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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이계라서 이불밖은 위험하다
작가 : 규율
작품등록일 : 2017.6.5

여동생이 용사로 취직했다. 덤으로 같이온 나는 성물이 된 안경, 핸드폰, 이불을 가지고 묻어가기로 한다. 마왕의 강림을 막기 위해 세상에 퍼져있는 72개의 스펠을 모으는 모험기

 
여동생이 용사로 취직되었다
작성일 : 17-06-05 22:41     조회 : 399     추천 : 0     분량 : 5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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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르는 면상이다.

 

 솔직히 이 상황이 이해가 안 가니 과거를 되짚어보자. 아주 오래전 내게 여동생이 생겼다. 어, 너무 멀리 갔다. 과도하게 생략하자면 날짜 상 오늘로 되돌아가자.

 

 하루가 시작되는 오후 2시. 일어나서 라면을 끓이려고 가스레인지를 켰다. 그러자 가스가 폭발하며 이계로.......가 아니군. 라면을 맛있게 먹고 설거지를 했던 기억이 있다. 왜 지금 이계가 생각난 거더라?

 

 아, 그래. 언제나처럼 바닥에 깐 이불속에서 핸드폰을 하고 있었다. 몇시간이고 핸드폰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지만 특별히 무언가를 하려고 한 건 아니다. 그저 적당히 모바일게임이나 만화 혹은 소설정도로 시간을 때운다.

 

 적어도 지금의 나에게서 과거의 성실한 구진호를 찾아내는 것은 무리겠지. 그냥 어디서나 있는 이야기다. 성실하게 공부했지만 수능을 망쳤다. 착하고 성실한 아들이 그저 착해빠진 아들이 되었다. 그런 아들이 무기력하게 변하는 것에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오빠, 이거봐.”

 

 부모님의 관심이 친자식이 아닌 여동생에게 옮겨져도 난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예전보다 관심을 가져주고 잘 대해주는 모습에 만족감마저 느낀다. 어차피 내가 받았던 것을 나눠주던 것에서 나란 유통과정이 사라진 것에 불과하다.

 

 여고생이 되었지만 그래도 아직 부모의 보살핌이 필요한 어린나이임을 감안할 때, 내가 부모역할을 해주는 것보다 육아 경험이 있는 부모님이 해주는 것이 더 이롭겠지.

 

 “왜?”

 

 “나 이거 해보려고.”

 

 나의 앞으로 들이밀어진 것은 한 장의 종이. 구인광고였다. 설마 이제 콩순이가 나에게 일을 시키려고 하는 것인가? 진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나는 여동생의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동양적인 이목구비에 서양의 좋은 점만 장식한 얼굴. 아버지 유전 탓일 붉은 기가 감도는 검은 단발과 크고 맑은 갈색의 눈동자. 또래보다 뼈도 굵고 체형도 성숙해서 갓 스물이라고 해도 믿어줄 만한 17살.

 

 만으로 하면 고작해야 3년 차이밖에 안 나지만 단순계산으로 5살 차이인 나와 또래처럼 보이기도 하다.

 

 “콩순아. 그 기대하는 눈빛이 설마 나의 취직은 아니겠지.”

 

 “오빠 취직이 아니라 내 취직이야.”

 

 지금 얘가 무슨소리를 하는 걸까. 취직? 17살에? 지금 자퇴를 하고 중졸노동자가 되겠다는 건가? 멘델 요한나를 세상에 남기고 가신 친부모님께 미안하잖아.

 

 “저기, 콩순아. 일할 의지가 없는 청년무직자인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넌 지금 백수가 아니라 학생이야. 네가 성인이 되어 위탁모가 끝나며 우리가족을 떠나게 되겠지만 엄연히 넌 엄마 친구 딸이잖아.”

 

 아, 너무 내가 무신경했나보다. 내가 지난 1년 동안 못 보여줄 꼴을 보여줬다. 나는 큰맘 먹고 이불을 감은 상태로 일어났다. 그리고 한 손을 뻗어 머리털이 아닌 머리카락이 분명한 멘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널 무시하는 건 아니야. 하지만 아직 넌 일하기는 어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네가 걱정 돼. 취직욕구도 없는 내가 이러니 허무맹랑한 소리 같지만 나한테 넌 소중해.”

 

 “알아. 오빠가 나 위하는 거.”

 

 “그래.”

 

 눈웃음을 짓는 멘델을 보니 마음을 바꾼 것 같다. 다행이로군.

 

 “하지만 그래서 난 할 거야.”

 

 “뭐?”

 

 설득실패? 물론 내가 하는 말이라 설득력도 없고 궤변이라 성공률자체는 나쁘지. 그래도 어린 시절부터 내 말에 잘 따르면서 사춘기도 무난하게 보냈는데.

 

 앗! 설마 이제 질풍노도 반항의 사춘기가 온 것인가. 폭풍 같던 2차 성징시기에도 나에게 의사를 거역한 건 손에 꼽는다.

 

 “나 아직도 기억해. 어린이집에 매일 데리러 와 준 것도. 유치원 때부터 참관수업에 꼬박꼬박 온 것도. 언제나 내편이 되어주고 정말 나의 천사나 다름없어.”

 

 “그래서? 설마 나한테 은혜 갚기를 하려고? 굳이 그럴 필요는 없어. 내가 너한테 해준 것은 진짜 부모에게 받아야할 사랑에 비하면 별것도 아니야.”

 

 멘델을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어찌나 과격하게 흔드는지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공중에서 살랑거렸다.

 

 “이건 은혜 갚기가 아니야. 내가 하고 싶어서, 이루고 싶은 꿈을 위해 직업을 가지려는 것일 뿐. 그러니 오빠가 거부할 권리는 없어.”

 

 “하지만 일단은 같은 호적에 올라와 있고. 오빠로서 널 돌봐줄 의무가 3년은 남았어.”

 

 “그런 소리 하지 마. 오빠가 위탁모를 한 것도 아니고. 그런 건 권리도 의무도 아니거든.”

 

 씩씩거리며 멘델은 방을 나섰다. 열린 방 틈사이로 현관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도 들렸다. 쫒아갈까? 하지만 멘델의 말도 맞다.

 

 바닥에 앉은 나의 눈에 종이가 들어왔다. 멘델이 가져온 구인광고. 도대체 뭐에 혹한거지? 내여동생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솔직히 멘델은 예쁘다. 콩순이라고 친숙하게 부르곤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콩을 좋아해서, 이름에서 멘델의 유전 법칙을 연상케 하기에 받아들여졌을 뿐.

 

 실제로 이름과 이유를 모르는 상황에서 내가 콩순이라고 부르는 것을 이상하게 보는 이들도 많았다. 촌스러운 이름과 세련된 외모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으니까. 어르신들은 구수하다고 좋아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그렇다.

 

 결국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멘델은 예쁘다. 그러니까 수작질도 많았고 알바권유도 많았다. 그런데 취직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아까 얼핏 살펴봤을 때 연예인 쪽은 아니었지만 성범죄와 관련되었는지 확인할 필요도 있다.

 

 “응? 용사구직?”

 

 아까 못 봤던 문구. 자세히 살펴보니 대충 내용은 3D업종 보다 더 힘들고 4대 보험은커녕 4대 보람이라는 열정페이를 강요하고 있었다.

 

 “얘는 이걸 왜 하려고 했던거야?”

 

 「요구 조건: 만16세 이상의 남성 또는 만17세 이상의 여성.

 우대조건: 우월한 외모. 건강한 몸. 경험자(비경력자도) 환영.」

 

 음. 부모님 허락 없이 취직이 되네. 그래서 고른 건가. 일하는 기간은 평생직장. 현재 기획한 업무를 모두 달성하면 거주지와 연금제공. 근무지에서 출근과 퇴근을 자유롭게 조절하며 휴가는 1년에 한 달 허용. 업무 달성에 따른 성과비 지급.

 

 “수상한데.”

 

 어디 해외에서 몇 년간 배타는 그런 느낌이잖아. 종이를 다시 살피던 나는 붉은 줄이 그어진 곳을 살펴보았다. 원래 인쇄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나중에 그어졌다. 아마도 멘델이 그었겠지.

 

 가족, 친구, 지인의 동행을 허용하며 그들에게 따로 일은 시키지 않습니다. 숙식제공.

 

 어? 아니겠지. 순간 나 때문에 이일을 하려고 하나 생각이 들었지만 그럴 리가. 멘델은 성인 되면 더 이상 가족이 아니다. 진짜 친오빠도 아닌 나를 평생 돌봐줄 의무도 이유도 없다. 은혜 갚기라고 해도 그걸 위해 자신의 인생을 저당잡힐 필요도 없다.

 

 “음. 역시 미리 거절을 해둬야겠어.”

 

 나는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늙은 노인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용사 후보생인가.”

 

 “아뇨. 제 동생이 하고 싶어서 제가 전화를 드렸는데.”

 

 “지원자의 가족이로군. 그래. 준비가 필요하니 그쪽 시간으로 2시간 38분 있다가 연락을 해줬으면 하네.”

 

 준비? 면접 준비? 난 거절할 셈으로 전화를 걸었던 건데. 사정을 설명하기도 전에 전화가 끊겼다. 재차 전화를 걸어도 지금은 받을 수 없으니 소리샘으로 연결한다는 여성의 목소리뿐. 근엄한 노인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그로부터 3시간 후. 멘델이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내일 학교도 가야하니 당연하다면 당연한가. 나는 멘델의 어깨를 붙잡았다.

 

 “걱정했잖아.”

 

 “왜. 내가 가출이라도 했을까봐?”

 

 “아니. 나쁜일이라도 당했나 하고.”

 

 “치.”

 

 멘델은 내 손을 뿌리치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화장실에서 뭘 할지도 모르는데 냅다 문을 열 수 없는 관계로 문 앞에서 기다린다.

 

 “왜 아직도 서있어?”

 

 “아까 네가 가져온 종이 때문에.”

 

 “그거? 나 거절해도 꼭 할 거야.”

 

 “진짜 나 때문이냐. 난 네 친오빠도 아니고 부양할 필요도 없어.”

 

 “알아. 오빠가 진짜 오빠가 아닌 거. 그래서 그러는 거야.”

 

 아무래도 친오빠가 아니니 부양하지 않아도 된다가 아닌 친오빠가 아니기에 빚을 갚아야한다. 그런 사고방식인 듯했다.

 

 “아까 통화해봤는데. 별로 느낌이 좋지 않아. 그러니까 관두자.”

 

 “거짓말. 지금 다시 전화해봐.”

 

 하라면 못 할 건 없다. 어차피 핸드폰에서 최근 통화목록을 누르면 되니까. 잠시후 신호음이 노인의 목소리로 바뀌었다.

 

 “늦었군.”

 

 “아까 전화한 사람인데요. 제 동생은 그 일......”

 

 “할게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오빠랑 같이 갈게요.”

 

 “바로 소환의식을 진행하겠네.”

 

 순식간에 무언가가 일어났다. 어어, 그렇군. 그다음에 기억이 없는 걸 보니 그때 이후가 바로 지금인 듯하다. 그럼 저 모르는 면상은 누구냐.

 

 “용사여, 그대의 이름은 무엇인가.”

 

 잘은 모르지만 고급스런 의자위에 앉아있는 그는 여기서 높은 지위처럼 보였다. 또한 자신과 통화했던 목소리도 아니다. 중년의 외모임에도 노인보다 더한 세월을 담은 눈과 절대 양복처럼은 안 보이는 옷.

 

 “멘델 요한나입니다.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좋군. 의지가 풍부해. 그런데 그쪽은?”

 

 중년의 남성이 나에게 시선을 옮겼다. 으음. 난 거절을 하려고 온 건데. 핸드폰으로 익힌 사전지식에 따르면 난 아마도 용사의 곁다리로 이계에 소환된 자. 저기 의자가 사장님 의자가 아니라 왕좌라면 중년의 남성에게 대들다가 내 목이 댕겅 잘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말이지.

 

 “전 콩순이. 그러니까 이 아이의 오빠인 구진호라고 합니다.”

 

 “성이 없군. 게다가 외모를 닮지 않았어. 사생인가.”

 

 “사생은 아니고 입양입니다. 하지만 진짜 친동생처럼 키웠습니다.”

 

 “허허. 또래를 보모로 붙여준 셈인가. 그래. 그대가 같이 지원한 이유도 알겠다.”

 

 왕이라고 추측되는 인물과 대화하던 나는 이상한 점을 눈치챘다. 우리 집에 입양한것이 아니라 내가 입양한 것처럼 알고 있어. 하지만 굳이 따질 필요는 없겠지. 오해는 나중에 정정해도 되고.

 

 “그래. 그런데 왜 자네는 담요를 두르고 있나. 망토나 로브처럼은 안 보이는데.”

 

 담요? 무슨뜻인가 해서 고개를 아래로 내려 보니 이불이 보였다. 씻을 때 빼고는 집에서 떨어지지 않으니 이제는 한 몸처럼 느껴져서 까맣게 잊고 있었다.

 

 “저의 평소차림이기에 까먹고 있었습니다.”

 

 “보통은 그런 수상한 차림은 몸수색이 먼저겠지만 신력이 끊기기 전에 용사의 적성을 확인해야하니 미루도록 하지.”

 

 신력? 신도 있나. 지구에도 신이 있지만 난 별로 신앙에 충실하지 않다. 멘델의 어머니이자 엄마친구가 외가와 연이 끊어진 것도 종교다툼 때문이 아니던가. 독실한 불교신자와 천주교신자는 서로 융화될 줄 몰랐다.

 

 때문에 멘델은 한국이 아닌 해외에서 태어나게 되었고 할머니, 할아버지를 포함한 친가일족이 교통사고를 당하기 전까지 한국에 올 일도 없었다. 하지만 한국에 왔고 외가는 요한나란 세레명까지 가진 손녀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초등학교 저학년인 나에게 4살짜리 여동생이 생기게 되었다. 그 만남 자체는 소중히 여기고 있지만 계기조차 좋게 여기고 싶지는 않다.

 

 “어머나. 대놓고 신을 거부하네.”

 

 상념을 뒤흔드는 아름다운 선율. 그 정체는 여성이었다. 목소리만 들어도 여자란 사실을 아주 잘 알지만 그 외모는 안개 너머의 풍경처럼 뿌옇다.

 

 “누구세요?”

 

 “왕한테 이야기 못 들었어? 어디보자. 합격. 용사가 되기에 충분해. 이제 멘델 요한나는 용사야. 성검을 사용할 자격도 허락하지.”

 

 흑백의 세상이 되어 왕도 멈춰버린 이곳에서 컬러풀한 색을 띄고 있는 것은 나와 멘델 둘 뿐. 그리고 그런 멘델의 뺨 근처는 작붕 처럼 색의 경계가 일그러져 있었다.

 

 “상당하군. 이토록 대단한 행운과 불운의 격차라니. 신이 직접 시련을 내리지도 않은 일개 인간이 날 감탄시킬 줄이야.”

 

 뒤에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뒤를 돌아봐도 보이는 것은 없다. 아니 아예 없지는 않다. 흑백세상에서 회색의 무언가가 사람 모양을 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그 경계가 모호했다.

 

 “무인도에 가게 되면 무엇을 가지고 가고 싶나?”

 

 “안경 핸드폰 이불?”

 

 무의식적인 대답. 안경은 눈이 나쁘니 당연하고, 핸드폰은 현대인으로서 당연하고, 이불은 니트족으로서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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