야 차라리 죽는 게 나을지도.
모든 걸 포기하고 눈을 감은 순간, 처음으로 내게 빛이 다가왔다.
 
다시 태어난 듯 한 기분.
나의 진짜 인생은 리베르타에서 시작되었다.

 
1. 프롤로그
작성일 : 17-06-07 21:18     조회 : 385     추천 : 0     분량 : 5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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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

 

 Fiore.

 한 순간 아름다운 꽃잎은 후에 올 열매를 위하여 낙화하노니,

 저주로 얽힌 운명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더욱이 화려하게 떨어지리.

 눈부신 빛이 몸을 감싸오는 순간에 맞춰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게 부서지리.

 

 

 투명한 유리벽 뒤로 캄캄한 어둠과 잔잔한 가로등이 어우러져 빛을 발하고 있었다. 무심코 유리벽에 한 손을 가져다 대 보니 쌀쌀한 기운이 손끝을 타고 전해지는 것이 마음까지 알싸하게 만든다.

 

 보스는 무슨 연유로 자신을 이곳으로 보낸 걸까.

 

 “후-”

 

 한숨이 절로 나왔다. 고개를 숙이니 창밖의 어둠만큼이나 짙은 청색의 머리카락이 그녀의 귀를 스쳐 사르륵 흘러내렸다. 차갑도록 시린 눈동자엔 왠지 모를 슬픔이 담겨져 있었다.

 

 역시 여길 오는 게 아니었는데. 보스의 명령과는 별개로 자신이 지금 가장 신경 쓰고 있는 건 어떤 남자였다. 같은 건물, 같은 층에 서 있을 그 남자.

 

 유리벽 문을 열고나오니 쌀쌀한 밤공기가 그녀의 전신을 감싸왔다. 테라스에 비치 된 고급스러운 의자에 등을 기대어 보니 보드랍고 폭신한 느낌이 마치 어머니의 품 같아 입가에 미소가 드리워졌다. 여인은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별도 달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그저 깜깜한 밤이다. 외롭지만 나쁘지 않았다. 정말이지, 오늘만큼은 그녀도 홀로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이 간절한 바람은 누군가에 의해 금방 깨어지고 말았다.

 

 “여어-.”

 

 순간 나지막이 들려오는 저음의 낯익은 목소리에 그녀의 몸이 흠칫하며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렇게 마음을 어지럽히던 이의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드는데 어찌 손가락 하나라도 움직일 수 있으랴. 설마 아니겠지- 하는 희망을 가지고 싶으나 공교롭게도 그 목소리는 바로 옆 테라스로부터, 아주 가까이에서 들려왔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필 이 남자가 옆방을 쓰게 될 줄이야.

 

 그는 별로 달라진 점이 없어보였다. 단지 표정이 예전보다 더 어두워지고 슬퍼 보인다는 것 뿐, 그는 좀 더 남자다워 진 것 같다. 차마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매력이 더욱 짙어져 있었다. 그렇게 잊으려고 애를 썼는데 결국 실패했나 보다. 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심장을 제어할 수 없는 것을 보면. 잊었다고 굳게 믿었었는데 결국 이렇게 … 틀렸다.

 

 난간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눈빛은 너무도 애처로웠다.

 

 남자는 손에 와인 한 병을 들고 있었다. 아무래도 한 잔 함께 하고 싶은가보다. 둘이 그럴만한 사이가 되질 못하다는 걸 알면서도.

 

 

 “드디어 둘만 있어보네, 피오.”

 

 “부르지 마십시오.”

 

 그제야 정신이 든 피오레는 상대를 차갑게 노려보았다. 최대한 서늘한 목소리로 경고했건만 그에겐 소용없는 일인가보다. 마치 툭- 건들었을 때 깜짝 놀라 경계하는 한 마리의 고양이를 구경하듯- 흥미로운 눈빛을 지으니.

 

 “피오.”

 

 “그 이름을. 그 입으로 부르지 말라고 했습니다.”

 

 듣다 못한 피오레는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곁에 있던 지팡이를 쥐고 그를 경계했다.

 

 “그래, 피오레.”

 

 “부르지 말란 말입니다. 친한 척, 위하는 척 부르지 말..!”

 

 피오레는 갖은 인상을 다 쓰며 손에 쥐고 있던 지팡이를 휘둘렀다. 하지만 이내 상대의 손에 손목이 잡히고 말았다.

 

 “제대로 공격할 작정이라면 1센티의 상처라도 내보지 그래.”

 

 “피차 서로 아는 척 하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이제 전 더 이상 당신이 알던 그 어리고 나약했던 계집이 아니니 말입니다.”

 

 손을 빼려 비틀수록 사내의 손에도 힘이 가해졌다.

 

 “으윽..”

 

 두 손으로 힘을 줘도 그의 한 손엔 못 당한다. 힘에서 아직도 밀린다는 점이 화가나 그의 시선을 외면하는데 그는 특유의 덤덤한 목소리로 피오레의 마음을 울렁였다.

 

 “아직도.. 날 마음에 두었군. 그렇지?”

 

 순간 욱하는 무언가가 가슴속에서부터 치밀어 올랐다.

 

 무언가 한마디라도 쏘아붙이고 싶지만 턱까지 차오른 수많은 감정들은 숨만 단단히 옭아맬 뿐. 아무리 부정하며 소리치고 싶어도 이상하리만치 마음도 몸도 말을 듣지 않았다.

 

 피오레는 최대한 자신을 컨트롤하며 숨을 골랐다.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 격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 십년이 흐른 지금, 주위 모든 사람들이 자신처럼 냉정하고 무심해 보이는 사람은 또 없을 거라며 혀를 차는데, 어째서 한 사람에게 만큼은 통하질 않는 건지.

 

 “언제부터 그렇게 물러진 겁니까, 라, .. 리베르타의 부대장.”

 

 위험했어, 하마터면 이름을 부를 뻔 했다. 한시도 잊은 적이 없지만 꾸준히 잊어보려 노력했던 그 이름. 과거의 자신에게, 그리고 지금까지도 태양으로 자리 잡은 그 이름. 라이오스 월터.

 

 냉정하게 선을 긋는 피오레의 말에 라이오스는 한쪽 눈썹을 치켜세우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네가 그만큼 자란 거다. 그렇다고 네 녀석이 날 무르게 볼 줄은 몰랐는걸. 하하..”

 

 “그만 하지요.”

 

 라이오스의 힘이 느슨해졌다 싶어 손을 사정없이 내리치고 다시 외면했다.

 

 “들으셨다시피 전 과거일로 희희낙락거리기 위해 온 게 아닙니다. 제가 이곳에 머무른 목적은..”

 

 “제이크한테 맞은 덴 좀 어때. 그 녀석, 널 많이 보고 싶어 했었거든.”

 

 “... ... .”

 

 이름을 듣자마자 떠오르는 회상에 말을 멈췄다. 제이크. 그 철없던 개구쟁이가 이젠 많이 컸더라. 친동생처럼 아끼고 챙겨줬던 아이. 여기저기 놀러가자고 약속만 잔뜩 잡고 사라지게 돼 항상 빚진 기분이었는데. 얼마나 자길 원망했기에 그랬는지, 더 맞았다간 갈비뼈가 나갈 뻔 했다.

 

 “조쉬도 매일 네 녀석 돌아오기만 하면 혼내주겠다 벼렸지.”

 

 조쉬. 그가 난리 피우고 사고 칠 때마다 도와주러 다녀줬건만 뭘 혼내겠다는 건지. 큰일부터 세세한 일까지 부려먹어서 고생한 사람은 오히려 자신이었는데.. 제 뒤처리 담당이 사라져서 화났다 이건가. 하기야, 그 시절의 어린 피오레는 남자행세를 하며 무슨 일이든 서슴지 않는 잡일꾼에 머슴처럼 살았으니까. 매일같이 피오레의 이름을 부르며 이것저것 시켜대던 조쉬가 화날 만도 하겠다.

 

 “이 정도 아픔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내가 그들에게 남겨두고 간 아픔에 비하면-

 피오레는 시선을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과거의 기억 따위 계속 회상해봐야 짐만 될 뿐이다.

 

 “어쨌든 이젠 소용없습니다. 전 이미..”

 

 “그리고 나도.”

 

 “... ... .”

 

 “나도 네가 보고 싶었어.”

 

 가슴이 쿵 울렸다. 허전하고 공허하던 마음이 그에게 공격이라도 받은 듯 성할 데 없이 아찔하다.

 

 차라리 말을 하지 말지.. 왜 항상 알면서도 이리 마음을 괴롭히는 건가. 그는 정말 잔인한 사람이다. 심장 깊숙이에서 부터 찌릿해지는 이 감정이 혹여 표정으로 드러날까 조심하다 결국 인상 쓰며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그딴 소리 하지 마십시오.”

 

 “다른 녀석들도 널 많이 그리워했어. 물론 보스도.”

 

 보스를 거론하는 순간 라이오스의 목소리에 힘이 없어졌다. 이 말을 끝으로 그는 몸을 돌려 그의 테라스에 비치 된 의자에 앉았다. 피오레는 묵묵히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보스를 떠올렸다.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파왔다. 사실은 떠날 때 가장 생각났던 사람이 보스였다. 마치 아버지처럼 포근하고 자상하며, 늘 하늘처럼 높고 멋있으면서도 친근했던 그 분. 온 패밀리원의 존경과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피오레 자신이 몹시도 그리워하던 그 사람. 굉장히 좋아했지만 그만큼 미워하기도 했던 사내.. 클레인.

 

 “계속 서 있을 거야?”

 

 어느 새 라이오스는 가볍게 코르크를 따 테라스 난간에 놓인 두 글라스에 와인을 따르고 있었다. 사람을 설득하는 능력이 있는 그의 부드러운 눈빛. 피오레는 인상을 구긴 채로 다시 의자에 앉았다. 아직도 심장이 고동친다는 사실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궁금한 건 더 없어?”

 

 “... ... .”

 

 “네가 그랬잖아. 앞으로 내가 널 증오하게 될 거라면서. 이미 이유도 알았지만 그래도 오늘만큼은 예전 같은 마음으로 보내보자고. 시간도 얼마 안 남았잖아. 너도 나이 먹을 만큼 먹었으니.. 이제 술은 할 줄 알지?”

 

 “...압니다.”

 

 “좋군. 기억나나, 옛날에 네 녀석이 꼬맹이 주제에 술 마실 줄 안다고 큰소리 뻥뻥 쳤다 사고 친 일.”

 

 “더 이상 과거 얘기는 들먹이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매섭게 말하는 피오레에게 그저 호탕하게 웃어준 라이오스는 미소 지은 채로 와인을 한 잔 두 잔 단번에 들이켰다. 원래 천천히 음미하는 걸 즐기는 그였는데.. 무슨 심각한 일이 있는 걸까- 하고 걱정 먼저 된다.

 

 "... ... ."

 

 그가 또 다른 한 잔을 들이키고 그 다음 잔을 단번에 마셔 어느덧 와인이 반가량만 남았다. 피오레는 묵묵히 그런 라이오스의 모습을 말없이 응시했다. 정말 화나는 건.. 이토록 미워하려 해도 그의 마음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그는 지금.. 슬퍼하고 있다.

 

 와인 병이 바닥을 드러낼 때서야 라이오스는 손을 멈추고 큰 숨을 내뱉었다. 쓴 웃음을 지며 웃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다.

 

 “후후.. 더 취해야 하는데 말이지.”

 

 “.. 무슨 일.. 있었던 겁니까.”

 

 “나름 오래 묵은 거 가져왔는데 좀 약하네. 아. 미안하다, 내가 거의 다 마셨군.”

 

 “무슨 일이냐고 물었습니다.”

 

 “... ... .”

 

 “옛날 같은 마음으로 보내보자면서요. 옛날의 나였다면 당신이 그렇게까지 슬퍼하는 이유가 뭔지 굉장히 궁금해 했을 겁니다.”

 

 “...후후.”

 

 나이 좀 들고 키도 컸다고 말은 딱딱하게 하는 것 같은데 툭 내뱉는 말투 뒤에서 긴장하고 걱정하고 있는 눈빛. 역시 그 아이가 맞다. 이미지는 차가워졌다지만 마음씀씀이와 눈빛만큼은 옛날의 그 어린 소녀 때 그대로다. 라이오스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피오레.”

 

 “... ... .”

 

 “... ... .”

 

 “말씀하십시오.”

 

 목이 메어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는 라이오스. 피오레는 자신의 와인 잔을 내밀었다. 라이오스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그 잔을 받았다.

 

 “피오.”

 

 “네. 말씀하시지요.”

 

 “확인해 볼 게 있어.”

 

 “뭘.. 말입니까.”

 

 라이오스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난간에 팔을 걸쳤다. 그의 행동에 피오레는 애써 외면하려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렸다. 이렇게 가까이에 얼굴이 있으면 호흡이 저절로 흐트러져 숨을 쉴 수 없으니까.

 

 라이오스의 커다란 손이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는 게 느껴졌다. 흠칫하고 놀라자 그는 후후- 하고 웃는다. 두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뭐라 한마디 하려 고개를 홱 돌렸다. 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 사람의 눈이 이리 가까이에 있는데 어찌 움직이며, 그의 입술이 아무 말도 허용치 못하게 막고 있는데 어떻게 숨을 뱉어낼 수 있을까. 그의 따스한 손이 뺨을 감싸자 피오레는 자기도 모르게 감기는 눈꺼풀을 막을 수 없었다. 그의 부드러운 입술에, 그 달큰한 숨결에..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더니 이내 아득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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