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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내 목소리가 들리나요?
작가 : 백하
작품등록일 : 2017.6.4

동물과의 교감이 가능한 평범한 유학생 진희는 어느 날 우연히 길 잃은 강아지, 레인을 발견하고 돌봐준다. 다음날 경찰서에서 알게 된 그 강아지의 주인은 다름 아닌 인기 절정의 할리우드 영화배우 다니엘 릭맨. 한국계 혼혈인 그는 한국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으로 처음에는 진희에게 호의적이지 않으나 레인이 유난히 따르는 진희를 점차 다르게 보게 되면서 그녀를 레인 전용 펫시터로 고용하게 되는데-
레인의 펫시터로 다니엘의 집에서 살게 된 음대생 진희와 스타 다니엘의 레인을 사이에 둔 힐링 이야기.

 
내 목소리가 들리나요?
작성일 : 17-06-04 23:10     조회 : 345     추천 : 0     분량 : 3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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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들려요.

 

 

 

 LA의 하늘은 파랗다. 하늘을 보며 생각했다. 매캐한 도시 공해 속 푸르다기 보단 뿌옇던 서울의 하늘과는 다르게 하얀 구름이 새파란 하늘과 대조되어 유난히 희고 폭신해 보였다. 마치 침대와 같은 그 모양에 저절로 하품이 나올 지경이었다. 진희가 올렸던 고개를 들어 여유롭게 산책을 하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거친 숨을 쉬며 달리는 근육질 몸매의 남자, 보장된 노후를 즐기는 듯 여유로움이 넘쳐나는 노인, 이어폰을 낀 채 종종 걸음으로 빠르게 걷는 여자. 그리고 커다란 개와 함께 산책 나온 듯 한 젊은 부부.

 

 

 ‘싸우지 않았으면-’

 

 

 진희가 스치듯 들리는 목소리에 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 곳에는 아까 보았던 젊은 부부가 벤치에 나란히 앉아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자리를 잡은 커다란 개. 그 개는 큰 귀를 아래로 축 쳐진 채로 두 부부 사이에서 눈치를 보고 있었다.

 

 

 “너였구나.”

 

 

 진희가 낮게 속삭였다. 그런 진희가 목소리가 들렸는지 그 개는 축 쳐진 귀를 들고 꽤나 먼 거리의 진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에게 큰 눈을 더욱 애절하게 반짝이며 부탁했다. 자기를 좀 도와달라고. 진희가 그제서야 개의 주인인 듯한 부부를 다시 바라보았다. 부부 사이라기엔 살짝 애매한 거리를 두고 벤치에 앉아 있는 부부를 보며 진희가 생각했다. 싸웠군.

 그리고 저 흘러내릴 듯한 큰 눈을 하고 자신을 바라보는 저 강아지는 그 두 주인 사이에서 이리저리 눈치를 보고 있는 모양이었다. 싸웠으면 집에서 티비나 볼 것이지 굳이 뭐 하러 나와서 애는 눈치 보게 만드는지. 진희가 혀를 쯧쯧 차며 벤치에서 일어났다. 개는 진희가 일어서는 모습을 보더니 자신을 도와주려고 한다고 생각했는지 반갑게 꼬리를 흔들었다.

 

 

 “컹-!”

 

 

 그런데 진희가 자신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자 다시한번 크게 진희를 불렀다. 진희는 들리지 않는 척 무시하고 가던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치사해요.’

 

 

 “내가 뭐가 치사하니. 거기서 내가 할 수 있는게 뭐가 있다고.”

 

 

 진희가 대답하듯 낮게 속삭였다. 말 그대로였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싸워서 냉전 중인 저 부부에게 다가가 내가 당신들의 개의 말을 들었는데 당신들의 개는 지금 당신들이 싸워서 굉장히 슬퍼하고 있어요. 그러니 화를 풀고 어서 화해를 하세요. 라고 말한다면 저 부부가 아 그렇군요. 우리 얼른 화해를 합시다. 이렇게 나와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니. 그 이전에 아니 뭐야 이 미친 여자는, 이라고 생각하겠지. 진희가 한숨을 내뱉었다. 차라리 사람의 맘을 들을 수 있다면.

 

 진희는 동물들과의 교감이 가능했다. 언제부터였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녀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부터 이미 그녀는 동물들과 교감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상태였으니까. 어릴 때는 아무 것도 모르고 모든 사람이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유치원에 키우던 토끼들을 괴롭힌 범인을 민수라고 지목했던 적이 있었다. 왜냐면 토끼가 그렇게 말하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민수는 아니라고 왕방울만한 눈물을 흘리며 부인했고, 진희는 유치원선생님들에게 아무런 증거도 없이 친구를 의심하고 괴롭혀선 안 된다고 혼이 났다. 토끼가 그렇게 말했다고 말하자 유치원 선생들은 진희를 친구를 괴롭히고 거짓말까지 하는 애라고 생각했다. 그건 유치원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동물들이 말을 한다며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하는 아이라며 왕따를 시키기까지 했다. 그때부터였다. 진희 자신의 능력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게 된 것이.

 

 동물의 말 따위 들려봤자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티비에서 보이는 모피를 위해 털을 집어 뜯겨 울부짖는 토끼를 볼 때도, 그저 보는 재미를 위해 개들끼리 싸움을 시키는 투견장면을 볼 때도 차라리 우리를 죽여 달라 말하는 동물들의 눈을 보며 진희가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어린 진희가 가장 싫어하는 곳은 다름 아닌 동물원이었다. 사람들의 즐거운 웃음소리가 넘쳐나는 그곳은 진희에겐 동물들의 괴로움에 찬 비명소리 밖에 들리지 않는 곳이었으니까.

 

 

 “어우, 더워. 왜 이렇게 덥니.”

 

 

 떠오르는 옛 생각에 진희가 고개를 저었다. 결코 좋은 기억들이 아니었다. 진희가 따사로운 햇빛 속을 걸으며 이마를 비집고 나오는 땀을 훔쳤다. 손목을 들어 시간을 바라보자 벌서 3시였다. 너무 여유를 부렸다. 잘못하면 잘나신 귀족 자제 분의 레슨시간에 늦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진희가 발걸음을 재촉했다.

 

 

 

 

 

 

 “대체 이해를 할 수가 없네. 왜 굳이 LA와 시카고를 왕복 하는 거야?”

 

 “말했잖아, 레인을 혼자 둘 수 없다고.”

 

 “그래 레인, 그 레인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이고 너의 집과 촬영장을 왔다갔다 거려야 한다는게 말이 돼? 전문 펫시터도 고용 했겠다 도대체 뭐가 문제야!”

 

 “그 주제에 대해선 이미 끝난 거 같은데, 그만 하지.”

 

 “다니엘, 너 지금 아주 중요한 영화를 찍고 있어. 네 인생에서 두 번 없을 기회 라구!

  그런 기회를 고작 개 한 마리 때문에..!”

 

 “내 앞에서 레인의 욕을 할 거 라면 그만둬, 닉. 난 지금 너와의 재계약을 심각하게 고민 중에 있으니까.”

 

 

 단호한 다니엘의 말에 벌려졌던 닉의 입이 조개마냥 다물어졌다. 그렇다고 불만이 없어 진건 아니었다. 닉은 진심이었다. 하루 한때가 아쉽고 중요한 이 마당에 고작 다 죽어가는 늙은 개 한 마리 때문에 스케줄을 변경하는 다니엘을 닉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다니엘은 지난 2년 동안 찍어왔던 영화 개봉을 앞두고 프로모션으로 한창 정신이 없을 때였다. 제작비만 500억이 넘게 투자된 블록버스터 영화로 전 세계의 수출이 예정되어 있는 대작인 만큼 촬영이 끝나고도 이곳 저곳 잡힌 인터뷰와 영화홍보 등등.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지경인 스케줄에도 불구하고 다니엘은 스케줄이 끝나면 무조건 비행기로 4시간이 걸리는 길을 돌아 집까지 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이유는 다름 아닌 다니엘이 키우고 있는 노견, 레인 때문이었다. 그가 속해있는 매니지먼트는 다니엘의 버는 수입의 절반이 비행기 값이라는 농담까지 할 정도였다.

 

 

 “차라리 영화 촬영 때처럼 그 개를 데리고 다니는게 어때? 그 편이 시간적으로

  더 나을 거 같은데.”

 

 “아니,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닌데, 그러기엔 이제 레인이 집이 아닌 곳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체력이 되질 않거든.”

 

 “........”

 

 

 

 그럼 네 체력은! 닉이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간신히 삼켜냈다. 살인적인 스케줄이 끝나고 집에 가면 바로 쉬기는커녕 개를 붙잡고 있기 일수였다. 하루 하루 컨디션 조절을 해가며 활동해도 무리인 스케줄을 해내는 다니엘을 보며 닉이 고개를 저었다. 다니엘의 비정상적인 개 사랑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어서 이미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파파라치가 합법인 미국에선 연예인들의 사생활이란 그다지 비밀스러운 것도 아니었는데, 그 중 다니엘의 파파라치 컷에서 그의 강아지 레인이 없는 사진을 보기가 힘들 정도였다.

 

 

 “오늘 수고했어. 모레 새벽에 보지, 닉.”

 

 “.....”

 

 

 시간이 없다는 듯 서둘러 대기 캐러벤을 나가는 다니엘을 보며 닉이 낮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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