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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의 코드명은 REAPER
작가 : 리나
작품등록일 : 2017.6.6

오더를 받으면 사람을 감정없이 죽이는 킬러, 리퍼(잭슨). 보스의 유언으로 보스의 죽음을 밝히기 위해 한국으로 떠난다. 그 곳에서 같이 살게 된 소녀를 감시하게 되고, 이제껏 무기력하게 살던 잭슨에게 새로운 감정이 생기는데... (화/금+a 연재예정/감사합니다.)

 
1화. 리퍼의 한국행
작성일 : 17-06-07 00:04     조회 : 536     추천 : 2     분량 : 5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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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리퍼의 한국행

 

  그의 코드명은 REAPER(리퍼). 수확하는 사람이라는 뜻도 있지만, 목숨을 가져가는 사신으로 불리 운다. 리퍼는 오더를 받으면 적을 아무 감정 없이 처리하는 킬러로 유명하다.

 

 물론 유명하다는 건 지하세계에서만.

 어두컴컴한 공간에 우두커니 서 있는 남자를 향해 두 사람이 달려든다. 남자는 흐트러짐 없이 그들에게 방아쇠를 겨눈다.

 

 '탕! 탕!'

 "크...!"

 "!"

 검정색 정장을 쫙 빼 입은 큰 남자가 무표정한 얼굴로 탄창을 교체한다. 찰칵, 소리가 어두운 공간에 울린다.

 

 ※영어입니다.

 "미션 완료. 헤더, 다음은."

 '...hey, 잭슨. 너, 오늘따라 더 가차없다? 어떻게 타겟이 신음 한 구절도 못 뱉게 죽여?'

 귀에 있는 통신구에서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가 들린다.

 "농담은 생략하지"

 '.....쯧, 네가 그러니까 여자들한테 재미없다는 소릴 듣는거야. 내 여자친구가 너더러 뭐라더라? 그, 한국말로...'GOJA?''

 

 리퍼는 미간을 좁혔다가 바로 무표정으로 돌아왔다.

 "그게 무슨 말이야?"

 '....크흠. 어쨌든 본부로 돌아오도록.'

 "yes, sir."

 

 #본부, 영국의 리즈(Leeds) 어딘가.

 

 '똑똑'

 평소보다 더욱 짜증나보이는 표정으로 잭슨이 헤더의 방으로 들어온다. 헤더는 책상 위에 올려놓았던 체스를 한 쪽 구석으로 밀며 난처한 표정을 짓는다.

 "와, 왔어 리퍼?"

 "또 게임하고있었냐? 누구랑."

 "어어 그게....릴리랑."

 리퍼라고 불린 남자-잭슨은 얼굴을 찌푸리며 헤더를 구박했다.

 

 "하라는 일은 안 하고 또 여자냐. 어쨌든 난 퇴근한다."

 "하, 또 바로 집?! 너도 가끔은 좀 여자도 만나고 그래! 얼굴이 아깝다 얼굴이 아까워~"

 "쓸데없는 소릴."

 "저번에 내가 너 클럽에 끌고갔을 때, 나 오징어 됐던 거 알지? 그래, 처음엔 여자들이 너한테 '동 서양의 완벽한 조합~' 이라면서 달려들었는데 점점 도망치더라! 왜 그런가 물어봤더니, 무섭대! 니가 무슨 짓을 했으면 별명이 '순결한 얼음왕자님'이야??!"

 

 잭슨의 표정이 점점 굳어갔지만 헤더는 자신이 옳다는 듯 양 손을 사용하며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아니? 넌 그냥 썰렁한 얼음조각이야. 그냥 저 옆 동네에 있는 다비드상 같은거! 덧붙이자면, '핵!노!잼!(한국말)' ...도대체 '순결'은 왜 붙은거야? 사실 니가 나보다 여자를 얼마나 많이 안아봤ㄴ...!"

 '스륵'

 짜증이 가득한 표정으로 헤더의 목에 나이프를 갖다대자, 그것이 칼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신음을 삼켰다. 헤더는 얼굴이 새하얘진 상태로 내 손을 공손하게 밀어냈고 장난이었다는 듯이 나이프를 거두었다.

 

 "Damm...! 잭님! 너 오늘 유난히 까탈스럽다?"

 "오늘 보스의 기일이잖아, 좀 닥쳐줄래."

 그가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짓다가 뭔가 생각난 듯 '아!'라고 말하며, 서랍에서 조그마한 상자를 꺼낸다.

 "뭐야?"

 "몰라. 낮에 네 앞으로 왔어."

 "폭탄은 아니겠지"

 라고 중얼거리며 상자를 흔들어보고 귀를 가져다 대었다. 그리고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조심스레 상자를 뜯어보는데...

 '툭, 째깍째깍째깍..'

 "....?!!!"

 "젠장! 폭탄인가!"

 상자를 여는 순간 안에 있던 장치가 작동한 건지, 폭탄이 째깍거리는 소리가 조용한 사무실에 울려퍼진다.

 잭슨과 헤더의 얼굴이 사색이됐다.

 "FXXX! 빨리 책상 밑으로 숨어!"

 "창문 리모컨은 이럴 때만 안 보인다니까?!! 다시 수동으로 바꾸던가 해야지!!!"

 화면에 있는 숫자는 7초밖에 남지 않았고, 잭슨은 사무실 제일 구석으로 상자를 던져버렸다. 둔탁한 소리가 났고 잭슨도 헤더의 옆으로 달려가 숨는데.

 

 '콰콰쾅-! yo 잭, 잘 있었나? 깜짝 놀랐지? 보스야!'

 정적을 깨고 상자 쪽에서 녹음된 목소리가 들렸다.

 "......."

 ".....잭. 우리 산 거 맞지? 여기 천국 아니지?"

 "그래, 아냐. 보스가 자기 기일에 맞춰서 이딴 갖잖은 장난을 친 건가봐....."

 

 책상 뒤에 있던 두 사람이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상자 쪽으로 걸어갔다. 헤더는 잭슨보다 몇 걸음 더 뒤에서 그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많이 화났어? 괘, 괜찮아?"

 "우선 무슨 이유에서 이딴 짓을 벌였는지 볼까."

  보스가 살아있을 때 그는 나에게 매일 크고 작은 장난을 쳤었다. 내가 잘 놀라지 않고 무덤덤한 성격이라 재미있다면서 깜짝 놀라는 모습을 보고싶었다나 뭐라나.

 워낙에 유쾌한 사람이고 세상 사는 것 자체가 즐거운 사람이라, 옆에 있는 사람들이 많이 힘들어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장난 덕분에 난 더욱 더 무덤덤해지고 왠만한 일에도 놀라지 않게 되었지만.

  너무 오랜만이라 그런가 정신적 타격이 꽤 크다. 내 과실로 본부가 통째로 날아가 버리는 게 아니었나 심히 걱정했는데.

 

  머리끝까지 화 난 잭슨이 상자 안의 내용물을 확인하더니, 편지만 꺼내고 화풀이하듯 나머지를 내팽개쳤다.

 '쨍그랑!'

 "엥? 뭐야?"

 

 뭔가 깨지는 소리에 헤더가 물었고, 나는 바닥에 떨어진 열쇠를 줍고 함께 있던 메시지를 읽었다.

 '역시 너라면 던질 줄 알았어, 예상대로다 잭! 죽어서도 넌 내 손아귀구나!'

 ".......................으아아아아아악! 이런 FUCXXXX XXXX!"

  이런 미친 영감! 죽여버릴거야! 으아아아아악!

  분노에 가득 찬 잭슨이 소리를 지르며 발로 벽을 걷어차기 시작했고, 쿵쿵 거리는 소리에 놀란 부하들이 다급하게 방 안으로 들어왔다.

 "괜찮으십니까?! 어디 다친 곳은..!"

 "헤더님! 침입자 입!...?"

 

  잭슨이 그렇게 화가 난 모습은 처음본다는 듯, 그들의 눈이 휘둥그레해졌다. 헤더가 그들에게 괜찮다며 손짓으로 나가라고 한 뒤,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정말... 보스가 장난칠 때만 볼 수 있는 모습이라니깐. 나이스"

 

 'Dear, Jackson.

  너에게 중요한 임무를 내리겠다.

 내가 적들을 피해 우리 조직의 기밀을 숨겨뒀다. 그건 결코 빼앗겨선 안되고 다시 우리 손에 넣어야 한다.

 니가 찾은 열쇠는 그 기밀을 찾을 때 필요한 것이다. (그렇게 흥분하는 일을 줄이도록 하여라. 애송이)

 

 잭, 너만 할 수 있는 미션이고, 너와 헤더만 비밀리에 진행하도록 한다.

 시간이 없기 때문에 짧게 적도록 하지.

 

 이 곳으로 가도록해.

 '(한국어) 한국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0987-1234'

 

 잘 지내고 있거라.

 .your boss'

 

 "이거, 뭐라고 써져 있는거지. 하안-국? 서, 울.. 간남구 테헤란?"

 '이런 젠장. 고등학생때 까지만 해도 방학에 자주 놀러갔었는데, 이젠 한글 읽는 게 버겁다니. 회회는 헤더의 여자친구와 자주 대화해서 유창하지만.'

 오랜만에 보는 한글에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졌고, 가만히 듣고있던 헤더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왠 한국?"

 "보스가 명령을 내렸어. 거기에 기밀이 보관되어있는 모양이야. 아마 보스의 죽음과 관련된 일 아닐까 싶다."

 "아무런 단서 없이 너무 무모한거 아냐?"

 "흠...아니. 난 내 감을 믿는다. 당장 갈게. 네가 본부에서 서포트해줘."

 

 오랜만에 잭슨의 생기 넘치는 표정에 헤더가 씨익 웃었다.

 "좋아, 여긴 나에게 맡기고 당장 날아가!"

 

 -------

 

 어린 시절. 헤더와 내가 방학기간이 되면, 보스와 셋이서 종종 한국에 놀러가곤 했다.

 

 "보스! 여기 신기해요! 영국이랑 완전 달라요!"

 "하하, 그렇지 잭? 이 곳은 내 마음의 고향이란다."

 "마음의 고향?"

  마음의 고향이라니 어린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말을 하란 말이다. 그리고 데리고 왔으면 책임지고 관광을 시키던가 어디에 맡기던가! 왜 애들을 방치해놓고 '일하러 간다'면서 어딘가로 사라지는거야?

 

 뭐, 헤더랑 둘이 하는 한국 여행도 나름 즐거웠지만.

 "...님"

 "....."

 ".....손님!"

 익숙하지 않은 언어가 반복적으로 들렸고, 그게 나를 부르라는 소리라는걸 깨닫고 눈을 떴다.

 '비행시간이 길어서 피곤했나...나도 모르게 졸았군.'

 

  나오려는 하품을 억지로 참으며 자신을 보고있는 택시기사와 눈이 마주쳤다.

  "ah, sorry"

 "하, 이것 참...뭐라고해야되나. 유 어라이브!! 히얼 이즈 테헤란로!!"

 '뭐라고 하는 거지......'

 차 안에 같이 있는데 그렇게 소리지르지 않아도 잘 들린다구요, 미스터........아!

 

 그제서야 차가 멈춰있다는걸 깨달은 잭슨이 꽤나 유창한 한국어로 대답했다.

 "도착했군요. 얼마죠?"

 "워메, 외국인 양반이 한국어를 잘 하시네?...흐,흠, 십 칠만 삼천 won~"

 

 한국 물가가 십년 사이에 이렇게 변했나?

 영국보다 상당히 비싼 택시비에 눈쌀이 찌푸려졌다. 하지만 자신은 영국 젠틀맨, 거슬리는 가격이었지만 이런 일에 화를 낼 순 없지.

 잭슨은 말 없이 현금을 건넸다.

 "Ok here."

 "어휴 고오~마워요! 짐 내려줄게요!"

 

 저 미스터, 공항에서 자신에게 호객행위를 했을 때보다 더 친절인데? 왜 저러지.

 호텔에 미리 전화해 둔 벨보이가 자신의 짐을 가져갔다. 상당히 피곤했지만 잭슨은 호기심이 굉장히 많기에 편지에 써 있던 장소로 바로 출발했다.

 "여긴가. 너무 가까운거 아냐?"

 헤더에게 가장 가까운 호텔을 잡아달라고 하긴 했지만 설마 이렇게 가까울 줄이야. 도보로 10분 거리라니. 그나저나 기밀이 보관된 장소라길래 음침한 건물이거나 회사같은 곳 일거라 예상했지만. 일반 주택...? 더 의심스럽군. 담이 높아서 안 쪽은 보기 힘들었지만 밑에서 2층을 슬쩍 보니 가정집처럼 꾸며놨다.

 "아냐, 위장일 수 있다. 가능성은 충분해."

 언제 어디서 적이 들이닥칠 지 모르니 긴장을 늦춰선 안된다. 왜 한국은 총기소지가 불법인거지? 하긴 영국도 마찬가지지만.

  집 주변을 빙 둘러봤지만 CCTV도 몇 대 없고 집 안을 감시하는 경비도 없다. 더욱 수상한 느낌에 잭슨은 바짝 긴장하고 재빠르게 담을 넘었다.

 "클리어."

 

 풀 숲에 숨어 확인해보니 .... 트랩 조차 없다니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몸을 움직여 집 안으로 들어가니 넓은 거실이 나왔고 실제 사람이 사는 것 처럼 만들어놓은 것 같았다.

 '이상해. 너무 이상해. 함정인가?'

 이미 다른 파 조직원이 왔다간 건가? 침입한 흔적은 커녕 너무 헐렁해서 이상할 정도라고.

 

  순간 윗층에서 무슨 소리를 들은 것 같아 고개를 들었다. 불길한 예감에 긴장한 기색을 감출 수 없었고 계단을 타고 올라가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다가갔다. 2층에도 방이 여러개 있었고 방 문은 모두 닫혀있다. 중간에 있는 방으로 다가가니 소리가 점점 커졌다.

 '하, 이런 곳에 숨어있었나. 뭔가 스치는 소리, 대체 어떤 무기냐. 나와라, 상대해주지!'

 

 정장 안쪽 주머니에 있는 나이프을 쥐고 다른 손으로 문고리를 조심스레 돌렸다. 그 순간 시야에 들어온 것은 그가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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