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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바람의 심장
작가 : Yak쟁이
작품등록일 : 2017.6.6

외계행성 천한(天漢)에서 온 무리가 고조선을 침공했다. 고조선은 남아 있었지만, 천한의 속국이나 다름 없어졌고 고조선을 지키던 싸울아비들은 몰락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싸울아비의 심장을 지키고 있는 자들이 남아있다.
이건 싸울아비 중에서도 자유로운 바람의 심장을 지닌 고주모의 이야기이다. 싸울아비의 심장을 가졌지만, 음식 솜씨가 없어 주막 운영은 영 꽝이다.
사실은 약빨고 썼습니다. 주5회에서 4회 연재 예정입니다.

 
프롤로그
작성일 : 17-06-06 20:53     조회 : 439     추천 : 0     분량 : 5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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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이곳은 단군왕검이 다스리는 조선. 싸울아비들이 가장 존경받는 나라다. 모두들 싸울아비를 동경했고, 무릇 사내들은 싸울아비가 되고자 어릴 때부터 무예를 배웠다. 물론 오래 전에 있었던 일이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천한(天漢)이라는 나라의 군대가 하늘에서 은색 쟁반을 타고 내려와 세상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압도적인 군세에 궁궐 내 정변으로 인한 내전. 끝내 정권을 붙잡은 지도자는 천한에게 항복했다. 천한은 싸울아비의 저항을 두려워해, 도검류 소지를 금지했고, 싸울아비 도장의 존립 조건을 매우 복잡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싸울아비는 이 나라에 거의 남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각자의 신념을 심장에 새긴 싸울아비들은 남아 있었다. 이 사람처럼.

 

 “키아! 취한다! 주모! 여기 국밥 한 사발!”

 “예! 예! 상 나가요!!”

 주모의 국밥을 처음 맛보러 온 손님들은 대개 그 싸울아비의 모습 앞에 자신의 눈을 의심하곤 한다. 다부진 몸에 185cm의 장신, 그리고 시대에 맞지 않는 파마머리에 심지어 허리띠엔 돈주머니를 차고 있으니 어느 누가 싸울아비라 생각하겠는가? 그러나 그는 어엿한 주모였다. 그래서 이름도 ‘고주모’다.

 술에 취해 있던 한 중년의 아저씨가 술이 잔뜩 취했는지 남녀를 구분하지 못하고 감히 주모의 엉덩이에 손을 댔다. 그러나 만지는 순간 주모의 얼굴을 보곤 급 무안해졌다.

 “어이, 어이! 뇌에 얼마나 술이 가득한 거냐? 아니면 너 뭐냐? 그? 너! 설마! 남들과는 다른 조금 특별한 로망을 가졌다거나? 미안하지만 B와 시작해서 L로 끝나는 그런 낭만은 사양이라고! 다른 주막으로 가는 게 좋겠다. 뭐, 그런 너의 특수한 욕구를 채워줄 주막은 있을 리 만무하다만. 어딘가 있겠지.”

 “취했으니까, 실수한 거겠죠. 그냥 넘어 가자고요.”

 면박을 주는 주모의 뒤에서 상을 들고 지나가는 10대 후반의 미남 종업원은 옆에 찬 검은 칼이 인상적인 사내였다. 그의 이름은 치우친왕. 치우 집안의 후손이라 항시 옆에 검을 차고 다닐 수 있었다. 하늘에서 내려온 외계인들도 인정하는 명문 싸울아비 집안이지만, 어쩐 일에서인지 주모의 곁에서 일하고 있었다.

 “여기. 잘 먹었수다.”

 겁을 잔뜩 집어먹은 손님은 엽전을 상 위에 내려놓고, 쓸쓸하게 자리를 떠났다.

 “어! 어! 손님! 괜찮은데……. 아, 주모 형! 형이 면박을 줘서 손님이 떠났잖아요! 이게 도대체 몇 번째에요.”

 “어이. 성추행을 당한 건 나거든? 내가 신고해야 되는 거거든?”

 “그게 아니라 손님들이 형을 보고 무서워하고 있잖아요. 저 사람들을 봐요.”

 치우친왕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방향엔 두 명의 남자가 밥상머리 앞에서 조용히 수군거리고 있었다.

 “역시, 주모야. 저 체격을 봐! 염라대왕이 만해(萬解)를 써도 손가락 하나로 이길 패기라니까? 그 만화에 나오는 누구냐? 아이젠 000도 단 칼에 물리칠 걸세!”

 “그럼, 저 주모는 이치0란 말인가? 크크크!”

 이들의 농담을 들은 고주모는 조금 심각한 얼굴로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주모의 심각한 얼굴을 본 치우친왕은 조금 걱정스러운 얼굴이었다. 이윽고 듣고 있던 주모가 천천히 그들을 향해 걸어갔다. 아직 다가오고 있는 주모를 보지 못한 손님은 서로 엄지를 올렸다.

 “형, 그냥 농담이니까… 너무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진 말아요.”

 하지만 주모는 침묵을 유지하며 손님에게 바짝 다가갔다. 주모의 심각한 얼굴표정을 본 손님들은 몹시 긴장하여 들고 있던 숟가락을 놓았다.

 “이…이보게. 그냥 농…….”

 “해적왕 루0가 좋습니다만.”

 “그 쪽이었냐!!!”

 끝내 손님은 엽전을 상 위에 앉고 벌떡 일어나 다급하게 밖을 향해 달려 나갔다. 치우친왕은 한숨을 쉬며 상 위에 놓인 엽전을 주워 주머니에 넣고 상을 들었다. 상 위를 보니 국밥이 많이 남아 있었다.

 “이번이 몇 번째인지 모르겠네요. 국밥이 별로 맛이 없는 건지, 아니면 형 때문인 건지.”

 치우친왕이 한숨을 쉬고 있을 때 삿갓을 쓴 남자가 주변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걸어왔다. 검은 양복에 새까만 선글라스를 끼고, 턱수염이 조금 자라 있었다. 옆에 칼을 차고 있었지만, 치우친왕의 가족은 아니었다.

 그는 대뜸 치우친왕에게 가더니 품속에 감췄던 전단지 한 장을 꺼내 툭 던져주고 나갔다. 치우친왕이 보려 하자 주모가 중간에 뺏더니 녀석을 향해 걸어갔다.

 “석기대신 양반! 이런 찌라시 그만 주고, 와서 좀 앉지?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아직까지도 반란 타령이야. 국밥이나 한그릇 하고 가.”

 “그런 맛없는 국밥 먹어봐야 뭐하겠는가? 세상이 이런데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오겠나?”

 그러면서 석기대신은 어디선가 나온 단팥빵을 한 입 베어 물고는 뒤돌아 대문 밖으로 걸어 나갔다.

 “이게 더 맛있겠다. 나라가 망해가는데 그런 국밥이나 만들고.”

 잔소리에 주모는 부들부들 떨며 두 팔을 걷어붙였다.

 “즈스기 븐드시 즈기고 믄드!”

 “아 형!! 안 돼요! 아무리 짜라시 뿌리는 아저씨라도, 왕검성에서 무지 높은 사람이라고요!”

 주모는 금방 화를 가라앉히고 대청마루에 앉았다.

 “그래서 말인데. 우리도 주막의 부흥을 위해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새로운 경영 전략을 짜야 한단 말이야.”

 “그렇게 말씀하셔도, 요즘에 누가 주막엘 들른다고요. 우리나라처럼 뭐만 하면 요식업 차리는 곳도 없으니까요. 닭튀김이라든지, 치킨이라거나. 치느님이라거나.”

 “다 치킨이잖아! 인마!”

 “요즘 시대엔 대장장이들도 직장에서 짤리면 닭을 튀기는 시대인거 몰라요?! 아무튼 여러 가지로 우린 불리하다고요. 게다가 맛도 별로 없잖아요. 솔직히. 다른 곳에 비하면.”

 “혹시 그걸 신청한다면 그 유명한 요리사가 도와주지 않을까? 그 방송 말이야. 금발의 요리사가 대뜸 음식점에 와서 음식을 시키더니, 한 입 먹고 뱉고, 욕 한바가지 해주는 거.”

 “아, 그 악몽의 부뚜막이요? 그 쉐프 무지 유명한 사람이라는데. 이름이 뭐라더라? 고든? 고든 뭐라던데.”

 “고든… 0리맨이었던가? 그 사람?”

 “아니, 전혀 다른 사람인데요. 그 사람은 우주에서 빠루 하나로 외계인을 요리하는 사람이니까요. 어쨌든 요리에 능숙한 사람부터 찾자고요.”

 본래 싸울아비였던 고주모는 취사병이었다. 검술은 무척 뛰어났지만 싸울아비가 사라진 이상 검술로 먹고살 길이 없어 취사병 시절의 장기를 발휘하고자 주막을 차렸다. 당연히 장사가 안 될 수밖에 없었다. 밥을 군 식당처럼 지었으니까. 이른바 짬밥이라고 하는.

 “아무리 그래도, 어디서 구해 오냐는 말이야. 응?”

 후드티를 입은 녹색 머리카락의 소녀가 조용히 주막 안으로 걸어오더니, 손님들 앉는 마루에 앉았다. 주모는 치우친왕의 팔을 툭 치고 부엌 안으로 들어갔다. 치우친왕은 주문을 받기 위해 그녀에게 다가갔다.

 “주문 받아도 될까요?”

 “저, 손님은 왕이라고 들었는데. 맞나요?”

 그녀는 앞으로 삐죽 나온 녹색 앞머리를 슬쩍 옆으로 빗으며 고개를 더 숙였다.

 “가끔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죠. 저, 그렇게 고개를 푹 숙이지 않아도 되는데.”

 “……줘.”

 “네? 뭐라고 하셨죠? 방금?”

 그녀가 작은 목소리로 말하자 치우친왕은 허리를 숙여 그녀에게 바짝 귀를 갖다 댔다. 갑자기 그녀는 벌떡 일어나더니 건물 하나는 그냥 박살낼 것처럼 무진장 큰 기관총을 품속에서 꺼냈다. 치우친왕은 너무 놀라 그 큰 기관총이 어째서 가녀린 소녀의 품속에서 나왔는지 의문을 가지지도 못했다.

 “세금을 줘! 손님이 왕이라며! 왕에게 세금을 바쳐야지! 세금 내놔! 이 자식아!!!”

 갑자기 이미지를 바꾼 그녀가 하늘을 향해 기관총을 쏘아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아주 작은 화살이 날아와 방아쇠에 정확히 명중했다. 그녀의 손가락이 화살촉에 살짝 베였지만 방아쇠는 땅바닥에 떨어졌다.

 “손님, 세금 드렸습니다. 목숨 값이 세금보다 더 비싸진 않죠? 아, 거스름돈은 필요 없답니다.”

 놀란 그녀는 기관총을 땅바닥에 툭 떨어뜨리고, 그대로 주저앉았다.

 “죄송함다.”

 활과 화살을 부엌 한 구석에 치워놓고 밖으로 나온 주모는 주저앉은 그녀의 앞으로 다가가 마루에 앉았다.

 “어느 나라 여자가 힘이 얼마나 좋으면, 저런 대포만한 기관총을 들고 다니냐? 너 어디에서 왔어? 왜 주막을 털려고 그래? 외계에서 왔어?”

 “저는 ‘모라주’라는 행성에서 왔슴다. 혀가 짧아서 말끝이 이렇슴다. 돈이 없고 배고파 우주를 유랑하다 이곳에 왔슴다. 드라마에서 주막을 터는 강도단을 보고 감명을 받았슴다! 배고픔다!”

 “어느 드라마에서 할 짓 없는 놈들이 주막을 터냐! 그래서 어떻게 해주랴? 경찰서에 보내줄까? 가서 콩밥 좀 먹을래?!”

 “그…그건 싫슴다! 뭐라도 하겠슴다! 봐주셨으면 좋겠슴다! 돈만 주면 열심히 일하겠슴다!”

 “일하겠다고? 여기 주막 일이 쉬운 일은 아닌데. 뭐라도 할 줄 아는 게 있어야지!”

 “쉐프였슴다! 먹고 살 길이 없어 훔친 음식으로 음식점을 차린 적이 있었슴다!”

 “훗! 감히 나와 쉐프의 자리를 걸고 경쟁을 하겠다는 소리인가? 좋다! 애송이! 그 도전을 받아주지!”

 “좋슴다! 아저씨를 제치고 내가 이 주막의 쉐프가 될 검다!”

 주모는 뜬금없이 자신감에 가득 찬 얼굴로 팔짱을 꼈다. 도전을 받아들인 그녀는 먼저 주막으로 들어갔다. 치우친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조금 황당한 표정이었다. 둘이 대결을 위해 부엌으로 들어가는 동안 그는 검의 손잡이를 만지작거리며 기다렸다.

 “에에엑?!! 어떻게 이런 요리가! 부엌에 가마솥밖에 없는데 스테이크가 나왔다!”

 그녀는 접시에 자글자글 소스가 끓고 있는 스테이크를 치우친왕이 앉아있는 밥상 위에 내려놓았다. 한 번도 맡아보지 못한 고급스러운 향기에 치우친왕은 몹시 황홀한 표정이었다.

 “그런 외계 음식에 현혹되면 안 된다! 친왕아. 이 형의 요리를 믿어라!”

 그러나 주모가 가져온 것은 항상 해오던 하얀 국물의 국밥이었다. 치우친왕은 몹시 실망했다는 눈빛을 보냈다. 그리고 스테이크를 고급스럽게 젓가락으로 분리시켜 한 입 베어 물었다. 한 번도 맛보지 못한 진미에, 치우친왕은 마치 전설의 누룽지탕을 먹은 어느 관리처럼 머릿속에서 우주를 떠올렸다. 금방이라도 어느 아낙네가 미미(美味)라 써 붙인 부채를 들고 나타날 것만 같았다.

 치우친왕은 그 맛을 느껴본 이상 주모가 만든 국물은 입에도 대기 싫었다. 하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믿음이 있어 숟가락을 집어 국물을 한 숟가락 입에 넣었다. 무지 짰다. 너무 짜서 국물을 도로 뱉었다.

 “아, 형! 소금 좀 적게 넣으라고요!! 맨날 너무 짜서 사람들이 입에도 갖다 대기 싫어하는 거잖아요!!! 이미 승부는 난 것 같군요. 헌데 당신 이름은?”

 “윤나리임다! 앞으로 잘 부탁함다!”

 “치우친왕이라고 해. 여기는 주막의 주모인 고주모. 앞으로는 장작을 패게 될 분이야.”

 “반갑슴다! 주모!”

 그렇게 대결에서 진 주모는 정말로 장작만 패게 되었고, 나리가 쉐프를 맡게 된 뒤 주막은 거짓말처럼 손님이 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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