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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HellDrop
작가 : AppleRichi
작품등록일 : 2017.6.5

죽음은 하루아침에 찾아왔지만

그것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임을 알았다.

 
01.
작성일 : 17-06-05 17:47     조회 : 347     추천 : 0     분량 : 3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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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죽음은 한 순간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날이었다.

 

 아침부터 길을 나선 성일에게 그 날 하루는 시작부터 이상하리만치 운이 없는 날이었다. 성일은 평소처럼 학교로 가는 지하철을 타기 위해 집을 나섰지만, 아파트 입구를 나서는데 뜬금없이 4층 아주머니가 키우던 화분이 떨어진 것이다. 다행히도 아슬아슬하게 옆에 떨어져서 다치지는 않았지만, 그 일은 성일에게 아침부터 무슨 액운이 낀 것인지 의구심을 갖게 하기 충분했다. 심지어 그 날은 마침 성일의 생일이었기 때문에 기분 좋게 학교에 가려고 했으나, 생일날 하루가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다칠 뻔 했다는 사실이 그를 불쾌하게 만들었다.

 거기서 끝났으면 단순 해프닝으로 끝났을 터이다. 분명 그랬을 텐데. 성일은 아파트 입구에서 구조물 보수 공사를 하는 곳 아래를 지나갈 때 갑자기 사다리 위에 놓여있던 공구 박스가 그의 머리 쪽으로 떨어지는 바람에 재빠르게 피해서 겨우 위기를 모면해야 했다. 또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발걸음을 옮기기가 무섭게 신호를 무시하고 봉고차가 눈앞을 쓱 지나갈 때도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성일은 하필이면 이런 일이 왜 오늘 일어나는 건지 궁금하긴 했지만, 우연으로 치부하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솔직히 누군가 이런 일련의 일들을 조작한다는 것은 말이 안 돼는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그렇다, 분명 조작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들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성일은 점점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학교에 도착하기 전까지 너무나도 이상한 일들이 쏟아졌다. 버스 정류장에서 지하철역까지 가는 노선이 같은 버스가 두 대 왔길래 사람이 별로 없어 한산한 뒷쪽 버스를 탔더니 앞 버스가 돌연 고장이 나질 않나, 지하철을 탔더니 뜬금없이 엔진에서 원인 불명의 연기가 난다고 대피 소동이 일어나서 학교 가는 시간이 더 늦어지질 않나. 처음에는 성일도 정말 누가 뒤에서 조작해서 자신을 방해하고 있다고 의심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라고 생각했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이 마음 한 켠에서 피어오르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얼마 지나지 않아 확신으로 바뀌었지만, 그 때는 너무 늦었음을 성일은 뒤늦게 깨달았다.

 

 우여곡절 끝에 학교 근처 지하철역에 내렸지만, 이미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서 뛰지 않으면 1교시에 늦는 것이 거의 확실해졌다. 성일은 어쩔 수 없이 자주 가지는 않지만 나름 최단거리임이 입증된 골목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때였다. 그 사람이, 아니 사람이라고 표현해야할지도 잘 모르겠는 그것이 골목길 안쪽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옆길에서 나타난 것도 아니고, 스산한 바람과 함께 느닷없이 등장했다. 성일은 빠른 발걸음으로 학교를 향해 정신없이 뛰고 있었으나, 어디선가 갑자기 등장한 거구의 괴인이 골목길 한 쪽을 틀어막자 당황해서 발걸음을 늦췄다.

 이윽고 이상한 사람 바로 앞까지 와서야 성일의 발걸음이 멈췄다.

 “저기, 지나갈게요.”

 성일은 속으로 옆길도 없고 사람도 잘 안 다니는 골목에서 갑자기 팟 하고 나타난 존재에 대해 의문을 가졌지만, 아예 얼굴도 잘 보이지 않는 이상한 사람이 나타난 이유 따위보다는 먼저 자기가 학교에 지각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했기 때문에 일단 비켜달라고 정중하게 말했다.

 회백색의 후드…라기 보단 로브에 가까운 것을 걸치고 얼굴을 철저히 가려서 보이지 않는, 족히 190cm는 될 법한 키를 가진 사내에게서 성일은 보이지 않는 묘한 위압감 같은 것을 느끼며 왠지 모르게 압도당하고 있었다. 사내의 얼굴이 보이지 않아서 정확히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성일은 그 사내가 고개를 삐딱하게 내린 채 바로 앞에서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성일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쯤은 느낄 수 있었다. 그런 느낌이 들자 더욱 움츠러들 수 밖에 없었다.

 “흠…….”

 성일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사내가 굵고 낮은 목소리로, 무언가 고민하고 있다는 듯이 신음을 짧게 흘렸다.

 “저기, 지나가고…… 싶은데요.”

 성일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다시 한 번, 의문의 위압감을 떨쳐내고 더 용기 내어 말했다. 과연 그 청을 사내가 들어줄 지에 대해서는 미지수였지만.

 “아, 지나가고 싶다구요?”

 드디어 그 사내가 입을 뗐다. 아까 사내가 흘린 신음소리에서 대충 목소리를 예상할 수 있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굵고 낮은, 그리고 쩌렁쩌렁 골목길을 울리는 목소리에 성일은 내심 놀랐다.

 “아, 그래. 그렇군요. 지금 제가 이 길을 비켜줘야 학교에 지각하지 않을 수 있었죠."

 “네, 네…….”

 어떻게 자신의 목적을 잘 알고 있는 것인지 먼저 묻고 싶었던 성일이지만, 무슨 일인지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성일은 그냥 그렇다고만 짧게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오늘은 아무래도 학교에 지각할 수 밖에 없겠군요. 아니, 지각이 아니라 결석이겠군요."

 “……?”

 “당신은 저와 함께 가야하기 때문입니다.”

 어디로 저를 데려가려고 하시는지, 라고 말을 하려던 찰나에 성일의 숨이 턱 막혔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당황하지 마십시오, 이상한 곳으로 데려가려는 게 아닙니다. 그저…….”

 사내는 말끝을 흐렸다. 잠깐 고개를 들고 무언가를 더 고민하는 눈치였다.

 그 사이 성일은 골목 건너편과 뒤쪽을 빠르게 훑어보았다. 성일이 판단하기로 이 사내는 보통 사람이 아닌 것 같았기에 - 그리고 그다지 안전한 사람도 아닌 것 같았기에 - 그는 이상한 사내로부터 빨리 도망칠 생각만 했다.

 생각보다도 골목길에 들어서고 나서부터 뛰어왔던 길이 짧았기 때문에 성일은 충분히 도망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잠시동안은 그렇게 생각했었다.

 “……!”

 사내가 잠깐 고개를 다른 곳으로 돌린 사이, 성일은 찰나를 놓치지 않고 바로 등을 돌려 전속력으로 질주했다. 학교에 도착하기까지 있던 모든 불가사의한 일은 아마 저 작자가 꾸민 짓이리라, 그렇게 생각하면서.

 “아, 어디 가십니까. 그렇게 가버리시면 제가 곤란해집니다.”

 이상한 사내가 성일이 도망치는 것을 눈치채고 그에 등에 대고 무어라 말을 했지만, 성일은 들은 체도 안 하고 도망치기에 바빴다.

 그러나 발걸음의 리듬이 끊겼다. 마치 초강력 접착제라도 밟은 것처럼 성일의 발이 땅에서 떨어지지를 않았다.

 "기다리세요, 제 이야기 아직 안 끝났는데."

 그 직후에 성일에게 들린 것은, 분명 거리를 벌렸다고 생각했던 그 사내가 바로 등 뒤에서 속삭이듯이 말한 목소리였다.

 “……! 큭!”

 사내가 등을 돌린 채 멈춰있는 성일의 목덜미를 낚아채 들어올렸다. 성일은 로브 밖으로 튀어나온 손을 보고 기겁하여 짧은 비명을 내질렀다. 그의 손은 형체의 윤곽선이 흐릿하게 보이는 반투명한 빛을 띠고 있었다.

 사내의 커다랗고 반투명한 손이 성일의 티셔츠를 점점 위로 들어 올릴 때마다, 성일의 옷이 점점 주인의 목을 옥죄어왔다.

 “얌전히 저를 따라오시는 것이 좋을 겁니다. 저는 강압적인 방법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기에."

 사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가 골목길에 처음 나타날 때 휘돌았던 바람이 성일을 붙잡고 있는 손의 반대편 손아귀에서 요동치더니 이윽고 거대한 낫 비슷한 물건이 나타났다.

 “생각보다 운이 좋으셔서 놀랐습니다. 설마하니 제가 준비해둔 모든 장치가 간파당해서 제가 직접 영혼을 거두러 올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

 방금 사내가 내뱉은 말을 통해 성일은 아침부터 있었던 운나쁜 사건들에 대해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뜬금없이 화분이나 공구 박스가 떨어진 것도, 잘만 운행하던 버스와 지하철이 고장난 것도 모두 이 사내의 짓이었다. 어떻게 그런 일련의 사건들을 우연을 가장해서 조작할 수 있었는 지는 알 수 없었지만, 성일은 더이상 그런 것에 의문을 가질 시간이 없었다.

 그 사내는 성일의 목덜미를 강하게 움켜쥔 왼 팔을 들어올리면서, 오른손에 쥔 거대한 낫을 내 몸을 향해 겨누기 시작했다.

 “너무 무서워하지 마십시오, 잠깐이면 모든 것이 끝납니다.”

 성일은 그 와중에 보통 이럴 때 소설 같은 곳에서는 골목길 반대편에서 ‘거기까지다!’하고 정의의 편이 나타나서 이 녀석을 무찌르고 나를 구해주던데, 라는 실없는 생각을 했다. 그것이 성일이 이 곳에서 한 마지막 생각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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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01. 2017 / 6 / 5 348 0 3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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